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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5) (37/173)



〈 37화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5)

하암,졸리네.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다.

육체적 부담만 놓고 보면 빈센트의 지시하에 이뤄졌던 훈련 때가 더 고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정신적인 부담이 커서 그런가, 그때보다 훨씬 피곤하다.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 꽤 좋았기에, 이 정도의 피로감은 참을 수 있었다.

어제 알프레드와 카타리나를 꺾기도 했고,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늦잠을 자도 괜찮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시험 2일  아니냐고?

맞다.

그럼 어떻게 팔자 좋게 늘어져서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릴  있는 거냐는 질문이 따라오겠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일반적으로 강의는 아침부터 진행되지만, 시험은 강의와 다르게 오후 1시부터 진행되기 때문이다.

즉, 점심 먹을 때까진 쭉 자유 시간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다른 생도들에겐 자유시간이아닐 것이다.

중간고사에 대비하기 위해 죽도록 구르는, 훈련 시간이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우승에 대한 욕심이 없거든.

이미 충분한 성적을 거둔 마당에, 모처럼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걸 최대한 활용해야지.

그런 나에게 시험 시작 전의 아침 공백은 그저 노는 시간일 뿐.

아, 편하다. 편해.

사실 기분이 좋은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나는 오늘 한 경기를 쉰다는 것.

홀수 인원으로 구성된 토너먼트다 보니, 부전승을 챙겨가는 이는 당연히 생기기 마련이고, 오늘은 내가 그 부전승의 대상자였다.

그래서 내가 오늘 할 일은, 다른 사람들의경기가 끝난 뒤, 승자조 결승만 치르는 것밖에 없었다.

오늘은 귀찮으니 식당도 안 가야지.

방에서 컵라면이나 대충 끓여 먹어야겠다.

물을 부은 컵라면이  익어갈 때쯤, 나는 바닥에 설치된 영상 시뮬레이터를 실행시켰다.

그래도 다른 생도들의 경기는 지켜봐야지.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트리니티 아카데미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의 2일 차 경기로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해설 에르제베트 디아나, 한백, 그리고 저는 캐스터 강유성입니다. 다른 경기의 결과를 이미 확인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어제 경기들의 결과, 지금 확인해 보시죠!”
“최고의 화제는 역시 방송으로 송출된 승자조 2라운드 경기, 알프레드 생도와 박성진 생도의 경기겠죠?”
“박성진 생도의 기상천외한 전략들은 인터넷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카타리나 생도와의 경기도 충격적이었다는 말이 많았는데, 2라운드의 경기는 대혼돈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한 편의 자동차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사실 어제의 경기가 끝나고, 나는 곤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나의 마이클 베이식 연출이 엄청난 기행으로 보일 것이라는 것쯤은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화제가  줄은 몰랐으니까.

내게 밀려드는 인파는 몰아내도 쉴새 없이 들이닥쳤고, 결국 나는 트리니티 스타디움에서 기숙사로 돌아가는데만 장장 1시간을 넘게 소요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스타디움에서의 반응까진 조금은 예측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까지 그렇게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리라.

나 하나 때문에 튼튼한 차를 만들기로 소문난 몇몇 자동차 제조 회사의 주가가 올랐다고 하니….

“아이나 생도와 제이드 생도의 경기는 세간의 큰 주목을 이끌지는 못했는데요. 그와 별개로 경기의 내용 자체는 매우 훌륭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저도 그 경기를 찾아봤는데요. 꽤 괜찮은 경기였습니다. 제이드 생도의 싱글 어빌리티, 영멸저항자가 얼마나 강한지 잘 보여주는 모범적인 경기라고 할  있겠네요.”

제이드가 가진 사상력, 영멸저항자는 무척이나 단순한 사상력이다.

사용 시간 동안 무적이 된다는, 매우 심플한 능력.

무적이 좋은 사상력인 건 분명하다.

문제는, 다른 사상력이 아무것도 없이, 딸랑 무적 사상력 하나만 가지고 있을 때다.

그런 놈이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전선 최전열에서 고기 방패가 되어주기.

이번대전이라고 다를 리가 없었다.

에르제베트는 어떻게  포장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알 사람들은   거다.

그냥 제이드는 열심히 두들겨 맞다가 끝났을 거란 것쯤은.

차라리 아이나가 적당히 손대중이라도 해주는 성격이면 모르겠는데, 아이나는 그런 성격조차 아니니.

“카타리나 생도와 천현우 생도 또한 S클래스의 상당한 강자로 알려져 있는데, 둘이 패자조 1라운드에서 만난 것도 큰 이슈였죠?”
“그렇습니다. 둘 중 누가 이겨도 사실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는데요.”
“천현우 생도의 성장이 눈에 띕니다. 알프레드 생도를 상대로 분전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듯, 카타리나 생도를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죠.”

천현우는 확실히 한층 성장했나 보네.

아직 혈류조작이나 채혈까지는 쓰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피를 다루는 데 한층 더 익숙해졌나 보군.

서드 어빌리티를 각성했을 리는 절대 없고.

일단 그건 그렇다치고, 솔직히 나는 카타리나 쪽이 더 신경쓰인다.

왜냐고?

예쁜 누나잖아.

아무리 천현우가 원작의 주인공이라 쳐도, 고추새끼보단 예쁜 누나한테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자연의 이치다.

카타리나는 지금 어떤 반응을 하고 있을까?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을까?

분명 카타리나도 S클래스 중상위권이라는 자신의 위치에 자부심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광탈이라는, 믿기 힘든 결과가 나왔으니, 좌절하고 있어도 전혀 이상할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만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지독한 노력파인 걸로 모자라 멘탈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카타리나의 성격을 고려하면, ‘나를 돌아볼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그냥 평범하게 훈련에 매진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위로의 말 한마디 정도는 해주는 게 좋겠지.

나중에 카타리나에게 에일이나  잔 쏴야겠군.

사심이냐고?

응, 사심이다.

“이변은 승자조에서만 있었던  아니었습니다! 패자조에서도 이변은 등장했죠? 놀랍게도 백성연 생도가 제임스 피츠제럴드 생도를 꺾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상당히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백성연이?

백성연이 제임스를 꺾었다고?

이건 진짜 신기한데.

어떻게 이겼지?

“백성연 생도는 상성상으로도 제임스 생도에게 무척이나 불리한 상성인데, 그걸 잘 극복해냈군요!”
“백성연 생도의 연기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네요. 경기 내용을 보셨다면 알겠지만, 제임스 생도의 현혹의 울림에완전히 속아 넘어간 것처럼 행동했었죠?”
“다시 봐도 칭찬을 아끼지 않을  없는 연기였습니다.”

하긴, 백성연은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긴 하지.

아니,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터놓고 말하면, 백성연은 만능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다.

전투에서야 남들보다 조금 부족할지 모르나, 타인을 도와주는 데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보조 사상력, 친절하면서도 절대 호구는 아닌 성격에, 순둥순둥해 보이는 귀여운 외모와, 뛰어난 가사 능력 등등 부족한 점이 거의 없으니.

물론 백성연이 이 모든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녀가 저것들을 후천적으로 습득하게 된 계기는, 트리니티 아카데미 입학부터 시작되었던 기나긴 따돌림이었다.

그녀가 따돌림을 당하게 된 까닭은 단순했다.

‘전투 능력이 거의 전무한 각성자’라는 것.

백성연은 높은 레벨의 사상력을 보유했던 만큼, 당연히 상위 클래스부터 입학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었으나, 본인은 직접적으로 전투를 하기 어려운 구성의 사상력이란  밝혀진 뒤로, 그녀는 따돌림에 시달려야만 했다.

클래스만 높고,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년이라는 천대와 함께.

물론 현역으로 뛰는 영웅들이나,  번이라도 팀을 이뤄야 하는 파견 실습에 나가본 생도들은 절대 보조 계통의 각성자를 천대하지 않는다.

아니,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나이를 먹은 놈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백성연이 따돌림에 시달리게 된 까닭은, 결국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돌아가는 줄 알고 있는 아이들의 오만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결국 그녀가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입학했던 나이는 전투 사상력만 중시하고, 보조 사상력은 멸시하는 사상이 팽배한 나이대였는데.

당연히 백성연은 좋은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따돌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처세술을 하나씩 익혀나갔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에 대한 평가는 전투력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나, 나머지 방면에서 거의 완벽하다고 할  있는 사람으로변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백성연은 진짜 인간승리의 표본 그 자체구나.

“다음은 U클래스입니다! U클래스에 빠르게 입학한 제롬 르클레어답게, 성적도 순항 중에…”

몰라.

관심 없다.

언젠간 나도 U클래스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지.

U클래스에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이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내가 U클래스에 들어갈 때면 어차피 기존의 U클래스 멤버들은 대부분이 갈아치워져 있을 것이다.

“이제 오늘의 방송 경기를 추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방송 경기를 추첨해주실 분은 바로, 히어로 팀, 세렌디피티의 리더, 알리시아 블레즈입니다!”

알리시아 블레즈?

처음 듣는 영웅이네.

미래가 바뀌었군.

원래라면 케인 머리가 이 추첨식을 맡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와… 예쁘네.

갈색 머리를 한 벽안의 여인이 나타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추첨 기기의 버튼을 눌렀다.

다만, 그 미소는 클로에의 것에 비하면 다소 부자연스러웠다.

아주 자연스러운 클로에의 미소와 달리, 알리시아의 얼굴에선 긴장한 기색이 제법 묻어나오고 있었으니.

“오늘의 경기가진행될 무대는 바로 421번 훈련실입니다! 그 주인공은 누구일 것인가! 바로… 아이나 생도와 올리비아 생도입니다!”

재밌겠네.

저번 훈련 때는 둘의 승부가 무승부였다지만, 이번에도 그럴 리는 없겠지.

“상당히 기대되는 매치업입니다. 올리비아 생도는 분명히 포텐이 있는 생도거든요. 과연 이번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있을지가 관건이겠죠.”
“탈 S클래스 평가를 받는 알프레드와 아이나를 상대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시청자 여러분들은 분명히 기대하고 있을 거란 말이에요!”

누가 올라오던 내가 좆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으리.

아무나 이겨라.

[카운트 다운, 5, 4, 3, 2, 1, 0,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미츠루 아이나 생도와 올리비아 테이셰이라 생도의 경기,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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