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소설 속 세계. (1) (2/173)



〈 2화 〉소설 속 세계. (1)

다카포 드림.

얼마 전에 헌책방에서 구매한 소설이다.

상당히 낡아 있던 책의 상태로 보았을 땐, 제법 옛날에 출판된 같았음에도 그 양식이 현대의 웹소설과 비슷했던, 특이한 책이었지.

다카포 드림은 꽤 괜찮은 소설이었다.

개연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구린 결말만 빼면.

갑자기 등장한 빌런에 의해 주·조연할 것 없이 모두가 쓸려나가고, 세계는 멸망한다는 결말을 누가 용납하겠어.

문제는, 나, 박성진은 지금  다카포 드림 속 세계에 낙오됐다.

증거는 책상 위에 놓인  입학 증명서다.

고작  입학 증명서가 뭔데 소설 속으로 들어갔다는증거가 되냐고 물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내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 본다면, 그것이 사실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다카포 드림의 설정에 따르면, 다카포 드림 세계의 인간은 내가 줄곧 살아왔던 세계의 인간과는 크게 다르다.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훨씬 우월하다는 차이점도 있었지만, 그런 건 후술할 내용에 비하면 사소한 차이점에 불과하다.

둘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으론, 다카포 드림 세계의 인간은 저마다 ‘사상력’이라고 불리는 초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  있지 않은가, 초능력자 영화에 나오는 뮤턴트 같은 존재들.

다카포 드림의 세계에선 그런 사람을 흔하게   있다.

물론 나이가 들고서도 사상력을 갖지 못하는 이들도 종종 있지만, 성인이 되기 전에는 대체로 자신만의 사상력을 각성하게 된다.

그리고, 사상력은 레벨이라는 단위로 또 저마다의 급을 나눈다.

F, Fomular.
E, Effective.
D, Disaster.
C, Cataclysm.
B, Blockbuster.
A, Ascendant.
S, Superior.
U, Ultra.
T, Titanous.
M, Mythic.

이렇게 사상력에는 F에서 M까지, 10가지나 되는 레벨이 존재한다.

보통은F레벨조차 받지 못해, 아예 ‘등급 없음’으로 책정되는 케이스가 대다수라는 걸 생각하면, F레벨도 결코 낮은 등급은 아니라   있다.

그리고, 내게 입학 증명서를 보낸 이 트리니티 아카데미는 성인이 되기 전에 F레벨 이상의 사상력을 각성한, 나름대로 인정받은 사람들만이 입학할 수 있는 아카데미다.

이쯤 되면 충분한 설명이 되었으리라.

트리니티 아카데미는 다카포 드림에 등장하는 가상의 교육시설이고, 나는 그곳으로부터 입학 증명서를 받았다.

다카포 드림 속에 들어왔다는, 명백한 증거다.

어떻게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갑자기 국제미아도, 우주미아도 아닌, 차원미아가 돼버렸으니까.

왜 이런 상황을 겪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딱히 작가에게 5700자 쪽지를 보낸 것도 아닌데.

물론 다카포 드림의 작가에게 5700자 쪽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 자체는 있었다.

허나, 다카포 드림은 웹소설이 아니라, 책으로 출간된 일반 장르 소설이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날릴 수 없다.

아니, 하다못해 작가가 누군지 알았더라면 편지라도 보냈겠지.

문제는, 다카포 드림은 저자가누군지도 쓰여있지 않았던 책이다.

그래서, 항의 편지를 보낼 수도 없었다.

사실, 저자가 없는 책이라는 점은 조금 불길하긴 했다.

왜, 흔히 이런 책을 잘못 사면 저주받는다고 하는 미신적인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당연히 나는 그런 미신 따위 믿지 않았기에…

아, 그럼 이게 다카포 드림에 걸린 저주인가?

모르겠다.

착잡한 상황에 대해 이 이상 깊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침대에 누워 현실에서 도피하고 있던 도중, 책상 위에 놓여있는 물건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입학 증명서, 가족사진, 약통.

처한 상황으로 보면, 내 어릴 적 모습으로 다카포 드림 속으로 전이된 듯한데, 나는 어릴 적엔 약 같은 건 먹지 않았었다.

방에 가족사진 같은 것도 없었고 말이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방 책상엔 약통과 가족사진이 놓여있다.

약통엔 티란투정이라는 약의 이름이 적혀있고.

약통을 열어보자, 그곳에는 알약이 가득 차 있었다.

꽉 찬 약통을 보아하니, 거의 복용하지 않은 듯했다.

무슨 약인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심장약이란다.

내가 심장약을  먹어.

나는 건강 이외에는 아무런 장점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약통의 뚜껑을 닫고, 이번에는 가족사진으로 눈길을 돌렸다.

비교적 최근에 찍힌 사진 같은데.

흠, 자세히 보니 부모님이 미묘하게 다르게 생겼다.

내가 좀 뜨거운 효자긴 하지만, 내 부모님도 제대로 못 알아볼 정도의 불 속성 효자는 아니다.

하지만 얼핏 보면 나조차도 깜빡 속을 정도로 닮긴 했다.

그렇다면 이 사진  주인공들은 누구인가.

어째서 나의 방에는 심장병약이 있는가.

어째서 나는 다카포 드림 속으로 전이됐는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잠깐, 다카포 드림…?

한 가지 가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 가설을 토대로  상황을 분석하자, 머릿속 퍼즐이 하나씩 맞춰져 가기 시작했다.

…알았다.

나는 다카포 드림 속으로 전이된 것이 아니다.

다카포 드림의 스토리는 설정상 또 다른 평행세계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다카포 드림 속에 들어와 있다.

다카포 드림 속으로 들어갔다는 말은, 어떤 평행세계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

하지만, 단순하게 평행세계로 내가 전이된 것뿐이라면, 나는 분명히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나’와 마주쳤어야 한다.

여긴 내가 죽 살던 원룸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다른 나와 마주치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몸은 어릴 적의 나를  빼닮은 누군가로 변했다.

슬슬 이야기가 정리되네.

나는 다카포 드림 속에 전이된 것이 아니다.

평행세계의  자신에게 빙의된 것이다.

일단, 평행세계의 부모님께 도움을 받고자, 핸드폰의 연락처를 뒤적였다.

헌데, 핸드폰의 연락처는 텅텅 비어있었다.

메신저에도 아무도 없다.

뭐지?

평행세계의 나는 기계치였나?

왜 핸드폰의 연락처에 아무도 없지?

황당함에 핸드폰을 조금 뒤적거리자, 일정에서 충격적인 글귀를 발견할 수 있었다.

『5월 7일 : 어머니, 아버지 기일.』

…그래서, 가족사진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구나.

이거, 생각 외로  골때리는 상황인 거 같다.

너무  나가는 추측일지도 모르나, 상황은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졌다.

첫째,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평행세계의 나는 비교적 최근에 부모님을 잃었다.

둘째, 심장병약인 티란투정을 복용하고 있었다.

셋째, 그러나, 약은 한 번도 복용해본  없다는 듯, 약통에는 약이 가득 찬 상태다.

이 정보들로추론해낼  있는 내 결론은 이러하다.

최근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해, 평행세계의 나는 크게 상심하여 살 의지를 잃었다.

그래서, 타인의 교류도 모두 끊었다.

애초에 살 생각이 없었으니까.

죽음을 소망했던 평행세계의 나는, 심장질환이 있었음에도 심장약을 복용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지병인 심장질환으로 죽었다.

하지만, 내가 전이한 시간과 평행세계의 내가 죽은 시간이  좋게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나는  세계에 평범하게 전이된 것이 아닌, 빙의가 된 것이다.

참, 골 아픈 상황이네.

까닭도  수 없이 소설에 빙의한 것도 머리가 아픈데, 빙의한 놈의 속사정은 내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 이건 사실 전부 악몽일 거야.

한숨 푹 자고 나면 이 악몽에서 깰 수 있겠지.

잠에서 깬 지 30분도 지나지 않았기에, 쉬이 잠들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생각 외로 잠에 빠져드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 * *

태양은 오늘도 동쪽에서 여명을 밝힌다.

어제의 악몽은 정말이지 끔찍했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꿈에서 깨는  따위는 없었고 말이다.

나는 여전히 평행세계의 나에 빙의해있었다.

“쯧.”

부스스한 머리를 마구 헝클어대며, 혀를 찼다.

어제 세운 가설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가설이 사실인 거 같다.

 거짓말 같은 현실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은데, 불행하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일단, 핸드폰에 깔려 있던  안 되는 어플, 신연은행 어플을 실행해보았다.

하다못해 돈이라도 많다면 트리니티 아카데미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부자 노릇이라도 해보며 편안히 여생을 보내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면 되니까.

돌아가지 못해도 상관없다.

잠깐뿐이지만 돈의 힘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  있을 테니까.

그래서 돈은 얼마가 있으려나.

…아쉽게도 이곳의 나는 이전 세계의 나보다 녹록지 못한 삶을 살았나 보네.

뭐,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녀석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예상한 바이긴 했다.

통장에 찍혀있는 돈은, 딱 두세 달분의 생활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긴, 살아갈 생각도 없던 놈이 무슨 돈을 모아놨겠어.

그래도 통장이 있다는 건, 어딘가엔 지갑도 있다는 소리일 터.

지갑에 조금이라도 돈이 들어있으면 좋겠는데.

휑하기 짝이 없는 집안에서 지갑을 찾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지갑을 열자, 다행스럽게도 약간의 현금, 그리고 체크카드가 들어있었다.

나는 안도감을 표했다.

돈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덤으로, 지갑 옆에는 여권도 놓여있었다.

여권을 열어보자 출국 도장이 한 개 찍혀있었다.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번이라도 아들에게 외국 체험을 시켜주자며 중학교 겨울 방학에 가족과 해외에 갔다  기억이 떠올랐다.

이 세계의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 보다.

좋은 부모님이셨군.

어쩌다 부모님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세계의 나를 열심히 키워주셨을 부모님께 미약하게나마 조의를 표하기 위해 가족사진 쪽으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애석하게도, 내게 감상(感傷)에 젖어있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얼른 그 감정을 떨쳐낼 수밖에 없었지만.

돈도, 든든한 빽도 없이 어떻게  세상에서 살아남겠는가.

가진 거라곤 신선한 몸뚱이와 뭔지 모를 사상력 뿐.

그걸로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구르는 것뿐이다.

그런 점에서 그나마다행인 점은,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다는 것.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생활비나 숙식비용은 거의 걱정할 필요 없어진다.

그러니,  몸으로 해야   번째 목표는 사실상 정해진 거나 다름없네.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그나저나, 이 세계의 나는 어떤 사상력을 갖고 있었길래, 트리니티 아카데미, 그것도 S클래스에 입학할 수 있었던 걸까?

S클래스.

S클래스는 많은 레벨 중에서도 상당한 상위권인, S레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각성자들이 보통 입학하는 클래스다.

신화 속에나 존재해, 그 실존을 한 번도 증명한  없다는, 말 그대로 ‘신화’의 레벨, M레벨을 제외하면, 최상위권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 외에 S클래스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이전 클래스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기록하여 클래스 레벨을 올리는 방법뿐.

그런데 이 세계의 나는 원래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다니고있던 게 아니었음에도 곧바로 S클래스에 입학할 수 있었다.

무슨 사상력이길레 한 번에 S레벨을 인정받아 S클래스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몹시 궁금해졌다.

한 번 시험해볼까?

…역시 그만두자.

집안 꼴이 엉망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다카포 드림 속 세상에는 사상력 훈련소라는 게 있었지.

그곳에 가서 사상력을 시험해보기라도 해야겠네.

부디 사상력 훈련소의 이용료가 그렇게 비싸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

사상력 훈련소는 생각 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오히려 성남 사상력 훈련소라고 떡하니 적혀있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나는 사상력 훈련소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훈련소의 시설은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다.

그곳에는 아크릴 같은 투명한 소재가 정육면체를 이루는, 실로 심플한 디자인의 방이 열댓 개쯤 놓여있었다.

다카포 드림에서 묘사된 트리니티 아카데미의 개인용 훈련실과 똑같이 생겼네.

아마 이것이 개인용 사상력 훈련실의 표준 모델인가보다.

“훈련실을 이용하고 싶은데요. 얼마인가요?”
“하루 이용에는 8,000원이고,  달 정액제로 결제하면 120,000원입니다.”
“여기요.”

8,000원이면 대충 편의점에서  끼를 때울 수 있는 거금이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체크카드를 내밀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박성진입니다.”
“회원으로 등록되셨습니다. 아무 데나 빈 훈련실로 들어가면됩니다.”

텅 빈 아크릴 정육면체 속으로 들어가자, 기계적인 음성이 흘러나온다.

[사용자가 인식되었습니다. 사상력을 동기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용자 박성진의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훈련을 설정해주세요.]

나는 컴퓨터 게임의 옵션을 조절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훈련을 설정했다.

우선, 다른 사람에게 내 사상력이 뭔지 보여주긴 싫으니 비공개로 설정해야지.

아크릴 같은 투명한 소재라고 했는데, 어떻게 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냐고?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아크릴처럼 생기기만 했을 뿐, 매직미러 같은 효과를 넣을 수 있는 특수한 디스플레이가 아닐까?

나머지 설정은… 피해량 측정을 설정하고, 더미의 체력은 최대, 특별한 환경 효과 지정하지 않음… 됐다.

[훈련의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훈련의 설정이 끝나자, 대충 만들어진 듯한 허수아비 하나가 투명한 큐브의 정중앙에 나타났다.

“후…”

내 몸속에 흐르는 이 근원 모를 힘, ‘사상력’을 잠깐 해방한다.

그러자, 몸에서 가느다란 실이 길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게 끝.

도대체 이게 무슨 능력인데?

아무래도 내 퍼스트 어빌리티는, 몸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내어, 그것을 다루는 능력인 것 같다.

즉, 내 공격 수단은 이 가냘파 보이는 실이라는 소리였다.

…이딴 능력으로 어떻게 S클래스를 배정받은 거지?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생각보단 괜찮은 능력인 거 같다.

왜 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스X이더맨이나, 헬싱에 등장했던 월X같은 와이어 활용을 할  있다면, 대단한 능력이 아닐까?

나는 기대감에 조금만 더 정신을 집중해보기로 했다.

이 실을 뭉쳐, 날카로운 쐐기 형태로 만든다면, 나름대로 공격 수단이 될 수 있을 터.

실에 정신을 집중하자, 실은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다란 실이 한데 모여 차츰 쐐기의 형상을 갖춰갈 때쯤, 내 정신력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춰선 사상력의 증진에 도움이  될 것 같았기에, 비루한 나의 정신력을 어떻게든 쥐어 짜내 보고자 했다.

두통에 정신을 잃기 직전, 쐐기라고 부르기엔 귀여운 규모의 작은 가시 하나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허수아비를 향해 그것을 날린다.

가시는 힘차고 기세 있게 날아가는 것이 아닌, 잘못 만들어진 종이비행기처럼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위태롭게 날아갔다.

실로 만들어진 가시는 푝하는 소리를 내며 허수아비에 박혔다.

표기된 피해량은 7.

허수아비의 몸통에 박힌 가시는 곧 형태를 잃고 실의형태로 되돌아갔다.

정신력의 고갈로, 머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다.

설정상 일반적인 성인 남성이 사망에까지 이르는데 필요한 피해량은 보통 1,000 정도였다.

즉, 내가 사람을 쓰러트리기 위해선, 143번 동안 같은 짓을 반복해야 한다는 말이 됐다.

한참 연습해야겠네, 이 능력은.

혹시, 세컨드 어빌리티나 서드 어빌리티는 각성하지 못했나?

아무리 다른 사상력을 사용해보고자 노력해보아도, 실만이 몸에서 흘러나올 뿐, 또 다른 능력은 사용할 수 없었다.

평행세계의 나는 아직 세컨드와 서드를 각성하지 못한 건가?

그렇다면 더욱 문젠데.

고작 이 실낱같은 희망, 이것은 비유가 아니다.

이제 내 희망은 정말로  실오라기에 걸려있었으니까.

아마 보통이라면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입학하는  자체는 가능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문제는 내게 배정된 클래스는 S클래스라는 것이다.

S클래스는 다카포 드림의 주인공 같은 규격 외의 괴물들이나 입학하는 클래스다.

그런데 기껏해야 뜨개질이나 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곧바로 트리니티 아카데미의 S클래스에 입학한다?

분명히 누군가의 빽으로 들어왔다고 의심받을 것이 뻔했다.

그러니, 나는 지금 실낱이나 뽑아내는 능력을, S클래스에 걸맞는 수준으로 성장시키라는 말도  되는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었다.

나는 지친 정신을 부여잡고, 나 자신을 S클래스에 맞는 수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최대한다양한  활용 법을 떠올렸고, 정신이 회복되는 대로 그 공격을 허수아비에게 시도해보았다.

가장 높은 기록의 피해량은 35.

내가 생각해낸 수준 중에서  사상력의 최대 활용법은, 실로 작은 덫을 만들고, 덫에 걸려 일시적으로 무력화된 대상을 교살(絞殺)한다는 방법이었다.

가느다란 실이니 끊어버리면 되지 않냐는 생각도 할 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실의 강도는  튼튼하여, 내가 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완력으로도 절대 끊어지지 않았다.

물론 근육이라곤 전혀 찾아볼  없는, 여리여리한 10대의 몸을 가진 나에게 무슨 완력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만.

뭐, 그래도 강도는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연습뿐이네.

더 강한 실을 많이 뽑아낼 수 있게 되고,  유려한 사술(絲術)을 선보일  있게 된다면, 그런대로 쓸만한 사상이 될 수 있으리라.

…아무래도 트리니티 아카데미에 입학할 때까지는 훈련실에서 죽치고 있어야겠어.

아예 훈련소를 두 달분 끊어야겠군.

“저기요.”
“무슨 일이신가요?”
“아까 하루치 결제했던 학생인데, 두  정액제로 바꿀  있을까요?”
“물론이죠! 이쪽으로 오세요.”

카운터의 직원은 무척이나 기쁜 얼굴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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