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me bizarre (2)
“Allez! ”
내가 마르세유로 가겠다는 마음가짐을 먹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루디 가르시아의 전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거였다.
서울은 내가 직접 몸을 부대끼며 싸워본 적이 있으니 어떤 전술인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지만. 마르세유는 정보도 부족하고, 그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의 전술을 살펴본 결과, 내린 결론은 딱 이거였다.
‘4-3-3 A플랜을 주구장창 돌리는 감독이라··· 그거 참 전술적으로 요구하는 게 많은 감독이겠네.’
축구는 수많은 포메이션이 있고, 그에 따라 감독들도 경기를 치르며 수많은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모든 축구 전술에 있어서 가장 뼈대가 되고, 무조건적으로 공부는 하게 되는 전술을 꼽으라면 나는 이 3개를 꼽겠다.
4-4-2. 4-3-3. 3-5-2.
그리고, 이 셋 중에서도 2010년대에 들어서 가장 많은 팀이 사용하고, 가장 많은 감독들이 A플랜으로 삼는 전술을 꼽으라면. 바로 4-3-3이다.
‘물론 최근에 영국이나 스페인은 4-4-2로 우승을 거둔 팀이 생겨나면서 4-4-2를 메인 플랜으로 삼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4-3-3 전술이 최근 몇 년간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밀려난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이 전술은 항상 메이저한 전술의 위치를 지켰다.
그렇다면, 왜 이 많고 많은 축구의 전술들 중에서 4-3-3이 그렇게 잘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고 질문을 던진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어떤 사람들은 수비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소리를 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패스길이 잘 나오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골을 잘 넣는 공격적인 전술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두가 전부 정답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게 바로 수만가지 변화가 가능한 전술. 4-3-3이라는 전술의 특징이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4-3-3은 이렇다.
그런데, 만일 여기에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좀 더 자주 위로 올라가고 수비형 미드필더가 포백 보호보다는 중앙 싸움에 훨씬 힘을 보태준다면?
그게 바로 4-2-3-1이다. 상대방의 위치에서 공을 돌릴 수 있는 아주 공격적인 전술.
자, 그리고 다시 4-3-3으로 돌아가서 이번엔 미드필더는 그대로 놔두고, 양 쪽 윙어가 아주 살짝만 내려온다면?
4-3-3의 수비적인 변형 전술. 4-1-4-1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존재로 인해 수비 진형에서 볼을 안전하게 돌릴 수 있고, 윙어가 바쁘게 움직이기만 한다면 아주 쉽게 4-3-3으로의 전환도 가능한 전술.
그리고. 저기 4-1-4-1에서 만일 세 명의 미드필더가 중앙에 일자로 블록, 그러니까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을 쌓는 데 더 치중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번엔 완벽한 4-5-1이다. 미드필더에 아주 두터운 벽을 쌓음으로서 중앙을 절대로 안 내주는 수비적인 전술.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만일 측면 공격수가 메시같은 중앙으로 자주 침투하고, 공격에만 집중하게 해줘야 하는 선수일 경우에, 4-3-3 기본형은 이렇게 바뀐다.
그러니까. 사실상 말이 4-3-3이지, 실제로는 4-4-2라고 보는 게 더 알맞은 느낌의 포메이션 변경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거다!
그리고. 이 외에도 수많은 자잘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술이 4-3-3이다.
이래서 현대 축구에서 포메이션 무용론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은 거다. 솔직히 축구 포메이션 처음 보는 사람한테 저게 다 똑같은 4-3-3이라는 말을 하면 어떻게 저게 다 같은 거냐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
‘뭐, 솔직히 엄밀히 말하자면 4-5-1 계열의 시스템 및 포메이션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이미 4-5-1과 4-3-3은 사실상 동치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니까.’
하여튼 이와 같이 4-3-3은 감독이 저것만 A플랜으로 주구장창 사용한다고 해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압도적으로 높은 전술 유연성 덕분에 감독들에게 계속해서 사랑받고 있고.
마르세유의 루디 가르시아 감독이, 바로 4-3-3을 사랑하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B플랜 따윈 없이 말이지.’
마르세유 전에 맡았던 릴에서도, AS 로마에서도 4-3-3을 A플랜으로 주구장창 사용했던 걸 보면 확실하다.
그리고 그렇게 4-3-3만 주구장창 사용해서 릴의 리그 우승, AS 로마를 다시 우승권을 노리는 팀으로 재건시켜낸 그는 2011, 2013, 2014년도에 Meilleur entraîneur français de l'année(프랑스 올해의 감독)으로 꼽혔으니.
그는 4-3-3에 대하여,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봐야 할 거다.
‘그러니까 이 2군 훈련도 4-3-3만 쓰고 있는 거겠지.’
그런데, 생각해 보자.
-자, 그러니까. 이렇게 4-3-3만 마스터하면 모든 경기 다 이길 수 있어. 참 쉽지?
이렇게 감독이 말하면, 선수 입장에서 보면 어떤 말처럼 들릴까?
-···그래요, 차~암 쉽겠습니다. 참 쉬워 보이네요.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그래서 결국 선수들이 머리 터지면서 배우고 배우더라도,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그 절반이라도 제대로 소화해내면 다행인 현상이 벌어진다.
밥 먹고 축구만 하면서 왜 이걸 못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솔직해지자. 축구하는 사람 대부분이 왜 축구를 시작했겠는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처음엔 다 똑같다. 공부보단 축구가 더 머리 덜 쓰고 재미있으니까 하게 되는 거란 말이다. 당연히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이런 이론적인 걸 굉장히 싫어한다.
게다가 솔직히 프로 선수가 되고 난 이후에도 그런 머리쓰는 플레이도 중요하긴 하지만.
피지컬이나 볼 컨트롤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서 할 수 있는 플레이의 선택지를 늘리는 행위가 선수 본인들에게 있어서는,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젊을수록 저런 훈련을 통해 얻는 게 많기도 하고, 결국 그렇게 쓸 만한 툴이 많아야만 감독이 그 선수를 통해 쓸 수 있는 전술이 늘어나면서 그 선수를 중용하게 되니까.
그러니까.
이 2군의 어린 놈들이 6개월 동안 발을 맞췄다고는 해도. 내 눈에는 미숙한 점들이 확연하게 보인다는 거다.
[아! 씹, 이 새끼 또 중앙으로 왔···]
-촤악.
[야! 다른 미드필더 저 새끼 막··· 왜 아직도 거기에 있어! 수비수라도 나가!]
역시나. 느리다.
‘공격에서 수비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하품이 나온다. 이 녀석들아.’
4-3-3은 포메이션 변환이 잦기에, 그 점을 죽도록 연습해야 하는데. 이 녀석들은 그 판단력이 정말 느리네. 하긴 그러니까 2군이겠지.
‘자, 그럼 어디 보자, 이 녀석들, 쏠리는 움직임은···’
[그렇지! 너도 저쪽으로! 저쪽으로 가!]
오, 공 잡으면 이 쪽으로 진형 맞춰서 움직이는 모습은 그래도 좀 되어 있구나? 하긴 이 정도도 못하면 니네가 여기 2군에 들어오지도 못했겠지.
그런데, 그거 나한테는 소용 없단다.
“Hé-! Attaquant droit! Cours!(야, 오른쪽 공격수, 뛰어!)”
“···Uh?”
왼쪽으로 쏠리면서 오른쪽 공간이 비었고.
아직은 압박이 강하게 들어오지도 않은, 자유로운 상태라면.
-뻥.
한 방에 연결해줄 수 있으니까.
자, 가라.
‘좋아. 아주 완벽하다. 이 정도면 정말 상 다 차려줬···’
[어? 어? 잠-]
아 씨···
-삐이익!
[골라인 아웃!]
“야이 개-새끼야!”
그걸 못 받아 처먹냐. 프랑스어로 바보새끼라는 말이 뭐였더라?
“silly asshole!”
-삐이익!
[욕은 쓰지 마라! 리!]
에라이 씨팔. 이 정도도 말 못해? 아까 새끼라고 했을 때는···
‘그래, 한국욕은 못 알아듣네 ‘
좋아, 결심했다.
앞으로 욕은 한국말로 해야겠어.
-*-*-*-
-뻥
[야, 윙어!] {제대로 안 해?}
[···좀 닥쳐, 중국인 새끼야!]
-삐이익-!
[너!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금지다! 잊었나?]
그렇게 슬슬 인종차별적인 단어까지 나와서 슬슬 모두가 긴장한 순간. 그 소란을 일으킨 동양인은.
{하? 뭔 말하는 거냐? 영어로 해.}
능청스럽게, 못 알아 들었다는 듯이 넘겨버렸다.
{···뭐? 어.. 그러니까.}
{영어 못 하지? 그럼 그냥 하라는 대로 해. 꼬맹이}“새끼야. 좆같은 놈이 중국인 같은 소리 지껄이고 있네.”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보던 데이비드 감독은.
[푸흡, 푸흡, 푸흐흐흐흐···푸하하하하-!]
아주 시원하게 웃고 있었다.
[저 친구, 보니깐 다 알아듣고 자기나라 말로 시원하게 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성깔 있구만?]
그리고 저 리라는 친구의 그 점이, 데이비드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래. 마르세유의 선수라면 그래야지!]
이 마르세유에서, 조금 거친 소리 듣는다고 상처받고 위축되는 나약한 마음가짐을 가진 선수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듣고 굉장히 꼰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데이비드는 이 점에 대해 아주 확신했다.
왜냐고?
경기에 이기면 몇몇 미친놈들이 기쁨을 표현한답시고 경기장에서 총으로 축포를 터트리고.
경기에 지기라도 하면 화가 난 서포터들이 선수의 자동차를 부수려고 몰려오는 일이 꽤나 빈번하게 벌어지는 이 축구에 그야말로 미쳐있는 도시에서,
조금 상처받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자기가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가 적응하고,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솔직히 불가능하다.
그러니 최소한, 말로만 인종차별하거나 하는 저런 소리들을 저렇게 넘겨버릴 배짱은 있어야 했다.
물론 1군에서 뛰기 위해서는 실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도 문제 없어 보였다.
[전술적으로 4-3-3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이해가 있구만?]
저 친구, 풀백인데도 심심하면 중앙으로 가서
“Tu! Centre attaquer!(너! 중앙 공격해!)”
“Tu! La gauche!(너! 왼쪽으로!)”
“à droite! Aller!(가! 오른쪽으로!)”
저렇게 명령을 내리는데도. 밸런스를 크게 흐트러지게 만들지를 않았다. 중앙으로 움직일 때는 패스 루트가 두 개 이상 있을 때만 과감하게 움직였고.
만일 중앙에 있을 때, 상대편이 그 점을 노려 저 친구가 지키는 측면을 돌파하려고 하면?
[뭐- 아.]
-삐이익!
[라인 아웃. 스로인이다.]
오히려, 스피드를 앞세워서 역습이 반대쪽을 노렸을 때보다도 뚝뚝 끊기기 일쑤였다. 정말 모든 걸 훤히 안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2군의 템포 정도는, 저 친구한텐 시시해서 죽고 싶어질 정도라는 소리군. 푸하하하- 푸흡, 하하···]
됐다.
단 한 경기지만.
실력도, 배짱도. 더 볼 것도 없다.
[가르시아 감독에게, 말해줘야겠군.]
***
-풀백으로서의 능력치는, 2군에서만큼은 약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함. 약점을 찾기 위해선 최소한 1군과의 제대로 된 훈련이 필요하다.
-바로 투입하기는 꺼려질 수도 있겠지만. 만일 홈 경기에서 이기고 있다면 한번 이번 시즌 1군 경기에 투입시켜도 괜찮을 것 같음.
-배짱도, 실력도, 2군에 있는 게 homme bizarre(이상한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