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7화 (117/167)

친정팀 (2)

축구에서 골 장면을 생각할 때, 보통 사람들은 수비수에게서 미드필더에게로, 미드필더에서 공격수에게로 패스해서 나가는 공격으로 이루어지면서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는.

다시 말해, 공이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상대방의 골대에 들어가는 골을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처음 축구를 본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고오오오올-! 아드리아누 선수의 득점입니다!]

[참 이것도 신기한 일이네요. 지금까지 세 골이 터졌는데. 인플레이 상황일 때 터진 골이 단 한 골밖에 없습니다!]

[예, 데드볼 풍년이네요!]

***

<2016 K리그 클래식 35Round>

[후반 27분]

FC 서울 2 : 2 상주 상무

[골]

FC 서울 : 아드리아노 (8, 72)

상주 상무 : 김준성(21), 유준수(61)

***

데드볼(Dead-ball)

보통 공을 다루고 진행하는 구기 종목에서는 공을 계속 움직이면서 플레이를 하게 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공을 멈춰두고 하는 플레이도 있다.

그런 플레이 상황에 빠진 볼을 데드볼이라 하고, 축구에서는 보통 페널티킥, 코너킥, 스로인, 프리킥 등등을 데드볼이라고 하는데 오늘따라 그런 상황에서 득점이 나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그렇죠. 전광판에는 제대로 나와있지 않지만, 오늘 서울의 첫 득점을 빼고는 전부 데드볼 상황에서 나온 득점뿐이었습니다.]

상주 상무의 득점은 페널티킥와 코너킥이었고.

서울의 두 번째 득점은 페널티킥이었으니.

그야말로 오늘따라 데드 볼 풍년이 일어나고 있었다.

[보통 축구에서 한 4골이 터지면, 보통은 3골이 필드골이고 한 골이 세트피스인데. 오늘은 그 반대네요.]

[그렇군요, 보통 낮게 쳐도 축구에서의 득점 7할은 필드에서 일어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 말에 잠깐 망설이던 해설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마, 둘 다 신중하게 경기를 진행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일단 상주 상무는 현재 6경기째 승리가 없습니다.]

그랬다. 상주 상무는. 지금 그야말로 끝을 모르고 추락중이었다. 최근 성적이 2무 4패로. 9월달은 물론이고 이번 10월달에 들어서도 승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이런,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들으니 훨씬 더 심각하네요. 왜 이렇게까지 무너졌던 걸까요?]

그리고 그 이유야 뻔했다.

[상주 상무의 최전성기를 이끌던 선수들이 전역한 휴유증이 아주 심각하다는 거죠.]

딱 승리를 따지 못한 시점이, 선수들의 전역 이후와 겹쳤으니 너무 뻔했다.

[그리고 지금 상주는 그렇게 전력이 약해졌는데, 상위 스플릿에 들어와 버리면서 이제 상대하는 팀들 중에서 약팀도 없습니다. 다 강팀이에요.]

물론 상위 스플릿에 들어오며 강등을 당할 걱정이 없다는 것은 좋았지만. 그 대가로 상대하는 팀들 중에서 강등권 싸움을 벌이는 약팀이 아니라.

전북, 서울과 같은 우승을 노리거나. 울산, 전남, 제주와 같이 아시안 챔피언스리그를 노리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투자를 하고 있는 팀들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상주 상무는 시즌 중반에, 과감하게 전술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그래서 상주 상무는 기존의 공격적인 축구가 아니라. 점유율을 극단적으로 포기하고, 패스도 롱 패스 위주로만 진행하면서, 득점은 세트피스로 짜내는 전형적인 수비적인 전술로 바꿨죠.]

그리고 그 결과는 꽤나 괜찮았다. K리그의 최강, 1강이라 할 수 있는 전북에게 승점을 1점이나마 따오는 데 성공했으니.

[그리고 지금 그 전술 그대로 서울한테 꺼내들었는데, 나름 잘 먹히고 있다고 봅니다. 서울은 전북과는 다르게 저렇게까지 내려앉은 단단한 수비진을 박살내줄 뚜렷한 방법이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캐스터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예? 데얀 선수와 아드리아노 선수가 있지 않나요?]

비록 올해 광주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18득점의 정조국에게 밀리긴 하지만, 그래도 서울의 투 톱. 아드리아노와 데얀 두 선수는 각각 K리그 2, 3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다.

그런데 상주의 수비진을 박살을 내주지 못할 것이라 단정짓다니. 좀 놀란 것이었다. 데얀이 공중볼이나 등딱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연계는 잘 하는 편인데.

[이건 서울의 전술적인 기조 때문인데요, 최용주 감독님의 쓰리백 축구의 원래 근본은 소위 ‘재미없는 축구’ 에 가깝습니다.]

그 순간, 중계를 듣고 있던 모든 서울팬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ㅋㅋㅋㅋ ㅆㅂ 해설자 서울잘알이네

-아니지 용주잘알임, 난 그 재작년 시즌때 서울 팬질 잠깐 좀 식었음

-야 ㅆㅂ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 하현성 트리오로 어떻게든 3위 한걸 대단하다고 해줘야지.

[조금 게임의 진행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후방에서 공이 나올 때 선수들이 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고 배치되어 있어야만 빌드업을 시작하고, 빠른 역습은 최대한 자제하죠.]

그리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상대팀도 이미 자리를 잡고 있고, 당연히 그대로 들이받으면 볼을 빼앗길 게 뻔하기에 몰을 돌리게 되고 게임의 진행 속도는 더더욱 느려진다.

이게 서울의 축구가 재미없었던 이유다.

[그래서 신진오 선수가 있을 때의 서울이 막강했던 겁니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킬패스를 찔러넣어 줄 수 있고, 꽤 괜찮은 킥력으로 수비가 달라붙지 않으면 중거리 슈팅을 때려줄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의 힘이었죠.]

그러나 그 선수는 현재 반대편에서 뛰고 있었고, 그 자리를 현재 주세종 선수가 메꾸고 있긴 했지만 조금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저는 서울이 윙어를 사용할 수 있는 포 백을 계속 사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최용주 감독의 고집이 나쁜 쪽으로 드러났던 걸까요?]

[아니면, 그걸 파훼할 방법도 준비되어 있다었다는 소리일까요? 있다면 얼른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 순간, 조금씩 변화가 보였다.

[어? 지금 서울이 측면 볼 운반의 빈도를 늘리고 있네요?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원래 쓰리백을 하는 순간,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측면의 빈 공간이다. 그것을 막기 위하여 수많은 감독들이 애를 쓰고 또 애를 썼지만, 완벽하게 대처하진 못했고 그건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이유에서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준혁, 데얀에게, 데얀은 주세종에게, 주세종-고요한에게 패스합니다!]

해설자는 그저 감탄했다.

[아! 이거, 너무 아름다운데요? 너무나 예쁘게 삼각형이 나오고, 좌우 전환이 자유롭습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중앙에서 측면으로.

그리고 후방에서 전방으로, 전방에서 후방으로.

공격 진형에서 너무나도 멋진 패스플레이가 나오고 있었다.

[이러면 됩니다! 이러면 되는 거예요! 이러면 결국 뚫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텐 백이란 것도. 공격 기회가 끊임없이 적 선수에게 오다 보면. 방심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그 방심하는 순간이 오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런 패스플레이었다.

[지금 상주 상무,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을 막아야 할지! 왼쪽을 막아야 할지! 전혀 하나도 모르고 있어요! 놀랍네요! 서울이 이런 패스플레이가 되는 팀이었나요? 모든 선수가 둘 이상의 페스 루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전술은 약점이 있긴 했다.

[아! 빼앗깁니다! 빼앗겼어요!]

[상주 상무, 바로 측면으로 길게 걷어냅니다!]

당연한 게, 윙백이 저렇게 올라온 이상, 측면이 약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아! 그러나 이준혁 선수! 바로 달라붙습니다! 공격을 최대한 지연시킵니다! 그 사이에 진형을 정비하는 서울입니다!]

[저 선수, 정말 빠르네요! 그리고 판단이 좋습니다. 빼앗기자마자 바로 뒤돌아 달렸어요!]

지금 서울은, 왼쪽 측면에 그런 뒷공간을 현재 그 누구보다도 잘 커버가 가능해보이는 선수를 영입한 상태였다.

[아, 차라리 왼쪽으로 패스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니요, 저게 맞았어요! 상주 상무 입장에서 왼쪽이라면 고요한 선수인데. 고요한 선수는 좀 더 뒤에 위치해서 전개를 하고 있었거든요! 상주 상무는 잘못한 게 없어요! 옳은 선택을 했지만 틀렸던 것 뿐입니다!]

그 결과,

[오스마르의 태클! 상주 상무, 결국 볼을 빼앗깁니다!]

상주 상무는 결국 역습을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했다.

그리고, 역습을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한 팀에겐.

[이제 서울의 역습 차례입니다!]

카운터로 역습이 찾아오는 게 축구의 진리다.

[이제 서울의 역습 차례죠! 오스마르! 고요한! 주세종! 아드리아누-]

-삐이이익!

[페널티킥입니다! 아드리아누, 페널티킥 기회입니다!]

[오늘따라 정말 페널티킥이 풍년이군요! 과연?]

-뻥.

-삐이이익-!

[들어갔습니다! 들어갔어요! 서울이 기어이 역전을 만들어 냅니다! 아드리아노의 헤트트릭입니다!]

-서울의 아~드리~아노↘ 서울의 아~드리~아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베토벤 바이러스가 오늘 세 번째로 울려퍼집니다!]

[아, 이거 서울이 쓰리백까지 다시 차근차근 부활하는 건가요! 이렇게 되면, 서울이 1위로 올라갑니다!]

그 말에 조용히 보고 있던 서울팬들도, 갑자기 화력이 쏟아졌다.

-아 ㄹㅇ?

-ㅇㅇ, 아직 전북이랑 울산 0대 0이다.

-ㅆㅂ 1위 가즈아ㅏㅏㅏㅏ

-제발 우리도 우승 좀 하자. ㄹㅇ 몇 번씩이나 준우승한 거냐.

-3년 연속 준우승임

-아 ㅅㄲ야 그런거 세지 마.

누가 뭐라고 해도 서울은, 수원, 전북과 함께 프로야구 인기 구단에게도 밀리지 않는 관중수를 자랑하는 팀이었으니.

드디어 시즌 초반에나 잠깐 했던 리그 1위를 다시 되찾을 기세가 보이자, 다들 벌떼처럼 달라붙었던 거였다.

그러나 단 3분 후.

-아 ㅆㅃㅆㅃㅆㅃ

-아 ㅆㅃ 저 김민젠가 뭐시깽인가 하는 새끼 뭐야 도대체 쟤 수비수가 수비만 잘하면 됐지 왜 골까지 쳐넣고 ㅈㄹ이야

그들은 다시 낙담해야 했다.

전북. 그들은 이번에도 어떻게든 1위를 또 수성해냈다.

-아 ㅆㅃ 이제 지친다 지쳐. 저 새끼들 왤케잘하는거임

-아 몰라 ㅆㅂ 이젠 모르겠다 남은 경기 제주 원정에 전주 원정인데 ㅆㅂ

-아 ㅆㅂ 그러네 우리 마지막에 전주 원정이네 ㅋㅋㅋ 우리 졌다.

그랬다.

이대로 계속 서로 이길 경우 FC 서울은 이 리그 경기 마지막에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전북, 그들을 원정에서 승리해야만 했다.

-이번 시즌도 무관으로 끝날 것 같다

-아냐 ㅆㅂ 우승할수 있어 최소한 FA컵은.

-아 그렇네 파컵있넼ㅋㅋㅋ 그래도 무관은 안하겠구나.

그래서 그들은 경기를 이겼음에도 시원하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희망이, 점점 불안해져가는 것을 느꼈기에.

***

<2016 K리그 클래식 35Round>

[경기 종료]

FC 서울 3 : 2 상주 상무

[골]

FC 서울 : 아드리아노 (8, 72, 83)

상주 상무 : 김준성(21), 유준수(61)

***

경기가 끝나고 나면, 다들 바로 경기장을 나가진 않는다.

-진오야! 빨리 제대해서 돌아와!

하물며 적 팀에 홈 팀 팬들이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선수가 있으면 더더욱 말이다.

“하하, 진오 네가 있었으면 우리가 진작에 우승했을 텐데, 너무 아쉽다.”

“에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 가운데서 나는.

‘하아- 씨바 죽겠다···’

그냥 누워있었다.

진이 다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씨발, 진짜로 너무 어려웠다. 저렇게까지 위로 올라가서 공격에 가담하고 또 수비까지 해야하니 한번 빼앗기는 순간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미친듯이 또 전력질주 해야하고 도 그 다음에 역습할 때도 전력질주 해야되네.’

역시, 주연은 함부로 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인상적이었다. 준혁아, 서울이 널 영입한 이유를 제대로 보여줬구나.”

박 감독님이었다.

“끄응- 아닙니다. 감독님. 솔직히 아슬아슬했는데요?”

“하하, 5일 연습했다고 아슬아슬하게라도 막았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너도 잘 알 텐데?”

“······”

잠시 내가 뭐라고 해야할지 말을 고르는 사이에, 감독님은 한 마디를 더 덧붙이셨고.

“원래 서울은 저런 패스플레이를 하기에는 양 쪽 풀백들 중 한 명은 패스를 잘 못하거나, 아니면 느리거나 둘 중 하나여서 저런 전술은 쓰지 못했는데. 자네가 있으니 그런 약점이 대부분 상쇄되는구만.”

그 말까지 듣자. 나는 간신히 내가 할 말을 고를 수 있었다.

“모두 감독님 덕분입니다.”

그래, 내가 지금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 2년 전, 감독님이 저를 뽑아주신 이후로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주 상무라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었고. 그 기회를 주신 감독님 덕분이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자. 감독님은 말씀하셨다.

“아니야, 나는 한 게 없어.”

“사실 자네와 같은 기회를 받은 사람은 많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적진 않네. 매년 40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상무와 경찰청이란 기회를 받으니까.”

“그런데 그 40명 가운데서, 아니 상주 상무의 역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직 자네만이 이렇게까지 놀라운 변화를 이루어 냈네.”

“이게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나?”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감독님이 계속 이어서 말씀하셨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훤히 웃어주는 놈이란 걸세.”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수많은 기회가 찾아오지. 하지만 그 기회를 어디까지 굴리느냐는 자네의 노력에, 준비에 달려있는 거고. 지금 이렇게까지 성장한 것은 오로지 자네의 덕이네.”

그리고 이번엔,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 4경기, 아니 6경기 남았지?”

“···예, 그렇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경기는.

26일 FA컵 4강전 부천과의 홈경기.

30일 제주 원정

다음 달 2일 전남과의 홈 경기.

그리고- 다음 달 6일의 전북 원정과.

이번 시즌엔 변경되어, 1차전과 2차전으로 나뉘게 될 FA컵 결승만이 남았다.

어느덧, 이번 시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참 빠르구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네가 찻잔을 내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

-턱.

“꼭, 두개 다 들어올리거라. 유럽에 가면 들기 힘들수도 있으니.”

“···예!”

그리고 그 말과 함깨 등 뒤를 돌아 나가던 감독님에게.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보이지 않더라도,

온 마음을 다해서.

나에게, 기회를 주신.

언제나 감사해야 할 분에게.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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