소설리스트

151화 (151/167)

preuve(증명) (3)

2017년

[경기 종료입니다! 니스, 니스가 낭시를 꺾습니다!]

[이로서! 니스는, 최소 3위를 확정짓습니다!]

“쯧, 젠장.”

-탁.

“이렇게 되면, 결국··· 에휴. 챔스 탈락 완전히 확정이네.”

프랑스 리그는, 일반적으로 3위까지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수 있으니 말이다.

‘뭐, 여기 올 때부터 챔스 가는 건 기대를 크게 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살짝, 사알짝 아쉽긴 하다. 젠장. PSG가 그냥 챔스 우승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우리도 챔피언스 리그를 노려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4위는 지금 노릴 만 하니까.

“자··· 그럼 지금 순위표 좀 보자. 네이버는 아직 업데이트 안 됐을 테지만, 프랑스 사이트는 인터넷에 리그 표 업데이트 됐겠지?”

-딸각.

“오, 업데이트 됐다. 승점을 Point로 표현하는 건 프랑스어나 영어나 똑같구만.”

“딱 보니까 왼쪽에서부터 경기수, 승무패, 득실점 기록, 그리고 승점이네.”

그리고- 지금 마르세유의 순위는 5위로.

유로파리그 진출이 아슬아슬하게 가능한 순위였다.

“PSG 덕분에, 말이지.”

그랬다.

원래 프랑스의 유로파리그 진출권은 Coupe de France(프랑스의 FA컵), Coupe de la Ligue(프랑스의 리그컵) 우승팀. 그리고 리그 4위에게 나누어지지만.

이 두 컵 대회의 우승자가, 만일 챔스 티켓을 딴 팀이라면 유로파 티켓은 쓸모가 없으니. 우승자들에게 주는 유로파 티켓이 리그 5위 이하의 팀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올해 리그 컵 우승팀은 PSG.

현 리그 2위이자 챔스 진출이 확정인 팀의 컵 우승으로 인하여, 리그 5위 팀도 유로파에 진출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우리가 자력으로 유로파 티켓을 따낼 수 있게 됐지.’

물론, 현재 우리의 남은 일정은, 그리 쉽지 않다.

앞으로 우리의 남은 6경기 일정은 순서대로 셍테티엔(Étienne), 낭시(Nancy), 캉(Caen), 니스(Nice), 브르도(Bordeaux), 바스티아(Bastia)로.

현 리그 7위-17위-16위-3위-6위-20위와의 싸움이니 말이다.

‘정말, 하나같이 절박한 팀들하고만 경기하네. 하.’

물론 혹자는 이렇게 말할 거다.

-아니, 리그 상위권 팀이 좀 끼어있긴 한데, 최하위권 팀도 끼어있잖아. 완전 개꿀 일정 아님?

맞다. 시즌 초라면 저 말이 옳다.

하지만 지금은 시즌 말. 리그 최하위권 팀이, 우승을 노리는 팀 다음으로 무서워질 때다.

현대 사회에서 일반적인 성인이 가장 절박해지는 때는 언제일까?

취직이 걸려있는 최종 면접을 볼 때?

승진이 걸려있는 크나큰 프로젝트 발표나, 시험을 앞뒀을 때?

아니면, 이대로 살다간 평생 솔로로 살 것 같아서 결혼상대를 애타게 찾을 때?

모두 틀렸다.

먹여살려야 할 가족이 있는데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쫓겨나기 직전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절박해진다.

생존이, 생계가 걸려있으니 말이다.

축구도 별로 다르지 않다.

리그에서 강등이 되는 순간 대부분은 새로운 직장을 알아봐야 하고, 그 새로운 직장이 기존의 직장보다 나은 대접을 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시즌 말 리그에서의 약팀들은 생존이 걸려있으면 정말 절박해지고, 초인적인 힘을 내뿜는다.

‘뭐, 축구는 정신력만으로 하는 게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신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막말로, 내 피지컬이 이 리그에서 하위권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세계 최고로 몸이 좋은 축구 선수가, 나보다 몸이 얼마나 좋을까? 골격근량으로 비교했을 때 나보다 얼마나 많을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장담하건대, 절대로 내 1.3배를 넘기지 못한다고.

참고로 그 1위가 타고난 신체에 약물까지 썼다는 가정하에 말하는 거다.

그만큼,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선수들이라면 솔직히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한 10% 정도 더 잘하게 되면, 연봉이 10배가 뛰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 그게 프로다.

그러니까- 시험으로 따지면. 솔직히 리그 최상위권 선수와, 리그의 최하위권 선수는 수능으로 따질 경우 총합 한 예닐곱, 그러니까 6~7 문제 정도의 격차라고 해야 할까?

‘뭐, 비유일 뿐이고, 정확한 비교는 어렵겠지만 말이지.’

다만, 비유로서 꽤나 적절하다고 생각하긴 한다. 리그 최고의 11명을 수능 만점자로 비유한다면 말이다.

‘확실히 차이는 나고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이나 과가 달라지는 격차지만, 정말 정말 정말 운빨이 터질 경우엔 서로의 위치가 역전되기도 할 수도 있는 격차로서 아주 적절한 비유니까.’

수능에서의 컨디션이 한두 문제를 더 맞추느냐 맞추지 못하느냐를 결정지어 본인이 갈 대학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그날의 컨디션이 좋냐 안좋냐에 따라 최하위권 선수가 리그 최상위권 선수를 압도하는 그림이 아주 가끔 나오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축구에서는 절박해질 경우엔 집중력 말고도 체력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는 유의미한 효과도 있고.’

그렇기에- 프로에서도.

아니 프로일수록 오히려 정신력이라는 말이 강조되는 거다.

강등당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

대륙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열망.

그리고 -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는 갈망.

이러한 생각들이, 선수들이 아주 ‘조금만 더’ 를 외치며 힘을 쓰게 만들고.

이 차이가, 은근히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그러니까 프로 팀 감독들이 정신력 정신력 노래를 부르는 거지.’

다만··· 안 좋은 점이 있는데.

보통 축구에서 정신력이 좋다고 하는 팀들은, 이 등호가 보통 성립한다.

정신력 좋음 = 조금 더 더티하게 함.

“하아- 젠장. 내일 셍테티엔전 선발은 이미 에브라로 발표났는데···”

그렇다는 건, 일정상 낭시나 캉 전 정도엔 내가 출전한다는 소리인데.

“에라이 씨. 개 힘들어지겠네. 쯥.”

딴 건 몰라도, 제발 부상은 당하지 말아야 할 텐데.

***

[seconde mi-temps 10]

Nancy 0 : 0 Marseille

[Buts]

Nancy : (rien)

Marseille : (rien)

***

“우아-악!”

-삐이익!

와 씨발 미친 새끼들.

[아, 저건 파울이죠, 너무 대놓고 했어요.]

[낭시 선수들 공이 아니라, 사람을 걷어차고 있습니다. ]

시발 놈이, 스피드로 안 되니까 담그려고 들어?

“야이 씨발 개 새-끼야! 이건 아니지!”

-삑! 삑! 삐이익-!

[아, 리 선수, 뭐라고 하는 듯한데요, 소리 지르지 말라고 경고받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뭐, 저런 태클을 당한 선수들이 할 말이야 뻔하지 않겠습니까.]

···옐로 카드를 받더라도, 이건 아무래도 프랑스어로도 욕 좀 해야겠다.

이런 거 얕보이기 시작하면 한없이 태클 당하기 시작하니까.

“Tonnerre de Brest! Mille sabords!”

그 순간.

“[푸흡-!]”

하고, 심판이 웃었고.

“[···.?]”

나한테 반칙을 저지른 사람도,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뭐냐 이건 또 씨발?

{아, 아, 자네 욕 재미있구만, 어디에서 배운 건가?}

···음, 만화에서요. 거기에서 어떤 선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욕 나오는 상황마다 이런 소리 하던데.

{참 마르세유 사람다운 욕이군, 크크. 하여튼 저 친구한테는 옐로 카드 줄 테니, 그만 말하고 돌아가게, 욕이 참 재미있어서 자네는 경고 안 주겠네.}

“···어, Merci?”

감사하긴 한데, 이거 또 뭔 일이냐, 그냥 Merde 같은 메이저한 욕을 썼어야 했나?

“[···푸흡, 저기, 리, 그런 욕은 어디에서 배운 거야?]”

뭐야 이건 또.

“[몰라, 만화에 나오던데. 적당한 욕 아니야?]”

“[아니, 그거··· 아냐, 됐어. 크크.]”

젠장, 파예 이 인간은 이럴 땐 참 도움이 안 되네.

나중에 구글 번역기 돌려 봐야겠어.

“[그건 그렇고, 괜찮아? 리?]”

“[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앙귀사. 괜찮아.]”

뭐, 급한 방향 전환 하면 조금 아려올 것 같긴 한데···

‘참아야지 뭐. 그냥 아픈 정도니까.’

당장 경기에서 못 뛸 정도의 고통은 아니다.

“[내가 스로인 할게.]”

“[오케이.]”

그렇게 내가 볼보이에게서 볼을 받아두는 순간.

“[헤이, 이봐, 칭키.]”

“······”

저 태클 걸어왔던 놈이. 또 시비를 걸어왔다.

“[아까 한 욕, 참 재미있던데, 따개비 같은 놈이라니. 마르세유 촌놈 티 팍팍 내네?]”

그렇지만.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

당연히- 뭔 소린지 못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대충 내가 말한 욕이 이상하다는 건 늬양스 보면 알겠는데, 그렇다고 니가 풀이해주는 걸 프랑스어로 하면 어떻게 알겠냐.’

영어로 해, 이 무식한 빠게트 새끼야.

“[흠, 못 알아듣는 거야? 칭키. 프랑스에 와서 영어만 쓰는 거야? 아니면 지중해 짠 물 먹고 제정신이 아닌-?]”

아 거 참 시끄럽네. 이 자식. 말끝마다 칭키 칭키.

“[어쩌라고, 나치 새끼야.]”

“[···뭔 개-]”

좋아, 빈틈.

-흡.

“-차아!”

“-차!”

[오! 리, 꽤나 멀리 떨어져 있던 파예에게 던집니다! 저 친구 어깨가 좋군요!]

떠드는 데 집중하다가 딴 곳을 놓치면 안 되지. 임마.

그리고-

‘스로인 때문에 심판이, 저기로 다들 시선이 쏠렸네?’

좋아. 선물이다.

-퍽.

[윽!]

팔꿈치빵이다. 임마. 아주 맛 좋을 거야.

니들 빵 좋아하잖아?

[파예, 다시 리에게, 리!]

-퍼억.

아, 씨. 이런 망할 새끼가 진짜.

[- 상송에게 연결합니다!]

질기네, 진짜.

뭔 시발 풀백한테 이렇게까지 몸싸움 걸어 이 새끼는. 안 지치냐?

“[하, 개자식. 우릴 나치랑 비교해? 너 멍청-]”

“[아, 미안, 영국인 새끼야. 아니, 양키인가? 아니면 스파게티?]”

“[······]”

좋아, 이 친구 드디어 알아들으셨구만?

니가 날 중국인이라고 부르면 나도 그따위로 나오면 되는 일이야.

상처라는 건, 일방적으로 쳐맞기만 할 때 상처지.

‘때릴 데 너희는 넘쳐나거든.’

인터넷 느리고, 테오도란트 안 뿌리면 냄새나고.

영어 나보다도 못하는 놈들이 넘쳐나고, 수도가 전쟁 6주만에 함락되고.

인터넷으로 게임 한 번 다운받으려면 하루종일 걸리고.

거리가 변소인 미개한 나라한테 그런 말 좀 들을 수 있지 뭐. 안 그래?

[상송, 슛-! 골키퍼 잡았습니다!]

음, 이젠 좀 긴장해야 겠네. 뒤로, 뒤로.

[낭시, 바로 때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와 경합하려는 저 친구가, 또 태클을 걸어오자.

이번엔.

-퍽.

저항하지 않고, 그냥 넘어졌다.

다만.

-퍽.

“Ahhhh-! Zut!”

팔꿈치빵을 입술에 선사해주면서 말이지.

[아··· 디아, 불운한 사고입니다.]

[더 이상 뛸 수 없어 보이는군요. 디아 선수, 로빅 선수로 교체됩니다.]

뭐··· 쬐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호구도 아니고, 당하고만 살 마음은 없다.’

니들만 절박한 게 아니다. 새끼야.

나도 내 갈 길 바쁘다고.

‘앞으로 이번 시즌, 내가 출전할 수 있는 기회 많아봤자 2경기밖에 안 남았어.’

그러니- 반드시 오늘 경기에서 성과 내고야 만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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