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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8) (40/173)



〈 40화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8)

이제 이 훈련실  세계의 홀로그램 도시도 익숙하다.

1주일 넘게 매일 보는 풍경이니, 익숙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이 도시의 외관에만 익숙한 것은 아니다.

어떤 장소에 무엇이 있는지, 건물들이 무슨 용도인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도시의 변화 같은 것도 나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잡다한 것까지 외우고 있는 건, 순전히 내 기억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어떻게든 S클래스의 생도 녀석들을 이겨보겠다는 추한 발버둥이었지.

다시 보니 추한  같지는 않다.

그 덕분에 나는 승자조 결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으니까.

성적에 만족하고 체념한다는 선택지가 눈앞에서 아른거리긴 했다만, 막상  훈련실― 시험장에 들어서고 나니 마음이 조금 변했다.

결승전 무대를 밟아보고싶다는 생각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변화에 카타리나의 응원이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만.

아무튼, 나는 필사적으로 좋지 않은 머리를 굴렸다.

올리비아에게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방법이 통하지않을  같았다.

내 사상력은 전투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고, 도시의 오브젝트를 이용하자니, 그녀도 이 홀로그램 도시의 시설을 대부분 알고 있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도개교를 이용해 그림자 해일을 피했던 것을 생각해보라.

솔직히 그 방법은 나에게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이었으니까.

그만큼 이 도시의 오브젝트에 대해 빠삭한 사람에게, 과연 지금까지 내가 써먹었던 꼼수가 통할까?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

생각해보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니,왜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지?

올리비아의 사상력 사용을 막는다는 전제는 애초부터 틀렸다.

애초에 아이나조차도 올리비아를 막지 못했는데, 내가 그녀를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올리비아가 사상력을 사용하게 두는 편이 낫다.

그럼 어떻게 할 셈이냐고?

어떻게 하긴, 내가 그 소환수들을 역으로 이용하면 되잖아?

이 계획, 다른 사람들이라면 꿈도  꿀 방법이다.

잘 봐라. 이 새끼들아.

나는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승리할 거니까.

우선, 도심지로 향하기 전에, 길에 보이는 모든 맨홀 뚜껑과 배수구의 프레임을 뜯어내야지.

그런 짓은 왜 하는 거냐고?

잠자코 지켜보면 알 거다.

작전명, 워터파크.

시작.

* * *

작업을 마치고, 시가지의 중심부에 도착하자, 올리비아가 하품을 하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저 평온한 얼굴을 한 사람이 과연 아이나전 때 신속한 몸놀림을 보여주던 올리비아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바짝 날  모습이 아닌, 동네 마실 나온 모습이라 해야하나.

“안녕?”
“인사는 아까 했잖아.”

태평하게 또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마치, 난 이미 이겨있다는 것 같았다.

과연 시간이 지나서도 다시 그렇게 인사를   있을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다시 만났으니, 인사하는 거지.”
“그래? 그럼 악수나 하자.”
“…나랑 신체 접촉을 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을 텐데?”
“상관없는데?”

올리비아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무슨 꿍꿍이냐고 묻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

절대 못 알아차릴걸?

아마  누구도 예상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 확신한다.

“그래, 악수하자.”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경계심이 없어서 되겠냐고?

물론 경계는 하고 있다.

올리비아라면 얼마든지 내민 손을 거두고, 다른 한쪽 팔로 날 공격할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니까.

그에 대한 대비도 이미 마쳐둔 상태다.

나는 강도 높은 실로 엮어 만든, 일종의 체인 메일을 생도복 아래에 착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안심해도 될 것이다.

아마도.

나는 주저 없이 나아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을 잡은 즉시, 몸에서 기력이 빨려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거, 생각보다 엄청 불쾌하네.

“고작 1단계만으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어떻게 이기려고?”
“내 목적은 2단계거든.”

의외로 그녀는 선빵을 치지 않았다.

그럼 뭐다?

당연히 내가 선빵을 쳐야지.

내 말이 끝나는 즉시, 나는그녀의 정강이를 힘껏 걷어찼다.

이걸로 올리비아의 사상력 발동 조건, 두 번의 신체 접촉을완료했다.

이제빤쓰런  차례군.

2단계 저주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균열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거대한 딱정벌레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더듬이를 두드리며 나를 찾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 꿈틀거리는 더듬이만 보고도 비명횡사하겠지만, 난 벌레 내성이 엄청 높은 사람이다.

이깟 벌레 따위 내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지.

그렇다 해서 저 벌레들을 쓰다듬어주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저 턱에 물리면 손가락이 날아갈 텐데, 누가 그런 짓을 하겠어.

나는 그래플링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벌레로부터 도망쳤다.

도망만 친다면 당연히 경고가 누적되어, 실격패를 당하겠지만, 이번 올리비아전에선 실격패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이 훈련실의 시스템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전투로 간주 되는 행위’만 있다면, 경고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맹점이라 하기도 뭣한 것이, 사실 이 시스템은 오히려 정당한 시합을 위해 만들어  룰이다.

소환수와의 전투가 전투로 간주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승부는 소환수를 사용하는 각성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해질 것이 뻔하지 않은가.

그러니, 저 룰은 소환수와의 전투도 경고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한, 공정한 룰에 가깝다.

하지만, 이것은 얼마든지 이렇게 맹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전 내내 거의 도주만 하더라도, 중간중간 소환수만 몇 번 공격해준다면, 경고 패널티를 회피할 수 있다.

당연히 나도 패널티를 부여받지 않기 위해, 도주하는 와중에도 몇 마리의 딱정벌레를 썰어 재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음,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는 중이다.

벌써 수백 마리의 딱정벌레들이 맨홀과 배수구에 빠졌고, 아깐 분명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던 수챗구멍들도, 이제는 찰랑거리는 물로 가득 차 있었으니.

“그냥 항복해 주면 안 돼?  게임하고 싶어.”
“응, 안돼.”

내가 이겼는데, 왜 항복을 하나?

슬슬 산성 도마뱀도 나올 때가 됐는데.

막연하게산성 도마뱀의 출연을 기다리며, 도시를 한 바퀴 돌았을 쯤.

벌레 때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은  보였다.

이제 슬슬 도마뱀이 나올 차례인가 보군.

나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멀리 보이는 균열과, 추가로 생성된 균열에서, 귀여운 게코도마뱀들이 뭉텅이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도마뱀들은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내게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 제발 실컷 쫓아와라.

“계속 도망만   있을까?”

어느새 올리비아는 내게로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아니, 그래플링을 뛰어서 따라잡는다니.

저게 진짜 사람 맞나?

그래도 설마 따라잡히진 않겠지.

난  타고 날아다니는데.

그 설마는 현실이 되었다.

올리비아가 나를 따라잡은 것은 아니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내가 현재 타고 있는 실을 끊어 버리는것.

올리비아는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딱정벌레들의 사체를 주워, 턱을 뜯어냈다.

그리고, 그 예리한 칼날 같은 턱을, 내가 매달린실을 향해 집어 던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엔 아무리 딱정벌레의 턱이 날카로워 봤자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딱정벌레의 턱은 내 생각보다 훨씬 날카로웠던 모양이다.

놀랍게도 그 턱들은 내 실을 끊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무슨 암기냐고.

나를 지탱하고 있던 실이 끊어졌기에, 나는 현재 땅바닥을 향해 자유 낙하를 하는 중이다.

낙사로 인한 패배라니.

그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쪽 팔을 희생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나는 곧장 새로운 실을 뽑아 다른 건물의 돌출부에 걸었다.

중력으로 생겨난 힘이, 나의 순간적으로 오른쪽 어깨에 실린다.

이거, 100% 탈골인데.

한쪽 팔만 가지고 그래플링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겠지.

음, 가능하군.

근데… 가능은 한데, 모양새가 상당히 불안불안하다.

균형도 제대로 잡지 못해비틀거리고, 속도도 느려진 것이 느껴진다.

거기에 올리비아의 저주까지 겹친 상태니, 내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올리비아에게 따라잡힐 것 같았다.

이젠 정말로 올리비아가 내 턱 밑까지 쫓아온 상황, 무척이나 위급한 상황임에도 나는 바닥의 수챗구멍을 수시로 체크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올리비아에게 도망치는 것도 중요한 일이긴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의 성공 여부였기 때문이다.

웃긴 점은,  우선순위를 매긴 데엔 사실 별다른 근거도 없었다.

그냥, 올리비아가 내게 접근한다 해도, 일격에 죽지는 않을 거란, 막연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나마 유일한 근거라곤, 현재 생도복 아래의 체인 메일이라면, 몇 대 정도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논리에서 기원한 근거뿐.

어쨌든, 다행스럽게 내 계획은 거의 성공단계에 이르렀다.

수챗구멍과 맨홀에서 구정물이 조금씩 역류하는 게 그 증거다.

이젠 멈춰도 되겠어.

나는 불안정한 그래플링으로 건물 옥상에 힘겹게 올라가, 도로아래에서 날 올려다보는 올리비아에게 외쳤다.

“있잖아! 올리비아!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아?”
“흐응, 뭐가?”
“왜 도로에 수면이 생겼다고 생각해?”
“수면?”
“분명 비가 많이 내리고 있는  사실이지만, 도시를 물에 잠그게 만들 정도의 폭우는 아닌데 말이야. 왜 도로에 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을까?”

왜긴, 내가 열어놓은 맨홀과 배수구에 빠진 딱정벌레들이 하수도의 수문을 막아버렸으니까 그렇지.

“그게 중요한 일이야?”
“중요한 일이고 말고.”

아직도 눈치를 못 챘나?

실망인데.

이상하다고 눈치를 챌만하지 않나?

아까야 수챗구멍에 물이 찰랑이는 수준이었지만, 이젠 아예 구정물이 콸콸거리면서 역류하고 있는데?

이제 슬슬 산성 도마뱀들도 그쪽에 도착했겠네.

“지금부터 숫자를 세는 거야.”
“…무슨 짓을  거야.”
“하나, 둘, 셋!”

나의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도시에 있던 온 소화전, 맨홀, 배수구에서 녹색, 회색, 황토색이 섞인, 끔찍한 색을 한 물이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노리고 있던것은 이거다.

배수구와 맨홀에 딱정벌레들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지하의 하수처리 시설로 떠내려갈 것이다.

한두 마리라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수백 마리의 거대한 딱정벌레가 일시에 하수처리 시설의 수문에 도달한다면, 당연히 딱정벌레들에 의해 수문은 막힐 터.

하지만, 계획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배수구에 함께 빠진 산성 도마뱀들이 수문에 도달하게 되면, 말랑말랑한 도마뱀의 살갗은 딱정벌레의 날카로운 턱에 찢겨나간다.

찢겨 나간 상처에선 도마뱀이 지니고 있던 산성 체액이 흘러나올 것이고, 그 산성 체액은 하수도의 구정물에 섞여, 강력한 산성 용액을 만들어낸다.

이 산성 용액들이  어디로 가겠는가?

당연히 막힌 수문과 하수도를 녹이고, 세차게 흘러가겠지.

그리고,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물의 공급량을 하수도가 전부 수용할 수 있을 리는없다.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까.

그럼 하수도에서 수용할 수 없는 나머지 물은 자연스레 빠져나갈  있는 구멍인 배수구, 소화전, 맨홀로 향하는 것이다.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 산성 용액은, 당연히 거리의 시민들을 덮친다.

당연히, 그 산성 용액의 주인은 올리비아니, 올리비아가 시민들에게 위해를 가한 것으로 판정되고.

[경고. 시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으로 인하여 전투 평가의 점수가 감점됩니다.]
[경고. 시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으로 인하여 전투 평가의 점수가 감점됩니다.]
[경고. 시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으로 인하여 전투 평가의 점수가 감점됩니다.]

[올리비아 테이셰이라. 누적 경고 횟수가 상한선을 초과하였습니다. 실격입니다.]

[승자, 박성진. 네 번째 시험이 종료됩니다.]

이게 K-전략이다.

우매한 이세계인들아.

나는 이 현장을 녹화하고 있는 카메라를 보고 외쳤다.

“워터파크! 개장! 지금까지 박성진의 트릭쇼였습니다.”

이날,  경기는 방송 경기가 아니었음에도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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