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바라기-122화 (122/223)

< --  2-4. 세계로...  -- >

온 세상이 뿌옇다. 그 희뿌연 세상 속에서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막아!"

그리고 연이어 들려오는 기괴한 괴성들. 사람들과 괴물들의 비명소리가 연이어지지만 뿌연 안개 탓에 제대로 보이는 것은 없다. 다만 쉴 틈 없이 들려대는 비명소리와 폭음이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줄 뿐.

누군가의 고함소리, 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전투의 소음이 더욱 격렬해졌다. 온통 뿌옇고 하얀 그 답답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청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천(開天)!"

그 순간 온 세상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바람도 없는 세상의 기운이 통째로 쓸려가듯 희뿌연 안개의 장막이 어디론가 밀려난다. 시야가 트이자 보이기 시작한 수많은 사람들, 제 각각이 이능력자인 듯 푸르고 붉은 빛이나 화염따위를 몸에 두른 이들이 수백이 모여있다.

그리고 그들을 포위하듯 늘어선 수천은 넘는 몬스터들의 대군, 크거나 작거나, 날개 달린 것도 있고 발이 열 달린 놈들도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질려버릴 것 같은 그 어마어마한 숫자에 이능력자들의 무리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부대애애애애! 방지이이이인!"

"부대 정렬! 진형을 유지해!"

이능력자들의 사이 사이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수천의 몬스터들 앞에서 그렇게 이능력자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부산스럽게 진형을 이루느라 소란을 떨었다. 하지만 그들이 진형을 이루기도 전에 몬스터의 대군이 먼저 들이닥칠 것만 같은 형국이다.

"일광천리!

(日光千里)"

그때 아까와도 같은 청명하고 맑은 울림이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갑작스럽게 세상이 명멸했다. 눈이 멀 것만 같은 섬광이 사라지고 난 전장은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수천의 몬스터로 이루어졌던 몬스터의 포위망이 듬성듬성 구멍이 나고, 거대한 몬스터들 중 상당수가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멍한 눈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이능력자들이 뒤늦게 함성을 내질렀다. 어두웠던 그들의 얼굴에 투지가 깃들고,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장의 분위기가 바뀌나 했더니 또 금세 몬스터들이 흉성을 터트리며, 기세를 돋구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를 같이 해 이능력자들의 위로 짙게 깔려오는 거대한 그림자.

올려봐도 올려봐도 끝이 나지 않는 거대한 괴수의 모습이 전장에 나타났다. 하늘 끝까지 솟아올랐던 이능력자들의 사기가 다시 곤두박질 쳤다.

그리고 그렇게 전투는 시작됐다.

수천 몬스터의 파도가 이능력자들을 향해 달려들고 굳건한 방진을 기댄 이능력자들의 사투가 벌어졌다. 몬스터의 비명과 팔다리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이능력자들의 비명과도 같은 고함소리가 전장을 가득 채웠다.

온 전장이 푸르고, 붉은 빛무리들로 가득차고 이곳 저곳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지리하지만 처절한 전투가 온 전장에 가득하다.

"이게 뭐야?"

정부와 마찰이 생긴 검맥을 응원하기 위해 검맥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던 남자는 넋을 놓았다. 새롭게 추가된 동영상이 있어 아무 생각없이 동영상을 재생했는데, 이능력자들의 전투가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간 공개되었던 전투영상과는 다른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에 남자는 입을 쩍 벌릴 수 밖에 없었다.'3년전, 천개의 눈동자와의 전투 vol.01'동영상의 제목을 뒤늦게 확인하니 천개의 눈동자와의 전투란다. 남자는 부리나케 동영상의 링크를 걸어 SNS로 퍼 나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검이 날아다니고 온 세상이 빛무리로 휩싸였다. 붉은 가시덤불이 괴수의 몸을 옭아매고 괴수의 촉수가 온 세상을 뒤덮는다.

이름 모를 두명의 이능력자와 김형준이 전장을 뛰어다니며 거대한 괴수와 전투를 벌인다. 하나 하나가 입이 쩍 벌어지는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괴수는 꿋꿋하다. 그리고 마침내 힘이 떨어졌는지 김형준이 쓰러졌다. 검을 들지 않은 남자 이능력자가 그를 챙겨 몸을 빼내고 다른 이능력자가 괴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전에 없이 거센 공격을 퍼부어보지만 전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화면이 돌아간다. 카메라를 돌리고 있는 사람도 상황이 좋지 않은 듯, 영상을 찍는데 주력한다기보다는 전투에 이리 저리 휘말리는 듯 하다. 단단하게 방진을 이루고 전투를 벌이던 이능력자들은 어느새 이곳 저곳에 흩어져 난전을 벌이고 있고, 300이 넘던 숫자가 이제는 100명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다시 화면이 돌아가고 김형준이 정신을 차렸는지 난전을 벌이고 있는 이능력자들을 구원했다.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붉은 가시덤불이 온 전장을 뒤엎고, 이능력자들이 그 틈에 전장에서 몸을 빼냈다.

동영상을 보던 이들은 손에 땀을 쥐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환호했다. 위태위태하게 전투를 이어가던 이능력자들이 이제야 퇴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비웃든 동영상 속의 전장은 또다시 급변했다.

화면이 하늘을 비춘다. 하늘에 이어지는 긴 궤적을 따라가던 화면 끝에 거대한 괴수의 몸에 내꽃힌 무언가가 보였다. 그리고 터져 오르는 화염과 섬광, 그리고 폭음.

화면이 다시 뒤바꼈다.

달리고 있는 와중인지 화면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카메라를 쥐고 있는 이의 거친 숨소리가 영상 너머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진다. 앞서 달려가는 이능력자들의 모습이 처참하다. 팔다리 어디 하나 성한 구석 없는 이들 중 몇몇이 몸을 돌렸다.

"안돼!"

카메라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 수밖에 없어! 그대로 달려!"

화면이 잠시 뒤를 비춘다. 흉폭하게 이를 드러낸 채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모습. 그들 앞에 선 두명의 이능력자들이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씨바아아알!"

누군가의 욕지거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화면은 다시 흔들리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전열에서 달려가던 이들의 등과 어깨에 부상자들이 잔뜩 매달려있다. 화상을 입은 온몸은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고 피부의 어느 곳 하나 온전한 구석이 없다.

그렇게 화면이 계속해서 흔들리고 사람들이 자진해서 후열에 남았다.

오십명에 가깝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른도 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달려가기를 한참, 카메라의 주인이 다른 이에게 카메라를 넘겨준다.

"다음 전투를 위한 기록이다. 나 대신 부탁한다."

정부의 반박에 대해 비웃기라도 하듯 공개된 영상속에는 이능력자들과 괴수의 처절한 사투가 담겨져 있었다.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참상 속에서 꿋꿋하게 전투를 이어온 이능력자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말을 잃었다.

'이에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을 동원하여 김형준씨의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할 것을....'

방송에는 아직도 정부 대변인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동영상과 방송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는 뒤늦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동영상에 담긴 기록을 보면 어느쪽의 말이 사실인지는 극명했다. 이능력자들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괴수와의 일전을 벌였으며 처절할만큼 고군분투했다. 그 영상의 말미에 날아든 궤적과 화염이 김형준이 말했던 군부의 미사일 폭격임은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소리 질렀다. 그의 앞에 선 인물들이 그 사나운 고함소리에 놀라 몸을 떨었다.

"저 영상이 왜 인터넷에 떠도냐고!"

남자의 말에 주눅이 들어있던 인물들 중 하나가 간신히 입을 열어 변명을 한다.

"분명 유니온에서 관리하고 있는 영상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의 변명에 같지도 않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유니온에서 관리하든 누가 관리하든, 내 말은 왜 저 영상이 떡하니 올라와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냐고... 내 말 못 알아들어?"

"죄송합니다!"

괜스레 입을 열었다고 후회를 하며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유니온이랑 연락 해봤어? 그 얼빠진 놈들이 대체 어떻게 관리했길래 저 영상이 나돌아."

남자의 말에 사람들이 저마다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그의 눈썹이 다시 사납게 치켜 올라가자 결국 방금 전에 변명을 했던 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쪽에서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결국은 남자가 사납게 다시 윽박을 질렀다.

"이 새끼들 지금 딴 마음 먹은 거 아냐? 김형준인지 뭔지가 잘 나가니까 다시 라인 바꿔 탄 거 아니냐고!"

초조하게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던 남자의 말에, 사람들이 쭈뼛거렸다. 나서는 족족 깨진다. 무슨 말을 해도 먹힐 것 같지 않으니 그저 침묵을 택한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멍청한 놈들. 이런 것들을 보좌관이라도 데리고 있었으니..."

자신의 눈치를 보느라 눈도 못 마주치는 보좌관들을 보던 남자가 혀를 찼다.

"사람들 반응은 어때? 아. 아냐. 뻔하지. 아주 거짓말 했다고 난리들을 떨고 있

겠지. 멍청한 새끼들."

영상을 본 국민들의 반응이 상상이 가는지 그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수습할 방법 찾아보고, 유니온에 연락해서 이런 식으로 나오면 혼자 죽진 않을 거라고 이야기 해."

============================ 작품 후기 일단 분량 복구되면 바로 업뎃 하겠습니다. 글이 손에 영 안잡히네요. ㅜㅜ그래도 짧은 분량이라도 써서 올립니다.

으아아아아. 난 햄보칼수업써어어어어어!

삭제한 공지 내용.

-지금 멘붕 상태입니다.

주말 연참을 불허하는 마눌님 피해서 모두 잠든 새벽에 글을 쓰는데 무척 잘 써지더군요.

그래서 미친듯이 써서 40키바 정도를 썼는데 한창 작업하는 와중에 블루스크린이 뜨더니 내가 이능력자다 파일이 안열리는군요.

이제껏 글 쓴게 통째로 날아가버렸습니다.

글이야 다시 쓰면 되지만, 뭐랄까. 머리가 멍한게 갑자기 의욕 상실입니다.

일단은 기억을 더듬어서 빠르게 써서 써지는데로 업뎃 하겠습니다... *월욜 투베 진입을 위해 한번에 투척하려다가 멸망했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