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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오픈풋볼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번 주에 K리그에 떠들썩한 일이 있었죠. 전북의 심판매수 징계 혐의가 확정되었습니다.”
[상벌위 발표] '심판 매수' 전북, 승점 9점 삭감+벌금 1억원...이번 시즌 적용
“승점 ‘9점’ 삭감. 벌금 1억. 하, 예, 그렇습니다. 저희 위~대하신 상벌위가 참 상상하기 힘들 만한 벌칙을 부과했죠.”
평소의 오픈풋볼답지 않은 비꼬는 목소리가 가득한 목소리었지만, 그 누구도 제지할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그 정도로 그들도 어이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일단 대부분의 팬분들이 이 사건을 다루면서 유벤투스랑 비교를 많이 했었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 상벌위 쪽이 답변을 내놓았거든요? 한 번 읽어드리겠습니다.”
- 유벤투스 사례는 구단 단장이 자기 아들이 설립한 회사까지 개입시켜 조직적으로 심판 매수 공작을 광범위하게 진행하여 승부조작이 이루어진 사례입니다.
-반면 전북의 경우엔 조사 결과 심판에게 건네진 금액도 소규모고, 스카우트 개인의 행동으로 판명났습니다.
-따라서, 전북 구단 사례를 유벤투스 사례와 견주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그 전문을 읽고 나서,
“뭐, 말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냥 단순 소매치기범이랑 뒷골목 소매치기 조직의 대장이랑 죄질이 같다고 할 수는 없지 않으니까요.”
진행자는 거친 목소리로 말했고. 기자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받아쳤다.
“이렇게 하면 전북이 1위 자리는 빼앗기니까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을지도요?”
“아하! 그렇군요, 참 대~단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하.”
그랬다. 연맹의 결정은 전혀 대단한 결정이 아니었다. 승점 삭감을 감안하면 현재 리그의 순위표는 이랬으니까.
승점 삭감을 당하면서 상주 상무가 전북 현태를 제치고 1위를 달성하긴 했지만. 상주 상무는, 이제 주축 선수들이 엄청나게 많이 빠져버렸기에 급격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2016 K리그 클래식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아직도 전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최소한 승점 삭감을 할 거라면 이번 시즌 우승 경쟁을 못 하도록 막게. 한 20점 가까이는 삭감했어야죠. 아니면 이번 시즌 전북은 우승 자격 없다고 2005-06 유벤투스처럼 최하위 고정시켜버리던가요. 그게 맞았어요.”
“게다가 벌금도 보세요. 이건 뭔가요. 뭐냔 말입니다. 운영비로 300억 쓰는 팀한테 1억 벌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심지어 우승 횟수 차감도 없어요!”
그리고, 잠시 침묵에 빠진 팟캐스트 일동 가운데서,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를, 울분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건 그냥 시발, 일을 개좆같이 한 거야. 개 좆같은 일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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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K리그의 명복을 빕니다
-···전북 팬이지만 이건 아니다
-ㅆㅂ K리그 편입 거부는 승점 20점 감점시켜놓고 ㅋㅋㅋㅋ
-문제는 삭감했는데도 전북 우승 유력이네··· 시발.
-축★ 전북 현태 별명 매북으로 평생 확정
어우, 어지럽다.
“발표 난 지 꽤 됐는데도 아직도 난리 났네. 난리 났어.”
하긴 그럴만한 일이지.
그리고, 너무 예상대로라서 더 화나기도 했다.
‘하- 유베처럼 하기 힘들었으면 화끈하게 전 시즌 승점 깎아버리든가 하면 됐을 꺼 아냐. 새끼들아.’
이탈리아 칼치오플리 사건을 말할 때 대부분 2006-07 리그의 한 자릿수 승점 삭감만 기억하지만, 사실 2005-06 시즌의 승점삭감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2005-06 세리에 A 리그에서 승점을 삭감받은 팀들은 얼마나 많은 승점을 삭감당했을까?
정답은- 모두 승점 30점 삭감이다.
조직적으로 심판을 협박 및 매수했던 유벤투스는 최하위 확정으로 고정시켜버렸고.
그만큼은 아니어도 심판들에게 관여했던 사실이 밝혀진 밀란, 라치오, 피오렌티나. 이 세 팀 모두 30점 삭감되고 그것만으로 용서받은 게 아니라 다음 시즌인 2006-07 리그의 승점 삭감까지 적용받았다는 거다.
그런데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말이 많았다. 이 말은?
‘진짜 솜방망이 중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거지···’
물론 이런 결정을 내린 쪽에서도 할 말이야 있을 거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그. 세계 축구리그의 랭킹을 따졌을 때 프랑스 리그의 바로 밑으로 취급받는. 러시아 리그와 함께 6위 자리를 치열하게 다투는 리그.
그 리그의 레알 마드리드라고 할 수 있는 FC 포르투가 심판 매수했다가 승점 6점 감점에 벌금 15만 유로(약 2억 3천만원)라는 정말 가벼운 징계만 받고, 챔스 출전 불가 징계는 받았다가 철회를 받은 기록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전북과 가장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 구단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는 선례가 이미 유럽의 최상위권 리그에서 있었다는 거다. 게다가 작년 국내에서 터진 경남 징계도 있고.
그리고, 이런 일에 대해 재판을 내리는 공무원들은 선례라는 단어를 아주아주아주 좋아한다. 그러면 문제가 생겨도 이미 그런 일이 있었다는 핑계로 면피하는 게 가능하니까.
그래서 스포츠에 별 관심없는 인간들이 이 일을 맡으면 관성적으로 소급적용 할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에휴- 막상 이렇게 나오니, 진짜 허탈하다. 허탈해.
‘···그리고, 시발. 이렇게 되면 2016 K리그 우승은 전북일 수도 있다는 건데. 포르투처럼.’
이제 상주 상무는 약해질 게 뻔하고.
제주나 울산은 승점이 너무 차이나고.
무엇보다··· 작년 2위였던 수원은 이번 시즌 처참히 망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나마 유일한 대항마라면···
‘서울, 서울뿐이겠지.’
승점 4점 차. 득점 1점 차로. ‘그나마’ 유일하게 전북의 대항마라고 이름을 붙여줄 수 있는 그 수원의 영원한 라이벌 팀 말이다.
‘···하, 이게 무슨 일이람. 서울을 내가 응원하게 될 줄이야.’
진짜 굴욕이다. 굴욕, 수원 팬인데 서울을 응원해야 한다니. 이건 뭔가가 크게 잘못됐다.
‘진짜 비정상적인 일이 한 번 벌어지니까. 비상식적인 행동도 나오게 되네···’
그렇게 수원 팬으로서 서울을 응원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참 이상한 기분을 느끼다 보니.
-등 등등 등뜨릉등뜽~
‘···어, 왔네’
군대 내부에서, 당당하게 핸드폰을 붙잡고 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찾아왔다.
“당직사관님, 전화 왔습니다. 받아도 되겠습니까?”
“어, 그래, 받아라.”
-톡톡.
“예,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이준혁 선수. 지금 K리그 구단에서 제안해온 조건들을 정리해서 왔습니다. 면회소로 내려와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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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에이전트를 고용하기보단, 그냥 변호사를 찾아볼 생각도 있었다. 국내 구단과의 계약에선 국내 변호사로, 해외 구단과 거래할 땐 그 나라의 국제 변호사를 통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이미 승렬이라는 에이전트에게 이리저리 휘둘려진 사례를 하나 봐 버린 내 입장에선 그들을 순진하게 믿기란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런 의견을 피력하자 코치님은 순간 당황하셨지만, 내가 승렬이라는 사례를 들면서 이야기하자 고개를 끄덕이시긴 하셨다.
-하긴, 국내에 있을 거라면 그게 제일일 수도 있지, 어차피 자네가 매니지먼트 역할까지 필요하진 않을 터이니. 변호사를 그 때마다 선임하는 게 더 나을수도 있겠어.
그러나, 듣는 내 입장에선 한 마디가 걸렸다.
‘국내에 있을 거라면’ 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건, 해외로 갈 경우엔 에이전트가 필수라는 소리였다.
그래서- 코치님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유럽을 바라보고 있고, 마르세유 쪽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까지 다.
그러자 코치님은 당황하시는 듯 하다가 내가 받은 명함을 한참 만지작거리더니. 한 마디를 던지셨다.
-그렇다면, 선임하게, 무조건 선임해야 해.
그 나라의 언어도 잘 모르는 만큼, 에이전트 없이 협상하려 들었다간 오히려 더 끈적하고 골치 아프게 계약관계가 얽혀 버릴 수도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외구단과 계약할 경우 제 2의 대안을 알아두기 위해서라도 에이전트가 무조건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당장 자네가 마르세유만을 바라봤다가, 그들이 마음이 바뀌어 자네를 원하지 않으면? 그냥 모든 꿈이 무너지는 걸세.
그 말이 옳았기에, 저번 수원전을 마치고 나서 근 며칠간 에이전트 선임에만 집중했고.
간신히, 내가 원하는 조건을 만족하는 에이전트를 하나 소개받을 수가 있었다.
에이전트 계약 2년에 매니지먼트 계약도 2년이고, 둘다 자동연장조항 없어서 잘못 계약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단기계약으로 말이다.
‘물론 그런만큼 수수료 퍼센트 쪽에서는 살짝 양보를 해야 했지만···’
뭐, 그건 감수할 만했다. 원래 계약이란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게 사기 방지고, 이런 금액 가지고 싸우다간 축구에만 집중하기가 무지하게 힘들다.
‘당장 내가 여기에서 좋은 활약 펼칠 수 있었던 이유도 계약같은 거 신경쓸 필요 없이 축구만 하면 됐던 것도 크니까 말이지.’
그러니- 나는 솔직히 돈 몇백만원 아끼려다 사기 당하는 것보다는. 몇백만원 더 쓰고, 좀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의미로 이런 계약을 선택했다.
그렇게 에이전트를 선임한 결과는.
“일단 국내 K리그 클래식 구단에서 이준혁 선수를 영입하고 싶다며 진지하게 나선 구단은 총 세 곳입니다.”
상상 이상이었다.
“···잠깐만요, 그거 제 조건 그대로 말한 것 맞습니까?”
“예, 그걸 감안하고도 영입하려는 구단이 꽤 많았습니다.”
“···하.”
그걸 보면서, 나는 환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네요.”
내가 제대하는 날짜는 9월 중순으로. 대부분의 리그에서 정식 이적 기간이 아니다.
즉, 병역 의무를 수행한 선수에 대한 규정이 있는 K리그를 제외하고는 구단과 계약을 해도 그 구단에서 제대로 경기를 뛸 수가 없다는 거다.
때문에 마르세유 쪽도 겨울에나 날 찾을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문의를 해 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겨울까지 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주게, 그렇다면 우리가 자네를 영입할 걸세.
그래서 어떻게든 최소 다음 이적시장이 열리는 내년 1월까지. 그러니까 3개월 동안 실전 경기를 뛸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는데.
가장 걱정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던 만큼, 안심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물론- 이러면 기껏 내가 가지고 있었던, 유럽에서 이적을 고민할 시 이적료가 들지 않는 FA 선수라는 이점이 사라지기에. 한 조건을 내세웠다.
바로, 유럽 구단에 한정하여 바이아웃 조건을 걸어달라는 것. 그리고 그 바이아웃은 50만 유로(6억 2천만) 수준일 것을 요구했다.
박주오 선수가 3년 전, J리그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마인츠로 이적할 때 나왔던 이적료가 50만 유로였던 것에 착안하여 책정한 바이아웃이었다.
‘물론 이적료가 드는 만큼, 내 주급은 조금 깎일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애초에 돈을 바란다면 K리그에 남는 게 낫고.
‘이건 내가 마르세유에 내미는 테스트이기도 하니까.’
만일, 날 원한다고 하는데 날 영입하기 위해 50만 유로도 지불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날 그저 백업의 백업으로 본다는 뜻일 게 뻔했다.
그렇다면 굳이 유럽으로 갈 필요가 없다.
아무리 내가 유럽을, 그리고 국가대표를 원한다고는 해도 유럽 팀의 백업보단. K리그 팀의 핵심 주전이 선수로서의 성장 쪽에서도, 국가대표에 뽑힐 확률 쪽에서도 더 높다.
다만, 이 이적료는 K리그 팀들이 아주 만족스러워할만한 이적료는 아니긴 하다. 때문에 날 데려갈 팀이 그리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빗나갔네.’
나는, 어느새 꽤 괜찮은 선수가 되어 있었나 보다.
“그럼 어느 팀에서 제안이 왔나요?”
“일단, 당연하지만 전남 쪽에서 가장 먼저 적극적인 제안이 왔습니다.”
“아, 그럴 만 하네요.”
전남은 지금 좌측 풀백 주전이 헌영민 선배님이다. 대한민국 전설의 세대라고 할 수 있는 02 월드컵 멤버이신 만큼 클래스가 있지만, 나보다 10살이 많은 79년생이신 만큼, 슬슬 세대교체를 생각할 때다.
그렇기에 무난하게 주전을 물려받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동기 선배님과 태준이가 모두 전남에 있다는 것도 아주 좋은 요소다. 팀 적응에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으니까.
“두 번째로 접촉해온 구단은 수원이었습니다.”
“수원이요?”
잠깐, 그냥 수원 FC가 아니라 블루버드 맞지?
“그곳이 왜요? 거기는 훈철 선수가 있는데요.”
국가대표 3순위 풀백이 있는 팀이 왜?
“훈철 선수가 올해 상무 신청서를 넣을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준혁 선수를 원하는 듯 합니다.”
“······!”
그 말을 듣자, 내가 어디 팀으로 갈 지는 사실상 정해졌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던 팀에서.
내가 주전으로 뛸 수 있다.
이걸 거절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
‘···금액적인 부분에서 배 이상으로 차이나거나 하지 않으면, 이 쪽이다. 무조건.’
그렇게 마음먹고, 이걸 에이전트에게 말하려던 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락온 팀은, FC 서울이었습니다.”
“···네?”
내 귀를 의심했다.
서울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