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4/167)

약팀과 강팀 (1)

2016년 7월 11일

“한준휘 장지헌의 원투펀치! 이번의 주제는, 어제부로 반환점을 돈 K리그에 대해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언제나처럼 주제를 알리는 안내문을 읽은 아나운서는, 먼저 첫 번째 주제를 꺼냈다.

“우선 어제부로, 쉬고 있던 황선흥 감독이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하던데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말을 듣고, 두 해설위원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뒷이야기를 풀었다.

“사실 장수 쑤닝이 원래 가장 원했던 건 FC 서울의 최용주 감독이지만, 계속되는 거절에 결국 황선흥 감독으로 선회를 했다고 하더군요.”

“들리는 바로는 무려 2년 4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대우를 약속했다고 하던데 그걸 거절하다니 최용주 감독 정말 대단합니다. 서울에 대한 사랑이 어마어마해요.”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서울 팬들은 대부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일부는 살짝 불평불만과 아쉬움의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시즌 중의 감독이 강탈당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재미없는 축구를 하는 감독이면서 우승컵은 고작 한 개밖에 못 들어올렸다는 점에서 불만이 쌓인 사람들이 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김에 한국의 펩 과르디올라라고 찬양받고 있는 황선흥으로 감독 교체를 원하는 소리도 적지만 분명 있었는데, 이렇게 중국으로 가 버리다니 아쉬울 수밖에.

그래도,

“드디어 서울팬들이 안심할 수 있겠군요.”

“예, 그렇죠?”

아직은 이번 시즌까지는 지켜보자는 여론이 더 우세한 편이었는데.

“지금 서울은 전북과 승점 3점 차이고, 득점도 고작 1개 차이라 4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니까요. 감독 교체라는 그런 변수를 달가워할 리는 없죠.”

어쨌든 축구는 성적으로 말하는 법이고, 팬들은 2012년 이후 4년만에 찾아온 리그 우승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해설위원들의 반응에, 아나운서가 한 마디를 던졌다.

“결국 축구는 이기면 장땡이라는 거죠?”

“그렇죠! 축구는 이기면 장땡이죠! 좀 재미있게 축구하라던 분들도, 막상 FC 서울이 강등권으로 가면? 재미있는 축구고 뭐고, 어떻게든 이겨만 달라고 빌 겁니다.”

그러자, 장지헌 해설이 피식 웃었다.

“에이, 설마 서울이 강등권까지 가겠어요?”

아무리 가정이라고 해도 그렇지 서울이 강등권을 간다니, 맨유가 강등권으로 떨어진다는 소리만큼이나 현실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준휘 해설은 웃음기를 쫙 뺀 소리로 말했다.

“글쎄요, 미래는 모르는 거지 않습니까. 전 이번 시즌 수원이 이렇게 성적이 낮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아, 하긴 그렇네요, 저도 수원이 이렇게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거라고는 상상하진 못했죠. 12라운드가 되어서야 강등권을 벗어났으니까요.”

그랬다. K리그의 명문 수원은 시즌의 절반이 지났음에도 8위, 강등권과는 승점 3점 차이라는 정말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추락하는 팀이 있으면 날아오른 팀도 있는 법.

“그리고, 상주 상무가 이렇게 잘할 줄도 예상을 못 했고요.”

그랬다.

2016 시즌의 절반이 지난 현재 상주 상무의 순위는, 무려 리그 2위였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래도 2위입니다. 2위. 정말 대단하죠.”

“예, 그리고 득실, 아니 득점이 압도적인 1등이라서 동 승점일 경우, 상주가 무조건 1위입니다. 저 막강한 공격력을 보세요.”

39득점. 득점 2위와는 무려 6득점이라는 놀라운 차이.

그야말로 압도적인 공격력이었다.

“전북에게서 사라졌던 닥공축구가, 상주 상무에게서 다시 부활한 느낌입니다. 경기당 2골이 넘는 화력을 퍼붓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공격 전술도 솔직히 비슷해요. 파괴력 있는 측면 선수들의 스위칭과 돌파를 통해 득점을 만든다는 게 아주 똑같습니다.”

물론, 차이점은 있었다.

먼저 전북은 4-2-3-1을 주력으로 사용했고, 상주는 4-3-3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고. 2선에 외국인 선수를 쓰던 전북에 비하면 상주 2선의 파괴력은 살짝 약하다는 점.

그러나, 결과는 똑같은 엄청난 다득점이었는데. 이 이유에는-

“양 사이드 풀백의 힘이 엄청나게 컸죠.”

“예, 저도 동의합니다. 솔직히 이번 시즌 이준혁-이형 이 두 명의 조합은 K리그 최고라고 단언하겠습니다.”

그 두 풀백의 힘이 컸다.

상주는 공격적이고 수비가 약한 팀이기에, 사실 정석대로 공략하자면 내려앉았다가 역습을 먹이는 것이 정석인데.

“공격이 안 풀리면 K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크로스를 가진 두 선수가 공을 페널티박스 안으로 넣어주거든요.”

상주는 덕분에 상대팀이 수비적인 전술을 꺼내들면? 그냥 페널티박스 안으로 계속 크로스를 날려주고 기다리면 됐다.

“이러면 수비만 하기도 애매해요. 결국 이러다 보면 골이 들어가거든요.”

“예, 이번 시즌 상주 상무가 무득점 경기가 단 1경기밖에 없는 게 그걸 증명하고 있죠.”

그래서 상주 상무를 상대하는 팀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공격적으로 나간다? 서로 때리다 보면 저 쪽이 더 잘 때린다.

그렇다고 수비적으로 버틴다? 쳐맞다가 게임이 끝난다.

그냥 적절히 공격하고 적절히 수비하는 아주 ‘잘’ 하는 팀이나 운이 제대로 터져야만 상주를 이길 수 있었다.

“게다가 그러면서 수비도 점점 더 시즌이 갈수록 안정되고 있으니, 정말로 돌풍의 팀입니다. 상주.”

“그렇죠, 이번 시즌 좋은 쪽으로 놀라운 팀은 바로 상주 상무라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원과 상주 상무, 이 두 팀이 올해 K리그의 핵심입니다.”

그런 칭찬이 거듭되는 말에, 아나운서가 진행을 위한 질문을 던졌는데.

“그렇다면, 혹시 상주 상무가 우승을 할 가능성은 있을까요?”

그 말에 두 해설위원 모두. 동일하게 말했다.

“으음··· 그건 힘들겠죠.”

“예, 저도 힘들거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금 돌풍의 핵이 되어 있는 선수들이 전부 9월 전역자들이거든요.”

상주 상무의 특징, 시즌 중 전역자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었다.

“상주 상무의 베스트 일레븐은, 설왕설래가 있지만 최소한 현 시점에서는 이렇게 보시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앙의 신진오, 김준성 선수, 센터백의 김온규, 이웅희 선수 이 넷을 제외하면 모조리 9월 전역자거든요? 구단 내 득점자 1, 2, 3위 다 빠지고, 어시스트 1, 2, 3위도 빠집니다. 절대로 성적이 좋을 수가 없어요.”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었는데.

“그래도 상위 스플릿은 무난해 보입니다.”

“그렇죠, 9월까지만 이 기세를 지키면 상위 스플릿은 무난해 보여요.”

그리고, 이 소리는.

“문경 면회소가 아주 바빠질 것 같습니다.”

9월 전역하는 상주 상무의 선수들을 내년 전력 강화를 노리는 팀들이 호시탐탐 노릴 것이라는 소리이자. 그걸 방지하기 위한 친정팀들의 눈물겨운 쇼가 시작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죠, 지금 군대에서 절정의 폼을 자랑하고 있는 선수들을 잡고 싶다면 아직 군인일 때 미리 내년 계약을 어느정도 제시해놓는게 더 싸게 먹힐 게 뻔하거든요.”

당연한 이치였다. 군입대중인 지금은 친정팀이 아닌 다른 구단이 달려들 경우 바로 걸릴 확률이 높기에 달려들기 힘든 상황인데, 경쟁자가 없으면 당연히 몸값은 낮아지기 마련이니.

그러자, 축구를 아직 잘 모르는 아나운서가 조금 의아한 목소리로 되물었고.

“어, 그런데 제가 알기로 상무 선수 중에서 이준혁 선수는 현재 소속팀이 없는 걸로 아는데, 그럼 이 선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나운서의 질문에 두 해설자는 웃음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되긴 뭐 어떻게 되겠어요.”

“몸값 신나게 올라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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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18일

-빠↗빠↘ 빠빠빠 빠↗빠빠빠↘ 빠삐라빠빠···

악 씨발!

“오, 일어났구만. 준혁이. 역시 이거 효과 죽이네?”

“······”

으으으··· 시발 저 노래는 병장이 됐는데도 진짜 듣기만 하면 짜증난다.

“···티비로 딴 노래 좀 틀어봐.”

귀, 귀를 정화시켜줄 노래가 필요해. 빨리, 빨리 티비켜서 딴 노래 틀어야-

-뜨른 뜨른~

아, 망할.

“···야, 태준아, 이거 좀 그만 틀면 안될까?”

“야, 그럼 뭐 틀게? 이게 가장 무난하잖아.”

아니 무난한 건 맞지, 맞긴 해.

-매일 울리는 벨벨벨- 이젠 나를 배려해줘

“근데 이 뮤비 티비로 들어온지 두 달이 넘었잖냐. 딴 것좀 틀자.”

“응 안돼, 원걸 컴백한 노래 들어오면 몰라도 그 이전까진 이거다. 부러우면 일찍 일어나그라.”

“···그래, 니 맘대로 해라.”

뭘 들어도 저 기상나팔보단 낫겠지. 저건 진짜 사회의 악이야, 흐아암-

“야, 야, 다시 눕지 말고. 일어나 임마. 군기가 빠져가지고.”

“···얌마, 나 이제 병장이거든? 뭔 군기타령하고 있어.”

이제 진짜 전역까지 2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단 말이다. 민간인 (진) 까지 얼마 안 남았다고.

“그리고 난 어제 포항 원정까지 갔다오고 또 모레 수원전 나가야 하잖아··· 좀만 더 자자. 10분만. 진짜 딱 10분만 있다가 나가자고. 응?”

“아 고건 나 같이 원정 안 간 사람은 모르겠고, 빨리 준비해, 안 그럼 나 혼자 나간다? 니가 어제 분명 그래달라고 했다?”

···어제의 나를 죽여야 하나, 칭찬해야 하나.

“에휴, 그래 간다 가.”

“오케이, 잘 생각했어.”

그렇게 주섬주섬 눈곱을 반쯤 떼가며 옷을 챙겨입는 사이, 태준이가 질문해왔다.

“야, 너 어제 원정 갔다 와서 포항한테도 제안 받았다메?”

“···그게 벌써 퍼졌냐? 그래.”

역시 이 바닥에 비밀이라는 게 참 없어. 다 선후배 관계고 하니까.

“얼마 제시받았어?”

“기간은 5년짜리에 첫 해에는 5천만인데 두번째 해에는 1억 7천, 나머지는 매년 갱신으로 제시하더라."

FA 보상금 줄이려고 참 애썼다. 애 썼어.

그 말을 듣고 태준이는 꽤나 놀란 눈치를 보였다.

“오, 1억 2천? 진짜 많이 올라왔네? 원래 제안받았을 때 1억 잘 못 넘겼잖아.”

“이제 슬슬 내 어시스트가 늘어나니까 금액이 올라가더라고.”

그래, 그놈의 공격포인트가 뭔지. 이게 좀 쌓이니까 상상 이상으로 K리그에서 꽤 많은 팀들이 제안을 해 오기 시작했다.

‘예산 쓰는 윗대가리들은 공격포인트만 보나?’

이렇게 FA 보상금 줄일 꼼수계약은 잘만 생각해내면서 말이지. 좀 축구에도 관심을 가져달란 말이다.

“오올, 그럼 우리 준혁이, 그럼 이대로라면 2억 가냐?”

“···에이,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말이 절로 나오려는 순간.

“······”

“어, 왜?”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 현실적으로는 잘 벌어지긴 힘든 일이다. 2억 연봉을 보장받는 순간 솔직히 K리그 상위권 연봉에 든다는 소린데, K리그에서 풀백이 그 정도 연봉을 받으려면 약간 프리미엄이 있어야 한다.

국대에 뽑혔거나. 그 팀에서 꽤 오래 있어서 인기있는 선수여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래,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까지 온 길도 엄청 현실적이진 않았고, 유럽에 가고자 한다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2억에 만족해서야 쓰겠어? 3억 노려봐야지.”

“오오? 너답지 않은 소리다?”

“야, 이렇게 개고생하는데 그럼 그 연봉 받아내야지. 짜샤.”

그리고, 그런 제안을 K리그 팀한테도 받아 봐야 유럽 쪽으로 가서도 나름 괜찮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 테고.

“내일 수원 잡고, 연봉 3억 가 보자고. 너도 노릴 만하잖아?”

“···너 수원 팬 아니었냐?”

“에이, 프로인데 공과 사는 구별되어야지. 꼬우면 나 영입하라고 해.”

···물론 그쪽은 훈철 선수가 있는만큼 날 그 쪽이 노릴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몰락한 명문처럼, 잡았을 때 연봉이 팍팍 올라가는 팀도 없으니까.’

리버풀 봐라. 저번 시즌에 8위 찍고 완전 몰락했지만 사우샘프턴이나 웨스트햄 상대로 잘 하는 것보다는 리버풀 상대로 잘 하는 선수가 훨씬 주목받잖아.

K리그도 똑같다. 비록 팬으로서 수원을 이겨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프로로서! 먹고 살아야지! 어차피 이번 시즌은 FA컵 빼곤 망했잖아! 좀 봐줘라 수원! 팬 서비스로! 어시도 좀 주고! 팍팍 골 먹어줘!

***

<2016 K리그 클래식 21Round>

[전반 종료]

상주 상무 0 : 1 수원 블루버드

[골]

상주 상무 : (없음)

수원 블루버드 : 조나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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