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0화 (130/167)

국가대표 (5)

<슈틸리케··· 충격의 무승부. 이대로라면 월드컵 진출도 위험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1대 1로 비기며 무승부를 거두었다.

한국은 전반 25분 만에 상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최악의 상황에 몰렸고, 후반 내내 밀리다가 김신욱의 도움을 받은 구지철이 동점골을 넣으며 간신히 후반 40분에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총 2승 2무 1패로,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 이은 3위를 유지하면서 본선 진출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고, 자칫하면 8연속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업적이 깨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이날 경기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가장 쟁점은, 캐나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가 우즈베키스탄전에 빠졌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슈틸리케 감독은 “캐나다전과 우즈베키스탄은 차원이 다른 팀이기에, 이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라고 답변하며 대표팀 내 불화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

BEST : 한국축구안본눈사요

-ㅆㅂ 그럼 입을 털질 말든짘ㅋㅋ 캐나다전 끝날때까지만 해도 오늘 경기력에 만족한다고 해놓고 쳐 빼니깐 그러는거아냐.

ㄴ그니깐 ㅋㅋ

ㄴ슈틸리케 경질 기원 1人

ㄴ2人

ㄴ인수놀이 재미없다 고마해라

ㄴ3人, 참을만큼 참았다 슈재앙 OUT.

ㄴ갓틸리케 음해함?

ㄴ언제적 갓틸리케야 ㅅㄲ야

BEST : 유성

-수비수 ㅆㅂ 무슨 모세의기적이냐? 참을만큼 참았고, 이젠 사퇴해라. 진짜로 더 이상은 못보겠다.

ㄴㄹㅇ동감 이기기라도 하든가. 돌켈리테 아웃.

ㄴ근데 대안은 있음?

ㄴㅆㅂ 대안이고 나발이고 전술 ㅄ에 팀내 불화까지 있잖아 딱 봐도.

ㄴ불화는 없다잖아.

ㄴ불화가 없으면 저딴 두루뭉술한 대답을 하겠냐 ㄳㄲ야

***

“난리 났군.”

“난리 날 만 하죠. 기껏 경기력이 좋아졌던 게 느껴졌는데 또 도돌이표를 돌았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신 감독은 살짝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나도 그건 예상 못 했지, 그 친구가 일대일 면담에서 들이받는다고 해서 바로 명단 제외시켜버릴 줄이야.”

솔직히 하급자가 상급자를 일대일 면담에서 들이받는 건, 아주 점잖은 의사 표현이다.

왜냐고? 일대일 대화는 그 내용이 퍼져나가더라도, 한 단계 걸러져서 나오고, 그 여파가 일파만파 퍼져나가지 않는다. 애초에 들은 사람이 제한적이라서 정보가 퍼져나가는 속도도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보통 선수가 진짜 제대로 대들 생각이라면 선수단 모두가 모여 있을 때 공개적으로 들이받거나, 언론에 공개적으로 대놓고 알리던가. 아니면 최근엔 SNS를 이용하든가 한다.

‘성룡이가 옛날에 SNS 했던 것처럼 말이지.’

그래야만 일이 커지고,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상급자와 하급자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하나하나 잘잘못을 따져보기 시작하는 문제가 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하급자에게 조금 더 유리한 결론이 나니까.

괜히 군대에서 군인들이 부조리를 신고할 때 중대장한테 직접 가는 것보다 군인권보호센터나 인터넷에 올려서 일파만파 퍼뜨리는 걸 더 신뢰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불만을 가진 상대와 일대일 면담에서 들이받았다. 이게 뭔 뜻일까?

-나는 당신에게 불만이 있지만 완전히 끝을 보자는 생각까진 아직 안 하니까. 좀 좋게좋게 풀 방법을 찾아봅시다.

이런 뜻에 오히려 가깝다.

‘그런데 저렇게 일대일 면담에서 한 번 대들었다고 명단 제외를 할 줄이야. 저러면 뭐 답이 없지.’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슈틸리케를 감싸줘야 할 축구협회도 슈틸리케를 지금 감싸지 않고 있었다. 성적도 안 좋은 상황에서 저 정도의 꼰대짓을 저지를 줄은 상상도 못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놓고 또 결과도 안 좋고 말이다.

‘하다못해 캐나다전 끝나고 이준혁 그 친구를 칭찬이라도 안 했다면 괜찮았겠지만···.’

<슈틸리케, 캐나다전은 완벽했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승리.>

<드디어 대표팀의 약점이 사라졌다며 이준혁에 만족감 표시한 슈틸리케 감독>

<’이준혁은 K리그에서 뛰어났던 선수, 앞으로도 계속 K리그 관찰할 것’이라며 국내파를 중용할 것임을 밝힌 슈틸리케.>

이런 기사를 마구 뽑아놓고

<슈틸리케, 우즈베키스탄전 이준혁 명단 제외.>

쫌팽이처럼 우즈벡전엔 아예 후보에 두는 것도 아니고 명단 제외시켰으니 누가 봐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언론플레이로 흥한 자, 언론플레이로 망한다는 거겠지.’

-후루룩.

그 생각과 함께 머그잔에 든 커피를 홀짝거린 신 감독은,

“어떻게 될까요, 코치님.”

옆에서 들려온 차두리 분석관의 말에 의해 상념에서 깨어났다.

“뭘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슈틸리케 그 인간은 끝났어.”

이 정도면 끝났다. 국민들이 경질을 원하고 있는데, 축구협회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해명같은 걸 전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이 소리는? 자른다는 소리밖엔 안 된다.

“아직 계약이 꽤 남아있는데, 지금 바로 자르는 게 가능할까요?”

“물론 바로 자르지는 못하겠지, 지금 경질하면 위약금도 있으니까.”

저 인간을 하루라도 빨리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야 대한민국의 모든 축구인이 공감하겠지만. 문제는 슈틸리케는 4년 계약이기에 아직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있기에 지금 일방적으로 경질하면 위약금을 물어줘야 했다.

“그러니까 아마 자진 사퇴나 상호 해지 정도를 노릴거야. 다음 예선전은 내년 3월에나 있으니, 아직은 여유도 있고 말이지.”

“그 인간이 받아들일까요?”

“아마 가능할 거야. 지금 저 감독이 백수가 되면 중국이나 중동 쪽에서는 얼씨구나 하고 데려오려고 하는 팀이 분명 있을 테니.”

슈틸리케는 아직도 부임 이후 겉으로 보기엔 승률 자체는 좋은 편이었으니,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자진 사퇴는 솔직히 저 인간이 연봉을 다 포기할 리는 없으니 어렵겠지만, 잔여연봉만 주는 상호 해지라면 서로 납득할 수 있을 테고.

“그럼··· 이제 코치님이 감독이시겠네요. 축하드립니다. 아시안 컵 때도 코치님이 다 수고하신 거였는데도 빛을 못 봤는데, 기회가 왔네요.”

“축하는 무슨, 흰 머리만 늘게 생겼는데.”

그러나 그런 말과는 별개로 신 감독은 웃고 있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잘못하다간 내년 여름까지 슈틸리케가 감독을 연임했다가 덜컥 자신에게 감독직이 오는 최악의 경우도 상상했는데. 그런 경우는 피했기 때문이었다.

“두리야, 그러니까 너도 이제대표팀 일은 한시름 놓고 빨리 독일에서 A 라이센스 따는 데만 집중해라.”

“하하, 예, 알겠습니다.”

“그럼, 커피도 다 마셨겠다. 이제 헤어지자.”

그 말과 함께 겉옷을 주섬주섬 챙기는 사이에, 차두리는 방금 생각났다는 듯이 신 코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잊을 뻔했네요. 준혁이 그 친구는 써먹으실 건가요?”

“당연히 써야지. 솔직히 너보다 잘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캐나다전에서 보여준 모습도 그렇고, 훈련장에서 보여주는 모습만 봐도 꽤 괜찮았잖아.”

“일대일 면담에서 들이받았는데도요?”

“그 정도 가지고? SNS로 뒷구멍 판 것도 아니고 그 정도야 애교 수준이지.”

그 말을 끝으로 신 코치는 겉옷을 마저 입고 카페 밖으로 나갔고, 차두리 코치는 살짝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두들겼다.

-Niko, leider will ihn unser Manager.

그리고 잠시 후, 답장이 날라왔다.

-verdammt!

‘···너무 반응이 격렬하네, 솔직히 아무리 큰 항명을 했다고 해도 어차피 그 팀에 가서 주전 먹는다면 당연히 뽑힐 텐데?’

분데스리가 팀에서 뛰는 선수를 내버려둘 정도로 대한민국이 호화 로스터는 아니니까 말이다.

“뭐, 하여튼 그 친구한테는 최선의 결과네.”

바뀐 국가대표 감독은 항명에 대해 솔직히 별 불만이 없어 보였고.

이렇게 되면 저 친구에게 남아있는 고민은 과연 K리그 1시즌의 활약으로 과연 유럽에서 원할 팀이 있느냐는 거였는데-

“최소한 한 팀 정도는 진지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니까.”

시즌을 한창 진행중인 감독이 이렇게 한 선수의 소식을 관심을 가지고 국가대표에 안 뽑힐 수도 있냐는 것까지 물어보는 것을 보면, 꽤나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뭐, 하지만 이적시장은 마경이니 모르는 일이지.’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까진 절대 안심해선 안 되는 것이 이적시장이요. 계약서에 도장 찍고 다른 팀으로 갔더니 또 2주만에 다른 팀으로 가기도 하는 게 이적시장이다.

이적시장에, 절대란 없다.

‘그 친구가 이번 겨울이 끝나고, 어떤 유니폼을 입게 될지 궁금하네.’

뭐, 이왕이면 저 팀의 얼룩말 유니폼을 입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

“하하, 국가대표에서 그런 일이 있었군요?”

“···예.”

에휴- 젠장. 첫 국가대표가 그렇게 끝나버릴 줄이야.

‘진짜 유럽 사람이라고 해서 뭔가 우리나라에 비해서 탈권위적이고 그딴 거 하나도 없네. 하.’

젠장. 조금 일을 더 크게 키웠어야 했나. 외부로부터 국가대표가 공격받길 원하질 않아서 그냥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했더니, 그런 졸렬한 모습을 보여줄 줄이야.

“···저는 아마 국가대표에 앞으로 슈틸리케가 있는 한 절대 못 나가겠죠?”

“그렇겠죠.”

빌어먹을.

“그런데 문제는 슈틸리케가 곧 잘릴 기세입니다.”

“···네? 진짜로요?”

“예. 기술위원회가 열릴 거라고 소문이 퍼졌거든요, 아마 슈틸리케 감독이 잘리고 신태영 코치님이 감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 저, 정말요?!?”

와우!

“예, 그러니 국가대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흐아아··· 그건 다행이네요.”

와. 진짜, 진짜로 다행이다.

“굉장히 안심하는 모습이십니다?”

“···그야, 국가대표잖아요.”

“저는 순간 그 기사 보고 국대 안 뽑히시려고 항명하신 줄 알았는데 말이죠.”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뭔 개소리야 이건 또.

“유럽으로 가면 치열하게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할 텐데, 국대로 뽑히면 경쟁에 지장이 가지 않습니까.”

“······”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저는 이준혁 선수가 유럽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 확고하니, 그냥 유럽 진출에 방해되는 요소는 다 치우고 나가려고 하나보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말 끝에 말꼬리를 늘리면서 내 표정을 쳐다보던 에이전트는 씩 웃었고.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당연하죠. 그냥 들이받은 겁니다. 하도 답답해서.”

그와 함께, 의외의 말을 했다.

“잘하셨습니다.”

“네?”

“잘하셨다고요.”

대들었는데 칭찬이라니?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에서는 자기 주장을 명확하게 하셔야 합니다. 문화도, 언어도 다르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참고 살다가는 속에 병밖에 안 나거든요. 할 말은 하셔야 해요. 그래야 자신의 몫을 챙길 수 있거든요.”

···유럽을 원한다면, 그런 태도를 가지는 게 오히려 좋다는 거냐.

‘젠장, 난 싸움 싫은데.’

자꾸 내가 은근 급발진할 때가 있다 보니 사람들이 날 싸움꾼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평화주의자란 말이다. 세상이 날 자꾸 억지로 싸우게 만들 뿐이지.

‘···뭐, 그렇지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알겠네.’

그래, 이제 유럽으로 가게 될 경우. 난 이방인이고. 외국인 선수니까.

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것이고, 의심을 떨쳐낸 이후에도 자국 선수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거쳐야만···

경쟁에서 승리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이준혁 선수, 정말로 유럽 이적을 원하시는 게 맞습니까?”

그런 상황을 버텨낼 정신력이 있느냐를 묻는 거겠지.

“지금 갈 경우, 절대로 주전 경쟁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벤치에만 앉아 있다가 2년을 날려버릴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지금 꼭 가고 싶으신 겁니까?”

솔직히, 그런 정신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완벽하게 자신하긴 힘들다. 그렇지만.

“···예. 가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가고 싶다.

저 유럽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얼마나 높은 곳인지를 알고 싶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적 작업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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