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9화 (139/167)

Salut! OM! (1)

2017년 2월 01일.

Le Phoceen

Écrivez(작성자) : todieforOM

Date : 01/02/2017

<마르세유의 이번 겨울 이적시장>

Salut! L'OM!(안녕, 마르세유 팬 여러분!)

어제부로 우리 마르세유의 2016/17 겨울 이적시장은 모두 끝이 났지. 한번 정리해보자.

***

In

Dimitri Payet(AM) - €29.30m

Morgan sanson(CM) - €12.00m

Grégory Sertic(DM) - €1.5m

Lee-Jun Hyuk(LB) - €500K

Patrice Evra(LB) - free transfer(자유계약)

Lucas Ocampos(LW) - End of loan(임대 종료)

Out

Romain Alessandrini(RW) - €1.59m

Lucas Ocampos(LW) - Loan (임대, €500k Loan fee)

Gaël Andonian(CB) - Loan

Lassana Diarra(DM) - expiré (계약 종료)

***

정말, 정말 이번 이적시장은 대만족, 대 만족스러워.

레 블뢰(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자랑스러운 일원이자 유로 2016 베스트 11, PFA 2015-16 올해의 팀에 빛나는 디미트리 파예가 웨스트햄에서 돌아왔고.

그리고 몽펠리에에서 청소년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모르강 상송을 적당한 가격으로 데려오면서 아주 좋은 영입에 성공했어. 백업으로 브르도의 세르티치를 데려오면서 미드필더 스쿼드의 두께를 늘려준 건 덤이고 말이지.

이 세 영입만으로도 만족하는데, 세상에. 가장 발암이던 레프트백 자리. 이 자리까지 에브라를 영입하면서 해결했지.

솔직히 말하자면, 베디모가 그렇게까지 못해주는 걸 다들 예상하진 못했을 거야, 그는 리옹에서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리그앙을 대표하는 레프트백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명백한 구멍이지.

비록 에브라가 노장이라곤 해도, 베디모보단 나을 게 뻔하고, 레킥이 땜빵으로 나오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야.

다만, 유일한 의문부호가 드는 영입이라면 이 리? 라는 친구를 영입한 건데. 그리 특출난 선수는 아니야. 아시아 리그에서 베스트 11에 한번 들었다곤 하지만 그래봤자 아시아고. A매치 기록도 1경기 뿐이야.

그나마 나이가 어리다면 유망주 보는 느낌으로 볼 텐데 27세라는 걸 보면 글쎄. 왜 영입했는지 모르겠어.

뭐, 그래도 이 정도면 bon travail. (참 잘했어요.) 그 가증스러운 개년이 나간 이후 드디어 모든 것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더 이상 우리는 주전 스트라이커, 주전 미드필더, 주전 수비수, 주전 골키퍼까지 한 시즌에 다 팔아치우는 미친 구단이 아니야!

찬양하라! 맥코트 만세!

***

commentaire

와우, 구단주가 일을 한다고? 심지어 돈도 지원해 줘? 내가 잘못 본 거 맞지?

└놀랍게도, 꿈이 아니야!

└맥코트가 미국에서 다른 클럽은 말아먹었다고 들어서 불안했는데. 다행히 아니었군? 정말 통 큰 구단주님인데?

└다들 외쳐 맥코트 그는 신이야!

난 오캄포스가 나가게 된 게 너무 아쉬운데. 저 친구는 가능성이 있다고.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저 친구가 좋아져 봤자 파예보단 못할 테니까.

└아, 하긴 그렇군. 파예가 중앙으로 갈 거라 생각했는데 왼쪽으로 가려나?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왠만하면 중앙에 상송과 로페즈를 쓸 테니.

ㅆㅂ 우리도 다시 챔스 우승하는 건가?

└못할 건 또 뭐야, 모나코도 올해 우승하려고 드는데! 우리도 해야지!

└mdr : ), 올해 들은 말 중 가장 웃긴 말인걸.

└파리 놈이 여긴 왜 왔어? 꺼져.

-*-*-*-

“···라는 게 이준혁 선수에 대한 현재 마르세유 팬 포럼의 평가입니다.”

허, 이 말은.

“아예 관심이 없다. 이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뭐, 잘 됐네.

‘지금은 관심받아 봤자 도움이 전혀 안 되지.’

저 사람들의 입장을 우리나라 입장으로 바꿔서 생각해 보면, 갑자기 태국이나 베트남 선수를 K리그에서 영입한 느낌 정도일 꺼다.

즉, 현재의 나에게 관심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일 거란 소리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 매일 이렇게 먹고 출근하는 건가요?”

프랑스식 아침식사였다.

“예, 그게 답니다.”

“···.아니, 솔직히 이건 너무 메뉴가 빈약한 거 아닌가요?”

바게트 빵을 칼로 자르고 그 위에 잼이나 치즈 발라서 먹고, 과일과 요플레 더 챙겨먹는 게 아침 식사 끝이라니.

“원래 프랑스 아침식사가 그렇습니다. 그나마 이준혁 선수가 운동선수니까 과일까지 추가하는 거죠. 크루아상에 커피 한잔으로 끝내는 경우도 많아요.”

“······”

옛날 어떤 책에서 프랑스 남자들이 주말 아침마다 아침식사 준비해서 가정적이라는 소리를 하는 책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게 아니었구나.

‘그냥 아침식사가 밖에서 빵 사오고 잼 몇개 꺼내면 끝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였어···’

아, 물론 굳이 따지자면 준비하는 게 하나 더 있긴 하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원액을 얘네는 아침 식사할 때마다 먹더라.

‘뭐 몇 번 먹다 보면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쪼맥만한 잔에 쓰디쓴 커피를 왜 매일 먹는 건지는 모르겠네.’

단짠단짠이 아니라 단쓴단쓴을 추구하기라도 하는 건가.

뭐, 그래도

“오늘 묵은 호텔은 어땠습니까?”

“음, 맛 괜찮네요, 빵도 갓 구운 빵이고. 바게트가 부드러웠어요.”

그런 불평을 대놓고 할 수는 없었다.

여긴 프랑스니까. 프랑스에 왔으면 프랑스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그럼 이준혁 선수, 앞으로 그 호텔에 장기 투숙하시겠습니까?”

“예, 그러죠. 훈련장하고 가깝기도 하고, 마음에 듭니다.”

“좋습니다. 그럼 저희 측에서 2주치를 미리 지불해 놓겠습니다. 나중에 알아서 공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는 웬 호텔이냐고 하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집을 보려면 최소 2주는 꼼꼼히 알아봐야 하는데 아직 나는 이적을 확정지은 지 고작 4일밖에 안 된 상황.

당연히. 아직은 집이 없었다. 에이전트님도 프랑스 남부 지역은 처음이라는데 뭐 덤터기 씌워질 일 있냐.

물론 이적 전에 갈 클럽이 대략 윤곽이 잡혀있었다면 여유를 두고 집을 살펴볼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정말로 어디로 가게 될 지를 몰랐으니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집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구단의 도움을 받아 구 항구 쪽 주변으로 알아보고 있긴 한데, 아직 괜찮은 매물이 없더군요. 어쩌면 한 달을 잡아먹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음··· 그래도 그건 너무 오래 걸리는데.

‘이렇게 부실하게 빵만 먹다가는 영 힘이 안 날 수도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하는 말을 난 엄청 신뢰하지는 않았는데, 솔직히 겪어보니 그게 맞는 말 같다. 아침식사로 매일 고등어를 뚝딱하던 내가 이 정도 아침식사에 만족할 리가.

‘문제는 요리를 하려면 집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호텔에서 요리는 불가능하니 말이다.

“ 꼭 그 동네에서 구하려고 하시는데. 그냥 대충 딴 구역에다가 대충 집 구하면 안되나요? 그 곳은 보니깐 월세도 하나같이 비싸던데요.”

옵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한 천 유로(127만원) 선에서 왔다갔다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진짜 서울에서도 엄청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 가격이라고.

“그건 안 됩니다. 마르세유는 솔직히 치안이 좋다고는 말 못 하거든요. 특히 북부 지역은.”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요? 소매치기 많은 정도면 그래도 집에 거의 없을 테니 괜찮-”

“총 소리가 가끔 들리실 겁니다.”

“······”

와우. 할 말이 없어지네.

“게다가 여기는 소매치기에 대해서 한국 소매치기 수준을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차 안에 아이폰 있죠? 그럼 차 유리를 깨고 아이폰을 훔쳐가는 친구들이에요.”

“······”

죄송합니다그냥입다물고있겠습니다.

“유럽은 전체적으로 치안이 좋은 편이 아니지만, 마르세유는 그 중에서도 끝판왕입니다. 솔직히 비싸긴 해도 한국에서 느끼시던 수준의 치안을 원하신다면 구 항구 지역밖엔 답이 없으니, 천천히 기다려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에이전트님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그리고 깜빡할 뻔했네요. 이준혁 선수, 오늘부로 이준혁 선수 계좌랑 카드가 나왔습니다.”

“예? 오, 그럼 드디어 계좌가 만들어진 건가요?”

마르세유에 오자마자 은행에서 상담하게 하더니, 이제야 나온 거야?

“예, 다만 아직은 못 쓰실 겁니다.”

넹?

“카드 비밀번호가 따로 우편으로 날아올 겁니다. 그 때까진 못 쓰니까 앞으로도 한 일주일은 현금으로 결제하세요.”

“···아니 뭔 카드 비번을 요즘 세상에 누가 우편으로 보내요?”

이건 또 뭐야 진짜.

“원래 프랑스에서 계좌 만드는 건 예약잡고 상담하고 하면서 4주는 잡아먹습니다. 하루만에 만드는 한국이랑은 달라요.”

“······”

와, 진짜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구나. 프랑스 애들아, 일 좀 해라 시발. 어떻게 된 게 우리나라에선 1시간에 되는 게 4주나 걸리는 거냐.

‘이게 유럽이구나···’

정말이지. 불편하디 불편한 나라. 이게 유럽이구나.

하지만.

“아, 그리고 어제 마르세유 경기 보셨습니까?

“예, 강하더라고요, 리옹을 이기다니.”

사회의 그러한 부조리함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력한 팀들과, 재능이 넘쳐나는 팀.

여기가 유럽이다.

“···준혁 선수가 워낙 강력하게 요청해서 오긴 했지만, 여전히 저는 걱정입니다. 자신 있으십니까?”

하하.

“자신 있냐고요? 솔직히 확신이야 없죠.”

나는 이제, 이방인이다.

이 익숙하지 않은 음식.

이 익숙하지 않은 집.

이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우리나라로 치자면 K리그에서 송종국 이상, 잘하면 이영표 선수정도는 되는 선수를 밀어내는 베트남 외노자가 되어야 한단 말이다.

당연히, 확신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결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후회따윈 할 시간 없다.

후회할 시간조차 아끼고, 아껴서.

“그러니까 발버둥쳐야죠. 제 주특기대로.”

언제나 그랬듯이.

“···하하, 제가 괜한 소리를 했군요. 그럼 저는 당분간은 여기 마르세유에서 이준혁 선수의 집을 구해볼 테니, 필요하신 일 있으시면 당분간은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예, 감사합니다.”

-끼익.

“자, 다 왔습니다. 내리죠.”

“예.”

-덜컹.

“야, 날씨 참 좋-네요 어떻게 겨울인데도 이렇게 따뜻하냐.”

오늘의 날짜는 2월 1일. 겨울 중의 겨울로서, 대한민국에서는 패딩을 아주 두껍게 입고 있어야 했지만. 여기 마르세유는?

햇볓이 아주 쨍쨍했고, 솔직히 반팔 입고 다녀도 아주 살만했다.

“원래 마르세유는 그렇습니다. 괜히 제가 한국에서 최대한 얇게 옷 가져오라고 했던 게 아닙니다.”

“그러네요. 이 정도면 진짜 우리나라로 따지면 3월 말에서 4월 초 날씨 같은데.”

그래.

날씨가, 참 좋구나. 참 좋아.

발버둥치기 좋은 날씨다.

“자, 그럼 훈련장에 들어가죠. 이준혁 선수.”

“예.”

-Centre d'entraînement Robert-Louis-Dreyfus

자.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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