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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화 〉숙련도.(2) (51/173)



〈 51화 〉숙련도.(2)

아이나에게 훈련을 받기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다.

세컨드 어빌리티를 다루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는지, 이제 검신에도 희미한 초록빛을 돌기 시작했다.

“음, 이만하면 됐어. 초식은  이상 가르쳐주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
“드디어  재미없는 에티에서 벗어나는 거지?”
“그래, 오늘부터는 3식, 류진을 가르칠 거야.”
“왜 3식부터 가르쳐? 2식을 배워야 하는 거 아냐?”

3식? 왜 3식이지?

지금까진 3식에 대해서 언급 자체가 없었다.

그간 2식인 카데르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놓고, 왜 3식부터 가르치는 거람.

“포톤글레이브 검법에는 7가지 종류가 있어. 초식 에티, 2식 카데르, 3식 류진, 4식 코니드, 5식 시오레, 6식 블론지, 7성 우르. 너한테 가장 잘 맞는 검법은 3식인 류진이야.”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데?”
“카데르는 대인전에 극도로 특화된 검법이야. 상대가 똑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일 때 가장 높은 효율을 발휘하지. 개인의 기교와 판단력, 절제에 많이 의존하는 검법이라, 원래부터 무기 사용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주로 많이 익혀.”

흠, 정통 검술에 가깝다는 이야기인가?

기교와 절제를 중요시하는 점은 펜싱과 비슷한 거 같기도.

“3식 류진은 가장 아크로바틱한 무브먼트를 필요로 하는 검법이지. 장점으로는 상대방이 대처하기 굉장히 난해한 검법이라는 점을 가진 동시에, 자신은 교착 상태를 아주 쉽게 풀어나갈  있다는 점이 있어. 다만, 역동적인 움직임이 기본이라, 체력 소모가 심하다는 것, 그리고 좁은 공간에선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
“근데 왜 나한테 어울린다고 한 거야?”
“류진의 필수적 덕목인 다채로운 무브먼트를 전부 소화할 정도로 신체 능력이 좋은 사람은 극히 드물어. 다만 자신의 사상력 자체가 기동전에 특화되어 있다면, 류진이 잘 어울리거든. 너처럼 말이야.”

아, 나는 실로 그래플링을 할 수 있지.

확실히 류진이 어울리긴 하겠다.

“4식인 코니드는 어떤 검법이야?”
“4식, 코니드는 방어에 치중된 검법이지. 코니드는 공격에 관련된 기술은 일절 익히지 않아. 그래서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검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주 마스터하기 어려운 검법이라,  코니드만 연마하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어. 공격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디메리트인데다, 코니드의 기술은 전부 수읽기가 기본이 되기 때문에, 다른 무기술에 대해  모른다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거든.”
“그럼 코니드만의 장점은 뭐야?”
“익히면서 심리전이 자연스레 는다는 거? 그리고,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있다는 장점이 있지. 코니드를 익히면 원거리 공격에 대처하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늘어.”

흠, 나한테는 별로네.

코니드는 아직 익힐 가치가 별로 없어 보인다,

아이나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군.

“시오레는? 별로 긍정적인 평가가 없던데?”
“5식인 시오레는 단기전에 포커스를 맞춘 검법인데,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검법 중에 하나야. 강한 위력을 낼 수 있는 기술들이 많거든. 상대방의 허점을 찌르는 기술들이 많다는 점은 카데르와 비슷하지만, 카데르는 상대와 나의 호흡, 합, 연계 사이에서 나오는 허점을 캐치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검법이고, 시오레는  번의 공격만으로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에 비중을 둔 검법이지. 대신 그만큼 리스크가 큰 동작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반격당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어.”

암살자 가문 출신인 아이나에게 잘 어울리는 검법이긴 하네.

나에게도 꽤  어울릴 거 같은데?

세컨드 어빌리티를 완전히 다루게 돼서, 자홍색 검신을 쉽게 뽑을 수 있을 때쯤이라면.

“내가 배워도 괜찮을 거 같은데?”
“나쁘진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 시오레를 익히는  추천하지 않아. 시오레로 검법에 입문하게 되면, 공방을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데 난항을 겪기 쉽거든. 첫수로 끝내지 못했을 때 부담감이 크다 보니까, 대부분은 보조로 익히는 검법에 가까워.”

아, 그런 문제가 생기는구나.

하긴, 하나의 툴에 의존하는  그다지 좋지 않지.

“6식인 블론지는 인기가 많더라. 포톤글레이브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블론지는 익히려고 하는 사람이 많던데, 이유가 있어?”
“블론지는 롱소드 검법과, 포톤글레이브 검법의 초식, 2식 카데르, 4식 코니드를 섞어서 적당히 어레인지한 검법이라 그래.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4식인 코니드와 롱소드 검법이 기초라서, 상대 턴은 쉽게 빼앗고, 내 턴은 오래 유지하는 실력을 늘릴  있지. 특출난 장점도, 단점도 없는, 무난한 검법이야.”

무난한 정통파 검법에 가깝다 이건가.

인기가 많을 만하다.

포톤글레이브가 아니어도  수 있는 검법이라는 이야기니까.

“마지막, 7식인 우르는?”
“7식이 아니라, 7성이야. 포톤글레이브 검법 중, 궁극의 경지에 다다른, 하나의 오의라고도 볼 수 있지. 당연하지만, 나는 다룰 줄 몰라.”
“특징은?”
“그것도 몰라.”

모른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모른다고?”
“우르는 하나의 검법이 아니니까. 포톤글레이브 검법의 극한을 추구한 이들이 다룰 수 있는, 하나의 개인 오의에 가까운 능력들이 많아서, 정형화된 검법이라고 칭하기엔 애매한 면이 많아. 굳이 우르의 특징을 꼽자면, 우르를 사용할 줄 아는 자들의 포톤글레이브 검신은 모두 붉은색이었다는  정도뿐이야.”

…이제야 알겠다.

우르는 검법이 아니라고 한 이유를.

나는 이미 우르를 다룰  안다.

내가 자홍색 검신을 뽑았던 날, 눈앞에 펼쳐졌던 세계.

그게 우르일 것이다.

“뭔가 아는 게 있는 눈친데?”
“그거, 포톤글레이브 검법이 아니야. 마나글레이브 검법이야.”
“포톤글레이브 검법이 아니라, 마나글레이브의 검법이라고? 근거가 있어?”
“우르를 다룰  아는 사람은 모두 붉은 검신의 포톤글레이브를 다룬다면서?”
“맞아.”

붉은 검신의 마나글레이브에는 영혼을 벤다는, 특수한 힘이 있다.

그리고, 특수한 힘을 다룰  있는 경지라는, 우르의 사용자의 검신은 모두 붉은색이다.

눈썰미가 좋다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사이에는, 분명히 어떠한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붉은 검신의 마나글레이브를 다룬다는 건, 뛰어난 마나감응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야. 아마 그 개인 오의라는 것도, 단순한 검술의 극의가 아닌, 마나를 통해 사용하는 힘이거나, 붉은 검신에서 나오는 힘일걸.”
“…일리가 있어.”

아이나는 갑자기 혼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들었던 것은, 니힐리스와 카밀라라는 두 단어뿐.

니힐리스랑 카밀라가 뭐야.

“근데,  그걸 어떻게 안 거야?”
“마나글레이브를 판 사람이 알려주더라고.”

아직 우르를 다룬다고 밝힐 생각은 없다.

어차피 자홍색 검신은  자의로 뽑을 수 없으니까.

“그래, 아무튼, 오늘은 3식, 류진을 배워보도록 하자. 초식인 에티는 배우기 쉬웠을지 몰라도, 2식부터는 굉장히 익히기 어려운 게 포톤글레이브 검법이니까, 실력이 느는 속도가 많이 줄어들 거야. 그러니, 실력 향상이 더디다고 너무 낙심하지는 마. 뭐든지 꾸준히 연습하는  중요해.”
“알겠어.”
“우선은, 류진의 자세부터 가르쳐줄게. 류진의 시작 자세는 롱소드 검술의 옥스(Ochs), 일본 검술의 카스미노 카마에(霞の構え)와 같아. 이거. 뭔지 알지?”
“오, 이거 멋있는  자세잖아. 근데 이 자세, 방어에 더 특화된 자세 아냐? 류진보단 코니드에 어울리는 거 같은데.”

아이나가 취한 자세는, 양손으로 잡은 검 손잡이는 어깨 위로 올리고, 검 끝은 상대에게 향하는 자세였다.

주로 방어에 유리한 자세로 알고 있는데, 류진이라는 검법과는 별로 안 어울리지 않나?

“네 말대로 이 자세는 공격에는 그다지 좋지 않아. 검 끝이 상대방을 향하고 있어서, 견제와 방어에 더 능한 자세지. 공격을 위해선 검을 휘둘러야 하는데, 이 자세에서 베기 동작이 나오려면 검을 한 바퀴 회전시키거나, 다른 자세로 바꿔 줘야 해.”
“근데 왜 이 자세가 류진의 기본자세야? 말만 들어보면, 류진은 공격적인 검법 같았는데.”
“류진은 네 팔로 검을 휘두르는 검법이 아니라서 그래.”
“그럼, 뭐로 검을 휘둘러?”
“온몸을 회전시켜서 검을 휘두르지. 이렇게.”

…저게 검술의 동작이라고?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데.

그녀가 보여준 동작은 마치 파쿠르, 기계 체조, 피겨 스케이팅 등에 등장하는 회전 기술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그게 검술의 동작이라고?”
“몸의 회전으로 검을 휘두르는  기본이야. 물론 팔로 검을 휘두르는 게 없지는 않아. 하지만 류진의 대부분의 동작은 몸의 회전에서 시작해. 너는 아직 이런 동작을 하는 거엔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 실을 타고 날아가면서 해봐.”

어렵겠는데.

그래플링 중, 몸을 회전시키라는 말이지?

대충… 이런 느낌인가?

“흠, 나쁘지 않았어. 일단 그런 느낌으로 계속 해봐.”

같은 동작을 몇십 차례 반복하고 나니, 지치는  확실히 느껴졌다.

이 검법, 체력 소모가 진짜 엄청나긴 하구나.

전신을 사용하는 검술이라 그런지, 힘이 쭉쭉 빠지는걸.

어지간해선 체력 문제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몸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너무 측면 회전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공격 패턴이 단조로우면 류진의 장점인 다채로운 공격을 살리기 어려워. 금방 읽히거든. 이런 식으로, 앞돌기나, 회축을 섞어서 사용해 봐.”

이런  하라고?

고분고분 류진을 배운다고 한  잘못인 것 같다.

그냥 카데르나 배운다고 할걸.

“설마, 이게 기본이야?”
“류진의 기초 중에서도 기초지. 류진에는 공중 2회전 이상의 회전을 요구하는 기술들도 많고, 역회전, 공중차기 등등, 다양한 테크닉이 들어가.”
“그냥 카데르나 배우면 안 될까?”
“안돼. 너는 무기술에 대한 기본이 너무 없어서, 카데르나 코니드를 배우기엔 적합하지 않아. 방금 했던 동작이나 따라 해봐.”

그렇게, 구르고, 구르고, 또 굴렀다.

류진에 대해서 감은  잡았냐고?

전혀.

파쿠르를 배운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오늘은 몇 시까지 훈련할 거야?”
“네가 공중에서 더미를 4번 이상 베고 내려올 수 있을 때까지?”

이날, 나는 훈련장의 문이 닫힐 시간이 되어서도 아이나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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