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바라기-173화 (173/223)

< --  2-6. 망자의 도시  -- >

각국에서 고르고 고른 이능력자들답게 순식간에 일행들 사이에 섬광이 솟구치고 명멸했다. 괴성이 터져 나오고 불과 눈 한번 깜박일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행들이 새하얀 그림자를 둘러쌌다.

우적, 우적.

새하얀 털에 감싸인 거체, 늑대인간이 우적대며 여인의 목을 물어뜯었다.

"이게 무슨..."

아무리 정예들이라지만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상황판단이 쉽지 않은지, 늑대인간을 둘러싼 이능력자들의 표정에 곤혹스러움이 역력했다.

"우리 편입니다. 경계를 푸세요."

그런 그들을 향해 김형준이 말했다.

"여보!"

피투성이가 된 여인이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에 꿰뚫린 채 펄떡거리는 것을 본 그녀의 남편이 처절하게 외쳤다.

그 원한과 안타까움에 가득 찬 절규에 대꾸하는 김형준의 음성이 상대적으로 차분하기만 하다.

"진정하세요. 저 여자는 당신의 아내가 아닙니다."

하지만 눈 앞에서 자신의 아내가 괴물에게 물어뜯기는 것을 본 사내가 그 말 한마디로 진정될 턱이 없었다. 핏발이 가득 선 눈으로 김형준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이 흡사 원수라도 보는 듯하다.

"악마! 어서 내 아내를 놔줘!"

그의 입에서 온갖 저주의 말이 퍼부어졌다. 그 살벌하고 독한 저주를 듣는 김형준의 표정에 안타까움이 스쳐갔다.

"용모, 잠시 놔줘."

김형준의 말에도 늑대인간, 민용모는 한참이나 여인의 목을 물어 흔들어대다가 그녀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널부러진 여인이 처참

한 몰골로 바닥을 버르적 거렸다. 반쯤 잘려나간 목이 꿀럭 거리며 피를 쏟아내고, 덜렁거리는 머리통이 금방이라도 육신에서 떨어져 나갈 듯 위태롭게만 보인다.

"여.. 여보.. 살려... 줘요..."

끊어질 듯 말 듯 애처로운 여인의 음성이 남편에게 간청했지만, 어느 사이엔가 다가간 비맥의 신승대가 남자를 억센 손으로 억류했다. 남자는 발버둥을 쳤지만 평범한 사내가 이능력자인 신승대의 손길을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개새끼들아!"

사내는 원한에 가득 차 소리 쳤지만, 이를 지켜보던 이능력자들은 다만 상황을 파악하려 열심히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워낙에 상황이 괴이했던지라 섣부르게 끼어들 수가 없었던 탓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이죠?"

다른 일행에 비해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아야나미 로유미가 조금은 날이 선 음성으로 김형준에게 물었다.

"저 늑대인간은 아무래도 대한민국 소속의 이능력자로 보이는데, 지금 저를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굉장히 곤란하게 될 겁니다. 지금 저는 간신히 화를 눌러 참는 중이거든요."

이제까지 조곤조곤한 태도로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던 그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만큼 장엄한 기세가 그녀의 전신에서 풍겨져 나왔다.

마치 한자루의 잘 벼려진 검처럼 우뚝 선 그녀가 매섭게 빛나는 눈동자로 김형준을 노려보았다.

"먼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일을 벌인 점은 사과하지요."

그 서슬 퍼런 기세에도 불구하고 김형준은 차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저 여인은 인간이 아닙니다. 다만 가족 전체가 감염되었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저 일가족 중에서는 저 여인만이 감염자였죠. 덕분에 다른 감염자를 걸러내면서도 저 여인만큼은 걸러내지 못 했습니다. 아이를 꼭 안고 있는 모양새가 수틀리면 인질로 삼을 것 같아서였죠."

김형준의 말에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여전히 바닥에서 버르적거리는 여인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스트리고이의 감염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애처로운

모습이라 이능력자들 중 누군가가 반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저 여자는 그저 보통 사람으로 보이는데요?"

김도연의 결계에 갇혀 여전히 괴성을 내지르는 감염자들의 모습과, 애처롭게 남편을 찾는 여인의 모습이 대조적이라 일행들은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김형준이 그렇게 반문하며, 성큼 성큼 여인에게 다가가 여인의 목가를 들춰 보였다. 태연하게 환부를 헤집는 그의 모습에 모두가 눈썹을 찌푸리는데 김형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연기는 그만 하시지."

"무.. 무슨... 살려주세요..."

이제는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조차 모호한 상황 속에서 오히려 김형준의 모습이 살인마처럼 보일 지경이다.

"제.. 제발..."

여인이 애처롭게 애원하며 일행들을 둘러보는데, 몇몇 이능력자들이 참지 못하고 한발 나섰다.

"그만 하십..."

"보통 사람이 이렇게 절반이 넘게 목이 뜯겨나가고도 살아있을 것 같습니까?"

막 입을 열어 김형준을 비난하려던 이능력자의 입이 도로 다물렸다.

그의 말마따나 여인은 목이 반쯤 떨어져나간 상태였는데, 피거품이 올라와도 모자랄 상황에서 그녀는 미약한 음성이나마 또박또박 말을 하지 않았는가.

"굉장히 교활하네요. 이번 적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생각하고 우리 일행 간의 분란이라도 일으킬 생각이었나 봅니다."

김형준의 말에 아야나미 로유미를 비롯한 이능력자들의 입에서 침음성이 비어져 나왔다.

"어이. 어차피 들통 났으니까. 본색을 드러내시지."

김형준이 냉혹한 표정으로 여인을 다그쳤지만, 여인은 더욱 처량한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김형준이 몸을 낮춰 그녀의 얼굴이 닿을 듯 그녀에게 얼굴을 들

이댔다.

"어차피 걸렸다니까."

사정을 대충 파악한 이능력자들이지만 마치 김형준이 악당이라도 된듯한 모양새라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여인의 얼굴이 돌변했다.

여인의 입가가 쭉 찢어지며 갑작스레 김형준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키에에엑!"

하지만 여인의 쭉 찢어진 주둥이가 김형준에게 닿기도 전에 민용모의 억센 주먹이 먼저 도달했다. 언제 다가왔는지 민용모가 여인의 거대한 아가리에 주먹을 쑤셔 넣어버렸다.

"켁!"

여인, 아니 위장하고 있던 감염자의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나자 그녀의 남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당신에게는 애도를 표합니다. 구할 수 있었다면 구했지만 그녀는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존재입니다. 다른 감염자들과는 다르게 애초에 그녀가 당신의 아내였는지 조차 모호합니다."

냉혹한 표정이 순식간에 풀어지며 김형준의 얼굴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가득해졌다.

"아..."

김형준의 말에도 사내는 여전히 괴물로 변해버린 여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떻게 아셨죠?"

임시막사를 빠져나온 김형준을 따라 나온 아야나미 로유미가 물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제 이능은 피와 생명을 제물로 발현하는 것.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냄새와 기운으로 알 수 있습니다."

김형준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대꾸에 아야나미 로유미의 미간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리고 저희측 능력자 중 늑대인간의 후손인 민용모 같은 경우에는 종족의 역사 자체가 흡혈귀 일족과의 투쟁의 연속이라 어쩌면 저보다 더 민감하게 그들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 것 같고요."

설명이 이어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말 없이 김형준을 따라 걸을 뿐이었다. 대꾸도 없이 자신을 따라오는 그녀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 해보인 김형준은 이내 그녀에 대한 관심을 접고 걸음을 옮겼다.

그를 따르는 것은 아야나미 로유미 뿐만이 아니었는데, 현지에 도착한 이능력자들 전체가 그를 뒤따르고 있었다.

"용모, 흥분을 가라앉혀."

늑대화를 푼 민용모였지만 눈동자의 색이 여전히 맹수의 그것과 같아 김형준이 그렇게 말하니 민용모가 몇 번인가 숨을 가다듬었다. 차츰 눈동자의 색이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고 민용모가 변명처럼 말했다.

"우리에게 흡혈귀의 피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라, 입에 대는 순간 본능이 폭주해 버리지. 그건 그들도 마찬가지. 결국 우리는 만나게 되면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는 끝나지 않는단 말이야."

마치 혼잣말과도 같은 그 말에 일행들의 분위기가 조금은 어두워졌다.

"그나저나 이번 상대 그저 싸워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군요."

아야나미 로유미의 말에 일행들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임시막사의 상황이 정리되고 나자 일본의 이능력자 미즈히나가 나섰지만 감염자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은 찾지 못했다.

일본의 이능력자들의 말에 의하면, 미즈히나는 호수의 딸이라 불리우는 이능력자였는데 태어날 때부터 물을 자유자제로 다룰 수 있는 여인이었다. 일본의 한 구석에서는 그녀를 신앙의 대상으로 섬기는 종교까지 있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였지만, 그런 그녀 역시 감염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다만 그녀가 행한 정화의 이능이 주변에 널리 퍼져 사람들의 마음에 어둠이 조금은 걷어진 것이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였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가녀린 외모의 미즈히나가 아야나미 로유미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며 사과했다. 아야나미 로유미는 그런 그녀를 온화한 눈빛으로 보며 머리를 몇 번인가 쓰다듬어 주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미즈히나의 어두운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이번 일은 대한민국 이능력자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겠군."

후열에 쳐져 있던 리옌제가 어느새 다가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걸음을 옮기던 이능력자들이 새삼 임시막사에서 벌어졌던 광경을 다시 떠올렸다.

루마니아 인접국의 어느 고위 이능력자가 펼쳤을 결계를 장난처럼 해제한 김형준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냥 감염자들을 걸러내었다. 그리고 감염자들이 날뛰었을 때 앞으로 나선 김도연은 순식간에 강력한 결계를 펼쳤고, 늑대인간의 후손으로 보이는 민용모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여인에게 다가가 단숨에 그녀를 제압했다.

아직 본신의 능력을 보이지 않은 나머지 두명의 이능력자들도 필시 그들에 못지 않으리란 생각을 하며 각국의 이능력자들은 바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능력자들이 자신에게 배정된 막사를 찾아 흩어지고 나자 김형준의 주변에 남은 것은 원래의 일행들 뿐이었다.

"사태가 심각하네."

김형준의 말에 김도연을 비롯한 일행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보기에 감염자들은 스트리고이를 처리한다고 해서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아."

김형준의 말에 민용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스트리고이라... 인간들이 지은 이름은 모르지만, 저런 감염상태라면 나도 익히 아는 놈이다."

민용모가 꺼낸 뜻밖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데 민용모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흡혈귀 중에서도 가장 저열하고 지랄 맞은 놈들이야."

입가에 남은 비릿한 향이 거슬리는지 그가 바닥에 침을 뱉고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원래는 시궁창이나 하수구 속에서나 숨어 살던 비천한 족속들인데, 다른 흡혈귀와는 달리 피조물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지 못하지. 형준이 네가 말한 것처럼 놈들에게 감염된 사람은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해. 놈들은 세련된 방법을 애초부터 모르기 때문에 무식한 방법으로 사람들 자체를 자신의 일족으로 끌어들이거든."

민용모는 그 뒤로도 한참이나 스트리고이에 대해 설명했다.

흡혈귀 일족 중에서도 가장 최하의 위치에 있는 흡혈귀, 스트리고이는 원래는 흡혈귀 일족 취급도 못 받는 저열한 종족이다. 무분별하게 개체 수를 늘리느라 구성원의 태반이 좀비만도 못한 능력을 지닌데다가 고고한 취향을 가진 다른 흡혈귀들과는 달리 짐승과도 같은 삶을 영위하는 존재들이다.

원래대로라면 그런 그들이 이렇게까지 세를 불릴 수 있을 리가 없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존재했다.

"우리세계에서는 놈을 이렇게 부르더군."

민용모의 입가가 쭈욱 찢어지며 베일 것 같은 웃음을 지었다.

"시궁창의 왕, 블라가."

============================ 작품 후기 뜨악! 업뎃! 껄껄! 하루 하루 업뎃 전쟁이네요. 쩝.

글쟁이 노쓰는 업뎃 전쟁, 옥희 똥과의 전쟁! 아주 전쟁후 피로증 걸릴 지경입니다.

어느 철학자가 말한 것처럼 하루를 전쟁같이 살아라. 그 말을 실천중입니다. ㅋㅋㅋㅋ자 그럼 독자분들은 코멘트 전쟁! 추천 전쟁! 쿠폰 전쟁! 선작 전쟁! 우리 함께 해요. ㅋ

자 그럼 독자분들은 코멘트 전쟁! 추천 전쟁! 쿠폰 전쟁! 선작 전쟁! 우리 함께 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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