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아내가 되었다 37화
시간이 늦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에 별이 총총 떴다. 창틀 깊이 앉은 먼지가 제멋대로였다. 먼지덩어리들은 툭 건드리면 무너질 듯 아슬아슬했다.
신상이 있는 방에서 나와 우리는 손님방으로 안내받았다. 말룸은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탐탁잖아 했다. 그는 신전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처럼 시도 때도 없이 적의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시간에 밖을 돌아다녀 입방아에 휘말리는 것보다는 싫어도 신전에서 자고 가는 편이 나았다. 말룸도 그것을 알고 있어 심술만 낼 뿐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배정받은 방은 하나였다. 그 정도로 묵은 대화를 했으니 신관님들이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의 깃을 치장해주는 새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니면 이제야 상대에게 아끼는 보화를 내어 줄 생각이 든 어수룩한 한 쌍과 같았거나.
신전은 절약을 강조하는 모양인 듯했다. 대신관이라는 조슈아 님과 카사블랑카의 옷차림마저 소박했다. 간단한 주술로 작동되는 전등조차 없었다. 감청색 인어 조각 장식만이 황량한 책상의 중앙을 지켰다.
조각 옆으로 밀랍 양초 하나가 쇠 받침대에 의지해 제 몸을 태웠다. 밀랍 특유의 오묘한 내음이 방 곳곳을 휘저었다. 밀랍 초가 분위기를 몽롱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아니면 방 안에 함께 있는 사람 때문에 평정을 찾지 못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침대 위에 양 다리를 세워 묵묵히 모아 앉은 채로, 말룸은 내게서 조금 떨어져 침대 귀퉁이에 걸터앉아 밤을 누렸다. 잠을 자는 이는 없었다.
말룸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확실했고, 나는 어안이 벙벙해 잠이 싹 달아났다. 충분히 쉬고 싶었지만 몸의 상태와는 별개로 쉽게 잠들 수 없는 날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오늘이었다.
큰 충격을 받아 뇌진탕이라도 온 것처럼 생각이 진행되질 않았다. 이미 죽어 주술로 연명하고 있다는 몸은 진통 약초가 아니었다면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격통을 간직했을 테다…….
말룸은 석고상처럼 벽에 일렁이는 양초 그림자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만이 알 정보들을, 내게 끝내 숨기겠노라 절규한 진실을 헤아리고 있는 걸까?
우리는 각자에게 몰아친 정보의 홍수를 정리하며 밤에 잠겨들었다. 이전과는 달리 말룸이 더는 꺼려지지 않았다. 침묵이 어색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에게 ‘이만 자요’란 문장을 흐늘거리는 초의 그림자에 실어 보내고 싶었다.
말룸은 땅속에 잠긴 듯 고요했다. 그가 향기로운 기질을 머금은 자작나무처럼 곧은 분위기를 풍겼다.
“오필리아, 이만 쉬어요. 생각에 잡아먹히는 건 좋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제 보니 생각이 참 많은 듯해서…….”
“많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래 살아남을 수 있어요.”
“당신 몫까지 제가 생각할게요. 응? 차분해져 봐요.”
말룸이 침대 위를 손으로 짚어 내게 다가왔다. 아주 지척이었다.
나는 몸을 물리거나 당황하지 않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위가 어두워 얼굴이 잘 보이질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채도가 높은 눈동자만큼은 또렷했다.
손을 들어 그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말룸은 환영한다는 양 내 손바닥에 제 머리를 비볐다. 나는 아예 제대로 앉아 말룸을 살살 어루만졌다. 그는 체구가 작은 내게 맞춰 고개를 한껏 숙이면서도 불편한 기색 없이 평온했다.
말룸의 눈동자가 횃불처럼 어둠을 걷어냈다. 그가 예쁘게 눈을 휘어 웃었다. 나는 풍작을 이룬 가을의 농부처럼 우두커니 굳었다. 상냥한 그의 마음이 사과보다도 붉었다.
“손끝이 아직도 조금씩 떨리는군요. 필요하면 말해요, 잠들 때까지 안아줄게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 생각해 봐야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오른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어설프게 몸을 뒤척였다. 말룸이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려 침대 위 제대로 뉘여 주었다. 그러고는 방치되어 있던 이불을 내게 덮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그의 옷자락을 밑으로 힘없이 잡아당겼다.
“……같이 누워 있으면 안 돼요? 여기 너무 쌀쌀해요.”
말룸은 무척 기뻐했다. 그는 거절 한 마디 없이 곧장 내 곁에 누워 온기를 채웠다.
말룸이 나를 품으로 깊이 끌어당겼다. 나는 비를 피하듯 몸을 웅숭그렸다. 불꽃 같이 뜨겁다가도 얼음처럼 차가운 체온은 말룸의 이중성과 모순을 닮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지친 듯 느리게 뛰고 있던 내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말룸의 행동에는 어떤 성적인 의미도 없었지만 태연할 수가 없었다.
부부끼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었다. 한 침대에 누워서, 서로 끌어안고 있는 일.
말룸과 나는 부부였다. 부부……. 연애도 하질 않고, 자기가 뱀 괴물이라는 걸 말해주지 않고, 갑자기 부부.
이전 아내와도 이렇게 지냈을까 하는 의문이 문득 떠올랐다. 모르긴 몰라도 무척 오래 살았을 그가 몇 사람을 이렇게 보듬었을까 하는 상념도 머릿속을 괴롭혔다.
검은 생각이 연기처럼 눈앞을 가렸다. 이래서 말룸의 다정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풋내는 사람을 아주 유치하고 격 없이 만들었다.
행여 말룸이 눈치라도 챌까 오히려 품속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묻었다. 말룸이 단정히 나를 토닥였다.
하지만 나는 곧 후회하게 되었다. 이것은 최악의 수였다. 살갗에 손만 살짝 가져다 대도 느껴지는 심장 고동 소리를, 몸을 바짝 붙이고 날 끌어안은 말룸이 모를 리 없었다.
말룸은 행복을 전해다 준다는 파랑새와 함께 있는 양 내내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는 부끄러움에 그를 차마 바라보지 못하면서도 바람이 흔드는 단풍 소리에 잠겨 눈을 감았다.
아침, 간밤 효과가 떨어지기라도 했는지 다리에서 다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붕대도 다시 갈아야 할 만큼 상태가 처참했다. 몰아치는 격통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말룸이 황급히 약초 물이 든 컵을 입가에 대어주었다. 마시는 데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상처의 심각함을 마주하니 패닉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진통 효과가 돌아 고통이 잦아들었는데도 그랬다.
말룸은 내가 진정할 때까지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얼마간 호흡을 고른 후, 고마움을 담아 그의 손을 살짝 강하게 잡았다.
“좋아, 이제 진정했어요. 그런데 먼저 씻어도 되나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아, 상처에 물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요.”
말룸은 내가 씻을 동안 벽을 보고 있겠다고 했다. 어차피 욕실 안에 들어가서 씻을 텐데 왜 벽을 보고 있겠다는 건지 그때만 해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내가 신전에서 선의로 내어준 수녀복을 집어 드니 방 밖에 나가 있겠다며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기까지 했다. 말룸은 크로노더러 매번 고장이 난 녀석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이럴 때의 말룸이 더 그랬다.
그렇지만 말룸이 씻겠노라 하며 검은 바탕의 수습 신관복을 받아 왔을 때는 나도 말룸과 비슷한 정도로 고장이 나고 말았다.
내 취향을 낱낱이 꿰뚫어 본 말룸은 아예 조슈아 님을 흉내 내기까지 했다. 그는 양손을 모아 기도하는 척 눈을 감았는데, 그 모습만큼은 신전의 총아라 해도 과함이 없었다.
한쪽 눈을 슬쩍 뜬 말룸이 내 볼을 검지로 꾹 눌렀다.
“이 옷이 마음에 드나요? 당신도 정말 잘 어울려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걸 입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겁니다. 저는 신의 얼굴에 침을 뱉어주고 싶거든요.”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입었던 옷 또 입기 싫으면 그냥 고맙게 입어요.”
“그렇게 빨개져 놓고? 당신은 이런 금욕적인 분위기의 옷을 좋아하는군요. 그 손으로 옷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그런 건가요? 단추를 뜯고, 날 끌어당기고, 침대에 쓰러뜨리고?”
“적당히 해요. 그 음담패설, 조슈아 신관님 앞에서 하면 당신 정말 큰일 날걸요.”
말룸이 혀를 찼다. 그의 표정이 소풍 날 천둥과 번개를 만난 아이처럼 잔뜩 부어올랐다.
“재미없어졌습니다. 그자가 어떻게 나오든 제게 큰일이 닥치진 않아요.”
조슈아 님 이야기에 급히 흥미를 잃는 모습이……. 하여튼 저 장난기는 그간 숨겨져 있던 말룸의 본성인지 예상하지 못하는 때 툭툭 튀어나왔다.
우리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조슈아 님을 만나기로 했다. 대화 장소는 일전의 삭막한 장소가 아닌 제대로 된 예배당이었다.
말룸은 아예 걷지 못하도록 할 심산인지 나를 안아들었다. 나는 그에게 안겨 이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땅에 내려달라는 단어의 머리말만 내뱉어도 어떻게 그리 귀신같은지, 그는 절대 안 된다며, 다리가 낫기 전 내 발로 걸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 못을 박았다. 아주 지극정성이었다.
‘숨기고 있는 것도 이야기해주면 좋을 텐데.’
나는 아직도 그가 식인을 해 불사를 연명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 치가 떨리고 처음 일식을 본 아이처럼 두려워지곤 했다.
예배당은 아침부터 사람이 많았다.
“새로 온 신관님과 수녀님이신가? 그런데 왜 저렇게 남우세스러운…….”
신자들의 숙덕거림이 양심을 괴롭혔다. 나는 말룸의 팔뚝을 아주 힘껏 꼬집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할 뿐 그다지 아픈 것 같지도 않았다.
입술이 비죽 나왔다. 잠시 말룸이 뱀 괴물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고작 시체 같은 여자의 꼬집음에 저 사람이 아플 리 없었다.
전의를 잃어 말룸이 하는 대로 사람이 없는 쪽의 예배 의자에 앉았다.
나는 성가대가 백색 전등 아래서 찬송가를 연습하는 모습을 멀거니 구경했다. 말룸은 그들이 노래를 시작하자 구역질이 난다는 듯 창백한 안색으로 주먹을 세게 쥐었다. 신에 대한 경멸이 생각보다 깊었는데, 사이비 교단에 있었다던 그의 과거를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예배 전 시간이 남았는지 조슈아 님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우리를, 특히 말룸을 보고 할 말을 잃은 듯했다. 그토록 적대하는 괴물이 신실한 듯 차려입은 모양새가 어처구니없었던 모양이었다.
조슈아 님이 머리를 짚으며 한탄했다.
“내 생에 이런 끔찍한 장면을…… 아아, 신이시여. 저자가 감히 신실한 종의 모습을 더럽혔나이다.”
“고작 복장에 연연하는 꼴이란. 네 신은 속도 좁은 모양이군. 이 모습이 보기 싫었다면 제대로 된 옷을 준비했어야 했다.”
말룸이 보란 듯 비웃었다. 나는 다시 말룸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 거만한 낯의 말룸은 신전 위에 군림하려는 악마처럼 보였다.
말룸은 아프지도 않으면서 엄살을 피웠다.
“아파요. 응? 당신이 나를 아프게 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그보다 입맞춤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철로 만든 책을 들고 거의 뒤로 넘어갈 듯 숨을 몰아쉬는 조슈아 님의 모습에 애교 떨기를 그만두었다.
조슈아 님이 주의 사항을 쏘아붙이듯 이야기했다. 축객령이라도 내리는 것 같았다.
“오필리아 님. 그 상처는 뾰족한 수가 아니라면 아물지 않을 테지요. 항상 약초 달인 물을 복용하셔야 합니다. 붕대를 감아 두긴 했지만 하루 한 시간 정도는 통풍이 잘 되도록 하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조슈아.”
말룸의 눈매가 스산하게 굳어졌지만, 나는 그만두라는 양 그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그제야 말룸이 잠잠해지는 게 꼭 아이를 키우는 기분이었다.
조슈아 님이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발타사르 님. 그자를 성으로 초대해야 하는 게 최선일 듯하니 이른 시일 내 연락을 보내길 바랍니다. 이대로라면 오필리아 님의 다리는 평생 고치지 못해요.”
“조슈아 님, 그자라니요?”
말룸이 조슈아 님을 대신해 퍽 까다롭게 응대했다.
“아라크네 피티아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 제국의 공작, 당신이 알아서 좋을 거 없는 상대 말이에요. 내키지는 않지만 그자의 특수성이 당신 다리를 치료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일 겁니다. 정도를 지켜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차악을 선택해야겠죠.”
“말 하는 도중 끼어들거나 설명을 끊지 말아주시겠습니까…….”
조슈아 님은 말룸을 후려칠지 말지 매우 고민하는 기색이었는데, 내가 ‘조슈아 님’ 하고 작게 그를 부르자 다시 상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말룸보다는 예를 차리는 기색이라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저와 카사블랑카도 발타사르 영지로 동행해 돕고 싶지만 요 몇 달 사이에 대신관들이 처참히 살해당하고 있어서요.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또 사안이 사안인지라 신전이 어수선합니다.”
“네? 살해요?”
“왕왕 있는 일입니다. 신전을 적대하는 세력이 한둘이 아니라서. 원래는 일곱이었는데, 이제 셋 남았지요. 저와 카사블랑카, 그리고 렉스 님.”
“하지만 대신관이나 되시는 분들이 어떻게…….”
“그 점은 이제부터 수사해 봐야죠. 대신관들이 대부분 파편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파편이 전부 전투에 탁월한 능력을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살해당한 네 분 중 한 분은 파편을 가지지 않은 일반인이었지요. 파편을 노린 살해도 아닌 것이, 그분들이 지니고 계셨던 파편은 살해 현장에서 그대로 발견되었습니다. 골치 아프게 되었어요…….”
조슈아 님은 무덤덤한 듯했지만 책을 든 손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발타사르 님의 성화에 사정이나마 이야기해 드립니다만, 충분히 양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약초는 6개월 치를 챙겨 드리겠습니다. 일이 늦어지면 더 보내도록 하지요.”
“그 말은…….”
“이 이상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죄송스러운 표현이지만, 시신의 치유는 저희 소관 밖의 일입니다. 시신과 치유라니, 이렇게나 서로 어우러지지 않는 단어를 붙여놓아야 할 줄이야.”
조슈아 님이 피곤한 낯으로 낮은 숨을 쉬었다.
“약효는 12시간 남짓 지속될 겁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차라리 잠을 깊이 주무십시오.”
맞잡은 손을 통해 말룸의 손아귀 힘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말룸, 저는 괜찮아요.”
작달막하게 말하자 말룸은 속이 타는 듯 먼 지평만 응시할 뿐 날 바라보지 않았다.
“일이 얼추 마무리되면 저와 카사블랑카도 성에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저희가 찾기 전, 오필리아 님. 당신이 저자의 역겨운 본성에 대해 알게 되기를 기도하지요.”
조슈아 님이 말룸을 향해 보란 듯 웃었다. 말룸은 그가 허수아비라도 되는 양 깊이 무시할 뿐이었다.
이번 신전 나들이로 정보의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얻은 것은 다리의 상처와 내 몸 상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확언이었다.
주술의 효력이 다하면, 나는 흙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걸까?
신전 측에서 제공한 망토를 둘러 몸이 따뜻했지만 속이 깊은 동굴에 묻힌 것처럼 냉랭했다.
말룸이 곁에 있었지만, 또 그가 한결 편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가 자신에 대한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는 이상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나는 말룸에게 대체 어떤 의미일까…….
그는 내게 한없이 다정하고 상냥했지만, 숨기고 있는 죄의 조각을 내보일 기미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