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8화 (148/167)

rivaliser (3)

***

[seconde mi-temps 10]

Lorient 0 : 0 Marseille

[Buts]

Lorient : (rien)

Marseille : (rien)

***

축구팀에서 강팀이라고 할 만한 조건은 무엇일까.

우승컵 개수, 최근 리그 순위 등등··· 여러 말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표를 꼽으라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바로, 팀에 돈이 얼마나 있느냐와, 팀이 돈을 얼마나 쓰느냐다.

결국 프로는 돈으로 말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릴 LOSC는, 리그앙에서 돈을 꽤 많이 쓰는 팀이다.

오일머니 돈지랄을 하는 팀이나 전통의 인기팀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리그앙 내에서 순위를 매기면 한 5~6위는 왔다갔다 할 정도로, 연봉을 꽤 준단 말이다.

그러니까- 릴은 로리앙과는 비교가 안 되어야 하는 팀이라는 거다.

그렇지만, 솔직히···

나는 릴이 지금 더 약팀처럼 느껴졌다. 왜냐고?

-뻥.

자, 상송 쪽에서 나한테 패스를 준다.

-툭.

그리고 공을 받고 나면?

‘···이제야 느릿느릿 오네.’

이제서야 압박이 다가온다.

‘로리앙 때는 공을 받기도 전에 나한테 달라붙어서 압박을 줬었는데, 이놈들은 공을 받고 나서야 압박을 오는구나?’

이 팀이 지금 14위를 하고 있는 이유가 있구나. 하하.

아, 물론 지금 많은 사람들이 보기엔 릴이 더 축구를 잘 한다고 느낄 거다. 패스 미스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무리 릴이 몰락했다고 해도 로리앙보다야 릴이 순위가 높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팀이 더 편한데?’

저번 로리앙과의 경기는, 솔직히 말해서 강등권과의 싸움이었음에도··· 솔직히 감탄했었다.

정말 전원이 미친듯한 압박을 감행해 오는 걸 보고 와, 장난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덕분에 이게 유럽이구나- 하는, 살짝 경외심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크로스는 하나도 못 써먹고 짧은 패스로 갔던 거였는데.’

군대에서 사격할 때, 주위에서 말 걸고 시끄러움이라던지 같은 주변의 영향이 큰 건 단거리 사격보다 장거리 사격인 것처럼.

선수 입장에서 압박을 할 경우 가장 정확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건, 크로스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놈들은 압박이 영 아니었다.

압박이, 단언하건데 그 때의 로리앙보다 훨씬, 훨씬 덜 했다.

‘···뭐 물론 압박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그 때보다 적은 정도지만.’

솔직히 말해서 압박은 현대 축구의 핵심인 만큼, 그거 못 하는 팀은 리그앙이 아니라 그 아기자기한 축구 한다고 비하되는 J리그에도 없을 거다.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퍽.

‘···으윽. 젠장, 이걸 파울 안 주네. 저 놈 방향으로 등 안 졌으면 뺏길 뻔했다.’

K리그보다도 훨씬 거친 리그라는 건 변함이 없었고 말이다.

‘썩을, 진짜 팔꿈치 휘두르는 게 여긴 기본 패시브구나. 개태클도 어느 정도까지는 관대하게 봐주고.’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리앙 때보단 오히려 나아.’

그 때는, 180이 넘는, 솔직히 센터 포워드에나 적합한 몸을 가진 녀석이 내 매치업 상대로서 훨씬 많이 태클을 걸어오고, 경합을 벌여야 했었지만.

이 녀석은, 그 때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물론 그 때보다 낫다고 해서 해서 내가 몸싸움을 압도할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하나, 둘, 흡!’

-퍽.

“···Zut!”

오케이, 옆구리 찌르니까 균형 바로 살짝 무너지네.

‘내가 손도 못 쓸 수준은 아니야. 확실해.’

그리고, 팀 라인도 저번 로리앙처럼 팀 전체가 미친 압박 넣으면서 플레이하는 한 듯한 느낌은 아니고 말이다. 기본적으로 지역 방어의 틀에 조금 더 충실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저번 로리앙 그 친구에 비해서 수비 실력도 썩 대단한 편까진 아니고 말이지, 볼을 지연시킬 줄은 알지만, 뺏는 것까진 잘 모르는 느낌이야.’

그렇다는 건.

“passe-moi, Lee !”

미안, 상송.

이번엔 패스를 하기보단, 좀 다른 걸 선택할게. 지금은, 적팀이 수비형 4-3-3으로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저 중앙으로의 돌파보다는.

‘오버래핑이 조금 더 나을 것 같거든. 이 정도면 가능해.’

일단 속임수 한 번 준다.

저 쪽이 오해하도록 시선 한 번 주고 고개 까딱거리면서, 손짓까지 해 준다.

-중앙으로, 가.

그러자, 당연히 상송은 중앙으로 뛰어가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자, 걸려라, 이 녀석아, 걸···좋았어!’

역시나, 수비 경험이 많은 놈은 아니다. 옆으로 패스한다는 사인을 보자마자 바로 발로 공을 빼앗으려고 들다니.

그리고, 공을 빼앗으려고 발을 드는 순간에, 인간은 당연하지만 한 발로 서 있다. 그 말은?

-퍽!

“Putain!”

조금만 충격을 가해도, 쉽게 자세가 무너진다는 거다.

-뻥.

[마르세유의 리, 상송에게 리턴 패스가 아니라, 돌파를 시도합니다? 치고 나가는군요!]

-뻥.

자, 로페스인가 뭐시깽인가 하는 저 놈은 제쳤다.

‘나, 이제 나와라, 나와, 수비형 미드필더, 윙어가 뚤리면 압박 와야지.’

[셰카, 코르시아, 달려듭니다!]

오케이, 역시 그래도 릴은 시스템이 그럭저럭 돌아가는 팀이구나? 대응이 굉장히 상식적이야.

하지만.

‘이미 늦었어. 새끼들아. 풀백이든 수미던 간에 내가 두 번 볼 터치하면서 질주하기 전에 압박 왔어야지.’

그리고 이 위치에서 압박이 없다면?

“고미즈-! Alle-!”

뻔하다.

내가 풀백으로 전향한 이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뻐엉-!

언제나 해왔던 일을, 그대로 한다.

[리, 크로스! 고미즈-!]

.

.

.

-삑! 삑! 삐이익-!

***

[seconde mi-temps 13]

Lorient 0 : 1 Marseille

[Buts]

Lorient : (rien)

Marseille : Gomis(57)

***

“으아-아아-!!”

됐다. 됐다. 됐어!

“이거지! 이거라고오-! 고미즈! 너무 잘했어! 너무 잘 했어!”

만세, 만세, 만세!

[고미즈! 고미즈의 골입니다! 마르세유의 주전 공격수, 고미즈가 0대 0의 균형을 깨뜨립니다!]

[그리고, 저 아시아에서 온 선수의 리그 앙 첫 공격포인트이자, 첫 어시스트입니다!]

[놀랍습니다! 풀백이, 고작 두 경기 출전만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다니요!]

아직 90분도 안 뛰었다. 그런데도 공격 포인트라고!

“만세, 만세, 만세···”

{축하해, 리, 그런데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그냥 Je suis content!(나는 행복합니다) 로 알아들어!”

젠장. 환호성 지를 때까지 외국어 써야하냐?

-*-*-*-

“Bravo-!”

-짝짝짝짝짝

“그래, 그거지!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케빈, 시끄러워.”

그러나 마르세유의 국제 스카우터, 케빈은 입을 멈출 생각따윈 없었다.

“하하, 그보다 다들 돈이나 내놔요! 내가 저 친구, 일 저지를 거라고 했지! 자, 다들 20유로씩 내!”

그 말을 듣고, 주위의 스카우터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지갑에서 하나둘씩 20유로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오늘, 나랑 내기할 사람 있나? 저 리라는 친구가 오늘 공격포인트 기록한다는 데 2유로 걸지.

-···케빈, 너 어디 돈 많이 벌었어?

-물론 배당률은 조정해야지, 내가 이기면 너희는 20유로 줘야 한다. 9/1 배당인 거야.

그리고, 그 말에 수많은 스카우터들이 달려들었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평범한 풀백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경우는 거의 10경기에 1경기 정도다. 그런데 저기 저 먼 아시아 리그에서 백업으로 데려온 선수가 고작 두 경기만에 공격포인트를 기록해낸다?

다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어차피 20유로면 큰 돈도 아니니 그냥 다들 걸어봤다.

이 내기에서 이긴다면, 지 잘난 맛에 사는 저 스카우터의 콧대를 조금 눌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자 자, 하나, 둘, 셋··· 하하. 오늘 보너스가 짭짤-하네? 고마워 친구들.”

“······”

“덕분에 좋은 곳에서 한 끼 먹을 수 있겠어. 흐흐.”

저 친구가 진짜로 어시스트를 기록할 줄이야.

“자 자, 페랏, 당신도 수석이라고 봐주는 거 없습니다. 내놔요 20유로.”

“···조건이 있네.”

“와 져 놓고 뻔뻔하시네요, 레볼루숑 벌여버립-”

-팔락.

“제대로 말하면 100유로 줄 테니까.”

“수석님, 뭐가 궁금하십니까?”

돈을 보자마자 획 바뀌어버리는 저 얼굴을 보고 페랏은 순간적으로 이걸 죽일까 말까 하는 고민을 1초 정도 했지만.

“모든 것. 저 선수가 저번 로리앙보다도 더 활약할 것이라고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는지 같은 것 말일세.”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단 1초로 끝나고 바로 필요한 말만을 딱딱 했다. 아마 다음에는 0.9초로 줄일 수 있으리라.

“음, 페랏, 그건 간단해요, 저 친구는 압박에 약합니다.”

“그건 알고 있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개인 압박’ 에 약합니다.”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저 친구는, 제가 말했죠? 중앙으로 써도 로페즈보다 나을지도 모른다고. 그 말을 듣고 다들 허튼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전 진지했습니다. 패스 길 보는 능력, 그리고 시야 측면에서 저 친구는 정말 물건이거든요.”

그러나 리 저 친구가 포텐을 터트린 건, 결국 풀백에서였다. 이게 무슨 말일까?

“압박, 압박에 취약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개인 압박, 아예 처음부터 진득진득하게 달라붙는 압박에 가장 약하다는 거죠.”

“······”

“그리고 지금 릴은, 선수단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죠. 선수단이 기합 넣고 다 함께 강력한 압박을 할 팀 분위기가 아닙니다.”

“···그래, 그렇긴 하지.”

구단이 인수되기도 하고, 현 감독은 2개월 단기계약만 맺고 비엘사를 미리 선임해두는 등··· 절대, 조직적인 팀합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긴 했다.

“그러니, 저 친구가 아시아에서 뛰던 때랑 꽤 비슷한 환경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명쾌하고 간단한 설명에, 페랏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 됐죠? 내놔요, 100유로.”

또 한편으로는 케빈을 목을 조르는 상상을 해봤다. 이번엔 0.9초 정도.

그래도 약속은 약속.

“자, 100유로다.”

“하하, 감사합니다. 이걸론 괜찮은 와인이나 하나 사먹어야겠군요.”

그렇게 싱글벙글 웃는 케빈을 보고, 페랏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압박에 그렇게 약하다면 자네가 떠들고 다닌 비셴테 급은 될 수 없다는 소리 아닌가?”

그리고 수석 스카우터의 그 말에.

“응? 무슨 소리입니까. 페랏, 이제야 시작이에요.”

케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저 친구, 분명 느꼈을 겁니다. 릴이 더 강팀임에도, 로리앙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지금 훨씬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오로지 압박, 오로지 압박이다.

“그리고, 이제 리그는 2주간 휴식기에 들어가죠. A매치 기간이니까.”

3월 말, 전 세계의 모든 리그는 월드컵 예선 기간에 들어가니 말이다.

“그 휴식기에, 저 친구는 압박에 대해서 나름의 답안지를 만들어낼 겁니다.”

“···휴식 못 할 수도 있지 않나?”

“페랏, 정신 차려요, 한국은 우리보다야 축구 못 하는 나라는 맞지만, 그래도 유럽에서 백업으로 뛰고 있는 선수를 굳이 불러갈 정도로 자국 리그가 발달 안 한 나라는 아니라고요.”

물론 그 선수가 본래 국가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었으니 저 친구가 A매치에 참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제 예상대로라면, 저 친구는 또 한 번의 스텝-업을 해낼 겁니다. 2주라는 시간은 길진 않지만, 짧은 기간은 또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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