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바라기-209화 (209/223)

< --  2-7. 최종 결전.  -- >

이현지가 스스로가 천개의 눈동자임을 시인하고 괴조를 타고 사라진 날, 대한민국의 이곳 저곳에서 이상징후가 일어났다.

군부가 공들여 만들었던 이능력자 부대의 구성원중 상당수가 돌연사 했다. 면면을 살펴보면 사망한 이능력자들 전부가 서울 참사이후 동시다발적으로 각성했던 인물들이었다.

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한다고 난리를 피우는 군부의 간부들 탓에 이 사건은 외부로 유출되었는데, 이에 군부는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태도로 검맥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참사 이후 유지해왔던 서울 경계선의 경계 임무에 대한 지원이 주된 골자였는데, 검맥은 이를 단박에 거절했다.

당황한 군부는 이를 강력하게 항의하려 했으나, 되돌아온 검맥의 답변에 그대로 입을 다물고는 조용히 내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천개의 눈동자가 3계월 뒤에 활동을 시작한다. 그저 일산에 웅크리고 있을 뿐임에도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었던 강대한 괴수가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해당사실을 접한 각계의 인물들은 패닉에 빠져들었다. 벌써부터 국외로 피신하는 고위층의 인물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서울이 폐허가 된 이후 폭락했던 주가는 김형준이라는 희대의 이능력자 탓에 어느 정도 가치가 회복됐었는데, 그렇게 오른 주식과 재산들을 급하게 처분한 고위층의 인물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 주가는 서울 참사 직후보다 더욱 폭락해버렸다.

그들이 얼마나 부산을 떨며 해외로 도피하는데 열을 올렸는지, 이제는 보안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 누군가 흘린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했으며, 서울이 무너진 이후 겨우 겨우 그 상흔을 회복해가고 있던 나라가 다시 뒤흔들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고위층의 인물들과는 다르게 서민들은 잠잠했다. 몇몇 인물들이 도피행렬에 참가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무언가를 기다리듯 침묵했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들이 기다리던 존재는 분연히 일어났다. 김형준과 검맥,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이능력자들이 공개적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천개의 눈동자는 세달이라는 시간을 저희에게 주었습니다. 완벽하게 몬스터들을 통제하고 있던 괴수이니만큼 앞으로 남은 세달동안은 그 어떠한 몬스터의 준동도 없을 것임을 확신합니다.'

전에 비해 다소 야위고 창백한 안색을 한 김형준이 기자들을 모아 발표를 했다.

'저희 검맥에 소속된 이능력자들은 물론, 각지의 방위를 위해 흩어져 있던 이능력자들은 이 순간에도 서울 경계선을 향해 집결하고 있습니다. 이미 기천이 넘는 고위 이능력자들이 모였으며 앞으로도 그 수는 계속해서 늘어갈 것입니다.'

김형준의 한마디에 담긴 각오와 결의가 스크린을 넘어 국민들의 가슴을 두들겼다.

'국민 여러분, 불안해 하지 마십시오. 저희 이능력자들은 목숨 걸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경계선 너머론 그 어떤 몬스터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며 천개의 눈동자 역시 저희들을 넘지는 못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미 몇 번이나 1등급 몬스터를 보란 듯이 격퇴한 전적이 있는 김형준이다.

다른 이들이 말했다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그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천금같은 약속이 되어 국민들에게 신뢰를 불러일으켰다. 그라면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보일 것이라는 믿음이 대한민국 전체를 감싸안았다.

'저희는 절대지지 않습니다.'

김형준의 각오에는 추호도 망설임이 없었으며, 확고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 방송을 기점으로 은연중에 일어나던 생필품의 사재기나 소란이 완전히 잠들어버렸다.

매체에서는 연일 김형준의 활약상이 흘러나왔다.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들과 단신으로 맞서 싸워온 영웅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견뎌내며 표면적으로나마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가장 깊은 밤 속에서 새벽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간다.

각 도시에서는 서울을 향해 떠나는 이능력자들을 배웅하는 인파가 날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그들이 도착할 주둔지를 향해 가는 물자의 지원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과자를 비롯한 먹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직접 추수한 곡식과 과일까지. 하다 못해 담요와 휴지도 지원 물자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이미 김형준 개인의 어마어마한 자산으로 인해 풍부한 물자를 공급받고 있었던 이능력자들이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느끼고는 결의를 더욱 다질 수 있었다.

희망이 커져간다.

이능력자들의 사기를 충천시키는 또 한번의 이벤트가 있었다. 이미 유니온의 간부들의 통제를 벗어나 있던 일선의 이능력자들이 그들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유물들을 대거 탈취하여 서울 경계선의 주둔지로 찾아온 것이다.

고난한 역사가 말해주듯 그 수는 타국에 비해 많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능력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갔다.

이미 잠식의 위험에서 벗어난 이능력자들, 원래대로라면 평생 가도 손에 쥐어보지 못하는 게 유물이다. 하위의 유물조차 그러할 진데, 고위의 유물들조차 아무런 대가 없이 지원을 해주니 그들이 고무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능력자들의 힘에 맞는 등급의 유물이 분배되었다.

또한 그간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으로 일관하였던 군부의 장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움직이지 못했던 최신식 무기들이 서울을 향해 배치되기 시작했다.

각종 포와 미사일들이 일산과 서울을 타겟으로 산정하여 재배치가 되었으며, 대한민국의 정예 육군이 이능력자들의 주둔지를 경계하듯 에워쌓았다. 공군의 초계기는 밤하늘을 쉴새없이 날며 경계근무에 열심히였고, 해군 또한 인천 앞바다를 비롯한 서울 인근해에 함선을 전개했다.

그 모든 사건들은 유래 없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국민들은 방송을 통해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온 나라의 힘이 서울 경계선으로 집중되고 있을 때,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은 주인공 김형준은 뜻밖의 손님들을 맞아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영국의 템플러, 그리스의 유게네스, 일본의 초인단의 이능력자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한 것이다.1등급 이능력자로는 아서 팬드래건과, 메데이아, 헤라클레스, 메두사, 아야나미 로유미등이 있었으며 그 아래로는 베오울프를 비롯한 유수의 강자들이 대거 자리에 참석

했다.

"마스터 킴이 저희를 도왔던 것처럼 저희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미 몇 번인가 크고 작은 신세를 지어 스스로가 김형준의 아랫사람임을 자처하던 아서 팬드래건이 흉갑을 두들기며 말했다.

"저희도 은혜를 잊지 않았답니다."

메데이아를 앞세운 그리스의 이능력자들이 반가운 낯으로 김형준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다. 메데이아의 등에 가득 짊어진 유리병들을 보니 지난 미노타우르스 전에서 효과를 보았던 약들을 있는데로 쓸어 담아오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천개의 눈동자가 활동을 시작하면 그 여파가 대한민국에만 미치진 않겠죠. 그렇게 이야기하니 다행스럽게도 엉덩이 무거운 영감들이 허락을 해주더군요."

아야나미 로유미가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건넸다.

김형준은 뜻하지 않은 조력에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미 자신이 그들의 나라를 도운 적이 있다고는 하나, 천개의 눈동자는 그들의 나라에 나타났던 괴수들과는 그 등급이 달랐다.

호기롭게 방송에서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 자리에 모인 이능력자들 중 어느 하나 살아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은 없었다. 섣부르게 다른 나라의 귀한 인재들을 청할 수가 없던 와중이었다.

해서 어떤 식으로 그들의 조력을 얻어낼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빠질 지경이었던 김형준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제 미국의 이능력자들만 오면 되겠군요."

캐더린 우즈를 통해 미국의 히어로즈 역시 참전의 의사를 밝혀왔었다. 사람이 모이고 지원이 생기니 김형준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남은 시간은 두달. 여기까지 준비하는 데만 해도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남은 두달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전투가 달라질 것이다.

김형준이 정색을 하고는 타국의 이능력자들에게 브리핑을 시작했다.

"아직도 그들의 종적이 파악이 되지 않았나요?"

캐더린 우즈가 전에 없이 험악한 음성으로 묻자, 그 앞에 서 있던 사내가 쭈삣거리며 대답을 한다.

"아시다시피 필립 헨리 세이던 경의 주특기가 특수기동이라, 그가 이끄는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밝혀내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지난 루마니아 스트리고이 전에서 지원병으로 파병했던 이들이 지금에 와서 자신들의 목줄을 조이고 있었다.

그저 조금은 음험한 사내라고 생각했던 필립 헨리 세이던이건만 알고 보니 이 모든 사건의 배후와 줄이 닿아있음이 분명했다. 막강하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화려한 인원들이 포함된 부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들에게 비수를 꽂을지 알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이런 사실들이 빨리 밝혀졌다면 이렇게까지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됐었을 것을, 캐더린 우즈의 얼굴에 시름이 가득했다.

"그럼 다른 나라의 이능력자들의 동향은?"

캐더린 우즈의 질문에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습니다. 각국의 위성과 모든 예지 능력자들의 능력을 동원해 알아보고 있지만,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종적을 알 수가 없습니다."

루마니아의 스트리고이가 준동하던 때를 같이하여, 각국의 이능력자들이 대거 종적을 감췄다. 평소라면 워낙 자기 멋대로인 이들의 잠적에 신경도 쓰지 않았을테지만, 이미 밝혀진 사건의 배후도 그렇고 필립 헨리 세이던의 경우가 마음에 걸렸다.

각국의 중요인사로 대접을 받던 1등급 이능력자들마저도 배신을 하는 마당에 타국의 이능력자들이 딴마음을 품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헛된 희망이었다.

그렇게 사라진 1등급 이능력자들만 세계적으로 서른에 가깝고, 그 휘하의 이능력자들은 이미 수만을 넘어간다.

이들이 만약 다른 마음을 먹고 준동하기 시작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들의 종적을 추적하는 것이 최우선 사항입니다. 알겠습니까?"

눈 앞의 사내를 닦달해봐야 나오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조금은 누그러진 음성으로 말했다.

"그보다 대한민국에 파견할 인원들은 어떻게 됐나요?"

캐더린 우즈의 말에 남자가 난색을 표했다. 무엇하나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한탄을 하며 그가 입을 열었다.

"마인드 컨트롤러를 이용해 그들의 변절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마인드컨트롤러보다 높은 등급의 이능력자들이라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그들이 마음먹고 정신을 집중하면 마인트 컨트롤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미국의 마인드 컨트롤러는 3등급의 이능력자다. 그런 그가 자신보다 상위의 이능력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결국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준비되어 가는 것이 없자 캐더린 우즈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럼 사람을 풀어서라도 그들의 행적을 동원해요! 감청이건 뭐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요!"

그녀의 고함에 남자가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다.

"이번 일이 잘못되어서는 안돼."

이미 미국의 1등급 몬스터 골드 드래곤을 격퇴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도를 했던 히어로즈였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는데, 이번에 대한민국에서 골드 드래곤과 같은 급으로 분류된 천개의 눈동자를 퇴치하는 작전이 펼치고 있었다.

이 일의 성사여부에 따라 미국도 방향을 정해야 했다.

대한민국의 이번 작전에 동원된 이능력자들은 등급을 떠나 그 수가 유래가 없는 것, 이번 일조차 실패로 끝난다면 각지에 나타난 등급 외 괴수들을 격퇴할 방법이 없어진다.

"핵무기만큼은 절대 써선 안돼."

그녀가 입술을 짓씹었다.

============================ 작품 후기 ============================이제 점점 완결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부탁드립니다.

*이제 완결까지 15편정돈데 2월 중순 전까지는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그리고 본글의 완결에 맞춰 도살자 역시 빠르게 완결을 낼 예정이며, 둘을 공백을 채울 신작 '어비스'를 연재 시작했습니다.

도살자는 글 자체가 사실 쓰기가 좀 피곤한 글이라 연재속도가 월 15회정도로 될 예정이며 '어비스'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거라 아마 속도가 좀 빠르지 싶습니다.

조아라에 처음으로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연재합니다. 의욕과 열의만 앞선 글이 될 수도 있으니 혹시 읽어보시는 분들은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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