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5화 (135/167)

어디로 가야 하오 (2)

“벤피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벤피카. 포르투갈 리그 최다 우승팀이고 포르투와 함께 포르투갈 리그의 2강 중 하나인 포르투갈 리그의 지배자이자.

핵심 선수들을 비싼 이적료를 받고 빅 클럽으로 자주 이적시킴으로서 소위 ‘거상’ 이라는 별명이 붙은. 몇 개의 팀들 중 하나인.

솔직히, 나와는 관계가 전혀 멀어만 보이던 팀.

“어떻게 그 팀이 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이건 저도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원래 저희가 접촉한 팀인 보아비스타와 CD 톤델라 쪽에서 정보를 얻고 찔러보는 느낌입니다.”

아, 그렇군. 젠장.

“···그렇죠? 그냥 찔러보는 느낌이죠?”

“아뇨, 그건 또 아니긴 합니다. 그럴 거였다면 제가 연락하진 않았죠.”

뭐?

“지금 알아보니, 벤피카 쪽에서 원래 주전이라고 할 만한 선수인, 엘리제우(Eliseu) 선수에서 알렉스 그리말도(Álex Grimaldo) 선수로 슬슬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상황입니다.”

엘리제우? 엘리제우?

“잠깐, 그 선수 라리가 말라가에 있던 선수 맞나요?”

“어? 아시는군요?”

어··· 예, 게임에서 나와서요.

하여튼 말라가 정도면, 지금은 투자가 줄어들면서 딱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팀이지만. 그래도 옛날 그 선수가 뛰던 시절엔, 라리가에서 챔스도 나갈 정도로 잘 나가던 클럽.

당연히. 그 선수의 연봉은 높을 터였고.

“뭐,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그래서 고주급에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벤피카 쪽에서 슬슬 다른 팀에 헐값으로라도 처분하려고 다른 팀에 접촉하다가 이준혁 선수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고 연봉에 나이가 많은 선수를 용납하지 않는 장사꾼다운 클럽이 장사꾼스럽게 굴었기에 가능했다- 는게, 에이전트님의 말씀 같았다.

‘···하하, 역시 벤피카라고 해야하나. 거상답네.’

단 한 푼이라도 더 잘 벌기 위해서 냉정한 게, 그 팀 답다.

“···그럼, 벤파카 쪽으로 가게 되는 건가요?”

솔직히, 벤피카. 벤피카라.

갈 수만 있다면 정말로, 정말로 가 보고 싶다.

가기만 한다면···

‘챔피언스 리그도 나갈 수 있다는 거잖아.’

챔피언스 리그.

솔직히 말해서,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 무대에서 뛰길 원하는. 최고의 무대.

그 무대에서 뛸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보인다는 건, 엄청난 자극이었다.

하지만.

“그건 또 아직 확신하기가 힘듭니다. 제가 아직 ‘관심’ 정도라고 표현했죠? 이게, 저 팀 특성상 이준혁 선수가 1순위가 아닐 것 같긴 하거든요.”

이런 이적 작업을 수없이 봐온 에이전트가 말해주는 현실은, 명확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벤피카라면 조금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차라리 20대 초반의 선수를 원하지, 아시아의 27세 선수를 전력으로 원한다? 이건 절대 아닐 겁니다.”

“아마도, 제가 추측하기론 남미 쪽 유망주가 가격을 세게 부르니까 이준혁 선수를 경쟁에 뛰어들게 함으로서 몸값을 깎아보려고 접촉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입니다. 이준혁 선수는 Plan C 정도일 가능성이 크죠.”

나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보험 정도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팀 특성상 그게 사실일 가능성이··· 솔직히 엄청 높았다.

“···그렇군요, 그럼 그냥 찔러보는 건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죠. 지금부터 그걸 알아볼 생각입니다.”

응? 이렇게 바로 즉답이 나온다고?

“어떻게요?”

“언론에 뿌려보겠다는 떡밥을 던졌을 때 저들이 환영하는지 아닌지를 보면 됩니다.”

···그거 하나로 돼?

“만일 저 쪽이 꽤 진지하다면, 이준혁 선수를 언론에 노출시키는 걸 최대한 피하려고 할 겁니다. 그 쪽에서 20대 후반의 동양인 선수를 영입한다? 언론이 날뛸 게 분명하기에 최대한 피하고 싶어할 게 뻔하거든요.”

“반대로 만일 언론에 뿌려지는 걸 환영하는 눈치라면, 벤피카가 이준혁 선수에게 영입제안을 했다는 걸 굳이 알려야 하고, 써먹을 이유가 있다는 소리입니다.”

아. 그렇구만.

“그러니까, 저는 그럼···”

“예, 네이버 뉴스란 열심히 보고 계세요. 뉴스 1면에 나오거나, 아니면 벤피카로 좁혀지든가 둘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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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09일

“형, 진짜로 벤피카에서 오퍼 온 거예요?”

하, 이 놈 봐라.

“야, 임마.주민구. 너 포상전화로 그걸 물어볼 정도로 궁금했어?”

이 미친놈이 훈련소에서 어떻게 부모님한테 전화하는 게 아니라 그걸 물어보려고 나한테 전화하고 있냐.

“부모님한테 먼저 전화나 해.”

“그건 이미 했고 조교가 특별히 더 허락해준 거예요, 자기도 궁금하다고.”

“······”

하. 이 미친놈들.

“말 좀 해봐요, 인터넷 편지로 날라온 내용 보니까 기사도 떳다면서요.”

그래, 기사가 떴다.

<속보! FC 서울의 이준혁, 포르투갈 명문 구단 벤피카에서 노린다.>

<벤피카가 원하는 한국 선수, 이준혁, 그는 과연 누구인가? >

<벤피카가 이준혁을 원하는 5가지 이유.>

그리고, 그 소리는.

“그냥 저 쪽이 찔러만 본 거야 임마. 딱 관심 수준에서 끝났어.”

“아, 그래요? 좀 아쉽네요.”

“남 아쉬워할 시기에 너나 조심해, 군대 수고해라”

“예, 형님, 형님처럼 상무에서 열심히 해서 해외 가보겠습니다. 하하.”

-뚜, 뚜. 뚜.

“하아-젠장.”

그렇게 전화를 끓자, 다시 핸드폰에서 노래가 들려왔다.

-Ils sont les meilleurs↗(그들은 최고)

-Sie sind die besten↘(그들은 최고)

“···These are the champions.”

이젠 영어 가사는 외워지네.

-Die Meister, Die Besten.(장인들, 최고들)

-Les grandes équipes,(위대한 팀들)

“The Champions···”

참, 나도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던 거였을까.

챔피언스 리그··· 라.

수많은 한국 선수들 중 예선까지 포함해도 단 11명만이 밟아본 그 무대를 내가 밟는다··· 하하. 가능할 리가 없잖아.

“휴우-그래, 가능할 리가.”

너무 잘 풀리기만 하다보니, 잊었나 보다.

나는 언제나 모든 게 잘만 풀리기만 하던 선수는 아니었다는 걸.

오히려 꼬이고, 꼬이고, 꼬이는 선수에 가까웠지.

“에효-”

뭐, 그래도 잠시나마 행복했다. 벤피카···

그리고··· 영입해줬다면 더 고마웠겠지만, 그래도 고오맙다.

“내 연봉 올려줘서.”

지금까지 나에게 오퍼 온 클럽 중에서 가장 네임드 클럽이고.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적으로’ 관심이 있다고 표현해온 클럽인 만큼.

이 언플 한 방이, 팀들간의 협상에서 엄청나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현재 오퍼해오는 팀들의 연봉이 잘 쳐줘도 20만 유로 선이었는데, 확 뛰어올랐습니다. 팀들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3만 유로는 더 뛰어올랐습니다.

연봉이 깎일 각오를 했는데. 오히려 더 올랐다.

그리고, 아직 더 오를 수도 있다.

저 벤피카란 클럽의 ‘관심 표현’ 그 한 방에.

‘이래서 선수들이 언플하는 거구나. 하.’

왜 선수들이 언플 너무 한다고 비난받는데도 꿋꿋히 계속 언론플레이를 하는지 알겠다. 솔직히 나 정도밖에 안 되는 선수도 이 한 방에 연봉이 대략 4천만원이나 올랐는데, 더 잘난 선수들의 경우엔?

‘억대는 왔다갔다 하겠지. 이래서 펜이 칼보다 더 강하다고 하는 건가.’

거기에다.

-와 ㅆㅂ 미쳤넼ㅋㅋㅋ 벤피카 말이나 되냐?

-석형준 이후로 2호 포르투갈 리거 나오는 건가?

-ㄱㅈㅇ!

ㄴㄱㅈㅇ!

인지도 상승 효과는 덤이었고 말이다.

라이트하게 축구를 보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나를 인지하게 될 계기는 지금까지 딱 두 개였을 거다.

청년 FC와의 경기.

그리고, 국가대표팀 캐나다전 경기.

근데 솔직히, 청년 FC로 인해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크고.

캐나다전은··· 국가대표 경기이긴 하지만, 캐나다가 우리보다 강팀도 아니고, 엄청 약팀이었던 것과, 월드컵 예선도 아닌 평가전이라는 점이 겹쳐져서 관심도가 떨어졌다.

‘당장 국대경긴데 경기장에 관중이 2만 명도 안 들어올 정도였으니’

그래서, 국가대표팀에 들어와서 살짝 실망할 정도였다. 가득 찬 관중을 상상했는데. 한 3할은 넘게 비어 있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K리그 최종전 전주에서 느꼈던 그 웅장함을 국가대표에서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지.’

하여튼 중요한 건, 나는 인지도가 높은 선수가 아니라는 거다.

K리그에서도 아직 딱 1시즌 반짝.

아직 국가대표 경기는 중요하지도 않은 경기에서 1경기 출전,

그나마 TV에서 얼굴 제대로 찍힐 기회였던 청년 FC에서는 빌런 중의 빌런.

그래서 내 인지도래봤자 솔직히 별 거 없었는데.

벤피카에서 한 번 언플을 해주니까?

기사가 아직도 미친 듯이 쏟아졌고. 기자들이 날 잔뜩 찾으면서. 만일 해외 진출이 잡힐 경우, 인터뷰 기회도 몇 개 잡혔다.

‘참, 이래서 어떻게든 빅 클럽 관심 한 번이라도 받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거구나. 신기하다. 신기해.’

아아, 이게 인기있는 선수의 삶인가. 관심이 달달해서 미칠것 같다.

-The Champions···

“···아 진짜, 그만 울려라.”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진짜.

-뚝.

“휴- 저건 갖다 버리고, 지금까지 오퍼해온 곳이나 좀 보자.”

그동안 며칠 동안, 오퍼 자체는···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이 왔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나한테 매달 미출전시 추가 수당과 같은 방식으로 어느 정도 주전 보장을 해주겠다고 나온 곳은.

“이 셋이네.”

- Boavista FC

- FK Ufa

- Hannover 96

“포르투갈 중위권, 러시아 중하위권, 그리고 분데스 2부라···”

근데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 러시아는 갑자기 왜 끼어든 거지. 참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진짜. 쟤네가 내 경기 보기는 했으려나?

‘뭐, 그와는 별개로 이 중에서 따진다면, Ufa가 최고긴 하겠지···’

의외로 러시아 리그는 수준이 높다. UEFA 랭킹 부동의 6위 리그가 러시아니까.

‘다만, 하노버가 갑자기 떡상할수도 있어.’

하노버는 분데스 2부라 저 중에서 가장 달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원래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부리그에서 터줏대감이던 클럽이다.

그리고 현재 분데스 2부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기에. 승격 확률도 낮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 방 역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저 쪽은 승격 시 주급 천 유로 자동 인상이라고 하니···’

솔직히 내가 지금 보장 주급이 4천 유로 왔다갔다하는데, 저거 받으면 25% 봉급 상승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돈을 아예 생각 안할수도 없어서 은근 이것도 신경쓰였다.

“일단 셋 다 킵해두고.”

그리고- 조금 눈을 높여, 그런 조항에 대해서 확실하게 답변해주지는 않는.

하지만 네임벨류가 좀 더 높은 클럽이라면.

- Olympique Marseille

- Eintracht Frankfurt

“이 두 클럽이네.”

이 정도면, 꽤나 만족스러웠다. 프랑크푸르트는 대륙 대회를 노리기엔 조금 딸리긴 하지만, 그래도 분데스리가고.

마르세유는 뭐, 마르세유지 않나. 솔직히 네임벨류로 따지면 나한테 영입 제안 온 클럽 중에서 벤피카랑도 비교 가능한 유일한 클럽이다.

‘다만, 프랑크프루트는 보아하니 백업으로 영입하려는 느낌이라고 하셨고, 마르세유는 에이전트님이 들은 소문으로는 풀백 하나를 더 영입한다고 했지···’

그게 문제다. 내가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하아. 참 어렵다 어려워. 하나를 얻으려고 하면 하나를 버려야 하네.”

주전 보장과, 좋은 네임벨류.

그리고··· 가능하다면, 대륙 대회 진출.

이 셋을 다 얻는 건, 욕심이라는 걸까?

-까톡!

-이준혁 선수, 지금 통화 가능하신가요?

-어, 예.

그리고 그 문자를 보낸지, 단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부르르.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시지, 보통은 문자로 하실 텐데.’

-톡톡.

[Hi, 리? 준? 혀억? 맞나?]

“···?”

어, 영어네? 누구지?

[반갑네, 나는 야닉 페레라라고 하네, 스탕다르 리에주의 감독이지.]

“···어, 예.”

어, 리에주인가 뭔가 하는 팀 감독이 나한테 전화한 거구나. 거기가 어디야?

[긴 말하지 않겠네. 우리와 함께 챔피언스 리그를 노려볼 생각, 없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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