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 이게 뭔 난리야. -- >
그 뒤로는 전투의 연속이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에 달하는 몬스터들과의 전투가 지속됐다. 군과는 여전히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능력자들은 어느새 이능발현의 대가로 지쳐가고 있다.
나 역시 유물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미 지난 전투에서 넉다운 됐겠지.
벌써 2주일이 지났다.
끝도 없이 나타나는 몬스터들 탓에 하루하루가 버겁긴 했지만 잔챙이들은 군의 화력만으로 처리가 되었고, 나머지 처치 불가인 놈들은 후에 합류한 유니온의 타격대와 협조해 어찌어찌 처리할 수 있었다.
군은 자신들의 화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자 이번에 대대적으로 화력을 쏟아 부어 몬스터들은 물론 괴수까지 쓸어버리는 작전을 준비 중이었다.
이미 괴수가 일산에 자리를 잡은 지 2주가 넘은지라 일산의 시민들은 포기한지 오래다. 군이 이제야 화력전을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일 테고. 아니 어쩌면 이런 상황을 기다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지만 그건 비약일 테지.
그리고 작전 시간까지 한 시간 남은 그 무렵.
"뭐야. 고조선의 선인들이니 뭐니 했어도 역시, 과학의 힘만 못 한 건가?"
담배를 길게 내뿜으며 말하니, 맞은편의 거구가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때거지 앞에 장사 없는 법이지."
커다란 덩치에 서글서글한 눈매를 한 그의 이름은 민용모. 유니온 소속의 타격대에 속한 3등급의 고위 이능력자이다. 전에 병원에서 돗가비와 전투를 치루던 당시 기절 직전에 내가 뒷일을 부탁했던 인사이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이런 곳에서 만나 요즘은 함께 전투를 치루는 중이고.
곰곰이 생각한다. 국지적인 포격지원과 개인화기만으로도 전황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었다. 물론 조금이라도 급수가 높거나 몸이 단단한 놈들이야 우리 이능력자들의 몫인건 여전하지만 이 정도라면 조금만 더 화력을 집중하면 놈들에게 커다란 타격을 줄 수도 있으리라.
내일이면 결과가 나올테니 지금은 기다려보는 수 밖에.
"근데 묘하게 조용하지 않아? 영 찝찝한데."
며칠사이 함께 전투를 치르며 꽤나 가까워진 용모에게 불평 아닌 불평을 해본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오늘 오전부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 된 일인지 멀리서 들려오던 놈들의 괴성조차 들리지 않으니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용모는 내 말에 예의 그 시원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인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당장 우리 타격대도 꽤 지쳐있던 차라 좋다고 쉬고 있다고."
그의 말대로 더 이상 이능의 발현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늘어가던 와중이라, 이런 상황이 마냥 나쁘진 않았다. 등급이 낮은 이능력자들은 진작부터 나가 떨어진지 오래고.
"미사일이니 뭐니 잔뜩 날리라고 제발. 어정쩡하게 찔끔찔끔 날리지 말고."
어찌 보면 도시 하나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는 끔찍한 작전이기도 했지만, 이번 작전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긍정적인 부분만 생각하는 우리다.
"근데 날씨가 왜 이래?"
용모의 말에 주변을 둘러본다. 아닌 게 아니라 오전부터 조금씩 안개가 낄 기미가 보이더니 이제는 온 사방이 희뿌옇기만 하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짙어지는 안개 탓에 이제는 바로 곁에 선 용모가 간신히 보일 정도다.
워낙에 천천히 들어찬 안개였던지라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눈치 채다니. 몬스터들이 안 보이는 차라 꽤나 풀어져 있었나보다.
"이렇게 짙은 안개는 두 번째 보네. 전에 일산에 왔었는데 그때도 이런 안개가 피..."
아무 생각 없이 말을 잇던 나는 문득 드는 위화감에 입을 닫는다. 뭔가 생각이 날 듯 하면서 나지 않는 애매한 상태가 잠시 지속되고, 머리가 번뜩하고 트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이 안개는 보통 안개가 아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들었지만 역시나 전파가 잡히질 않는다.
"이런 제길! 용모! 유니온에 연락해!"
갑작스레 내가 호들갑을 떨자 용모가 반문한다.
"갑자기 왜 그래? 연락이야 정기적으로 오고 있으니 조금 기다리면 연락이 올 거라고."
내 속도 모르고 태연한 소리를 지껄이는 그에게 다시 재촉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시간 없으니까 빨리 연락해!"
유니온 직속 타격대의 조장인 그라면 직통 연락망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해 그를 채근한다. 아직까지 상황을 모르는 그였지만 잠시 뒤에 난감하다는 어조로 말을 꺼낸다.
"발신이 가능한 지역이 아니라는데?"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였던지라 발을 동동 구른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용모가 이유를 물어왔다.
"이 안개. 전에도 내가 이런 안개 본 적 있다고 했지?"
일전에 도연과 일산에 갔을 때, 이런 안개가 꼈었다. 그날 처음으로 비틀림도, 동기화도 없이 갑작스레 몬스터가 나타났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해주니 그가 침음성을 낸다.
"그러니 어떻게든 연락해야 한다고!"
나 역시 이 안개의 정확한 정체를 아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안개가 몬스터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확신하고 있다. 게다가 군의 작전이 시작될 무렵 갑작스레 발생한 상황이 나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킨다.
막사로 돌아가 쉬고 있던 이능력자들을 전부 깨워 일으킨다. 후퇴를 반복하며 합류한 중대가 여럿이라 이능력자들의 수도 어느새 오십이 넘어가고 있다.
영문을 모르는 이능력자들이 짜증을 부리거나 불평을 하며 항의를 해오지만 나는 무시하고 그들이 전부 일어날 때까지 소란을 떨었다. 마침내 마지막 한명까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나는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상황설명을 들은 그들이 벌떡 몸을 일으키곤 개인장비를 챙겨들었다. 역시 D섹터와 몬스터라면 치를 떠는 그들인지라 동작이 날래기만 하다.
"유니온 타격대 제 12조. 전원 준비 마쳤습니다!"
가장 먼저 용모가 이끄는 유니온 직속의 이능력자들이 마치 군인처럼 보고를 해온다. 그 뒤로 나와 함께 했던 이능력자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합류한 이능력자들이 차례로 각 조장을 중심으로 몰려든다.
나 역시 처음부터 나를 따라왔던 사람들을 모아서 인원을 파악하고는 막사를 나섰다.
이쪽의 소란을 들었는지 예전에 안면이 있던 중대장아저씨가 다가온다.
"무슨 일입니까. 작전이 완료될 때까지는 개인행동 금한다는 말씀 못 들으셨습니까! 군 소속이건 아니건 예외는 없습니다!"
여전히 답답한 소리를 지껄이는 중대장에게 상황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다르다.
"군의 작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만큼 허술하지 않습니다. 이런 안개 따위는 아무런 지장도 없을 겁니다. 민간인들이라 모르시는 모양이지만 저희는 평소에도 악천후 속에서 훈련을.."
한심하기만 한 중대장의 대답에 그의 멱살을 잡는다.
"이 멍청한 아저씨야. 지금 이 안개는 그냥 날씨가 나뻐서 생긴 게 아니라고! 저 괴수가 뭔가 꼼수를 부린 거라고! 그러니 헛소리 말고 가서 군바리들 깨워!"
과격한 내 행동에 몇몇이 우려를 표하는 듯 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런 멍청한 아저씨랑 입씨름 할 시간이 없다.
"이상징후가 있었다면 위에서 알아서 조치를..."
한심하기만 한 중대장의 음성에 나도 모르게 그를 더욱 압박한다.
"당신.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형준. 진정해."
누군가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아온다. 자꾸만 숨통을 조여오는 불안감에 내가 잠시 이성을 잃었었는지 용모가 나를 제지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퍼렇게 얼굴색이 변한 중대장이 기침을 해대고 있다.
스스로가 너무 흥분했음을 알고 있지만 워낙에 상황이 급박한 터라 중대장에게 다시 윽박지른다.
"이럴 시간 없으니 빨리 가라고!"
적개심 가득한 중대장의 눈빛을 받으며 고함치니 그가 사납게 한마디 하고 몸을 돌린다.
"이번 일 정식으로 당신들 단체, 유니온인지 뭔지에 항의하겠습니다."
꼴을 보아하니 원한이라도 곱씹는 모양새지만 위에 보고는 할 모양이다. 스스로의 흥분과 불안감을 다잡으며 숨을 고른다.
"형준. 저치의 말대로 아무 일 없을 수도 있잖아. 어차피 작전도 곧 시작할 때가 됐으니 좀 기다려보자고."
용모를 비롯한 능력자들이 내게 조금만 더 기다릴 것을 부탁한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자 중대장이란 작자가 다시 내게 다가온다.
"통신이 되질 않습니다!"
꽤나 윗선을 믿고 있었는지 갑작스러운 통신 불통에 당황하여 달려오는 꼴이 딱 경험 없는 군바리의 표본인지라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저 치 나이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제 군 생활 시작한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을 그를 윽박지른 내 스스로가 한심해서 한숨을 쉰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저 치를 닦달해봐야 바뀌는 것은 없으리라. 그저 경계를 철저히 하고 이변이 생기면 바로 대응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달라 당부를 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막 중대장이 사라지는데 머리 위로 굉음이 들린다. 마치 대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 전투기가 우리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짙은 안개 탓에 고개를 들어도 보이는 것은 없지만 전에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힘찬 제트엔진의 소리다.
우려처럼 어정쩡하게 끝낼 생각은 아닌지 군도 작정하고 패를 꺼내든 것 같았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굉음이 한둘이 아니다. 힘차고 거침없는 전투기의 엔진 분사음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 작품 후기 ============================으허어어억!
리코멘트를 줄이니 코멘트가 같이 주네요 ㅜㅜ저의 삶을 유지시켜주는 원천이 사라진 기분입니다. ㅜㅜ살류~늘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게 감사드리며, 선작과 추천과 코멘트, 그리고 쿠폰을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아이카이제 : 오키 1빠로군 그런데 메가데레가 얀데레 업그레이드 버젼인가요????
-저의 처음을 가져가셨군요. ㅋㅋㅋ 메가데레가 데레만 있는거레요. 너무 좋아서 헤롱헤롱만 있는거라고 들었습니다;;;휘을 : 드디어 주인공 각성떡밥이 나왔군요... 왠지 민아를 희생양으로 각성할것같긴 한데... 그렇진 않겠죠-ㅇㅇ. 사실 처음부터 주인공은 짱쎈거였음 ㅋㅋㅋ 짱센 주인공이 울부짖었다! 크와아아아아앙!
무협소설광 : 각성해서 강해지면 갑질가능하려나-갑질은 어느정도의 갑질인지 모르지만 조금 더 전개되고 스토리 안정되면 그때 갑질 좀 할겁니다 ㅋㅋㅋ지리산의늑대 : 아리리플대상에서제외됫어 역시주인공은원래짱먹어야되는듯 ㅋㅋ-ㅋㅋㅋ이번편에는 리코멘트! 저는 사실 짱먹는 쥔공보다는 좀 굴리고 그러는 걸 좋아합니다만 ㅜㅜ 이번 글에서는 그렇게 안하려고요. 다들 싫어하시더라고요.
천겁혈신천무존 : 시간이걸려도각성할것같긴한데요.... 대충언제쯤각성할까용?
한달내에각성하나용?.? 것보다민아가나왔다!!!!!
근데떡밥인지는모르겠는데요... 민아가쥔공한테관심있나요?
센스작가늼!!! -언제 각성하냐고 물으시니 네타를 할 용의도 있습니다만 ㅎㅎㅎㅎ 안 하는 게 좋겠죠? ^^; 민아가 쥔공한테 관심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모든 여자를 건디는 껄떡쇠입니다 ㅋㅋ기쁨 : 지부장이 권력이 쌘가;; 몬스터 떄문에 몇없는 이능력자를 지부장이라고 함부로할수있나-글쎼요. 왜 저런 대화가 오갔는지는 조만간 밝혀지겠죠? 그리고 유니온의 갑질은 조만간 이유가 밝혀질겁니다!
ka지매 : 재밌게 보고 갑니다.
~, 랄까 저 유물의 권능은 어림잡아도 2등 급 이상인데요.?
ㅋ 연참 해주세요.!!! 랄까 글 쓰시느라 수고 하셨구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 글 잘 써주세요. ㅋ~~ -유물의 능력만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의 이능과 궁합이 좋아서 크리티컬 터졌다고 보시는 게.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연참은;;; 조만간 3~5연참 달리겠습니다 ㅋㅋㅋruinmaster : 빨리2등급으로 각성했으면 좋겟네요 엄청 기대됨ㅎㅎ-저도 기대되요. ㅎㅎㅎ 독자님들이 워낙에 강한 주인공을 원하시니 그리 멀지 않았았을 거에요. ㅋㅋ파카사리 : 내가 돌아왔다! 냠냠~-정액제가 끝나셨었나보죠? ㅋㅋㅋ 잘 돌아오셨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편은 파카사리님께 바칩니다. ㅋㅋㅋ나미나미 : 제 쿠... 쿠폰을 가져가세요-읽어주시는 모든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거야 당연하지만, 쿠폰 주시는 분께는 한번 더 감사드려요^^똘랭 : 찔레가시꽃 당연히 딱맞는 유물이겠지! 대령님이 고심해서 만드신듯 -넴. 고심했읍죠 ㅋㅋㅋ 가시찔레꽃 으하하하. 저 요즘 좀 센스 포텐 터지는 듯. 글구보니 설문조사 메가데레가 누님스타일을 맹렬하게 추격중입니다. 누님 연방의 제군들 힘을 더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