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입학 첫날. (3) (6/173)



〈 6화 〉입학 첫날. (3)

“S클래스… S클래스…”

진짜 건물 한번 더럽게 크네.

트리니티 아카데미 어플리케이션, 통칭 트아카 어플의 지도를 실행하여 S클래스의 위치를 찾는다.

여기네.

강의실에 들어서자, 그곳엔 신입생과 재학생을 포함한 S클래스 생도 모두가 모여있었다.

딱 한 명, 베아트릭스 발데크는 빠져있었지만.

얘는 어디로  거야.

선서문까지 낭독해놓고.

길을 잃은  아니겠지, 설마.

모르겠다.

자기 알아서 할 일이지.

베아트릭스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강의실을 둘러본다.

강의실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는 말이 가장 정확했다.

내가 들어왔음에도 잠깐 눈을 흘기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고, 몇몇은 아예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할 뿐.

아까 이야기를 나눴던 천현우조차도 이젠 내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 자신의 그룹에서 열심히 떠드는 중이다.

아무 자리에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을 구경하던 와중, 앞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순백의 머리카락.

선혈이 비쳐 루비처럼 붉게 빛나는 눈동자.

검은 와이셔츠에, 대충 맨 붉은 넥타이, 군청색의 정장 바지.

잘생겨서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면상까지.

그 모든 게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조화의 멋들어진 결과물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곧장 명령을 내렸다.

“주목, 모두 자리에 앉아라.”
““네!””

그때, 뒷문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죄송해요!”

올 것이 왔군.

한동안은 S클래스의 사고뭉치를 담당하지만, 장차 최강에 준하는 수준으로 자라나, 이 세계를 지킬 영웅이  원석.

베아트릭스 발데크가 교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자신이 지각했다는 건 자각했는지, 그녀는 재빠르게 달려오며 사과를 했다.

그녀의 생기발랄한 목소리는 별로 죄송스러워하는 거 같지 않지만.

“우선 내 소개를 하지. 내 이름은 빈센트 밀러고, 앞으로 1년간 너희의 담당 교수가 될 사람이다. 보다시피 알비노 증후군을 앓고 있으니 빛에 관련한 사상력을 가진 놈이 있다면 되도록 그 능력으로 내게 장난치지 않길 바란다. 뒤지고 싶지 않으면. 잘 지내보자. 참고로 질문은 사절한다.”

꽤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 빈센트였지만, 그의 실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는 U레벨의 능력자니까.

갓 고등부로 입학한 제롬도U클래스에 입학했으니, 빈센트와 제롬의 수준은 비슷한 게 아니냐고?

전혀 아니다.

U클래스와 U레벨은, 하늘과 땅 차이 수준이니까.

능력을 사용해온 짬밥이나, 육체적인 강함부터 차원이 다르니, 실전에서 강함은 비교 자체가 안된다.

즉, 제롬은 ‘U레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정도에 불과하다.

상대를 대충 B내지 A레벨이라 가정하고, 그가 자신의 사상력을 100% 활용할 줄 아는 자라면, 제롬은 그에게 마저  확률이 매우 높다.

사실, 각성자까지  필요도 없다.

이 세계의 인간은 신체 능력이 지구의 인간보다 훨씬 강하다는 말을 기억하는가?

정말 신체 능력이 극한에 달한 이들은, 아무런 사상력 없이도 A레벨의 각성자를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 예시가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빈센트로, 그는 사상력을 쓰지 않아도 삼류 빌런 따윈 맨몸으로 제압하는 강함을 가지고 있다.

아마 사상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제롬 따윈 너끈하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정리하자면, 내가 S클래스의 입학 조건이 S레벨이니, 뭐니 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그것도 성장 추정치에 불과하다는 거다.

레벨과 클래스가 어느 정도 정비례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는다.

현역으로 뛰며 단련된 진짜배기 U레벨, 빈센트에 반해선 제롬은 한참 아래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렇게 강한 이가 어째서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교수로 있는가 하면, 그가 돌연 현역에서 은퇴하기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도 그 이유가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충 빌런을 소탕하는 것이 지겨워졌기 때문이라고 나왔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강단 앞에 선 이 남자는, 꽤 강한 각성자 조차 개미 밟듯 죽여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말이다.

실제로 그래본 적도 있을 것이고.

그런데, 이 교실의 생도들은 그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다들 존경의 눈빛으로 교수를 쳐다볼 뿐이다.

그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역으로 뛰어본 경험이있는 U레벨의 각성자가 자신들의 교수라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이겠지만.

“우선 간단한 주의사항부터 듣자. 이미 지겹도록 들었을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오늘은 완전  신입이 두 명 왔으니까, 할 수밖에 없다. 수업이나 훈련을 할지  할지는 너희들의 태도를 봐서 결정할게.”

빈센트의 말이 끝나자 다른 생도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아직 아이 티를 벗지 못한 생도들의 순수한 반응이 귀엽다는 듯, 빈센트는 피식 웃었다.

“첫째, 트리니티 아카데미 내 허가한 공간 이외에서 사상력의 사용은 금지되어있다. 이것은 그냥 하는 경고가 아니라, 너희들의 몸에 이식된 시리얼 카드가 그것을 물리적으로 금지시킨다는 소리다. 불만스럽다면, 학장님과 이사장님께 직접 전달해라. 그분들의 지시니까.”
“저, 여태까지 궁금했는데…  그렇게까지 강력하게 금지한 건가요?”

천성적으로 유하고 고운 심성을 지닌 백성연이 물었다.

백성연 같이 순수한 사람은 모르겠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있다는 것을.

개구리 한 마리만 죽으면 다행이지.

강한 각성자  명이 각잡고 그 망할 놈의 장난을 한 번 치면 사람 수십 명이 죽는다.

“질문은 사절한다고 했는데,  들은 모양이구나. 뭐, 주의사항에 관한 질문은 예외 사항으로 두마. 왜 사상력의 사용을 그렇게 강력하게 금지 시키냐고? F급 빌런조차 수십 명을 살해한 전과가 있는 마당에, F이상의 등급은 어떻겠나?”
“저희를 너무 나쁜 사람 취급하는 거 아닌가요? 저희가 무슨 범죄자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통제해야 하나요?”
“에휴, 멍청아. 어떤 놈이 꼭지 돌아서 사고 치면  책임은 죄다 트리니티 아카데미가 져야 하는데, 당연히 통제해야지, 그럼.”

곧 죽어도  말은 하는 성격인 베아트릭스의 말에, 하루라도 디스를 하지 않고선 못 배기는 제임스가 쏘아붙였다.

베아트릭스가 제임스를 노려본다.

제임스는 베아트릭스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만 쳤지만.

“너희들을 예비 살인마 취급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빌런 중에선 아카데미 출신이었던 경우도 심심찮게 보고된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면 너희들의 몸에 이식된  칩이너희를 알아서 통제하겠지만, 그래도 사상력의 사용은 금지다. 알겠나?”

생도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싸움꾼 기질을 타고난 제이드 크롬웰만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둘째, 트리니티 아카데미에선 성적이 합격점보다 부족하다면 더 낮은 레벨의 클래스로 유급되며, 두  이상 유급될 시 퇴소 조치 된다.”

이번엔 질문 없이 그저 한숨 소리만이 강의실을 뒤덮었다.

이 말은 나조차도  한숨을 내뱉게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작중에서 이 중 유급되는 놈은 한 명도 없었지만, 아마 굳이  명이 탄생한다면, 내가 아닐까?

가진  가지 사상력 중, 두 가지를 모르는 놈이 바로 나다.

그런데 유급 없이 무사히 트리니티 아카데미를 졸업할  있을까?

걱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셋째, 네가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얼마나 부유했던, 가난했던, 그건잊어라. 이곳에선 오직 ‘크레딧’만이 통화로 사용된다. 크레딧은 달마다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크레딧이 있으며, 너희의 성적이나 평소 행실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급된다.”
“진짜 한 푼도 못 쓰나요?”
“응.”

이번에도 베아트릭스다.

베아트릭스는 부유한 집안인 발데크 가문에서 태어났으니 자신의 돈을 쓸 수 없는 게 아쉬웠겠지.

물론, 귀족 가문의 자녀 수준이 아닌, 아예 가문의 차기 당주를 맡은 아이나도 있었지만, 걸음마를 뗄 적부터 가문에 의해 철저히 교육받아온 아이나가 아무 말이나 생각 없이 내뱉을 리가 없었다.

물론 속으론 아이나도 크게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그야 그렇겠지.

얼마 전까지 금수저의 삶을 마음껏 영위하다, 갑자기 모든 걸 잃게 된다면 나조차도 서러워서 펑펑 울어버릴 것 같은데.

“이상이다. 그럼 다들 즐거운 하루 돼라. 태도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졸리니까 낮잠이나 자러 가보련다.”

말을 마친 빈센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을 떠났다.

그 모습은, 실로 빈센트답다고 할 수 있었다.

원작에서도 그는 마이페이스적인 성향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물론, 나를 제외한 다른 생도들은  사실을 알 길이 없기에, 황당하다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담당 교수란 사람이 필수 생활 교칙  가지만 알려주고 쿨하게 떠나버렸으니.

그러나,  반응이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모두 빈센트가 들어오기 전에 모여있던 진형으로 돌아가, 각자의 그룹에서 담소를 나눌 뿐이었다.

베아트릭스는 그룹이 없지 않았냐고?

그녀는 밝고 사교적인 천성을 가진 사람이다.

연줄 같은  없이도 금세 하나의 그룹에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는 듯, 그녀도 자연스레 하나의 무리로 들어가 있었다.

고로, 나 혼자만이 그들과 멀찍이 떨어져 이 교실을 관조할 뿐이다.

교실에는 나를 포함해  10명의 생도가 있다.

신입생은 알프레드 아이스너, 미츠루 아이나, 천현우, 베아트릭스 발데크, 그리고 나.

기존에 S클래스에 재학하고 있던 생도는, 카타리나 벨랴예바, 올리비에 테이셰이라, 제임스피츠제럴드, 제이드 크롬웰, 백성연,

 10명의 생도는 셋씩 모여 저마다의 무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번째 그룹에는 알프레드 아이스너, 미츠루 아이나, 올리비에 테이셰이라가 속해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카데미에 입학한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셋은 모두 아주 어린 나이에 사상력을 각성해, 빠르게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다.

수많은 아카데미 생도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던 존재들이었고.

비록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지 않은 올리비에 테이셰이라는 제롬, 아이나, 알프레드 같은 이들과 비교하기엔 다소 부족한 면이 많았지만, 상위권이란 사실 틀림없었기에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기엔 충분했다.

셋은 각자가 경쟁 상대라는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쳐있는 것이다.

이렇듯 성적이라는 특징으로 뭉친 그룹이 있었다면 출신이라는 특징으로 뭉친 그룹도 있는 게 당연했다.

천현우, 카타리나 벨랴예바, 백성연이 속한 두 번째 그룹이 그 예시다.

비록 카타리나는 러시아인이라곤 하나, 러시아와 한국은 가까운 국가 아닌가.

게다가 카타리나는 한국에 와본 경험이제법 있었기에, 천현우과 백성연의 대화에도 어느 정도 낄 수 있었다.

마지막 그룹, 제임스 피츠제럴드, 제이드 크롬웰, 베아트릭스 발데크가 속한 그룹의 특징은,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뿐이라는 것.

타인을 디스하는 낙에 사는 독설가, 제임스 피츠제럴드.

하루라도 쌈박질을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제이드 크롬웰.

분위기메이커 베아트릭스까지.

이렇듯, S클래스의 생도들은 모두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그룹에서  지내는 듯 보였다.

남은 한 명인 나만 제외한다면.

그 모습을 관망만 하던 나에게, 의외의 인물이 말을 걸어왔다.

“야, 거기 너.”
“나?”

미츠루 아이나였다.

왜 하필 아이나인가.

차라리 베아트릭스였으면 좋았을 것을.

차갑고 똑 부러지는 성격의 미츠루 아이나를 가까이에서 실물로 영접한 내 첫인상은, ‘무섭다’였다.

아이나가 혼자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나에게 말을 걸자, 모두의 대화가 멈추고 시선이 집중된다.

“그래, 구석에 혼자 있는  말이야.”
“…왜?”
“넌 이름이 뭐야?”
“박성진인데.”
“박성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인데?”

그렇겠지.

나는 원래 다카포 드림에 등장하지 않던 인물이니까.

마땅히 대답할 것도 없었기에, 나는 침묵으로 응대했다.

“박성진… 박성진이란 말이지. 그래, 좋아. 박성진. 너는 사상력이 뭐야?”
“몰라.”

모른다고 대답해서 문제  것도 없다.

나는 정말 내 사상력 중 두 가지를 모르니까.

“아, 그래? 그럼 됐어.”

그녀는 그 뒤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다시 자신이 속한 그룹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반응이 싱거워서 재미가 없었나 보다.

다른 이들도 관심이 사그라들었는지, 내게서 눈길을 거뒀다.

 명, 베아트릭스를 제외하곤 말이다.

“저기 있잖아. 너 정말로  사상력이 뭔지 몰라?”
“몰라.”
“그럼 우리는 친하게 지낼 수 있겠네! 나도  사상력에 대해 잘 모르거든. 우리 친하게 지내자! 난 베아트릭스야.”

베아트릭스는 밝게 미소지었다.

베아트릭스는, 엄밀히 말하면 나와 완전한 동류는 아니다.

나는 실을 사용하는 사상력을제외하면 나머지 두 사상력은 아예 사용도 해본 적 없고, 어떠한 능력인지도 전혀 모른다.

하지만 베아트릭스는 사상력을 모두 사용할 줄 알며,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오히려 그녀도 올리비에와 같은 힘숨찐과에 가깝다.

사상력을 각성했음에도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혼자 조용히 수련한 뒤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입학했으니까.

그럼에도 굳이 그녀가 자신의 사상력을 ‘잘 모른다’라고 표현한 것은, 그녀의 능력이 제법 난해하여 정확히 어떤 능력이라고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그녀의 퍼스트어빌리티, ‘피어나는 청록’은 물질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다.

이것은 단순히 자연에 존재하는 평범한 물질을 생성하는 것이 아닌, 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어떤 물질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 물질의 성질은 모두 베아트릭스의 의지대로 생성된다.

가령, 그녀가 ‘단단한 물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상력을 사용하면, 돌덩이처럼 단단한 어떤 물질이 만들어지고, ‘뜨거운 물질을 만들고 싶다’라고 생각하면, 불꽃처럼 뜨거운 어떤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들의 특징이라면 베아트릭스가 생성하는  물질은모두 공통적으로 그녀의 머리칼처럼 푸른 빛을 띄고 있다는 것.

그 외의 사상력은, 초월의 경험.

이것은 상당히 난해한 개념의 능력인데, 자신이 한  경험해 본 것은 모두 구현해내거나, 극복할 수 있다.

심지어, 죽음과 삶까지도.

그녀는 태어남, 즉 ‘삶’을 경험했기에, 삶을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번 경험한 것은 반드시 극복한다.

죽음조차도.

즉, 자신이 죽음을 직감한 상황이라면, 미리 사상력을 발동해 삶을 구현해 부활할 수 있으며, 이 상황에서 죽음을 경험한 것으로 판정되어 그 뒤론 아예 죽음에 면역이 된다.

 복잡한 능력이지만,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게임의 부활 스킬이나, 무적 스킬을 합쳐놓은 것을 연상하면 된다.

그런데, 나머지 사상력 하나는 어디 갔냐고?

없다.

지겹도록 말했지만, 이 세계의 사람은 성인이 되어갈 무렵에 사상력이라 부르는 세 가지 초능력을 얻는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가지, 또는 하나의 사상력만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

이는 각각 듀얼 어빌리티, 싱글 어빌리티라 불리는데, 이는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개의 사상력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가진다.

능력의 개수가 적은 만큼, 나머지 능력이 매우 우수하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것이, 베아트릭스가 가진 사상력이 타인에 비해 월등하게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이처럼, 베아트릭스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사상력을 두 가지나 지니고 있지만, 그녀는 초반부까지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고작 S클래스에 머물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성장한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미지의 등급, M레벨을 제외한 최고의 레벨, T레벨에 육박하게 되니, 오히려 매우 저평가되고 있다 보는 게 옳으리라.

그래서, 베아트릭스는 천현우와 함께 내가 줄곧 찾아온, 가장 중요한  명의 인물 중  명이다.

게다가, 베아트릭스는 생기 넘치고 명랑한 성격을 가졌기에, 친해져서 나쁠 점도 전혀 없고.

그런 녀석과 친하게 지낼 기회가 생겼다는 건, 내겐 엄청난 행운이지.

“그래. 베아트릭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에게 회답했다.

제임스와 제이드는 ‘뭐 저런 녀석이랑 친하게 지내려고 하냐’는 말을 하고 있었던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대로 가만히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임스나 제이드처럼 ‘저런 녀석과 친하게 지낼 이유가 뭐가 있냐’는 것이  세간의 평가가 되어선  된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아 좋은 여생을 보내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트리니티 아카데미의 인재들을 내 편으로 포섭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나는 내 사상력을 더욱 성장시키고, 나머지  사상력이뭔지 알아내야 했다.

그래야만 내 실력을 인정받고, S클래스의 생도들과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는  목표는 완수했으니, 두 번째 목표가 생겼다.

S클래스의 생도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준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역시 훈련이 필수적이겠지.

나머지 생도들을 뒤로하고, 나는 훈련을 위해 조용히 강의실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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