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가 볼지 모르는 글쟁이의 후기. -- >
장장 1년이 넘는 시간을 연재한 작품 피바라기가 끝나고 나니 무척이나 기분이 이상합니다. 시원섭섭하다는 간단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뭔가 기묘한 기분이랄까요.
다만 확실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간 연재를 하며 지쳤던 부분도 있기에 시원한 부분도 있지만,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나 전달하지 못한 감성등을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글을 뒤엎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당장 그래봐야 제가 더 나은 글을 쓸 것 같진 않습니다. 일단 제가 쓸 수 있는 한의 최대한의 실력을 뽑아냈으니 이 정도 마무리에서 만족을 하고, 출판할 때는 논란이 되었던 검후이야기나 다른 이야기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풀어봐야겠습니다.
문득 지난 1년간이 떠오릅니다.
기획단계서부터 고질병인 우울함을 거둬내고 가볍게 가보자 해서 시작한 것이 '(전)내가 이능력자다.' 피바라기입지요.
무언가 대단한 글을 써보겠다기보다는 그저 재미있고 읽기 편한 글을 쓰자는 것이 포커스였는데, 전개를 하다보니 고질병 음울전개등이 다소 나와 독자분들을 본의 아니게 우롱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나름 가볍게 쓰고자 노력한 글이고, 그래도 기존의 제 글들과는 다르게 소통을 해가며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 생각합니다. 나름대로는 말입죠.
이 글을 쓰면서도 수많은 지름작 욕구를 참았어야 했고, 또 중간에 지른 글들도 있습니다만 운이 좋은 건지 다들 결실을 이뤄가는 중입니다.
개인의 욕심은 어느 정도 이루느라 피바라기의 독자님들께 여러모로 불성실하고 신용없는 모습을 보이게 되어 굉장히 죄송스럽습니다.
중간 중간 뎅기열도 앓아보고, 또 거기에 더해 오른손 골절로 인해 대체금속 삽입수술도 받고 이런 저런 일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무수한 분들이 유료연재란에서 개인사를 끌어들이는 저를 질타하셨고 개인사와 연재의 스트레스로 인해 수백번이나 글을 접을까 생각했었습니다.
취미생활이 더 이상 취미가 아니게 느껴지고 오히려 제 삶을 더 버겁게 만든다고 바보같은 생각도 했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정신 차리고 돌아와서 느리게나마 연재할 수 있었던건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독자님들께 완결만큼은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때문이었습니다.
부족한 글이니만큼 못다한 이야기, 묻혀버린 이야기, 지나친 이야기, 글쟁이가 잊어버린 이야기등등이 너무도 많아 독자님들께서 지적하고 꾸중하자면 한도 끝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봐주신 거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해주시고, 격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완결이 부족한 마무리가 될 지언정 또다른 시작을 하는데 좋은 자양분이 되어 독자님들께 다음 작품으로 큰 즐거움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못 다한 이야기는 피바라기 출판본에 실을 수도 있고, 또는 3부를 만들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먼 훗날의 이야기겠지만요.
기존에 쓰던 어비스는 일일연재에 쫓기며 쓰자니 담고 싶은 내용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까 염려되어 자유연재 형식으로 완결까지만 가는 형식을 취할 예정입니다.
당장 모레부터 도살자 - 이토록 멋진 세상을 마저 연재해서 완결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년간 저를 웃고도 울게도 만들었던 피바라기는 여기서 끝을 맺겠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더욱 좋은 작품을 들고 성실하게 연재하는 글쟁이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부족한 글에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