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바라기-84화 (84/223)

< --  2-1. 그리고 얼마 후.  -- >

내가 상황을 살피는 와중에도 남자의 변이는 계속된다. 잔뜩 부풀어 오른 살덩이가 이제는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버린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면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나야. 지금 발견했어. 어. 응. 맞아. 범인 찾았는데. 그게 좀 복잡해. 이쪽으로 와. 여기?"

통화를 하던 나는 뒤에서 아직까지 오들거리며 떨고 있는 아가씨에게 이곳의 위치를 물었다.

"네? 외곽순환로 근처 사거리요."

그대로 휴대폰에 대고 위치를 전해주니 저쪽에서 바로 달려오겠다고 한다.

"고마워요. 엇차."

막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표하는 데 잔뜩 부풀어 오른 놈이 두꺼비처럼 몸을 부풀렸다 말았다를 반복하는 것이 보였다. 조금 위험해 보이는 모습이라 놈의

주위에 붉은 막을 씌워버렸다. 딱히 기술이다 뭐다 할 것도 없는 에너지를 집중시켜 만들어낸 장막에 갇힌 놈이 이상한 소리를 토해낸다. 꺼억 꺼억 거리며 목가를 부풀어 올리는 것이 혐오스럽다.

정말 두꺼비와도 같은 소리였던지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쩌다가 저렇게까지 망가진 걸까. 유니온의 간부씩이나 되는 사람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들 투성이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여전히 공포에 질린 아가씨를 발견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비록 늦지 않게 도착해 험한 꼴을 보진 않았지만, 아마 이번 일로 꽤나 큰 충격을 받았겠지. 그냥 범죄자도 아니고 두꺼비처럼 부풀어 오른 괴물 같은 존재한테 습격을 당했으니 한동안은 외출도 쉽지 않으리라.

"아가씨. 정신 차려요. 이제 괜찮아요."

선도의 청량한 기운을 덮어 아가씨를 다독여주니 조금씩 떨림이 잦아든다.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물어볼 말이 많았지만 지금의 그녀에게 물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금은 억지로 진정을 시킨 상태고, 조금이라도 자극한다면 방금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테니까.

"저.. 저기 새.. 생리대가 떨어져서... 그거 사러 나가는 길이었는데..."

꽤나 충격을 받은 탓인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주절대는 아가씨의 말을 이어진다. 편의점에 살 것이 생겨 집을 나선 그녀를 갑자기 저 남자가 덮쳤는데 처음에 그를 봤을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중년 남자의 모습이었단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침을 흘리며 미친 사람처럼 괴성을 지르는 통에 겁에 질려서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데, 이 아가씨는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을까.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여준다면 아마 기절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고약한 취미는 없으므로 나는 가만히 아가씨를 진정시킨다.

"저 사람은 이제 혼자 움직이지도 못하니 걱정 말아요."

과연 두꺼비처럼 꺼억 꺼억 대는 지금의 저 모습을 사람이라고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대충 알고 싶은 것도 없고 해서 피해자 아가씨에게 이제 그만 들어가도 된다고 말했는데, 아가씨는 충격 탓인지 다리가 풀려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다.

저래서야 혼자 집에나 갈 수 있을까 싶어, 일 처리가 끝나면 집으로 데려다주기로 했다.

"가.. 감사합니다.. 흑.."

긴장이 풀려서인지 이제야 눈물을 터뜨린 아가씨의 모습에 나는 괜히 어색해져 남자를 노려봤다.

"아저씨. 아쉬운 것도 없었을 텐데 어쩌다가 이 꼴이 된 거야."

생각 없이 지껄인 말이지만 나로서는 그 점이 가장 의문이다. 유니온의 간부라는 작자가 어째서 이능에 잠식되고 지금의 이 꼴이 되었는지. 남자의 위치라면 언제라도 폭주 억제 시술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붉은 장막 안에 갇힌 남자가 꺼억 꺼억 대며 내 시선을 피한다. 본능 탓에 내 기운에 두려움을 느끼고 움츠러든 것인지, 그도 아니면 희미하게 남아있는 이성이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남자는 겁에 질린 것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언제라도 틈을 보이면 달려들 기색이 역력하다는 것. 지금도 교활하게 떼구르 굴러다니는 눈동자가 수시로 사방을 훑어댄다.

한참을 그리 기다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용모의 모습이 보였다. 수현씨 역시 용모에게 연락을 듣고 합류했는지 바로 곁에서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오고 있다.

"어이! 아가씨 놀라니까 천천히들 오라고!"

지금만 해도 겁에 질려서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는 아가씨가 저렇게 살벌하게 달려드는 용모와 수현씨를 본다면 기절이라도 할까 걱정이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속도를 줄인 그들이 일반인이 가볍게 달리는 정도의 속도로 내게 다가온다. 그렇게 다가온 용모와 수현씨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이사람은 유니온의?"

수현씨도 몇 번 본 얼굴인지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가 놀란 것 정도는 용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용모는 정말 눈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눈을 부릅뜨고 있다.

"김보성 위원?"

역시 유니온의 타격대로 오래 몸담았던 용모이니만큼 남자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심하게 놀란 탓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그들의 분위글 환기시킨다.

"내가 왔을 때는 폭주 초기 증상만 보였어. 근데 지금은 누가 봐도 먹혀버렸지?"

무거운 어조로 그렇게 말하니, 용모와 수현씨가 차례로 표정을 바로 한다.

"일단 수현씨 미안하지만 거기 앉아있는 피해자 아가씨를 좀 데려다줬으면 하는데..."

여기 더 둬봐야 좋은 꼴 볼 것도 아니라 그녀를 집에 보낼 것을 수현씨에게 부탁하니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은 다녀와서 들을게요."

의혹이 가득한 표정이지만 딱히 이의를 제기하진 않는다. 그녀 역시 의문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지금은 피해자를 돌려보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는 듯 하다.

수현씨가 피해자 여성을 부축해서 사라지고, 나는 아직까지 충격을 털어내지 못한 용모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혹시 뭐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나보다는 아무래도 유니온의 내부 사정에 대해 훤할 그에게 물으니 그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나도 엄청 놀라고 있어. 이 사람이 왜 폭주를... 이 사람 이렇게 될 사람이 아닌데.

"불신의 기색이 역력한 어조로 대꾸한 용모가 한참이나 남자를 노려보고 있다.

"네가 봐도 그거지?"

이제는 도저히 사람의 형체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으로 침을 흘리는 김보성이란 작자의 침이 녹빛이다.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치이익 거리며 땅에 스며드는 게 체액 자체도 독액으로 바뀌어버린 듯 하다. 저 정도면 사람이라기보다는 몬스터다. 애초부터 이능에 먹혀버린 능력자들을 되돌리는 방법 따위는 들어본 적 없지만, 저 정도면 손댈 생가조차 들지 않는다.

내 질문에 용모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 한다.

용모와 내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자 김보성이란 이름을 갖고 있던 변이체가 눈을 뒤룩뒤룩 굴리며 몸을 움찔댄다.

"어떻게 하나."

일단 범인을 잡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달려오긴 했지만, 막상 잡고 보니 처치곤란이다. 죽일 수도 없고, 경찰에게 인계할 수도 없다. 지금은 저렇게 얌전하게 막 안에 갇혀있지만 일반인이 저 남자를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남자를 처리하자니 변이 전의 모습이 너무도 똑똑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만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해. 당장 죽이는 거야 가능하겠지만, 차마 그렇게는 못 하겠다."

수 없이 많은 전장을 전전해온 우리들이지만 지금의 일 만큼은 곤란하기 그지없다.

"청소부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

한참 만에 입을 연 용모가 내 눈을 바라보며 동의를 구한다. 청소부라면 폭주한 이능력자들이나 범죄를 저지른 이능력자들을 처리하는 유니온의 집행부를 말하는 것이다.

"뭐 수 있냐? 불러야지."

솔직히 지금 청소부를 부른다고 해도 생각나는 처리방법은 김보성이란 남자의 완벽한 소거일 뿐이지만, 우리로썬 방법이 없다.

내 말에 용모가 전화기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오랜만이다. 나 용모. 어. 지금 좀 와줬으면 좋겠어. 왜긴 왜야. 청소부 부르는 거야 뻔하지. 어. 당장 달려와. 여기 위치가...."

꽤나 친근한 사이인지 통화 하는 내내 용모의 말투가 거리낌이 없다. 위치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준 그가 내게 말한다.

"한 시간 내로 도착할 거야."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라면야 저 변이체를 잡아두는 것도 어렵진 않

다.

"믿을만한 사람이야?"

내가 슬쩍 물으니 용모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인간 자체는 못 믿을 인간인데, 능력은 믿을만 해. 함부로 입 놀리는 사람도 아니고."

그의 말에 나도 표정을 편히 한다.

일단 이번 일은 그냥 폭주한 이능력자 하나 잡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유니온에 관계된, 그것도 고위의 이능력자가 잠식된 경우는 내가 알기로는 처음이다. 이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 있을 무언가가 내게 경고한다.

뭔가 귀찮은 일에 휘말린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괜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용모가 뚱하게 말한다.

"똥마렵냐? 뭔 인상을 그리 써."

괜한 핀잔에 머쓱해져서 마주 대꾸해준다.

"아침에 쾌변 했거든? 너야 말로 똥 싸다 나온 표정이다."

쓸데없는 농담을 하며 투닥거리다보니 수현씨가 돌아왔다. 피해자의 집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듯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에요?"

혐오감과 안타까움이 복잡하게 버무려진 눈빛을 하고 그녀가 묻는다. 대충 남자의 정체에 대해 알려주고 아무래도 잠식돼 버린 것 같다고 하자 그녀가 어두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용모는 애초부터 이능력자라기 보다는 이종족이고, 나는 안개 속에서 겪었던 모종의 일들로 인해 더 이상 이능에 먹혀버릴 일이 없다. 이 자리에서 몸 안에 내재된 암덩어리를 지니고 있는 것은 그녀 하나뿐이다.

그녀의 표정이 저리 어두운 건, 이능력자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이능의 폭주를 눈앞에서 보니 새삼 자신의 숙명이 버거워서겠지. 본능적인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것이 자신의 일 같아 불안하면서도 안타깝고 뭐

그런 복잡한 기분일 것이다.

그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흔든다.

지금 저 남자의 모습은 저 남자의 모습일 뿐, 저 모습에 자신을 투영해선 안 된다. 그래서야 자신의 내면에 묻어둔 어둠과 불안감이 깨어날 뿐이다. 지금은 다. 그래서야 자신의 내면에 묻어둔 어둠과 불안감이 깨어날 뿐이다. 지금은 굴레를 벗어났다 하지만 나 역시 그녀와 같았던 시절이 있기에 더욱 안타깝다.

"청소부를 불렀어요."

조금은 처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수현씨가 용모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우리끼리 해결 할 문제는 아닌 거 같아서요."

누구도 말을 꺼내진 않지만, 아마도 남자의 최후는 폐기 또는 소거. 저 정도로 변이 돼버린 능력자라면 구제할 방법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손을 더럽히기 싫어서 청소부를 기다리는 걸까. 그도 아니면 청소부가 기적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수현씨만이 아니라 모두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는다.

============================ 작품 후기 전 글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한 점 사과드립니다.

글에 대한 지적이나 비평 비판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만, 후기를 딴지로 걸다니. 제가 개소리란 말을 들을 정도로 그런 후기를 남긴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해당댓글을 다신 분은 불량이웃으로 등록했으며 차후에 다른 글이라도 제 글을 볼 수 없도록 조치 했습니다.

눈쌀을 찌푸리게 해드려서 죄송할 뿐입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추천과 선작, 코멘트와 쿠폰을 아끼지 않고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감사 인사 드립니다.

독자분들의 연령을 조사하는 설문조사와, 서평 이벤트를 진행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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