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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012. 1막 3장 - 작은 마을, 거대한 늑대 (3) / Unknown (12/65)



〈 12화 〉012. 1막 3장 - 작은 마을, 거대한 늑대 (3) / Unknown



뒤척이던 글린다의 행동이 멈춘다. 잠들었군.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왼손 중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가 말한다. 지금 나를 적대하는 존재가 주변에 가득 들어찼다고. 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는 알겠다. 글린다를 노리는 마을 사람들. 역겨운 인간들이지.

"침묵의 땅."


마법이 발동되자 모든 소리가 지워진다. 글린다가 소리에 깨어날 일은 없어졌다. 솔직히 내가  일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나도 보고 싶지 않은 일이거든.


벽을 가리키고 마법을 사용한다. 침묵의 땅은 문제점은 사용자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 쉽게 말해 마법을  수 없다는 거다. 약한 마법사라면. 어느 정도 숙련된 유저들은 말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

손가락 끝에서 얼음 화살이 날아간다. 벽을 뚫고 그 뒤에 있는 사람까지 뚫는다. 벽이 부서지는 소리와 비명은 없다. 주변의 벽이 부서지면서 사람들이 뛰쳐나온다. 손에는 식칼이나 낫 같은 도구들이 들려있다. 한심하다. 고작 저런 물건으로 나를 해하려 하다니. 최소한 폭탄 정도는 들고 와야 하는  아니야?

손뼉을 친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것이 마법이 발동하는 키워드다. 내 주위로 번개 장벽이 생겨난다. 뭣도 모르고 달려들던 사람들이 감전되어 쓰러진다. 죽지는 않을 거다. 별로 죽이고 싶지도 않고, 죽이는 건 재미없는 선택지다.

남자들이 나를 보고 입을 들썩인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작은 방에 열댓 명의 남자가 들어온다. 쓰러진 사람들을 밟으며 달려온다. 그러고 보니 글린다가 눈먼 칼에 맞을 수도 있겠네.

오른발을 들어 땅을 내려찍는다. 마법이 발동되며 글린다가 누워 있는 침대를 반투명한 거품이 둘러싼다. 단순한 칼질로 깨어지지는 않을 거다. 글린다도 안전하니 제대로 날뛰어보자고.

달려드는 남자의 턱을 주먹으로 쳐버린다. 칼날이 나를 스치고 찌르고 때린다. 하나도 아프지 않다. 지금 입고 있는 코트는 칼라고르를 잡고 나온 재료를 사용했다. 이름하여 신화적인 용비늘 핏빛 코트. 상당히 좋은 물건이고, 3등급 이하의 물리 공격은 알아서 막아준다. 그리고  사람들의 공격은  춰도 2등급 정도. 나는  사람들에게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

아마? 머리를 노리고 공격하면 또 모르겠네. 맞아줄 생각은 없지만.

한 사람씩 확실하게 때려눕힌다. 주로 턱을 부수거나 팔을 뽑아버린다. 어느 순간 나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다들 무기를 떨어트리고 온몸을 떨고 있다. 죽음의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나 보여주는 모습. 몇몇은 아랫도리가 젖어있다. 보기 좋지는 않네.

강하게 손뼉을 친다.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주로 쓰러진 사람들의 신음, 부서진 벽의 삐걱 소리.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넘기는 소리도 들려온다.

"대규모 마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쓰러진다. 침묵의 땅을 해체한  이 마법을 쓰기 위해서지. 쓰러진 사람 하나를 들고 벽을 향해 던진다. 나무로 만든 벽이 무너지며 밖으로 통하는 통로가 생겨났다. 던져진 사람은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꿈틀거리는 걸 보니 죽지 않은 모양. 남아있는 사람들도 밖으로 집어 던진다. 이제 방에는 글린다만이 남았다.


쓰러진 사람들, 기절한 사람들,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집집이 창문이 조금씩 열려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겠지. 마법의  없이 뛰어내린다. 2층 정도의 높이야 문제없지.

"다들 내 말을 들어라!"


확성 마법을 통해 마을의 모든 사람이 들을  있는 소리를 낸다. 작은 창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겁먹은 시선들이 느껴진다. 땅에 누운 사람 한 명의 머리채를 잡고 일으켜 세운다. 그 남자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너희는 나와 내 여동생을 해하려 들었다! 이제 그 대가를 받을 차례다!"

이런 건 별로 나랑 맞지 않는다. 그래도 한번 시작했으면 계속 밀고 가야지. 왼손을 들어 머리채를 잡은 남자의 팔을 뽑아버린다. 비명이 울려 퍼진다. 남자를 한쪽 구석으로 던져버린다. 다른 남자에게 다가가 가슴을 발로 짓누른다. 강하게 힘을 줄수록 남자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 이윽고 뚜둑 소리와 함께 남자가 피를 뿜는다. 숨을 몰아쉬는 남자를 발로 차 옆으로 치운다.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밟아 부러트린다. 한 명의 손목을 부러트린다. 마법으로 팔을 잘라낸다. 얼음을 만들어내 배를 찌른다. 잔인한 복수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이런 짓을 하는 목적이 있다. 습격하러 온 사람 중에 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서 기어 나오겠지.

촌장이 나올 때까지 한 명씩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처분했다. 별로 기분은 좋지 않지만, 이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열 번째 사람의 혀를 뽑았을 때 멀리서 한 남자가 달려온다.  마을의 촌장. 촌장은 곧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나보다 나이가 두 배는 많을 사람이 내 앞에 엎드려 있다. 이런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강하게 나가야 할 때는 강하게 나가야 한다.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촌장에게 다가간다. 마리를 발로 밟고 아래로 누른다. 그렇게 강한 힘이 실리지는 않았지만, 치욕스럽겠지.


"얼음 창."

춘장의  위에 기다랗고 뾰족한 얼음이 나타난다. 촌장의 숨이 거칠어진다. 공포에 질려 땀을 흘린다.

"남을 죽이려 들었으면 자신의 목숨 정도는 걸어야지."


"제발! 저의 목숨으로 모든 걸 끝내주십시오!"

"쳇. 재미없어."


"네?"


"재미없다고."


뭔가 특별한 방법을 사용할 줄 알았다. 거대한 늑대를 한 번에 사냥하는 마법사를 상대로 맨몸으로 덤빌 줄이야. 숨겨둔 마법사라든가, 정체불명의 검객이라든 가를 기대했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없구나.


"저기요 촌장 씨."

촌장의 머리 위에 올려놓은 발을 치운다. 촌장은  부름에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에는 의문과 두려움이 담겨 있다.

"도대체 뭘 믿고 덤빈 거에요?"

내가 존댓말을 시작하자 촌장은 적응하지 못하고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린다. 그래. 이해가 안 되겠지. 조금 전까지 사람들의 팔다리를 부러트리던 사람이 존댓말을 하다니.

"어. 잠이 드시면 괜찮을  알았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믿는 구석이 고작 그거라니. 이 인간들 그런 표정을 지어놓고는 뭔가 제대로 하지를 못하네.


"아. 진짜 재미없다! 진정한 꿈의 세계 해제!"


주변이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균열이 점차 커지며 세계에 구멍을 만들고 있다. 촌장은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세계가 깨진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작게  있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린다. 확성 마법을 이용해 목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질 수 있게 한다.

"전원 집합!"

나와 글린다가 머물고 있던 촌장의 집에서 각종 날붙이를 들고 있는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눈에는 의문이 가득하다. 분명 아까까지 어딘가 부러져서 땅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정상이니 당연한 생각이다. 당연하지. 아까까지는 환상 마법이었는걸.


초월 마법 진정한 꿈의 세계. 초월 마법답게 마나를 엄청나게 잡아먹지만, 장난치며 놀기에는 딱 맞다. 나보다 약한 상대는 저항력과 관계없이 반드시 마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그래 봐야 환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까  부러트리고 그랬지. 현실에서는 못  거 같다.

각자의 집에 있던 사람들도 집을 뛰쳐나온다. 멀리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촌장의 모습도 보인다. 촌장의 눈에도 의문이 가득하다. 촌장은 의문 따위는 집어넣고 바로 내 앞에 엎드려버린다. 촌장이 엎드리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나를 향해 엎드린다. 이런 거 싫어하는데.


"마법사님! 제발 자비를!"


"자비를!"

촌장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이 답하여 외친다.

"여보세요. 그렇게 있으면 저 엄청 부담스럽습니다만?"

내 말에 촌장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에 따라 마을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거, 조금 재밌을 지도.


"앉아."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일시에 쪼그려 앉는다. 눈동자에 의문은 떠오르지만, 망설임이 없는 움직임.

"일어서."

 앞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들이 일어난다. 이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움직인다.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내 말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인다. 재밌다. 너무 재밌다. 계속하고 싶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즐길 만큼 즐겼으니 그만두자.


"모두 집중!"

시선이 나에게로 몰린다.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는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다. 왜 권력자들이 쉽게 변하는지 알  같다.

"원래라면 나와  여동생을 해하려 한 죄로 전부 죽여야 하겠지만···."


사람들이 침을 삼키며 공포에 몸을 떠는 것이 느껴진다. 더 놀리고 싶어진다. 참아야겠지?


"실제로 다친 사람은 없으니 그냥 넘어가 주마."

안도의 한숨 소리.

"대신······."


모두가 침을 삼킨다.

"가진 거 다 내놔!"


흑룡의 검은 비늘 망토에 준비된 마법을 발동한다. 내 주변에 살아있는 불덩이들이 날아다닌다. 불꽃의 춤이라고 이름 붙여진 마법. 강한 마법은 아니지만, 수비적인 공격 마법으로는 가장 효율적이라 말하겠다. 보이는 모습도 멋있고. 덧붙여서 드래곤의 위압감도 발동. 사람들의 눈동자에 공포가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얼른 마을 창고의 물건을 전부 꺼내라!"


그나마 촌장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촌장이 명령하자 젊은 청년들이 어딘가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촌장이 말한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오는 거겠지. 이런 마을에서 쓸만한 물건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글린다의 영지까지 가려면 식량은 필요할 테니 여기서 빼앗자.

"으아아악!!!"


청년들이 달려간 곳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모여있는 사람들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 놀란 표정을 짓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갑자기 불안해진다.

멀리서 사람들이 달려온다. 숫자는 다섯. 창고로 달려간 사람은 내 여섯 명. 한 명이 부족하다. 달려오는 청년들의 얼굴에 담겨 있는 것은 경각과 공포.

"늑대! 늑대!!"

뛰어오며 소리쳐 발음이 부정확하다. 그래도. 늑대라는 말은 알아들었다. 평범한 늑대는 아닐 거다. 아마 마을 사람들이 말한 거대한 늑대겠지.  마리가 아니었군.


모여있는 사람들이 전부 나를 바라본다. 별로 구해주고 싶지는 않지만, 물건을 받아내려면 도와줘야겠지. 그리고 사람이 죽어가는 꼴을 보고 싶지도 않고.

"도와드리죠."


사람들의 눈이 기대에 차 있다. 빨리 처리하고 끝내버리자. 내 주변을 떠다니는 불꽃을 사라지게 한다. 몸에서 풍기는 위압감도 제거한다. 청년들이 달려온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간다. 내 옆으로 공포에 질린 청년들이 지나간다. 멀리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늑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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