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프롤로그. (1/173)



〈 1화 〉프롤로그.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관절에서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몸이 늙고 병들어 내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나는 아직 젊고 건강하니까.

그래도, 몸에서 저런 소리가 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루 대부분을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로만 시간을 보내던 게 나다 보니, 작은 움직임에도 몸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겠지.

그나저나, 지금이 몇 시지?

어두컴컴한  봐선 상당히 이른 시간에 일어난 모양인데.

물론 하나뿐인 창문을 커튼으로 가려놓아, 방에 빛이 들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나, 해가 뜰 시각이면 조금이라도 밝아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냥 어둡기만 하다.

비척거리는 몸짓으로 침대 옆의 핸드폰을 집어 든다.

밝아진 핸드폰 화면이 어두운 방을 밝혔다.

핸드폰의 시계가 7시 43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상하네.

8시가 다 됐는데도 아직도 밖이 어둡기만 하다니.

평소라면 쓰비오-쓰비오 울어대는 매미 울음소리가, 커튼을 뚫고 들어올 만큼 밝은 햇빛이, 아침 시간에도 28도를 넘긴 열기가 나를 맞이했어야 할 텐데.

오늘은 매미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밖도 어둡고, 으슬으슬하게 춥기까지 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커튼을 걷어내고, 바깥 세상과 마주한다.

그리고,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바로 설경(雪景)이었다.

소복하게 쌓인 눈과 마천루들.

밖이 어두운 이유도 날씨 때문이었다.

눈을 흩뿌리는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었으니까.

참 이상하네.

요즘은 8월 8일에도 눈이 오나?

8월에 눈이 온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눈이 내리는 것 정도야 겨울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기상현상에 불과하고, 남반구는 6월에서 8월까지 겨울이니까.

하지만, 이곳은 남반구가 아니다.

엄연히 북반구에 위치한 대한민국이란 말이다.

나는 이 이상한 현상에, 넋을 반쯤 놓은 채 핸드폰의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

시계 위에 표시된 날짜는 1월 9일.

이게 그 회귀인가 하는 그건가?

…다시 보니 회귀는 아닌 것 같네.

근거는, 이 건물들이다.

본래, 내가 살던 곳은 이렇게 마천루가 한눈에 들어오는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딱히 후미진시골에 사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미래적인 분위기를 한 건물들이 즐비한 곳은 아니었다.

아니, 마천루들이 가득한 것으로 유명한 서울, 뉴욕, 홍콩 같은 도시에도 이런 특이한 건물들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긴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나는 얼른 핸드폰으로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명히 내가 살던 곳은 틀림없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까지나 풍경이 달라진 것인가.

지금 보니, 내려다본 바닥의 높이도 미묘하게 다르다.

조금 낮아진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키가 줄어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방에 놓인 대형 거울로몸을 확인하자, 내가 어릴 적의 모습과  닮은 사람이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기껏해야 1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소년 시절의 박성진이.

…조금 더 잘생겨진 것은 눈의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뭐야, 이거.

이해할  없는 현상에 뺨을 세게 후려쳐 봤지만, 남는 것은 얼얼한 고통뿐이었다.

분명 어제의 나, 22살의 박성진은 작은 투룸에서 한량 같은 하루를 보내다 잠들었을 텐데.

잠에서 일어났더니, 이 꼴이다.

불을 켜고  안을 살펴보니, 방의 구조도 조금 달라져 있었다.

잡동사니들로 잔뜩 어지럽혀져 있던내방과 달리, 이 방은 너무 휑뎅그렁했다.

정말 생활에 필수적인 물건들만 있는, 그런 상황.

옷장 속에 놓인 옷이라곤, 교복 같아 보이는 옷 한 벌과 생활복 몇 벌 뿐이었으며, 냉장고에도 몇 개의 냉동식품 정도만 있었다.

심지어, 일반적인 젊은 남성의 집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을 법한 컴퓨터조차 없다.

자세히 보니, 내 방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런  치곤 너무 아무것도 없네.

처음에  방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 투룸은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부모님이 해외 전근으로 한국을 뜨게 되었을 때 구해다 준 투룸이다.

그리고, 현재  투룸의 상태는 내가 막 투룸에 입주했을 때의 상태와 흡사하다.

내 물건이라 할 것이 거의 없던 시절의 빈 상태의 투룸 말이다.

그러니 이토록 아무것도 없지.

휑한 책상 위엔 부모님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무언가 적힌종이 한 장,그리고 약통만이 놓여있었다.

원래 내방엔 가족사진이나 약통 따윈 없었기에, 가족사진이나 약통의 존재도 신경 쓰였지만, 책상 한가운데 놓인 종이의 존재가 더 신경 쓰였다.

 종이에 적혀있는내용이 이 기묘한 상황에 부닥친 내게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며,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종이에 적힌 첫 문단은 내게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귀하는 트리니티 아카데미 고등부 S클래스에 입학할 자격을 증명하였습니다. 박성진 귀하의 트리니티 아카데미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무래도, 나는 내가 읽던 소설, ‘다카포 드림’ 속 세상에 들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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