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1)
2016년 10월 10일.
<전북 현태, 5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전북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FC서울에 1-1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전북 현대가 5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선제골은 전북이었다. 후반 14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1m96cm 공격수 김신욱(28)의 헤딩패스를 받은 로페즈(26·브라질)가 아크 오른쪽에서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사실상 이 골로 서울의 진출 가능성은 희미해졌지만, 그들도 전패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였는지 물러서지 않았다. 서울 미드필더 주세종(26)과 전북 미드필더 김보경(27)이 서로 충돌해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잠시 붕대를 감아야 할 만큼 치열한 싸움 끝에 서울 고광민(28)이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이미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북은 2차전 무승부를 통해 1, 2차전 합계 5-2를 기록하며 2011년 이후 5년 만에 대회 결승에 올랐고 2006년 이후 10년 만에 대회 통산 2번째 우승에 도전하게 되었다.
최강희 감독은 "2011년 대회 준우승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K리그와 전북의 위상을 올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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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아 씨, 다시 봐도 빡치네. 씨이발.
어우, 찾아왔더니 이건 또 뭔 꼬라지냐. 웬 욕이야?
-하아, 김민제인지 뭐시깽인지 씨발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음, 입이 험하시구나 이 선배님. 역시 K리그 최고 더티 플레이어 계보를 잇는 남자답네, 욕이 아주 일상다반사야. 나 같이 착하고 순수하게 매너플레이 하는 사람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말만 입에 담고 계시고 있군 그래. 역시 그냥 돌아갈-
‘아냐, 지금 아니면 언제 배우겠냐.’
-똑똑.
“저기, 요한 선배님, 계십니까?”
-···? 누구야.
“저 이준혁입니다.”
그러자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선배님이 아무 말도 안 하시자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니, 안 되는데. 그냥 밖에서 이야기해라.
시발.
‘저 선배님은 도대체 내가 뭐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건지 모르겠네. 왜 내가 말할 때마다 틱틱대시는 거냐.’
지난 광주전에서의 깜끔한 승리 이후. 나는 아직은 조금 어색하긴 해도 FC 서울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일단 감독님이 내가 들어와서 포백을 연습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윙어들은 나를 쌍수들고 환영했고.
주장인 오스마르랑 최대한 손짓 발짓 섞어가며 최대한 수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맞추다 보니, 외국인 선수들하고 급격하게 친해지면서 나름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늘어났었기 때문이었다.
‘뭐, 실은 유럽 가기 전에 영어 조금이라도 능숙해지기 위해서 한 일이었지만.’
하여튼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그렇게 나를 반기는 사람들이 생기자, 생각보다 쉽게 팀에 융화가 되면서 자연스레 어느 정도는 선배님들과도 그럭저럭 이야기를 할 수는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저 선배님은 아직도 저러네, 진짜.’
김치우 선배님이나 고광민 선배님이 그러는 건 이해라도 한다. 포지션 경쟁자니까 당연히 날 경계할 수밖에 없지.
그런데, 나랑 활동 반경이 전혀 겹칠 일 없는 우측 풀백이자 중앙 미드필더인 당신은 왜 틱틱대는 거냐고.
-볼 일 없음 가 줄래? 나 낮잠 자야 할 시간이거든.
···그래도 지금 말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으니. 지금 뽑아먹을 수 있는 건 다 뽑아먹어야지.
“선배님. 안 들키고 반칙 쓰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더티 플레이 대처법 1타 강사의 강의를 들었으니.
더티 플레이어 1타 강사님의 강의도 들어야 하는 법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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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현 더티 플레이어의 1타이자 GOAT이자 리빙 레전드는 조성환이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안타까운 인간이지.’
대한민국에 아직 UFC나 프로레슬링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 쪽으로 갔어야 할 인재가 쓸데없이 축구계에 잘못 들어와서 서로가 힘들어지지 않았는가.
솔직히, 지금이라도 축구연맹과 UFC 협회가 협약을 맺고 빨리 그 사람을 그 쪽으로 보내줬으면 하는 바이다. 본인의 재능을 왜 굳이 이런 축구같은 곳에서 쓴단 말인가. 이건 크나큰 국가적 손실임에 틀림없다.
‘뭐 사석에선 착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내가 그 인간이랑 대화할 때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그건 넘어가고.’
중요한 건, 그 사람은 나보다 7년 선배라 은퇴를 앞두고 있고, 슬슬 K리그 더티 플레이어 1인자의 자리가 바뀔 시기가 되고 있다는 거다.
그 중 가장 강력한 1인자 후보가 바로 울산의 김태환.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서울의 고요한 선배.
물론 듣기로는 국가대표에 저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더티플레이어가 있다고 하는데, 그건 내가 안 봐서 모르겠고. 내가 경험해본 사람으로는 이 선배가 솔직히 1등이다.
“그래서··· 나보고 더티 플레이를 할 때 유념해야 할 점 같은 노하우 좀 가르쳐 달라는 거냐?”
“예, 선배님.”
그러자, 선배님은 뚱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근데 왜 날 찾아와?”
···아니 FC서울 최고의 더티 플레이어가 그런 말씀을 하시면 좀 에러 아닙니까.
“너 나랑 안 친하잖아.”
“······”
“게다가 스피드도 있고.”
“······”
“그런데 왜 굳이 더티 플레이를 하냐. 이거 써서 좋을 거 하나도 없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이불을 덮으려던 선배님에게 나는 한 마디를 던졌고.
“다음 경기가 울산전이라서요.”
“···아.”
그 말에는 선배님이 반응했다.
그래, 우리 다음 경기가 울산이다.
다음 경기에서 고요한 선배님과 쌍두마차를 이루는 더티플레이어인 김태환, 그 친구를 만나게 될 거란 말이다.
“그리고 저희 전북이랑 할 때도 솔직히 좀 대처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그 선배님도 진짜 국대빨로 이미지 세탁 잘 돼서 그렇지. 솔직히 김태환보다 가끔은 더 심할 때도 있던데.
‘다만 선배님이라 뭐라고 못했을 뿐이지···’
게다가 그 선배님은 플러스로 국가대표 라이트백 후보 1순위다. 이형 형님 다음 정도로 손꼽힌단 말이다.
그러니 제대로 대들었다간 아직 K리그에서나 뛰는 선수 따위가 어찌하여 지엄하고 존귀하신 국가대표에게 욕을 처박는단 말이냐- 위아래도 없는 새끼- 하면서 청년 FC 때보다 훨씬 더 욕 처먹을 게 뻔한데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냐. 절대 못 하-?
‘아니, 남미나 이탈리아가 아니라서 그런 짓 한다고 살해협박 당하진 않으니 절대 못 하는 정도까진 아닌가.’
하여튼 간에 결론은 이거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더 쎈 호랑이가 필요한 것처럼 더티 플레이어 잡는 데는 더티 플레이어가 최고다.
물론 태준이에게 대처법을 어느정도 배우고, 온규에게 배우긴 했지만, 온규는 저기 둘에 비하면 훨씬 더티 플레이의 강도가 약한, 좀 약한 호랭이고.
“그래서 선배님한테 부탁드리려고 한 겁니다. 그 사람들 상대로는 저도 좀 써먹게요.”
더 쎈 호랑이가 내 눈앞에 있는데 부탁을 안 하러 오는 게 말이나 되나?
자고로 싸움에 동서고금의 진리를 하나만 꼽으라면 선빵필승 아니던가. 배워서 저 둘한텐 선빵 날려야지.
그런 내 말에. 선배님은 살짝 고개를 젓더니 귀찮다는 듯이 쫓아냈다.
“···하, 그래, 가르쳐 줄게. 가르쳐 준다. 오후 훈련 끝나고 잠깐 짬 날 때 따라와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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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끝, 일단 기본은 가르쳐줬다.”
으어어···
‘와, 이 선배님 진짜 장난이 아니네. 온규보다 배는 더 심해.’
아니 시발, 뭐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자연스럽게 점프하려고 하기 전에 발 밟고 점프하면서 팔꿈치를 휘두르냐. 온규는 그래도 발은 안 밟았다. 시발.
“자, 그럼 이제 됐지? 보여줄 거 다 보여줬으니깐 더 이상 나 부르지 마라.”
어어, 잠깐만.
“아 잠깐만요, 선배님, 조금만 더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
한 번만으로 자세히 다 익힐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온규랑 태준이한테 속성과외 받을 때도 꽤나 오래 걸렸다고, 조금만 더 자세히-
“싫은데.”
“······”
하, 단호박이시네. 젠장.
에휴,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깔끔하게 오늘자 배운 거랑 군대에서 배운 걸로 가지고 어떻게든-
“무료 봉사인데 이 이상으로 친절하게 가르쳐주길 바라진 마라.”
어어?
“···공짜로 끝낼 생각은 없었는데요? 제가 한우 사드리겠습니다. 제가 내는 걸로.”
“······”
그래, 나름 노하우 배우는 건데 공짜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고.
“···니가 내는 거 맞지?”
“예예.”
저번에 리그 승리수당이 바로 입금된 덕분에 말이죠.
“그럼 따라나와라. 내가 잘 아는 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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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쩝
“···저기 선배님, 좀 천천히 드세요.”
“내 맘이다. “
-삑.
“부르셨습니까?”
“여기 한우 3인분 추가요.”
“······”
아 진짜 이 선배 더럽게 마음에 안 드네, 진짜 확 그냥 다 때려치-
“먹은 만큼은 가르쳐 주마. 내일은 일찍 나와.”
···음, 그래, 잘 가르쳐 주기만 하면 무슨 돈이 아까우리오.
“몇 시에요?”
“오전 8시에는 훈련장에 도착해 있어라. 아침은 대충만 먹고.”
“옙.”
그렇게 내가 추가된 고기를 다시 굽기 시작하자. 선배님은 묵묵히 고기를 씹기 시작하시고.
“······”
“······”
대화는, 한 마디도 안 하셨다.
‘···이러다간 진짜 고기만 먹다가 보내주게 생겼네.’
그게 너무 답답해서 나는 한 마디를 던졌다.
“선배님,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뭔데.”
“왜 절 싫어하시는 겁니까?”
“······”
오, 표정 변했네.
“왠진 모르겠지만, 선배님 저 싫어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제가 싫은 이유를 말씀해주시면 고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 말에, 선배님은 잠깐 고민하더니 한 마디를 뱉었다.
“그럼 나도 하나만 질문하자.”
“옙.”
“넌 이거 왜 배우냐?”
“그야 더티 플레이 하는 놈들 조지려고-”
그 순간, 선배님이 내 말을 끊었다.
“아니, 그 정도라면 니가 지금 익힌 정도로도 충분할 거 같던데. 팔꿈치 적당히 사용할 줄 알고, 꼬집기도 사용할 줄 알잖아.”
···어, 그렇긴 한데.
“솔직히 너는 스피드가 최고 수준이라서 니가 익힌 정도까지만 써도 K리그에서는 별 문제도 없잖아. 실제로 지금도 넌 K리그 베스트 11 유력 후보고 말이지.”
···그렇···죠?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 너 나한테 더티 플레이 배우려고 하는 이유가 따로 있잖아.”
“······”
들켰나?
“말하기 싫으면 내가 말해줄까? 너, 유럽 노리니까 그러는 거지?”
···들켰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뻔하지. 사람들이 왜 더티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하냐?”
더티 플레이를 하는 이유? 그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구만, 그럼 질문을 바꾸지, 처음으로 더티 플레이를 했을 때, 넌 왜 했냐?”
처음으로 했을 때 한 이유? 그거야 나보다 잘 하는 놈 만났을 때-
“아.”
“그래, 더티 플레이는 실력으론 못 막는 선수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다보니 나오는 거다.”
기본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첫’ 더티 플레이는 대부분 그렇다. 모두가 반칙을 안 하고 깔끔하게 상대를 틀어막아버리거나 제쳐버리는 자신을 상상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세상엔 아무리 자신이 잘 한다고 해도 그보다 더 잘 하는 놈들은 수두룩하고. 눈앞에 자신보다 잘 하는 선수들을 막기 힘들어하는 순간은 분명히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이 보통 사람들이 더티 플레이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첫’ 순간이다.
본인의 기량이 떨어지더라도.
저놈이 축구를 더 잘하더라도.
결국, 막아야 하고, 막고 싶으니까.
“그래서, 본인의 실력에 자신 있으면 보통 더티 플레이는 잘 안해. 근데 넌 그게 아니잖아. 그래서 확신했지. 니가 유럽을 노리고 있다는 걸.”
그 말과 함께.
“그래서 난 니가 좀 싫은 거다”
“······”
선배님은 자신의 진심을 고백해왔다.
“넌, 여기가 발판이잖아. 바이아웃도 그렇고, 여길 대놓고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잖아.”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내 입장에선 좋아할 수가 없더라고.”
“나는, 이 클럽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탁.
“또, 니가 부럽거든. 그렇게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니 재능이.”
“······”
“그럼, 잘 먹었다. 내일 일찍 나와라.”
그 말에, 나는 순간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질투심의 대상이 된다-
그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