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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화 〉060.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5) / Isaac (60/65)



〈 60화 〉060.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5) / Isaac


마법사와 나는 서로 바라본다. 복도에 놓인 병사들의 시체를 무시하고.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지만, 최대한 무시한다.


"마법사님! 저 자식 죽여버려요!"

뒤에 숨어 있는 글린다가 마법사를 가리키며 소리 지른다.  그래도 처리할 생각이었어.

"나를 죽이겠다고? 그게 가능할까?"


마법사가 웃는다. 상당히 기분 나쁘게.


"그나저나  네 녀석이 죽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살아있지?"

음···. 상당히 설명하기 복잡한 이야기가 있지. 이야기해 줄 생각은 없다.

"말해 줄 생각이 없나 보군. 그럼 붙잡아서 알아내는 수밖에."

"아. 말 진짜 많네."


놈의 말을 끊으며 화염구를 던진다. 날아가는 화염구가 중간에 터져나간다. 폭발의 흔적 너머로 손을 뻗고 있는 마법사의 모습이 보인다. 염동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모양이다.

"동업자끼리 너무한 거 아니냐? 최소한 통성명은 하자고."


"엿이나 먹으라지."

얼음 송곳이 놈에게 날아간다. 놈은 다시 손을 뻗어 얼음 송곳을 부서트린다.


"내 이름은 미슬란 아이시모. 그쪽은?"


"대답해  생각 없다! 뼈 화살."

미슬란을 향해 뻗은 손끝에서 뼈로 만들어진 화살이 날아간다. 염동 마법으로 잡기에는 너무 작은 크기. 미슬란은 허리를 숙여 머리를 향해 날아가던 뼈 화살을 피한다.

"마법사님 뭐 하시는 거에요!"

"나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글린다는 쓰러진 맥을 끌고 뒤쪽으로 물러선 상태로 소리친다. 안전을 추구하는 건 좋은데 너무  거 아니야?


"아무튼, 열심히 하세요!"

골목에 숨은 글린다가 머리만 내밀고 응원한다. 너무하다. 진짜.

"이봐 어딜 보고 있는 거야?"


미슬란이 실소를 흘리며 말을 걸어온다. 진짜 말이 너무 많다.

"어차피 너랑 저 뒤의 꼬맹이랑은 별로 관련 없잖아? 그냥 여기서 물러나. 좋게좋게 끝내자고."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고 있네.


"지옥의 단말마."

말도 되지 않는 소리는 마법으로 끊어내자. 손가락을 튕기자 그곳에서 괴성이 일어난다. 말 그대로 지옥의 단말마.

미슬란이 귀를 부여잡으며 주저앉는다. 골목에 숨어 있던 글린다도 귀를 붙잡는다.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좋은 마법이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니지.


"이게 뭐야. 왜 마력이 흩어지지?"


자리에서 일어난 미슬란이 중얼거린다. 귀를 찢는 소리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효과.  마법의 매력은 다른 마법사의 마법 발동을 방해한다는 것에 있다. UMO 내에서는 효율이 떨어지는 형태로 구현되었다.


"너. 무슨 짓을  거야!"

"마법을 썼지. 마법사니까."

미슬란의 표정이 망가진다. 잔뜩 당황했고, 화가 나 있다. 실실 웃던 얼굴이 저렇게 변하니 기분이······. 히히히.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참 재미난 일이란 말이지.


"너 정체가 뭐야! 이런 마법은 들어본 적도 없어!"

"나? 퍼펙트 메이지. 완벽한 마법사. 모든 마법을 통달한 자. 그리고 나는 너희들의 죽음이어라."


"우와. 어떻게 자기 입으로 그런 말을 해요?"


쿨럭. 다 듣고 있었어? 글린다가 모퉁이 너머에서 고개를 내밀고 딴지를 건다.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서다. 덤으로 곧 죽을 사람이었고. 그런데 글린다가 들었다. 부끄러워!

"다······. 다···. 다  때문이야!"

양손에 화염구를 만들어 미슬란에게 던진다. 안다. 괜한 화풀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글린다에게 화를 낼 수는 없으니까.


미슬란은 몸을 굴려 화염구를 피한다. 염동 마법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가 된 거다. 지옥의 단말마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제기랄! 제기랄!"


욕하지 마. 듣기 안 좋으니까.


"화염구 난사."


몸 주변에 화염구가 잔뜩 나타난다. 미슬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다. 그렇게 놀라고 있을 시간은 없을 텐데.


화염구들이 날아간다. 미슬란은 복도를 내달리며 화염구를 피해낸다.

"어디를 가는 거야!!!"

즐겁다. 도망가는 적을 따라가는 것은 즐겁다. 재미나다. 신난다.


"마법 방패!"


어떻게 마법은 사용했네. 미슬란 앞에 나타난 파란빛의 방패가 화염구를 막아낸다. 십수 발의 화염구를 막아낸 마법 방패는 산산이 깨져나간다.

"이 개자식! 번개 화살!"

미슬란의 손끝에서 번개나 날아든다. 저 정도 마법은 막을 것도 없다. 날아오던 번개는 내 몸에 부딪히기도 전에 흩어져 사라진다. 이러려고 마력 해방과 마법 고정을 한 거지. 간단한 건 알아서 방어해준다.


자신의 마법이 통하지 않자 미슬란은 그대로 땅에 주저앉는다. 공포로 가득한 얼굴로 뒤로 물러난다. 그에 맞추어 나도 발걸음을 옮긴다.  발짝. 한 발짝.

"으어어어."

이제 말도 나오지 않나 보다. 이제 재미없어.


"뼈 화살."

손끝에서 나간 뼈 화살이 미슬란의 머리를 꿰뚫는다. 미슬란은 그대로 뒤로 쓰러진다.

"소각."

시체가 불타오른다.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불길한 빛을 내뿜으며, 불쾌한 향기를 피워올리며.

"끝난 거에요?"


어느샌가 글린다가 다가와서 질문한다. 손에는 기절한 맥을 끌고서. 자기랑 비슷한 크기의 사람을 저리 손쉽게 움직이다니. 저 작은 몸 어디서 힘이 나오는 걸까.


"네. 끝났습니다."

"저기 부탁이 하나 있는데."

부탁? 여태까지 글린다가 뭔가 부탁한 적 있었나? 해봐야 떼를 쓴다든가 하는 정도였지.


"그. 죽은 병사들도 화장해 주실 수 있나요?"

글린다는 머리를 긁적이며 부탁을 해온다. 그렇군. 어찌 되었든 자기 식솔이라는 건가.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덤으로  녀석도···."

목덜미를 붙잡고 있는 맥을 바라본다.

"물벼락."


맥의 머리 위에 물방울이 나타난다. 그리고 터지면서 물이 쏟아진다.


"어푸푸푸!"

이상한 소리를 내며 맥이 깨어난다. 아직 제정신이 아닌지 앉은 상태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어···. 어?"

"정신 차려!"


글린다가 맥의 목덜미를 잡고 일으켜 세운다. 자기랑 비슷한 크기의 남자를  손으로 번쩍 들었다. 놀랍군.

"아가씨? 어? 뭐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맥은 갑작스레 얼굴이 창백해진다.  시선의 끝에는 복도에 널브러진 병사들의 시신이 놓여 있다.

"소각."


맥이 다시 기절하기 전 화장시켜주자. 시체들이 타오른다. 글린다는 그 불타는 육신들을 바라본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

"인긴이시여. 이 자들의 영이 당신을 거쳐 신의 품 안에 안길 수 있도록 하소서."

죽은 자를 위한 작은 기도. 인긴의 이름이 나왔다. 죽음과 삶의 순환이라고 했나?

눈을 감고 죽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던 글린다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이제 공간 이동할 수 있죠?"

"되겠죠."

글린다는 몸을 돌려 시체를 등진다. 뒤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글린다의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맥은 머뭇거리다 걸어가는 글린다를 따라간다.


"티파나 정도면 안전하겠죠?"


글린다는 고개를 끄덕인다.


"차원문 개방. 목표 지점. 티파나."


내 앞에 노란색으로 빛나는 원이 나타난다.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원.

"우와."

맥은 입을 벌리고 차원문을 바라본다. 글린다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먼저 들어가세요. 티파나 시청 근처로 연결되었습니다."

"마법사님은요?"

"저요? 할 일이 조금 남아서요. 금방 갈 수 있을 겁니다."

"무슨 할 일이요?"

차원문 너머로 걸어가려던 맥의 뒷덜미를 붙잡은 글린다가 나를 노려본다. 맥은 뒷덜미를 붙잡힌 채로 불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저는 가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중이다.

글린다는 맥을 한쪽에 던지듯이 밀어 넣는다. 자유로워진 양손을 허리에 올려놓고 나를 아래에서 쏘아본다. 분명 나보다 키가 작은데 위압감이 느껴진다.

"속일 생각 말고 똑바로 말하세요."

"어······. 음···."


글린다의 눈동자가 나의 눈동자를 쫓는다. 침을 삼킨다.

"놓고  물건이 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시고요."

안 통하네. 머리를 긁적인다. 글린다의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살짝 시선을 돌리니 글린다의 뒤편에서 맥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배배꼰다.


"눈 돌리지 마세요."

"네."

다시 글린다를 바라본다. 글린다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나를 바라본다.

"뭘 하실 생각이죠?"


 되겠다.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냥 말하자.

"오스왈츠 백작을 찾아 죄를 묻고, 성을 무너트릴 생각입니다."

"네?"

오히려 맥이 놀라는군. 글린다는 그냥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다. 그런 표정을 유지하다  구겨버린다.

"그걸 혼자서 할 생각이에요?"

"어···. 일단  수 있는 일이라."

"그게 아니라!"


글린다가 소리를 지른다. 그럼 뭐가 문제인데?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글린다를 바라본다.


"어찌 되었든 이 성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거든요? 그리고 마법사님이 죄를 묻겠다고 한 사람은 일단은 제 아버지고요!"


"그렇긴 하지요."


"그러니까 저도 갑니다."


"네?"


또 맥이 혼자 놀란다. 너무 쉽게 놀라는 거 아니야? 일단 글린다와의 대화에 집중하자.


"같이 가시겠다고요?"


"네."

"못  꼴을 볼지도 몰라요."

"죽일 생각인가요?"

속이지는 말자. 진실을 말하자. 일단 글린다의 아버지니까.

"생각은 한가득하죠."

글린다의 얼굴이 굳어진다.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연다.


"괜찮아요. 오히려 그러니까 제가 가야 해요."

그 눈빛에는 결의가 가득히 차 있다. 데려가야겠지?

"알겠습니다. 같이 가도록 하죠."


"그럼 저는요?"


맥이 떨리는 눈동자로 말한다.


"당연히 나랑 같이 가야지."

글린다의 대답에 맥의 얼굴이 파랗게 변한다.

"걱정하지 마. 마법사님이 지켜주실 거니까."


고개를 끄덕여준다. 맥은 그것으로는 안심이  되나 보다.

"일단 차원문은 닫겠습니다. 차원문 폐쇄."


주황색으로 빛나던 차원문이 점차 작아지더니 사라진다.

"그럼 아버님을 만나러 가죠. 아마 3층의 집무실에 계실 거에요."


글린다는 등을 돌려 아직 불타고 있는 병사의 시체들 사이를 지나간다. 맥은 나를 바라보다 한숨을 쉬고 글린다를 따라간다. 코를 찌르는 살 타는 냄새를 느끼며 나도 그들을 따라간다.

글린다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옆에 떠 있던 빛나는 구체는 시간이 다 되어서 사라진다. 맥은 글린다의 보폭을 맞추기 위해 거의 뛰다시피 한다.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없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나와 글린다 그리고 맥이 걸어간다.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이 복도를 가득 채운다. 또는 성을 가득히 채운다.


글린다를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계단이 나타난다. 나선식으로 된 돌계단. 중간에 있는 기둥과 벽 때문에 전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집무실이 나와요."

"글린다 양."


"네?"

층계를 밟으려는 글린다를 멈춰 세운다.

"마음의 준비는 되신 겁니까? 아직 차원문을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

글린다는 콧방귀를 뀌더니 망설임 없이 계단을 오른다. 참으로 글린다 다운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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