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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아내가 되었다-26화 (26/100)

푸른 수염의 아내가 되었다 26화

황자가 폭포수가 흘러넘치듯이 울기 시작했다. 그의 눈물줄기 하나하나마다 애통함이 묻어나왔다. 그는 무척 수려한 사람이라 그럼에도 흉하지 않았다. 그의 눈물은 세상의 비통을 겪은 신이 내리는 빗줄기처럼 느껴졌다.

나는 울음의 이유를 도저히 가늠하지 못했다. 짚이는 것도 없었던 데다 크로노모르테와 나는 가감 없는 초면이었다.

마른세수를 했다. 울고 싶은 사람은 이쪽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내줄 만큼의 여유가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는 거리를 둔 채 멀거니 서로를 관찰하고만 있었다.

나는 홀린 듯 황자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수정에서 떨어지는 눈물은 금방이라도 진주로 바뀔 것만 같았다. 오직 영롱했고 경이로웠다. 황자의 백은색 눈동자는 말간 수정을 닮았다. 그것은 세상을 공평하게 비추는 화로, 보고 싶지 않은 운명조차도 잡아내는 천문 렌즈였다.

사방으로 햇살이 들이쳤다. 크로노모르테는 또렷한 회한에 젖어 있었는데, 햇살 속에 서 있는 모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풀어낸, 그러나 너무 멀리 와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 그것도 황자인데다 한참 큰 사람의 눈물을 무작정 닦아줄 수는 없었다.

말룸은 크로노모르테가 갑작스럽게 눈물을 터트린 이유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극도의 경계심을 두른 채 황자를 품평하듯 응시했다.

검은 안개가 그의 주변을 휘도는 환상을 보았다. 나는 땅에 박힌 광물처럼 굳은 손을 억지로 움직여 말룸의 소맷자락을 스치듯 쥐었다.

말룸이 얕게 호흡했다. 물 위로 떠다니는 안개 같은 숨이었다.

그가 진중히 말했다. 착잡한 음색이었다.

“……미안해요. 또 겁을 주었군요. 당신이 겁내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변명이 될 수는 없겠죠.”

이러는 와중에도 황자는 눈물뿐이었다. 크로노모르테는 고인 물을 뱉어내듯 적막의 중앙에서 물을 흘려내었다. 그의 울음에는 흐느낌조차 없었다. 물길에 먹혀 소리를 내지 못하면 사람은 묵묵히 울게 되었다.

“저, 괜찮으신가요?”

나는 보다 못해 운을 떼었다. 오늘 그를 처음 보았지만 걱정으로 표정이 눅눅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황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크로노모르테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걸음을 옮기자, 반대로 말룸에게서 반응이 왔다. 그는 어째서인지 내게 버림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어서.

말룸이 신경 쓰였지만 자업자득이었다. 당분간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잡은 소맷자락을 놓은 채 크로노모르테를 살폈다. 황자의 이름은 이상할 정도로 작위적이라 억지로 이어 붙인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울면 눈이 짓물러서 보기 흉해지고 말 거예요.”

크로노모르테가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눈물을 훔쳐 닦았다. 하지만 이미 물살이 잔뜩 끓은 후라 붓기를 가라앉히는 데엔 별 효과가 없을 듯했다. 보는 사람이 다 서럽게…… 당신은 어떤 아픔이 있어서 여력 없는 나마저 슬프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슬픈 일이 있으셨나요?”

저도 모르게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는지, 크로노모르테는 그제야 엉성한 문장이나마 만들어 내려놓았다.

“아…… 걱정해주어서 고맙소. 나는 걱정 받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걱정 받는 사람이 아니라뇨,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도 당신뿐이겠지.”

크로노모르테가 추락한 갈매기처럼 힘없이 미소했다.

“오필리아 님. 내가 당신을 얼마나,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소. 당신이야말로 내게 의미를 주었소…… 내 삶의 끝을 완성시키는 사람이지.”

삶의 끝을 완성시키는 사람? 내가?

나는 황자를 달래주고 싶었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이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나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는 어조도 마음에 걸렸다. 그는 말룸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광기에 들뜬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분명 그 혼자만 영위하는 세계 속에 갇혀 있었다.

말룸이 진위를 파악하려는 듯 황자를 주시했다. 그의 눈길은 송곳과도 같아 크로노모르테를 낱낱이 감시했다.

황자가 물기 가시지 않은 눈동자로 나와 눈을 맞췄다. 신에게 매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절박한 몸짓이었다. 황자의 어조는 말 늘임이 심해 듣기에 인내심이 필요했다.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소. 오필리아 님은 왜 나를 경멸하지 않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멸당하고 외면 받도록 설계되었소. 그저 그런 운명이지. 하지만, 오필리아 님. 당신만큼은 내 말을 믿어주었소…….”

그는 제 손에 얼굴마저 묻고 더 서럽게 울었다. 울음을 그치려 노력했던 것이 전부 허사가 되었다.

“미리 보았는데도 벅차오르는 바람에, 나는 그저 눈물만 흘리는 수밖에 없소. 고장이…… 고장이 날 것 같소. 내 눈은 망가지지 않는 귀물인데 말이오, 하지만 끊임없이 물길이 끓어 뭔가를 볼 수도, 읽어낼 수도 없소…… 이제 더는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지.”

이상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떤 모난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달래듯 누그러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적어도 저는 믿어요, 황자님 말. 이상하게 들리지도 않아요. 하지만 제 남편이 얼마 살지 못한다는 얘기는 그냥 넘길 수 없어요.”

“오필리아.”

보다 못한 말룸이 나섰다. 그는 불쾌해 보였지만 정원에서의 일 때문인지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저도 모르게 뾰족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그러자 말룸은 심기를 누그러트리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말룸이 황자와 내 사이를 차단하듯 그 중간 즈음에 섰다. 그는 크로노모르테를 등지고 나를 설득하듯 이야기했다.

“듣지 말아요. 그럴 필요 없답니다. 크로노는 많이 아파요.”

“……아프다고요?”

“마차에서 조금 얘기해줬었죠? 크로노는 정신이 온전치 못해요.”

아이에게 설명하듯 최대한 살갑게 이야기하는 태도였다. 나는 말룸에게 어느 정도까지 물어도 괜찮을지 가늠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틔웠다.

“하지만 당신 조카잖아요.”

그의 표정이 아주 찰나 냉랭해졌다.

“만약 내 아이가 크로노 같은 녀석이라면, 저는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당신 아이? 당신 아이라면 내 아이도 된다는 뜻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나를 사랑한다면서요!”

“당신을 사랑하는 거지, 아이를 사랑하진 않아요. 아이는 제가 책임져야 할 대상이지 사랑해야 하는 대상은 아닙니다.”

말룸의 속에 검은 수풀이 엉켰다. 거대한 괴물 새가 나를 물어다 절벽 꼭대기에 올려놓았고, 섬뜩한 밤바람에 녹아든 괴물 뱀이 똬리를 튼 채 내 인내심을 시험했다. 그의 비정함이 내가 지니고 있었던 일말의 기대감조차 깨진 유리처럼 조각냈다.

말룸은 나를 사랑하는 듯, 좋은 남편인 듯 보이려 하고 있었지만, 그리고 실제로 그 훌륭한 연기도 그럭저럭 사람 맘을 덮칠 때가 있었지만 결국 말룸과 나 사이에는 태생적인 차이가 깊은 강물처럼 가로놓여 있었다.

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내게 당연한 일이 말룸에게는 당연하지 않았고, 말룸에게 당연한 일이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정원에서의 일도, 그 딴에는 자비를 베푼 사건인지 몰랐다. 인간의 목숨을 빼앗지 않았으니까.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비눗방울 터지듯 사라졌다. 이제 말룸은 자신의 인간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다.

내 허망한 표정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말룸은 한결 긴장을 푼 기색이었다. 내가 그의 사상을 이해하고 또 옹호하리라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우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제가 잘 보살필까 걱정하고 있는 거라면, 괜찮아요. 당신이 제게 아이를 부탁하면 부족함 없이 키울 테니까.”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꽉 막힌 분위기를 풀어내려 했다. 평소 짓지 않던 장난스러운 미소를 곁들인 채였다.

“어쨌든, 아이 얘기는 우리에게 아직 일러요. 그렇죠? 나중에 제 생각이 바뀔 수 있으니 상심하지 말아요.”

무거운 숨이 기도를 지났다.

그는 언젠가부터 연기 같은 것은 완전히 상관없다는 듯 행동했다. 정확히는, 내가 그를 간병하고 그가 조금 안정되었을 시점부터.

설마 말룸이 일말의 마음이나마 내게 품게 된 걸까? 인간의 마음을 모르는 뱀 괴물이, 비인간성의 집합체가?

“자, 본론으로 돌아가서. 크로노는요, 오필리아.”

말룸이 달콤히 속삭였다. 그는 여전히 황자에게서 나를 떼어내고 싶어 했다. 자신의 것이라 낙인찍은 암컷을 지키려는 수컷과 비슷했다.

“자기가 하는 말도, 당신이 건네는 상냥한 걱정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 부부의 생활과 관련 없는 녀석이죠. 오늘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테니 이만 저와 함께…….”

“숙부는 관계가 없소.”

황자가 날카롭게 눈을 벼렸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하는 말을 똑똑히 인지하고 있소. 바보 취급은 그만두시오…….”

슬픔 어린 낯에 가리어 보이지 않았던 황족 특유의 우아함과 카리스마가 고개를 들었다. 아무리 권력의 중앙에서 동떨어져 유폐되어 있다 해도 황자는 황자였다. 고난을 겪기는 했겠으나 소설 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노골적으로 괴롭힘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룸이 ‘하, 웃기는군’ 하고 그 못된 말투를 슬슬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크로노모르테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필리아 님…….”

황자가 쐐기를 박듯, 혹은 애원하듯 내게 가까이 걸어왔다. 그가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말룸을 살피니 화를 참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나는 오필리아 님을 사랑하게 되고야 말았소. 오필리아 님은 신벌을 받은 내 세계에서 기적 같소.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지. 숙부의 아내라도 상관없소.”

“예? 잠시만요, 황자님!”

“나는 오래 전부터 당신을 보아 알고 있었소. 내가 곁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해주시오……. 필시 여정에 도움이 될 테지. 끝을 알고 있어도 당신을 원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내 숙명이고, 이 보잘것없는 삶에 얽힌 최고의 가치요.”

그 말을 듣고선 기함했다. 이 사람이 초면에, 그것도 숙부의 아내에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불륜 제안? 아무리 말룸이 그의 가짜 숙부인데다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지만 이렇게 갑자기.

당장 손을 빼려는 찰나 황자가 가만히 눈을 맞춰왔다. 나는 덜컥 굳어버렸다.

그는 온몸으로 애원하고 있었다.

크로노모르테 레시우스는 미치광이도, 천지분간 못 하는 불륜 희망자도 아니었다.

“함께 있고 싶소…… 나를 불쌍히 여겨주시오. 아무도 나와 이야기하려 하지 않아…….”

“황자님…….”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은, 앎에도 앎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이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보고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는 것이오. 하지만 오필리아 님, 그대만은. 그대만은 내게 ‘왜 그러죠?’라고 물어주었소. 아아…… 아름다운 사람.”

“크로노모르테─!”

결국 말룸이 폭발하고 말았다. 공기를 깨트릴 것 같은 굉장한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 정도면 오래 자제했다는 걸 안다. 먹이에 대한 소유욕이 뛰어난 그가 화를 낼 만했다는 것도.

이 사람이 여기서 폭발하면 시체를 치워야 할지도 모른다.

“말룸, 피곤해요. 거처로 돌아가고 싶어요. 응? 오늘 좀 놀라긴 했지만, 그리고 새로운 분을 만나기도 했지만 당신보다 소중하진 않아요. 알고 있잖아요.”

나는 서둘러 말룸의 볼을 어루만졌다. 그는 더 이상 기피증인지 뭔지를 변명으로 날 떼어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속하세요. 뭘 잘못했는지 가르쳐주면, 고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룸이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미끼가 먹힌 모양이었다. 아직도 분노가 치미는지 황자를 사납게 노려보았지만 공격할 기미는 없었다.

황자는 무엇을 알고 있는지, 정말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건지 나만을 간절하게 눈에 담을 뿐이었다.

기운이 쭉 빠졌다. 힘없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만 좀 해요, 둘 다……. 지쳐서 기절할 지경이니까.”

“하지만, 오필리아 님.”

“황자님, 그만. 저는 일주일 동안 황성에 머무르니까, 나중에 정식으로 연락을 넣고 찾아오세요. 그건 하실 수 있죠?”

“……노력해보겠소.”

황자는 살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날카롭고 강인해 보이기만 하는데, 역시 사람은 겪고 봐야 했다.

그러나 저 우울한 기색이 마음에 걸렸다. 예언을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되기는 했다.

죽었다 살아난 나도 있으니 예언자가 나타나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점괘나 예언 같은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상황이었으니 황자님을 신뢰하기가 어렵진 않았다.

황자가 고개를 땅으로 떨구었다.

“내게는 오필리아 님이 유일하오. 죽음이 보인다는 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건 그런 의미니까…… 그러니 나를 크로노라고 불러주시오. 오필리아 님이 내게 기적을 베풀어주셨으니, 나도 오필리아 님께 내 시간을 드리겠소.”

그는 땅 속 지하 세계를 헤아리는 듯 눈에 초점이 없었다.

“당신에게 아주 요긴히 쓰일 것이오.”

그가 초점 없는 눈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창백한 태양이 그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인간이 사는 동안 죽음을 외면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언제 찾아올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오. 나의 신은…… 내가 그것을 보게 함으로써 한 번…… 훗날 겪게 함으로써 또 한 번. 그렇게 나를 두 번 살해하고자 하시었소…….”

섬뜩한 이야기였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쳤지만 크로노모르테는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내게 무언가를 알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두서없는 그의 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오필리아 님의 시계는 이미 텅 빈 술병 속에 있소…… 전부 허상이지.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너무 맹신하지 마시오. 오필리아 님은 더 넓게, 많이 보아야 하오…….”

“알았어요, 크로노. 하지만 이제 대화는 끝이니까, 다음에 해요, 우리.”

보이지 않는 꼬리가 축 처진 것 같았지만 애써 크로노모르테를 무시했다. 나는 순전히 정신력으로 땅을 딛고 있는 것뿐이었다.

이번에 나는 말룸을 바라보며 낯을 단단히 굳혔다. 그는 벌떼라도 만난 듯 낯을 퍼렇게 흐리고 있었다.

“말룸. 가요, 우리 방으로.”

“……날 가르쳐주겠단 약속, 버리지 않겠단 말.”

말룸이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잊지 말아요, 오필리아.”

“…….”

“지금 내 것을 넘보는 저 미치광이를 그냥 놓아두는 건, 당신 때문이니까.”

뱀의 숨결에 서리가 앉았다.

“저자와의 공존을 이끌어내려면, 나를 잘 길들여야 할 겁니다. 내 감정보다 당신의 기분이 우선시되도록…….”

위협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토록 생명 유지에 민감한 내 본능이 이번만큼은 경고등을 깜빡이지 않았다.

목줄을 쥐고 있는 쪽은, 그가 아니라 나였던 걸까?

말룸의 변화를 정의 내려야 했다. 하지만 내 앞의 그가 소설과 너무 달라 어떻게 가설을 세울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크로노모르테라는 뜻밖의 변수가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 이 년 칠 개월 하는 숫자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닐 것 같았다. 그가 언급한 시간은 앞으로 내가 말룸에게 먹혀 죽는 때까지 남은 날짜와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진정 미래를 볼 수 있는 듯한 황자는 내 수명을 측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를 명확히 가려낼 수는 없었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죽지 않을 수 있다는 소리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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