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세컨드 어빌리티? (45/173)



〈 45화 〉세컨드 어빌리티?

솟구치는 눈물을 잔뜩 쏟아낸 뒤.

지금은 마음을 조금 진정시킨 상태다.

나는 주소지가 적혀있다는 유서의 뒤편을 확인했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여기 국제전자센터 아닌가?

평행세계의 아버지는 대체 무슨 물건을 여기에 맡겨둔 걸까?

노트북 같은 건가?

어쨌든,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가야 하네.

당일치기로 부산 왕복이라니.

전생이었다면 절대 못 해먹을 짓이다.

그곳에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4시간  이상을 소요해야 했으니까.

뭐, 지금은 고작 30분 정도면 갈  있으니, 괜찮았지만.

나는 열차표를 다시 예매하고, 서울로 돌아갔다.

* * *

이 세계의 국제전자센터는 참 별의별 물건을 다 파네.

겜판에서 흔히 등장하는 풀 다이브용 장비 같은 것들도 보인다.

정체를 유추할 수 없는 특이한 가전 제품도 가득했고.

아무튼, 주소지의 위치엔 거의  왔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컴퓨터 부품 판매손데?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뭐 찾으러 오셨어요? 싸게 해드릴게.”
“박찬형 이름으로 달린 물건을 찾으러 왔는데요.”

그러자, 영업용 미소로  응대하던 점주의 표정이 한없이 진중한 표정으로 변했다.

대체 준비한 물건이 뭐길래 이렇게 호들갑이람.

“여기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호화롭게 장식된 상자 하나를 들고 온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이거, 제다이들이 쓰는 라이트세이버잖아?

“라이트세이버인가요?”
“라이트세이버라… 괜찮은 작명이네요. 포톤글레이브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겠지만요. 하지만, 이건 포톤글레이브가 아닙니다. 마나글레이브라고 부르는 물건이죠.”

아, 다카포 드림의 세계에도 마나가 있었지?

S클래스의 멤버 중에선 마나를 사용하는 녀석이 거의 없을뿐더러, 마나를 소모하는 사상력을 가진 녀석들은 비주류라 그다지 큰 비중은 없었지만.

사실 마나를 소모하는 사상력들은 대체적으로 평가가 박했다.

당연한 거다.

게이머들이라면 잘  것이다.

특수 자원을 소모하는 캐릭터나, 이중 자원을 요구하는 캐릭터들은 호불호가 매우 심하게 갈린다는 걸.

뭐, 그렇다고 마나를 사용하는 각성자가 모두 약하다는 건 아니다.

검성으로 유명한 지그문트 파울이나, 가까이에 있는 클로에 뤼미엘이 그 예시로, 이들은 모두 마나를 사용하지만,  인간의 반열에 선 자들이다.

“좀  자세한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마나글레이브는 마나를 자원으로 사용하는 무기죠. 포톤글레이브와 거의 비슷한 무기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주인의 성장을 따라가는 무기라는 점이 다릅니다.”
“어떻게 따라간다는 이야기죠?”
“포톤글레이브는 출력이 고정된 무기입니다. 물론 제조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론 출력이 비슷하죠. 불법 개조를 통해 출력을 바꾸는 경우도 존재는 합니다만. 크게는 차이 나지 않아요. 너무 출력이 강하면 기기가 못 버티거든요. 하지만 마나글레이브는 다릅니다.”

포톤글레이브는 저런 단점이 있었구나.

처음 알았다.

“그럼 마나글레이브는 소유자의 강함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나요?”
“네, 그렇죠. 흰색에서 시작해서, 하늘색, 파란색, 연초록색,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까지 강해집니다. 소문에 따르면,  너머의 색깔도 존재한다곤 하지만, 아직까진 다음 색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들어보면 소드 오러랑 별 다른 차이가 없는 거 같은데.

굳이 마나글레이브를 쓸 이유가 있나?

“소드 오러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죠?”
“마나글레이브의 색상과 소드 오러의 색상은 마나의 밀도를 의미합니다. 즉, 색상이 변했다는 건 마나의 밀도가 올라갔다는 의미죠. 밀도가 올라가면 당연히 위력도 올라갑니다. 하지만 소드 오러는  색상의 성장치에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마나 친밀도와 감응력이 높아도 초록색 너머로 올라가지 못해요.”

위력이 더 좋다는 말이군.

그러면 마나글레이브의 위력이 더 뛰어난데, 왜 사람들은 소드 오러에만 더 집중하는 거지?

“그런데 왜 마나글레이브는 그다지 인기 있는 물건이 아닌 거죠?”
“그냥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마나에 관련한 사상력이 있는 게 아니면 출력이 굉장히 낮거든요. 그러면 그냥 포톤글레이브를 쓰는  낫죠.”
“마나에 관련한 사상력이 있는 사람이 쓰면요?”
“마나 감응력이 좀 좋다는 사람도 파란색을 뛰어넘기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파란색만 되도 위력이 충분한지라, 어찌저찌 초록색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도, 차고 넘치는 위력을 더 강화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녹색부터는 마나 소모량도 극심해서, 효율도 매우 떨어지고요. 차라리 소드 오러가 담긴 검을 쓰는  이득인 셈이죠.”

뭐야, 그럼 마나글레이브는 더더욱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왜 굳이 이런 물건을 개발한 거지?

“그럼 마나글레이브는 소드 오러에 비교했을 때, 위력 말곤 좋은 점이 없는  아닌가요?”
“빨간색부터는 벨  없는 것을 벨 수 있다고 합니다. 영혼이라던가…. 저도 거기서부터는 자세히는 모르지만요.”

이제야 이해가 가네.

한 마디로 성장 요구치와 기대치, 둘 다 무지하게 높은 물건이라는 말이군.

그래도 저 정도 메리트가 있으면, 마나글레이브만 파는 변태들도 꽤 있을 법한데.

“아, 그래요?”
“네, 저도  이상은 잘 몰라요.  개인 공방이 있다곤 해도, 저도 그냥 물건 팔아먹는 장사치라.”
“아니에요.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어휴, 뭘요.”

점주의 얼굴이 밝다.

많이 비싼 물건인가 보네.

하기야, 장사꾼들이야 비싼 물건만 잘 팔아먹으면 된  아닌가.

나는 상자를 가지고 가게를 떠났다.

아, 곧장 집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세계의 가전제품이 상당히 궁금했기 때문에, 국제전자센터에서 잠깐은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흠, 생각보다 특별한 물건은 없네.

대부분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물론 재밌어 보이는 물건들― 대표적으로 드론 같은 것들도 몇몇 있었으나, 아쉽게도 나에겐 그런 것들을 살 돈이 전혀 없었다.

크레딧이야 꽤 많았지만, 크레딧은 어디까지나 트리니티 아카데미 내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재화니까.

볼 것도 다 봤으니, 원룸으로 돌아갈까.

그래도 빈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내가  것은 기계껌.

너무 신기해서 하나 샀다.

처음에는 기계껌이래서 대체 무슨 요상한 기기인가 싶어   시음해봤는데, 진짜 껌과 다를 게 없었다.

내부에는 디스플레이 칩이 있고, 겉은 젤이 둘러싼 형태였는데, 원하는 향과 맛을 입력해주면 젤에서 해당 향과 맛이 나는 성분을 젤에 넣어, 껌처럼 맛볼 수 있는 기계였다.

물만 조금씩 보충해주면 계속 사용할 수도 있는 게 상당히 좋았다.

가격도 저렴했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 * *

원룸에는 먼지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책장을 한번 쓰윽 훑자, 새카만 먼지들이 내 손가락에 잔뜩 달라붙었다.

그렇다고 청소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내일이면 다시 트리니티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하니까.

이대로 방치해 둬야지.

귀찮기도 하고.

우선은 마나글레이브를 작동해볼까.

한 손에 딱 들어올 정도로 작은 막대기의 버튼을 누르자, 하얀색을 띈 옅은 실선이 기기의 끝에서 생겨났다.

…이걸로  자를 수 있다는 게 더 신기할 지경인데.

나는 작동된 마나글레이브로 책장의 한 귀퉁이를 베어보았다.

이게 잘리네?

책장의 끄트머리엔 아주 매끈한 절단면이 생겨났다.

보기엔 빈약해보여도 절단력이 없는 무기는 아니라는 말이군.

문제는, 그럼에도 턱없이 부족한 위력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책장까진 어떻게 자를 수 있었으나, 금속이나 돌 같은 딱딱한 물체는 자를 수 없었다.

이 위력이면 포톤글레이브보다도 위력이 낮겠는데.

왜 아버지는 이런 무기를 준 걸까?

 쓸모도 없… 아, 아버지는 실제로 미래를 볼 수 있다고 그랬지.

아마  세컨드 어빌리티가 마나와 관련된 사상력인가 보네.

그래도 좀 고민되는군.

마나를 다루는 사상력을 각성한다 쳐도, 제대로 된 위력을 내려면 파란색의 경지엔 올라야 하고, 그마저도 소드 오러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얻으려면 무려 붉은색의 경지에 올라야 했다.

아버지가 본 미래에선, 나도 붉은색의 검신을 만들어냈나?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트리니티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아이나나 올리비아에게 검술 지도라도 받아야겠다.

영혼을 베는 검사라니, 로망 있잖아?

그리고 또 뭔가를 해야 했던  같은데….

무언가를 까먹었을 때의 찝찝함이 계속 내 뇌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대체 뭐였지?

맞아, 편지를 확인하는 거였지.

나는 종이봉투에 담긴 편지를 다시 꺼냈다.

물건을 사용할  있게 되면 편지를 다시 읽어보라는 아버지의 말 때문이었다.

음… 편지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굳이 ‘물건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이라는 말을 붙인 걸 보면, 마나글레이브와 연관이 있는 건가?

나는 마나글레이브를 다시 작동시켜, 편지에 가까이 댔다.

그러자, 편지에선 전에 보이지 않던 어떤 글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흐릿해서 도저히 읽을  없었지만.

아무래도 주변의 마나에 반응하는 잉크인가 보네.

내가 세컨드 어빌리티를 각성해, 적색의 마나글레이브를 다룰 수 있을 때가 돼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듯했다.

지금은 글씨가 너무 흐릿해 무슨 내용인지 전혀 유추할  없다.

도대체 무슨 중요한 내용이 적혀있길래 저런 잉크로 적어둔 걸까.

작성자가 진짜 미래를   있는 아버지인 만큼,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미래가 담겨있을지도.

일단,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지금은  자야겠다.

너무 피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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