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팀과 강팀 (2)
[수원의 코너킥입니다. 조나탄, 조나타아안-!]
와 씹, 온규야 막아라, 막아, 제발-!
-뻥!
[아, 아쉽게도, 이번엔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빗나가 버렸네요. 상주의 골킥입니다.]
휴우 ···와, 진짜 조질 뻔했네. 저 새끼는 진짜 악마다 악마.
‘아니 시발, 조나탄 씨. 우리랑 무슨 웬수지셨습니까? 작년 대구에 있을 때부터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서정운 감독이 싱글벙글 웃음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4경기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K리그 챌린지 득점왕이! 클래식에서도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래, 작년 K리그 챌린지 득점왕. 조나탄.
그가 대구에서 브라질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수원으로.
[챌린지 시절에도 상주 킬러로 유명했던 조나탄답게! 아주 펄펄 날고 있네요!]
작년에도 우리만 만나면 골 퍼붓던 놈이긴 했어도 솔직히 우리도 꽤 강해진 만큼 작년처럼 쉽게 털리진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달라지지가 않네, 하. 확실히 팀간 상성이라는 게 좀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저번 시즌 토트넘에선 좀 꼴아박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수라고 할 수 있는 손흥빈 선수의 별명 중 하나가 양봉업자다. 왤까?
그가 분데스리가에 있던 시절, 바이에른 뮌헨과 더불어 독일 최강의 팀이었던 도르트문트 상대로 6경기 5골을 퍼부었는데 그 팀의 별명이 꿀벌군단인지라. 꿀벌 잘 잡는다고 양봉업자라고 볼리게 된 거다.
그런데, 이게 그 선수가 함부르크에 있을 때도, 레버쿠젠에 있을 때도 똑같이 도르트문트에 강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지금 저놈도 마찬가지지.’
저 놈은 한술 더 떠서 우리랑 할 때 골을 못 넣은 걸 본 적이 없다. 진짜.
[아, 조나탄, 지금 기록을 찾아보니, 상주 상무 상대로 챌린지에서 4경기 7골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네요.]
[그 정도였나요? 와, 이거 엄청나네요.]
‘첫 경기 때 멀티골, 두번째랑 세번째 땐 한골씩, 그리고 마지막엔 헤트트릭이니까··· 오늘 경기까지 합하면 5경기 8골이네. 시발.’
아휴, 진짜 저 놈 미친놈이다. 미친놈. PTSD 올 거 같네.
이게 사람이냐. 사람이야? 군바리 잡는 기계지.
‘저 자식, 별명을 헌병대나 DP로 지어야 돼. 진짜.’
아니면 진정한 현역병사들의 주적인 깐부나 행보관이라고 하던가.
“야, 태준아. 빨리 중앙 파고들어.”
“오케이, 접수했다.”
휴우- 확실히 공격수에 많은 돈을 들이는 이유가 있긴 있다.
대구랑 경기할 때도 그랬지만, 한 명이 경기를 지배할 수가 있으니까.
[유독 저 선수가 상주 상무 상대로 강한 이유가 뭘까요? 대구에서도 그렇고, 지금 보여주는 모습도 그렇고 말이죠.]
[아, 그건 간단합니다. 이건 상주 상무의 전술 자체가 조금 문제가 있거든요. 지금도 보세요.]
-온규야! 라인 올려! 올리라고! 쫄지 말고!
-···오케이!
[상주 상무는, 챌린지에서나, 여기에서나 공격의 팀입니다. 라인을 올리고 초 공격적으로 나가는 팀이에요.]
그 말에 중계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챌린지에서도 최다득점이고, 여기 클래식에 와서도 최다득점인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소리는 뒷 공간이 텅텅 빈다는 소리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런 상황이라면 스피드가 빠르거나, 슈팅력이 좋은 선수들이 날뛰기 좋습니다.]
스피드가 빠르면 수비수 뒤의 빈 공간을 공략하기가 쉽고, 슈팅력이 좋으면 조금 더 빠른 타이밍에 슈팅을 할 수가 있어서. 라인을 올렸을 때 강력하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
[그런데 조나탄은 빠르고, 슈팅이 좋은 선수에요. 그러니 상주 상무가 아주 좋은 먹잇감인 거죠.]
[아, 마치 손흥빈 선수가 분데스리가에 있을 때 도르트문트에 강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렇습니다. 아주 정확한 비유에요.]
-우리에겐 승리뿐이다! 짝짝짝짝 짝짝짝 짝짝
-우리에겐 승리뿐이다! 짝짝짝짝 짝짝짝 짝짝
[아, 수원의 팬 분들이 아주 활기차네요. 여기가 어디 홈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저 5천명쯤 되는 팬들 중에서, 수원 팬들이 더 많아요.]
[그렇군요. 상주가 요즘 성적이 좋아서 팬 수가 꽤 늘어나고 수원은 많이 줄어든 편인데도 원정팬들이 더 많습니다.]
오오오오↗ 사랑한다아~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역시 수원이라고 해야할까요, 정말 대단합니다. 하하.]
오오오오~ 좋아한다~ 오직 너↗~만을~ 사랑해~
[예, 이 열정적인 팬들을 등에 업고 있는 수원, 이제 경기 종료까지 약 30분 남았습니다! 과연 지켜내고 상위 스플릿으로 가는 막차를 탑승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
그 순간.
[아! 골! 골 골! 박태준, 골입니다!]
[이준혁 선수가 날려준 크로스를 중앙에서 기회를 보던 박태준 선수가 잘 받아먹었군요! 환상의 호흡이었습니다!]
단 세 번의 터치로 경기는 다시 동점이 되었다.
당연히.
-······
원정 응원단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사랑한다↗ 상↗주↘ 사랑한다 상↗주↘ 내 가슴속에 - 영원히남을- 사랑이되어↗라~
홈 팀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해설자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중계를 이어갔다.
[아, 이런, 이거 좋지 않네요, 수원. 그 어떤 실점이던 간에 좋은 실점 같은 건 없습니다만. 지금 이런 실수는 너무 안 좋은 상황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그런 캐스터의 질문에 해설자는
“······”
“해설자님?”
조금 망설이면서.
[공격수의 기량에 의존하여 쉽게 득점하고 그걸 지켜내려고 했지만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저런 일격을 맞아 버렸으니까요. 그러니까···]
명백한 사실.
그러나 모두가 말하지는 못했던 사실을 말했다.
[수원은, 운 좋게 기회를 얻어도 놓쳐버리는. 약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
-짜악.
“나이스! 태준이, 중앙으로 잘 파고들었다.”
“와, 정확했다. 준혁아, 너랑 감독님이 말한 대로네.”
그래, 말한 대로다.
"저 놈들, 수비형 미드필더가 포백 보호가 전혀 안되는데? 볼 전개도 전혀 안 되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쓰게 웃었다.
“그래, 저 놈들 군대가는 선수들 대체 영입을 전혀 안 했거든.”
작년에는 그래도 김은선이나 조성진 선수가 포백 보호 역할이라도 해주면서 보기 힘든 수준의 수비는 아니었는데. 저 사람들을 모두 경찰청에 보내버리면서 망해버렸다.
“그러니까, 계속 공격적으로 중앙만 파고들어, 그럼 또 뚫릴 거다.”
“오케이, 그런데 수비 가담은 안 해도 괜찮냐?”
“으음-.”
잠시 생각해본 결과.
“엉, 괜찮아.”
괜찮다는 결론이 나왔다.
“저 놈들, 이제 보니깐 오늘은 제대로 된 공격 루트가 진짜 딱 하나뿐이다. 염기운 선수가 패스하고, 조나탄이 마무리하는 그거 하나밖에 없어.”
그리고 염기운 선수가 아무리 넓게 중앙을 쓴다고는 하지만, 우리 기준 왼쪽, 저기 기준으로는 오른쪽에 속하는 여기까지는 올 리가 없다.
‘물론 좌우 스위칭을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염기운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이 크로슨데, 그걸 버릴 리가 있나.
내가 그런 생각을 담아
“반대쪽은 수비가담 빡세게 해야하지만, 이곳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렇게 말하자. 태준이는 살짝 웃었다.
“야, 얘네 어떻게 강등권은 벗어났데?”
“야, 원래는 이것보단 좋아. 리우 올림픽 최종 평가전 준비기간이라 권창운 그 친구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답이 없어진 거지.”
그러니까.
“그냥 체력 아끼면서 짱 박혀 있어라, 오케이?”
“오케이.”
그렇게 태준이를 위로 보내고 나서야, 나는 주변에 귀를 귀울여봤는데.
-We are 상주~ 오오오~ We are 상주~ 오오오~
이번에는 우리 팀의 응원이 가득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휴, 좋아, 이제야 좀 우리 쪽 응원가로 가득차네.’
비록 내가 수원의 팬이긴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응원가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여긴 상주종합운동장. 상주 상무의 홈구장이란 말이다.
‘이제 무승부도 되었으니, 좀 조용해지겠지···?’
-짜자자작- 짜작
‘잠깐, 이 박수 소리는, 우리 쪽 박수가 아닌데? 그런데도 익숙하다?’
설마.
-힘을내라! 수원!
-짜자자작- 짜작- 힘을내라! 수원!
“······”
[아, 수원 팬분들의 응원이 죽지 않았군요!]
[그래요, 아직 1대 1이니까요, 힘을 내야죠, 수원!]
하, 이쯤 되면 할 말이 없다.
‘하긴, 지금 수요일인데 수원에서 여기 상주까지 내려오신 분들이니, 찐팬들이시겠지.’
이 원정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최소 반차를 냈다는 소리니까.
그리고, 정말 부럽다. 부러워.
저런 팬들이 있는 곳에서 뛰고 있는 수원 블루버드의 선수들이.
‘저런 응원을 보면, 정말이지 그냥 저기에 갈 수만 있다면 연봉이··· 한 일이천만 차이나는 정도까지는 솔직히 감수해서라도 뛰고 싶다.’
···물론 지금 우리를 응원해주시는 팬들한테도 감사하긴 하지만. 솔직히 궁금하고, 또 느껴보고 싶거든.
-우~리는 수원~ 우~리는 수원~
저런 원정에서조차 홈 팀을 압도할만한 소리가 나오는.
환상적인 팬들이 응원해주는 팀에서 뛰는 게 어떤 기분일지.
-우리~가 수원~
조금, 아니 많이 궁금하다.
‘그래도- 지금은 눈앞의 적에게 충실해야겠지.’
저 녀석이 수비 가담을 거의 안 한다고 하니. 나 혼자서 조건동 선배도 막아야 하고.
[수원, 오른쪽 조건동 선수가 동시에 돌파를 시도합니다-만!]
[아주 간단하게 막아 버립니다! 그리고 바로 이준혁 선수가 크로스를 올리는데-! 아, 양현모! 잡아냅니다! 바로 조원희에게 전달!]
조원희 선수도 막아야 하니까.
바쁘다 바빠.
-*-*-*-
-삐익! 삑! 삐이익-!
[아아, 박태준-! 경기 종료 직전! 멀티골을 터뜨려 버립니다! 첫 멀티골! 그리고 시즌 8호골! 8골 2도움으로, 공격포인트 두 자릿수를 달성하는데 성공합니다!]
-충! 성!
어느덧 병장이 되면서 충성할 때마다 각을 완벽하게 잡는 상주 상무의 선수들을 보고
[···이야, 이거 대단하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상주 상무.]
해설자는 연심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경례가요?]
[그렇죠, 경례가 완벽···이런, 걸렸군요.]
[하하하, 방심하시면 안 되죠. 예, 축구 이야기죠? 다시 말씀해주시죠.]
다시 흠흠- 거리며 이번엔 제대로 분위기를 잡은 해설이. 꽤나 단호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초반 2분에 실점당하고 후반전 올 때까지만 해도 어려웠던 경긴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승리를 가져갔거든요. 운이 좀 안 따라준 편인데도 차분히 수원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 캐스터는 눈치 빠르게 해설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깨달았다.
[방금 수원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약팀이라고 표현하셨죠, 그럼 그 말씀은-?]
[예, 상주 상무는 그 반대입니다. 저건 강팀의 모습입니다.]
운이 좋으면 무난하게 이기고. 운이 나쁘면 조금 고생하지만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이길 방법을 찾고, 기어이 해내는 팀.
상주 상무가 그런 강팀이라고 해설자는 말하고 있었다.
[ 이게 좀 놀랍습니다. 솔직히 상주 상무는 원래 초반엔 잘 나가다가도 주축 선수들이 병장이 되면서 다들 좀 대충대충 뛰면서 성적이 가라앉는데, 그런 기색이 전혀 안 보이네요.]
[특히 저기 저 이준혁 선수는, 저 박태준 선수가 골 넣는데만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무지막지한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번 경기를 뛴 지 3일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죠.]
[이러면, 8월에도 순위가 급락하진 않을 테고 상주 상무가 상위 스플릿을 넘어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서울과 전북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저 팀보다 강하다고 말할수 있는 팀이 안 보여요.]
[그렇다는 말씀은···?]
-삐! 삐! 삐이익-!
[···아마도, K리그 역대 최초로 군경팀이 최종 3위 안에 드는 모습을 저희는 볼 지도 모르겠습니다.]
***
<2016 K리그 클래식 21Round>
[경기 종료]
상주 상무 2 : 1 수원 블루버드
[골]
상주 상무 : 박태준 60, 89
수원 블루버드 : 조나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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