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입학 첫날. (5) (8/173)



〈 8화 〉입학 첫날. (5)

훈련이 끝나고, 훈련장 밖으로 나오자 창밖의 해는 벌써 뉘엿뉘엿 태평양의 지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니 한 가지기억이 떠올랐다.

트리니티 아카데미의 스카이라운지에서 보는 석양이 절경이라는 작중 묘사였다.

“어디 아름답다는 스카이라운지의 해 질 녘 좀 볼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트리니티 아카데미의 최상층에 도달하자, 그곳엔 헬기 착륙장와 작은 편의점이 하나 있었다.

좀 전의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 편의점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확인했다.

평균적으로 10크레딧 쯤 되는 듯하다.

딱히 크레딧을 쓸 곳도 없고, 아까 랜디로부터 100크레딧도 뜯어냈으니, 부르주아가 된 기분을 만끽하고자 가장 비싼 25크레딧의 아이스크림을 골라 집었다.

“맛있네.”

크레딧의 가치가 현실에선 얼마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바칩과 견과류가 잔뜩 뿌려진 초코 아이스크림은 25크레딧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맛이었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노을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드넓은 대양에 부서지는 태양의 빛이 아름답다.

트리니티 아카데미, 좋네.

입학하길 잘했다.

시간이 지나, 손에는 아이스크림의  콘만이 남아있었음에도, 나는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운치를 조금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창 일몰이 끝나고 별과 달이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낯익은 얼굴이 엘리베이터에서 나타났다.

트리니티 아카데미 고등부 입학 성적 3위에 빛나는 인재이자, 다카포 드림의 주인공.

그리고 초면부터 내게 시덥잖은 장난질이나 걸었던 남자.

천현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것은 그였다.

그러고 보니, 나를 제외한 원래 다카포 드림의 등장인물들은 이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강의실에 모여있는데, 천현우만이 자리를 비운다는 암시가 있었다.

그것이 아마 지금인가보다.

“여, 박성진, 안녕, 안녕, 안녕.”
“그 짓거리 좀 그만해.”
“그래, 너는 여기에 왜 왔어?”
“경치 구경하러.”
“생각보다 풍류를 아는 놈이네.”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었다.

천현우는  옆의 다른 벤치에 앉는다.

서로가 하늘에 흐르는 은빛 강만을 바라보며, 말을 아끼고 있었다.

그리고, 입을 먼저 연 것은 천현우였다.

“있잖아, 박성진.”
“왜.”
“너는 왜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입학한 거냐.”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사실이다.

갑작스럽게 평행세계의 나로 빙의했고,  빙의한 나는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 이외엔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냥 까라는 데로 까야지, 뭐.

“그래?”

천현우와 나의 눈이 마주친다.

천현우의 퍼스트 어빌리티, ‘마음을 보는 눈’이 사용되고 있었다는 걸  모르지 않았지만, 딱히 눈을 피하지 않는다.

피할 필요가 없으니까.

자, 잘 보아라. 3, 2, 1, 0, 땡.

“커흡!”

허가된  이외에서 사상력을 사용하면 이렇게 된다.

몸에 이식된 시리얼 카드가 전격을 내뿜어 사상력을 사용한 이를 바로 제지한다.

그리고 이 전격의 출력은 사상력을 얼마나 해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응을 보아하니 아예 마음을 읽는 정도로 사용한 것은 아니고,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정도로만 사용한 것 같군.

하긴, 작중에서도 중등부부터 몰래 많이 써봤다고 나오니, 어떻게 하면 딱 적당하게 아프고 끝날지 아는 눈치다.

솜씨가 대단한걸.

이렇듯, 많은 생도들은 적당히 사상력의출력을 조절해가며 아카데미 내에서 사상력을 몰래 사용한다.

착해빠진 성연이는 이런 것도 모르고 빈센트에게 순수하게 왜 사상력을 사용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었지.

“으…”

천현우는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날 주시한다.

출력이 조절된다곤 하나, 전격이 결코 정전기처럼 따끔하고 마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약하게 사상력을 사용한다 해도 어느 정도의 고통은 수반된다.

내가 이곳에 입학한 이유가 그렇게 궁금했나?

진짜 별거 없는데.

어차피 내 마음을 읽어서 내 말이 참인 것을 확인했을 테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후… 그래, 너에겐 너만의 사정이 있는 거겠지. 쓸데없는 질문 해서 미안하다.”

천현우는 정신을 추스른 듯,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내게 말했다.

“괜찮아.”
“방금까지 강의실에서 애들이랑 너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너도 올래?”

 이야기? 내 이야기를  하는 거지?

“무슨 이야긴데?”
“네가 유급하느냐 못하느냐로 이야기하고 있었지.”

이 자식, 방금 전기충격으로 고통스러워 하던 놈이 맞나?

“너희들 이야기 하는데 내가 껴도 되냐?”

어차피 너희들은 나를 훨씬 아래로 보고 있는데, 이야기를 끼워 줄 생각은 있냐는 말이었다.

뭐, 그렇게까지 불쾌하진 않다.

나는 누가봐도 낙하산처럼 보일 테니까.

하지만, 그런 누가봐도 최약체인 녀석이 의외의 강세를 보여줘야 진짜 재밌어 지는 것 아니겠어?

이거, 이거,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에서 언더독의 유쾌한 반란이 뭔지 한 번 보여줘야겠군.

“괜찮을 거야. 아마도.”
“아마도는 뭐냐.”
“괜찮을 거라니까.아마도.”
“됐다. 가보지 뭐.”

나와 천현우는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와, S클래스 강의실이 있는 9층으로 향했다.

“그래서 내가 그때…”
“그걸 했다가…”
“그러다 큰일이 날 뻔했는데…”

복도에 목소리가 잔뜩 울려 퍼진다.

울려 퍼지는 목소리들의 주인공은 S클래스의 캐릭터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변은 없었다.

목소리는 역시나 S클래스 강의실에서 들려왔다.

앞장서던 천현우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교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간다.

…얘 지금 나 데려왔다고 눈치 보는 건가? 눈치 보면서 데려올 거면 왜 데려온 거야.

“여, 천현우 어서 오고. 근데 옆에 걔는 왜 온 거냐?”
“내가 오라고 했어.”
“그러냐? 그래. 별로 내키진 않지만, 저 녀석도 같은 클래스니까. 상관없겠지, 뭐.”
“성진아! 어서 와! 몰래 어디 갔다 온 거야?”

퉁명스럽게 말하는 제임스와는 달리, 베아트릭스는 여전히 밝은 미소로 날 반겼다.

베아트릭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친근한 태도로 날 부르자, 자연스레 아홉 명의 시선이 나에게로 모여든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냐.

우리 둘은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오늘 처음 본다고.

부담스럽지만, 이 또한 내가견뎌내야  몫이겠지.

“그래, 박성진이라고 했지? 만나서 반갑다.”
“반갑다.”
“그래, 나는 알프레드 아이스너야.아까 단상 위에서 선서문 낭독할  잠깐 봤는데, 웃고 있더라. 너.”
“…맞아.”

그건 또 어떻게  거람.

“뭐가 웃겨서 웃었던 거야? 굉장히 진지한 선서문이었는데.”
“별거 아냐, 그냥 비행기 타고 오면서 본 웃긴 영화가 떠올라서.”

대충 아무 말이나 둘러댔더니, 알프레드는 미심쩍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  그렇다 치고, 여기의 아이들과 이야기를 좀 나눠보니, 너를 본 사람은 고사하고, 네 이름을 들어  사람조차 없더라. 고등부가 첫 입학인가 본데, 도대체 무슨 사상력을 가졌길래 그 나이에 S클래스에 바로입학할  있는 거야? 무례한 질문인 건 알지만, 너무 궁금해서.”

이게 목적이었구나, 천현우, 이 새끼.

너는 첫 만남부터 느낌이 안 좋더니, 이렇게 날 또 엿먹이는구나.

내가 천현우를 한 번 쏘아보자 천현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이내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버렸다.

“알프레드까지 궁금해하는데, 이번에도 도망치는  아니겠지? 박성진?”

아이나가 안 그래도 날카로운 눈매를 더 가늘게 뜨며 한마디 쏘아붙였다.

이래선 도망칠 길도 없잖아.

“그래, 궁금하긴 했어. 고등부 입학이 없는  아니지만, 그 나이가 돼서 S클래스에 입학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거든.”

알프레드와 아이나에게 친분이 있는 올리비아 테이셰이라도 거든다.

평행세계의 신이시어,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기왕 이렇게  거, 아예 판을 크게 키워서 블러핑이라도 쳐야겠다.

“난 미래를 볼  있어.”
““뭐라고?””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다카포 드림을 이미 여러  완독했으니, 거짓말은 아니다.

물론 녀석들은 전혀 믿지않는 눈치다.

자, 여기선 혼이 실린 구라를 쳐야 한다.

“천현우.”
“천현우.”

알프레드가 할 말을 한 박자 빠르게 선수 친다.

물론 이건 실제로 미래를 읽고 한 행동은 아니다.

다카포 드림에 이런 이벤트는 없었으니까.

내가 이 세계에 들어오면서생긴 이레귤러리라.

그런데 내가 알프레드가 할 말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천현우의 마음을읽는  때문이다.

알프레드는 천현우의 마음을 읽는 눈의 힘을 빌려 내가 거짓을 말하는지, 사실을 말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반드시 천현우의 힘을 빌릴 것이라 예상했을 뿐.

다들 알프레드가 할 말을 선수 친 나의 모습에 놀라는 눈이다.

아직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되는데.

“이제 천현우는 ‘아카데미 내에서 사상력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규율을 어기고 전격을 받겠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직거리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온다.

살타는 냄새가 난다.

앞으론 이 좆같은 냄새에도 내성을 길러야겠네.

천현우는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고 있었다.

뻔하지.

미래를 본다는 데 어떻게 참고 배기냐.

이건  참아도 인정한다.

나였어도 아플  각오하고 바로 사상력을 사용했을 테니까.

주변의 분위기는 잔뜩 얼어 붙어있었다.

“이 녀석이 방금 말한 건… 사실이야.”

천현우는 혼이 다 빠진 얼굴로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다카포 드림의 전개를 알고 있으니까, 미래를 본다는  자체는 사실일 수밖에 없다.

“진짠가 봐.”
“말도 안 돼. 그딴 개사기 능력이 어떻게 실존할 수 있지?”
“하지만 방금 알프레드보다 먼저 알프레드가  말을 말했고, 천현우가 사상력을 쓸 것도 예측했고, 천현우의 사상력으로도 사실로 밝혀졌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걸 보고도…”

녀석들의 추측은 마음대로 엇나가기 시작했다.

이래서 힘숨찐 컨셉 잡는구나.

희열감마저 느껴질 정도네.

“잠깐.”

제임스 피츠제럴드였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봐.  녀석의말은 앞뒤가 맞지 않아.”
“어째서?”
“잘 봐, 사상력을 사용하면 천현우  새끼처럼 전기구이가 된다고. 근데 저 녀석은 지금 미래를 보는 사상력을 사용한다고 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잖아. 고통에 익숙해서 전기구이가 되는 걸 참을 수 있다 쳐도, 전기를 다루는 사상력을 가진 알프레드의 눈엔 놈의 몸에 전기가 흐르는 게 보일 거란 말이지. 근데 알프레드는 아무 말이 없잖아. 박성진이라는 저놈은 지금 사상력을 안 쓰고 있는 거라고.”
“그럼, 천현우의 사상력이 사실이라고 밝힌 건?”
“흠, 그건…”

날카로운데? 정확히 맞는 말이다.

비록 카타리나의 반론에 바로 논파 되긴 했지만, 제임스의 논리는 처음엔 조금 당황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당당하게 뻗대야 블러핑이 통한다.

“글쎄, 어떻게 했을까?”

나는 팔짱까지 끼고 빙글빙글 웃으며 대답했다.

“내 생각은 이래.”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백성연이 입을 열었다.

조용하던 백성연의 난입에, 클래스의 전원의 눈은 백성연에게로 한데 모였다.

유약하고 소심한 백성연은 조금 부끄럽다는 듯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히 사상력을 아카데미 내에서 사용하는  금지지만, 허가된 곳은 제외라고 했어. 그렇다면, 허가된 곳이나, 아카데미외부에서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거야. 즉, 박성진은 외부에 해당하는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과, 허가된 장소에 포함되는 훈련장에선 사상력을 써서 미래를 볼 수 있어.”
“확실히… 그건 예상치 못했군. 가능한 이야기야.”
“그럴듯한데?”
“저 말대로라면 불가능하진 않아.”
“…”

모두가 동요하고 있었지만, 아이나 만큼은 평온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나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아이나가 무섭다.

다카포 드림 세계관 속, 최강의 암살자 가문, 미츠루 가문의 차기 당주님이 어찌 두렵지 않으랴.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듯, 빨려드는 눈동자를 한 그녀는 내겐 천현우의 마음을 읽는 눈보다 두려운 존재였다.

그녀의 눈을 피해 조용히 바닥으로 눈을 내리깐다.

바닥의 그림자가 일렁이며 준동하고 있었다.

그림자… 그림자가 꿈틀거려?

아뿔싸.

나는 바로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동작이 끝나기 무섭게,  귀 바로 옆으로타르 덩어리 같은 새까만 손아귀가 스쳐 지나간다.

하마터면 당할 뻔했네.

이것이, 미츠루 아이나의 퍼스트 어빌리티.

그림자 지배.

나는 당황한 눈으로 아이나를 쳐다봤다.

이번만큼은 그녀도 놀랐다는 눈치다.

그나저나 대단하군.

아무리 미츠루 가문에서 지독한 훈련을 받았다지만, 방금의 사상력 사용으로 인한 전기 충격은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텐데.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기색이다.

보기엔 그녀의 시리얼 카드가 고장 났다고 믿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그녀는 멀쩡해 보이지만, 그녀에게서 나는 단백질 타는 냄새가 그녀의 시리얼 카드는 멀쩡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진짜군.”
“…그래.”
“이 정도면 믿어야지. 그래.”

다른 녀석들도 좀 전의 패닉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경악이란 게 무엇인지 한껏 얼굴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모두가 이견 없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 고고한 아이나 조차도, 조용히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무사히 상황을 수습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

“성진아, 거짓말했던 거야?”

베아트릭스였다.

맞다. 나는 아까 그녀에게 자신의 능력을 모른다고 소개했지.

이건 어떻게 수습한담.

“…미안하다. 일부러 거짓말한 건 아니야. 하지만, 완전히 거짓말이라고도 할 수는 없어. 나는 방금 보여준 세컨드 어빌리티, 미래 예지와 너희에게 아직 보여주지 않은 퍼스트 어빌리티만 알고, 서드 어빌리티가 뭔지는 몰라.”
“그렇구나… 조금 실망이지만, 그럼 알았어.”

베아트릭스는 내게 조금이 아니라 잔뜩 실망한 듯한 눈치였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베아트릭스와 척을 지는 건 사양이다.

다카포 드림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그녀와 거리가 멀어진다는 건, 메인 스토리에서 벗어나게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였다.

내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푸흣, 성진이 속았다!”

베아트릭스는 사실 전혀 실망하지 않았었나 보다.

그녀는 오히려 나를 제대로 속였다는 것에 만족한 듯, 내 등을 팡팡 쳐대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제대로 속인 건 사실이지만, 조금 괘씸한걸.

물론 베아트릭스 성격상, 그녀는 단지, 내게 장난을 치고 싶었던 것뿐이었겠지만.

그러니, 나는 이번엔 그냥 웃어넘기기로 했다.

“걱정하지 마. 전혀 실망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대단하다고 생각해.”
“뭐가 대단해?”
“미래를 보는 사상력이라니,  적도 없는걸.  정도면 U클래스에 입학해도 손색없을 정도잖아!”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이런 점은 확실히 베아트릭스답다.

장난기 심하고, 매사에 긍정적이며, 웃음을 잃지 않는 데다, 사소한 거짓말 정도는 대범하게 웃어넘기는― 머리는 약간 모자라지만, 굉장히 밝은 성격을 가진 소녀, 그것이 베아트릭스의 캐릭터성이었다.

“그래, 그래, 이제 사상력이 뭔지도 스스로 밝혔으니, 이 이상 캐묻는  도리가 아니겠지. 그럼 궁금한 것도 알았고, 해도 진지 좀 됐으니 다들 이쯤에서 해산할까?”
“뭐?”
“그러자.”
“그래, 다음에 봐”
“엉, 그럼 나도 가본다.”

진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던 거였어?

자기들 궁금한 거 다 알았다고 날 이렇게 무시하네.

두고 봐라, 모의 전투 시간에 내가 너희들을 실컷  패줄 만큼 강해져서 돌아올 테니.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