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아내가 되었다 45화
말이 대지를 박차고 뛰어올라 바람 속을 항해했다. 우리는 숲속으로 굽이굽이 흘러갔다. 알싸하면서 상쾌한 가을 향기가 콧속을 간지럽혔다.
단풍이 울긋불긋 피어 속이 뚫렸다. 숲은 오랫동안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듯 끝을 모르고 울창했다. 지구에서 보지 못했던 신기한 잎을 한 나무들도 많았다.
이파리 그림자가 점점이 땅에 내려앉았다. 그림자를 눈으로 따라가면 다른 세상에 닿은 듯 미지의 밀림이 펼쳐졌다.
하지만 여행은 순탄치 않았다.
나는 크로노의 앞에 앉은 채 말의 목을 양손으로 힘껏 붙들었다. 대공에게 진상된 말은 수준 이상의 명마였고 몸집도 위풍당당하니 컸다. 초보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말이라는 뜻이었다.
숲길 바닥을 내려다보니 높이가 까마득했다. 번지점프 직전처럼 어지러웠다.
“크로노. 너무 빠르지 않아요?”
한 손으로 내 허리를 틈 없이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고삐를 쥔 크로노는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는 말 타는 것이 식은 죽 먹기였는지 힘든 기색이 없었다. 반면 나는 허리가 욱신거려 죽을 지경이었다. 엉덩이에 물집이 잡힐 것 같았다.
크로노와 함께 말에 올랐을 때만 해도 동화 속에서 나올 법 한 상황에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말타기를 너무 우습게 봤다. 크로노는 추락하지 않도록 나를 잘 안고 있었지만, 내가 긴장해 힘을 주는 바람에 벌써 체력이 바닥을 보였다.
뒤편에서 볼멘소리가 들렸다.
“그래, 조금 천천히 가라고. 아가씨 몸도 안 좋은데 그렇게 빨리 달리면 어떡해. 초보자는 달리는 말 위에 앉아 있는 것마저도 어려우니까 가볍게 산책하듯이 몰자. 이 녀석도 문제거든.”
로보가 골치 아픈 듯 미간을 짚었다. 사막을 횡단하나 물이 다 떨어져 버린 사람처럼 얼굴에 힘이 없었다.
로보는 산 초입부터 핼쑥한 낯으로 자신의 암말을 다독였다. 그 말은 잘 가는 척하다가도 뒷다리로 땅을 버티고 서선 움직이지 않거나 갑자기 질주함으로써 로보를 톡톡히 괴롭혔다.
“아, 실례했소. 너무 내 생각만 했군.”
크로노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말의 속도를 늦췄다.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들쑥날쑥하리만치 울렁거리던 속이 가라앉았다.
다른 이에게 짐이 되는 상황에 처하면 맘이 편하지가 않았다. 나 때문에 크로노가 맘껏 달릴 수 없는 듯해 눈치를 보게 되었다.
나는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어 크로노를 칭찬하기로 했다.
“크로노, 말 정말 잘 타네요. 오래 연습했던 거죠? 승마.”
크로노는 약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 말소리를 돌려주지 않았다. 그의 귀 끝이 작은 불꽃이 맺힌 듯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화려한 단풍이 아롱졌다.
내가 빤히 응시하자 붉은 기가 뺨으로 슬슬 번졌다. 그가 작은 성량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미안, 미안하오……. 오래간만에 타는 것이어서, 너무 들뜨고 말았소.”
그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을 타고 질주하던 이전의 모습일랑 찾아볼 수 없었다.
말의 속도가 줄어 로보도 우리를 따라잡았다. 로보와 내가 시선을 교환했다. 눈치 빠른 인어가 큰 소리로 들으란 듯 이야기했다.
“역시 승마는 육지 황자의 소양인가? 나도 해마 타는 데 일가견이 있지만 정말 잘 타네. 해마를 타고 경주해도 질 것 같아. 육지 황자는 말도 잘 타고 대견하네!”
로보가 꿍꿍이속 없는 칭찬을 건넸다. 동생들이 있어서인지 아이를 달래는 말투가 묻어났다. 내가 칭찬을 해도 크로노는 부정하고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 테니 로보라면 크로노의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을 듯했다.
“그나저나, 해마를 탄다니…… 아무리 곱씹어도 신기해요.”
제대로 상상이 되질 않았다. 언젠가 아틀란티스에 들르면 로보가 해마를 타는 걸 구경하고 싶을 정도였다.
뜻밖의 상대에게서 칭찬을 받았기 때문인지 크로노의 얼굴이 더욱 새빨개졌다. 로보와 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크로노는 상상 이상으로 칭찬에 면역이 없었다. 황성에서 칭찬 한 마디 듣지 못했던 걸까? 승마를 잘 한다는 칭찬은 아주 사소한 칭찬이었는데도, 그는 보는 내가 멋쩍어질 만큼 쑥스러워했다.
우리는 숲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갔다. 크로노가 지도를 보고 길을 외워두어 헤매는 법이 없었다.
단풍이 아름답게 어른거렸다. 하늘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푸른 호수도 대지 중앙에 자리했다.
새하얀 나무들이 불난 듯 화려한 산 중앙에 우뚝 솟았다. 붉은 낙엽이 사부작사부작 밟혔다. 낙엽은 생기를 잃고 떨어졌음에도 자연의 숨결을 간직했다.
휴양림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자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복잡한 감정일랑 모두 잊고 탄성을 내질렀다.
등 뒤로 맞닿은 몸을 통해 크로노가 긴장을 푸는 것이 느껴졌다. 로보는 호수가 자신을 부른다며 당장이라도 그 물을 휘저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서둘러 행장을 풀었다. 행장이랄 것도 없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매번 안겨 있는 것도 일이었다. 로보와 크로노에게는 내가 행장인 셈이었는데, 번거로운 짐을 두 사람은 버리는 법이 없었다.
말들은 산책하도록 그냥 두었다. 잘 훈련받은 상태라 몇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돌아올 것이라 했다.
우리는 호숫가에 자리한 작은 평상으로 향했다. 내가 걷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서 로보가 부축해주었다. 발끝에 걸리는 돌멩이까지 나를 들뜨게 했다. 흙내가 병든 다리를 타고 올라와 상처를 말끔히 치유해줄 것만 같았다.
“육지 황자는 좋겠네. 사시사철 전시 체제라 그런가, 아틀란티스에는 이런 평화로운 풍경이 좀처럼 없어. 사람을 압도할 법한 위압적인 건물뿐이지.”
로보가 크로노에게 부러 계속 말을 걸었다. 과연 해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사람이라서인지 사교성이 좋았다. 그는 자신에게 목줄을 채워 노예 취급하던 아저씨에게까지 쾌활하게 굴던 사람이었다. 물론 끝에는 그를 창으로 꿰뚫으려 했지만…….
“육지 황자, 동물 좋아해? 하긴, 좋아하니까 잘 다루겠지. 그것도 재능이라고! 이러다 물고기랑도 대화하는 거 아니야? 대서특필 되겠어. ‘육지 황자, 물고기와 대화하다!’ 하고.”
“동물은 나쁜 말을 하지 않으니 좋아하는 편이오.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지도 않고, 학식을 뽐내거나 스스로를 드러내려 요란을 떨지도 않지. 그보다는 그만 좀 놀리시오……. 나는 올해 성인이 되었단 말이오. 어린아이 취급은 달갑지 않소.”
“놀리다니? 그런 적 없어. 이야, 이거 우리 집 애들도 배워야 하는데! 걔네는 매번 떼를 쓸 줄만 안단 말이지. 셋째가 유물 발굴한다고 독립하긴 했는데 아직까진 영……. 그러니 육지 황자님은 아주 훌륭한 인간이야.”
“그만, 그만 좀…….”
“아틀란티스로 납치해서 골칫덩이 우리 집 인어들이랑 바꿔 버리고 싶네. 아무래도 자꾸 주눅 들어 있는 게 신경 쓰이기도 하고. 어때, 내 동생이 되는 건?”
“으으…… 가만두지 않겠소. 당신의 가장 비참한 운명을 예언하겠소…….”
크로노가 앓는 소리를 냈다.
만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둘이 뭐 하는 걸까? 입술을 꽉 깨물어 웃음을 참았다.
로보는 크로노 놀리기에 재미가 들렸는지 꿀 바른 말뿐이었다. 크로노의 표정이 울상으로 먹먹해졌다. 그래도 자꾸 말을 붙이는 로보가 싫진 않았는지 말룸을 대할 때와 비교해 온도 차이가 확연했다.
살짝 로보의 옆구리를 찌르자 그가 능청스럽게 딴청을 피웠다. 싸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로보가 크로노를 놀리는 재미가 있는 상대라고 여기는 것 같아 걱정스러워해야 하는 건지.
“그런데 크로노,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 타게 되었어요?”
놀리는 것도, 조롱하는 것도 아니라는 판단이 섰는지 크로노가 나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는 대답을 고르듯 신중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내가 평상에 걸터앉자 조심스럽게 답을 주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소……. 이전부터.”
“이전부터요? 그래서 크로노의 키가 그렇게 큰 건가요? 190은 넘어 보여요. 말룸과 로보도 무척 큰 편인데…….”
나도 이전 세계에서는 165쯤 되었었나, 하여튼 평균 축에 속했단 말이다. 단번에 짜리몽당 비실비실해지니 미운 감정이 삐죽 솟는 것은 별 수 없었다. 내 몸이 요새 부쩍 그리웠다. 되찾을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크로노가 키에 대한 것은 잘 모르겠다며 어색한 낯을 했다. 나도 진지하게 답을 들을 마음은 없었다. 그가 평상 위에 떨어져 갈변된 낙엽을 뜻 없이 응시했다.
“나는 거의 십 년 정도 유폐되어 있었고, 외출하기 위해서는 몰래 궁을 빠져나가는 수밖에 없었소. 낡은 마구간에서 작고 늙은 말 한 마리를 훔쳐서 말이오……. 제국의 황태자로 계시는 포이보스 레시우스, 내 첫째 형님께서 사정을 봐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들녘에 나가 한계까지 숨을 몰아붙였었지.”
크로노가 그늘진 얼굴로 웃었다.
“그곳에 깨어 있는 건 나와, 바람결에 흔들리는 보리수와, 호흡하는 말…… 구름, 그림자 없는 태양뿐이었소.”
그는 시간에 눌려 생기가 사라진 고목 같았다.
“나는 그때만큼은 황자도, 예언자도, 미치광이도 아닌 크로노모르테 레시우스로서 대지와 함께 있을 수 있었소……. 그래서 나는 승마를 사랑하오. 말은 인간을 배신하지 않지. 동물은 인간이 터전과 자유를 빼앗아 가축 삼는 것이 면구스러울 만큼의 순수를 타고났소.”
크로노가 황급히 피력하듯 덧붙였다.
“물론 오필리아 님을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있소. 승마도 포기할 수 있을 정도이지.”
로보는 크로노가 내게 구애 비슷한 것을 일삼는 존재라는 걸 상기했는지 심기 불편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크로노에게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로보는 크로노의 말을 듣고 그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이 있어 보였다.
로보가 잔잔한 호수를 떠밀려가는 모래알처럼 쓸쓸히 응시했다.
“뭐, 사는 게 어디 쉽겠어. 아가씨에게 호감 표시하는 건 맘에 안 들지만, 어쨌든 힘내, 육지 황자. 살다 보면 해적질도 하게 되고 손에 잡힐 길 없는 꿈에 미련도 갖게 되고…… 그러는 거지.”
“그렇게 나와도 난 당신이 싫소. 오필리아 님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소……. 내 세계에 두 번째 신은 필요하지 않소. 당신은 절명할 거요.”
나는 기겁해선 크로노를 바라보았다. 긴장이 팽배한 둘 사이의 분위기에 나까지 질식할 것 같았다.
“내가, 절명한다고.”
로보는 곧장 크로노와 맞서지 않았다. 그의 산홋빛 눈동자가 덤덤히 가라앉아 크로노를 직시했다.
로보는 크로노더러 미치광이라 매도하지도, 나는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인어인데 어째서 절명하냐고, 혹은 호의를 무시하는 것이냐 폭언을 퍼붓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호수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크로노의 뒷머리를 감정을 담아 세게 눌렀다.
흘끗 바라본 크로노는 부서지는 신상을 마주한 것처럼 혼란스러워했다.
“왜 내 말을 부정하지 않소? 미치광이라 매도하시오.”
“거짓말했지? 절명한다는 거.”
“……거짓말했소.”
“그럼 됐어. 육지 애송이 거짓말에 놀아나는 취미 없거든.”
로보가 어깨를 으쓱했다. 호칭이 ‘육지 황자’에서 ‘육지 애송이’로 격하되긴 했지만 쌍창을 꺼내 드는 것보단 나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양이 합사를 진행하는 것과 비슷한 살얼음판이었다. 새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항상 즐겁고 벅찼지만 늘 심력이 쓰였다.
“난 전투를 즐기긴 하지만 안전제일주의야. 싸우다 죽는 것만큼 아까운 일이 없지. 그래서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해. 뭐, 내가 판단을 잘못 해서 절명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겠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여건상 못 하고 있긴 한데,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세계 방랑을 잘 하고 있으니 됐어. 그리고 이렇게 아가씨도 만났잖아.”
로보가 날 보고 예쁘게 웃었다.
“아가씨와 함께하는 매일이 즐겁고 새로워. 난 모험을 사랑하니까, 내게 모험을 가져다 준 아가씨도 사랑하게 된 거야.”
갑작스러운, 그리고 푸른 솔잎 향이 나는 멋들어진 고백이었다.
역시, 로보는 나를…….
나는 입술을 다문 채 숄만 만지작거렸다. 로보는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딴 곳으로 돌려 버렸다. 그는 활기차게 미소하고 있었다. 붉어진 귀 끝이 로보의 청명한 영혼을 온통 드러냈다.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요르나스에서 뭘 할지, 어떻게 살아갈지, 누구와 함께 할지 하는 거요. 몸에 대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고, 살해당한 거라면 원래 육신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잖아요. 모든 게 너무 갑작스러워요. 급류에 휩쓸린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괜찮아질 거야. 그렇지?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잖아. 만약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못 하게 되면,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것마저도 흐지부지되면 세 번째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럼 되잖아, 그렇지?”
크로노가 고요히 나를 주시했다.
“오필리아 님을 버겁게 만들어 곁을 얻고 싶은 자는 우리 중 아무도 없소……. 시간을 두고 생각하시오. 나는 오히려 그 편이 더 입맛에 맞군. 당신은 신중해서, 최후에 선택을 받으면 그 기다림 못지않은 진심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둘은 내 진심을 확인하려 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겁이 많은 나도 이 둘과 동등한 관계에서 대화다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크로노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흰 껍질을 두르고 숲을 지키는 자작나무처럼 풍경에 녹아들어 모나진 눈매를 가라앉혔다.
로보가 나와 크로노 사이를 비집고 앉았다. 그러더니 소풍 바구니에서 접시와 주전부리를 꺼내 평상 위에 늘어놓았다.
“아, 공기 좋다. 숨을 골랐으면 뭘 좀 먹자. 그래야 산책이지.”
로보가 디저트 따위를 내게 먹여주었다. 나는 미안함에 거절하지 않고 덥석덥석 받아먹었다.
어느덧 화제가 로보의 모험담으로 바뀌었다. 나는 붉은 빛을 띠는 바다나 해류의 흐름이 멈춘 이상한 해역 이야기를 들으며 감탄했다.
로보가 저절로 닫히며 사이를 지나는 배를 난파시킨다는 쌍둥이 절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던 크로노가 잘라 둔 샌드위치를 한 입 두 입 물기 시작했다.
로보와 내가 모른 척 잡담을 떨었다. 크로노는 샌드위치가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만찬이라도 되는 듯 맛있게, 그리고 오래도록 꼭꼭 씹어 잘 삼켰다.
크로노도, 로보도, 그리고 나도. 각자가 딛고 서 있는 세상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저 둘도 이 상념을 똑같이 품고선 작은 위안을 받았겠지.
동질감을 느낀다는 건 우물 하나 없는 사막에 떨어졌음에도 포기하지 않게끔 하는 원동력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했다.
우리는 돌아갈 때까지 하얀 나무들을 눈에 담았다. 썩은 것도 있었고 새로 자라는 것도 있었으며 기형적으로 휜 나무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지표였다. 시간이 흐르고 설령 누군가 사라져도, 이날의 풍경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