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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놔주고, 입술을 잘근거리며 그가 그녀의 다리를 조금씩 벌렸다.
뭘 하려는 건지 느껴졌다.
부끄러운 지점에 단단한 살덩이가 닿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장소는 상관없다고 하지 않았어?”
야외였다.
밤바람이 다소 찼지만, 둘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놀란 듯 엘레나가 다리에 힘을 주었지만, 뒤에는 나무가 가로막혀있어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같이 느끼는 거지?”
칼립소의 노골적인 말에 엘레나는 당황스러웠다.
“자, 잠깐만요.”
“원래 공격할 때는 틈을 주지 않는 거야.”
칼립소는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칼립소의 손이 허리 매듭으로 향했다.
어깨보다 이곳이 먼저 풀린다면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뻔히 그려졌다.
“잠깐만요.”
“안 멈춘다니까.”
탁탁.
몸을 쳐봐도 칼립소는 물러날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칼립소…….”
“이름을 부르니 좋네. 칼이라고 불러 봐.”
칼립소가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이 내 말을 그렇게 부를 때 질투를 느꼈다면 믿을 거야?”
그사이 엘레나의 정점을 자극하는 통에 헉하고 숨이 삼켜져 버렸다.
배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폭발했다.
“안으로, 들어가요.”
“정 원한다면.”
칼립소의 붉은 눈이 정염으로 끓어올랐다.
번쩍 들어 올리려는 칼립소의 몸짓을 엘레나가 쳐냈다.
“손.”
“분부대로.”
칼립소는 발톱을 숨긴 맹수처럼 엘레나의 손에 자신의 커다란 손을 올려놓았다.
정중한 태도와는 달리 마음속은 욕망이 넘실거렸다.
정원 길을 가로지르며 엘레나는 차올랐던 열기를 천천히 흩트렸다.
두 사람이 침실로 들어갈 때, 이번에는 시종이든 시녀든, 그 누구의 자취도 없었다. 비비안 역시 어디에 숨었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칼립소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침실 문을 열었다.
달칵.
문이 닫히자, 그 공간에는 두 사람만이 존재했다.
“엘레나.”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몸짓으로 칼립소가 다가섰다.
“내 말 기억하죠?”
“무슨 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칼립소가 되물었다.
“‘삭’에 하잔 말이요.”
“몰라. 기억 안 나.”
칼립소가 고개를 저으며 목덜미에 이를 박았다.
짐승 같은 본능이 이성을 압도했다.
또다시 거칠게 굴고 있음을 알았지만, 자제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엘레나는 치유력도 있잖아.’
백옥같이 말끔하게 변한 피부를 보며 칼립소는 자신을 합리화했다.
그러니 조금 짐승같이 굴어도 괜찮다고.
칼립소의 뜨거운 입술이 촘촘히 수놓듯 자신을 그녀에게 새겼다.
엘레나의 어깨 매듭이 풀리고, 칼립소의 몸에서도 튜닉이 사라졌다.
“약속, 했잖아요. 신뢰가 없는 사람이었나요?”
그 순간, 엘레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엘레나, 당신 잔인한 거 알아?”
칼립소는 엘레나의 손을 아래에 댔다.
“꼭 몸을 합치지 않고도 방법이 있어요.”
“무슨……, 방법을 말하는 거야?”
엘레나는 머리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어린 시절 황가에서 성교육을 받을 때를 생각했다.
그때는 무슨 이런 것을 이야기하나 싶었던 기억들이 장면별로 생각났다.
욕망을 달래는 방법엔 여러 가지 행위들이 있었다.
무심히 넘겼던 것들 중 오늘은 하나를 실행해볼 생각이었다.
“가만히 있어요.”
“어?”
칼립소가 당황해서 아래로 내려간 엘레나를 봤다.
“나한테 맡기라고요. 칼.”
그 소리에 칼립소의 몸이 전율했다.
엘레나의 손이 그의 허벅지 닿고, 색다른 밤이 시작됐다.
* * *
칼립소는 나른하게 풀린 눈으로 식탁에 앉았다.
늦은 저녁이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현명한 거지?”
“으음…….”
그걸 현명하다고 표현하다니.
엘레나는 조금 황당했다.
“그런 방법이 있는 줄은 몰랐소.”
칼립소는 열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저녁 식탁에는 곁들어 마시는 와인이 있었지만 온통 붉어진 얼굴은 와인 때문이 아니었다.
“성인이 되면, 가이아에서는 황녀나 황자들에게 교육을 해요. 그때 배웠을 뿐이에요.”
“가이아에는 역시 좋은 정책들이 많군. 받아들여야겠어.”
엘레나는 살짝 웃었다.
“좀 더 살펴보면 그것보다 좋은 문화가 많아요.”
“알고 있소. 애초에 그래서 탐을 낸 것이니. 앞으로도 많은 것을 알려주길 바라오.”
엘레나는 웃었다.
“이번 신전 건축이 그 물꼬를 틀 거요. 거기서 가이아의 건축이 인정받으면, 케이타인들에게도 새롭게 보일 테니.”
“맞아요.”
새삼 이번 일의 중요성을 느꼈다.
“전쟁을 멈추니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
“전쟁과 달리 느리지만, 그만큼 보람도 커요. 말했잖아요. 느리면 그만큼 나중에 변하지 않는다고요.”
“그대의 말이 맞아.”
며칠 정무 회의에 집중했더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국가의 정비는 전쟁과는 달랐다. 지루한 작업이라 평소에는 질색했으나, 엘레나의 말대로 집중해서 살피니,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엘레나는 칼립소와 이야기가 꽤 잘 통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날 밤.
칼립소를 보내고 엘레나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같이 있고 싶은 욕구는 엘레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임시방편으로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몸이 맞대어지지 않은 행위로는 한계가 있었다.
다음 ‘삭’에 한 번.
그리고 보름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의 밤을 보내면,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는 건가.
엘레나는 왠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같이 밤을 보내는 건 확실히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엘레나는 왠지 마음이 심란해져 밤새 잠자리를 뒤척였다.
그날 밤은 한참을 뒤척거린 후에야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다.
* * *
다음 날, 엘레나는 캐서린의 전언을 받고 그녀를 찾았다.
“황녀님.”
“몸은 괜찮아요?”
“네, 다행히 나아졌어요.”
캐서린의 말에 엘레나는 안심했다.
“대신녀님의 전언이 있었어요.”
“통로를 열어도 괜찮겠어요?”
캐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통을 생각하면 끔찍했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 준비할게요.”
캐서린이 손을 펼쳐 기를 모았다.
거울이 만들어질 동안 캐서린은 이를 악물며 고통을 견뎠다.
손바닥 위에 둥근 거울 모양의 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대신녀님.”
엘레나는 캐서린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며 빨리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대신녀도 마찬가지였다.
-엘레나 님, 용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보름밤이 지났는데, 혹시 합방은 하셨나요?
의례적인 인사치레는 생략하는 것이 옳았다.
사람의 몸을 이용하는 소통창구인 만큼 신속한 의사소통이 필요했다.
“네.”
-다행이군요.
대신녀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합방 전에 주피터 열매를 드시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을 보내니 능력이 조금 돌아온 것 같아요.”
-다행입니다. 앞으로 ‘삭’날과 다음 보름날에 밤을 같이 보내셔야 합니다. 그 이후에는 절대 합방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하게 되면요?”
-지금까지 한 것이 모두 허사가 되지요. 또다시 기를 뺏기게 되는 셈이니까요.
대신녀는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그리고 신전 건축을 맡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케이타에 서 온 상인들에게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케이타 제국으로 끌려간 가이아인에게는 황녀님이 희망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잘 버텨주십시오.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거울이 사라졌다.
엘레나가 돌아보니 캐서린이 이를 악물며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캐서린, 끝났어요.”
“네, 황녀님……. 혹시 신전 건축을 맡게 되셨어요?”
캐서린이 희미한 어조로 말했다.
‘대신녀와의 대화가 캐서린에게도 들리는구나.’
엘레나는 어쩐지 민망했다.
“그래요. 이번에 맡게 되었어요.”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
엘레나는 캐서린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다.
“이 일만도 힘들 텐데. 괜찮아요.”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돕고 싶어요.”
“알았어요. 그럴 일이 생기면 말할게요.”
“네.”
“그럼, 돌아가 볼 테니 어서 쉬어요.”
엘레나가 돌아간 후, 캐서린은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눕혔다.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것 외에 캐서린은 케이타 제국에서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다.
이곳으로 오기 전 가이아 제국에서 신전 생활은 다른 생각할 틈이 없이 바빴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제례를 준비하고, 신전 업무를 하다 보면 눕자마자 곯아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다 보니 하루하루가 무료했다, 그런 캐서린에게 유일하게 위로와 재미를 주는 건 르엘이었다.
케이타 제국으로 온 이후, 르엘은 거의 매일 카트리전에 들렀다.
잘생긴 사내가 매번 찾아오며 자신을 살피자, 캐서린의 마음도 흔들렸다.
신녀는 혼인은 물론 연애도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자꾸 두근거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엘레나에게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한 것은 진심이었다. 그렇게라도 산란한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저녁에도 르엘은 과일을 잔뜩 가지고 카트리전을 방문했다.
“캐서린 님, 오늘따라 얼굴이 좀 창백해 보입니다.”
세심하기도 하시지.
캐서린은 붉어진 낯을 숨기며,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아니에요. 별일 없어요.”
“캐서린 님.”
“네?”
진지한 목소리에 캐서린이 조금 당황했다.
“우리 이제 조금은 가까워진 사이가 될 수는 없을까요?”
“그게…… 무슨…….”
르엘의 푸른 눈이 슬프게 반짝였다.
“전 캐서린 님에게 마음을 터놓았는데 캐서린 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요.”
“저는…….”
캐서린은 또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저는 올 때마다 하루의 일을 이것저것 이야기하는데 캐서린 님은 저에게 숨기는 게 많은 것 같아서 퍽 섭섭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래도 저는 꽤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