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 이게 뭔 난리야. -- >
그 시각 유니온의 서울 지부는 전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
"구파발 방면 방어선 현재 큰 무리 없이 전선 유지중입니다."
"파주에 합류한 능력자들이 전선에 투입되어 방어선을 밀어 올리는 중. 사상자는 없습니다!"
"소집에 응한 능력자들 현재 2032명 전원 전선 투입 완료 되었습니다!"
연신 보고인지 고함인지 모를 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다닌다. 소란스러운 사무실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또 다른 사무실. 이 곳만 현실에서 비껴간 듯 위기감도, 호들갑도 없다.
"그래서. 김형준 그자가 가져간 게 뭐라고?"
농염한 자태의 여성이 나른한 어조로 묻는다. 그녀의 앞에 선 냉막한 인상의 여인, 윤민아가 고저 없는 말투로 대답한다.
"네. 지부장님. 김형준은 4등급 유물 '가시찔레 꽃'을 선택했습니다."
윤민아의 보고에 중년 여인-지부장이 미소를 짓는다.
"재미있는 선택을 했네? 무기를 고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야."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자신의 이능에 대해 깊이 파악하고 있는 듯합니다."
지부장이 책상 위에 얹어 있던 서류를 집어 들고는 눈으로 훑어본다.
"김형준. 84년생이고 4등급에 랭크된 이능 '피바라기'의 능력자. 범용성이 뛰어난 이능의 소유자이나 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 보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는데 보고가 잘못 된 건가?"
지부장이 들춰낸 서류에는 김형준의 이력과 시시콜콜한 내용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지부장의 말에 윤민아가 망설임 없이 대꾸한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머리회전도 빠르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보고서에 누락된 사항이지만 이능의 활용이 제한적인 건 각성시의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스스로 리미트를 걸지 않았나 추측됩니다."
지부장이 서류를 다시 들춰낸다.
"그래. 여기 있네. 각성시 인명사고가 있었다지?"
"네. 당시 각성할 때 제어가 불가능했던 이능 탓에 인명 피해가 일어났습니다. 당시의 일 탓에 무의식적으로 이능 사용을 꺼리는 것 같았습니다."
윤민아가 대답하자 지부장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사망자 셋에 중상자 여섯이라니. 꽤나 거창하게 각성했네. 이 정도면 처리하는 데 골치가 꽤 아펐겠어."
세사람이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을 언급하는 것 치고는 지나치게 태연한 얼굴의 지부장이다. 하지만 대답을 하는 윤민아도 만만치 않게 냉담한 얼굴이다.
"일단 선을 이용해 사망자는 사고사 처리하였으며, 2등급 능력자 '이야기꾼' 김상현이 동원되어 목격자들의 기억을 조작해야 했었습니다."
"고작 4등급 전투계열 이능력자, 그것도 갓 각성한 애송이치곤 특별대우군 그래. 그 정도 가치가 있었나?"
지부장은 만 명 중에 오백 명도 채 안 되는 4등급의 능력자를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각성당시의 이능 수준은 2등급 이상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각성의 대가로 폐기 직전인 그였지만 유용한 인재라고 판단되어 그리 조치한 걸로 보입니다. 당시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4등급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로 사료됩니다. 기록을 보면 사고 당시에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불안했다고 합니다. 당사자는 그때 당시에 사망한 인물들이 심한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윤민아의 말에 지부장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떠오른다.
"꽤 흥미로운 친구로군."
보고를 시작한 이후로 줄곧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윤민아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떠오른다. 꽤나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지부장님이 관심을 둘 정도의 인재는 아닙니다."
단호한 그녀의 말에도 지부장의 미소는 더욱 짙어지기만 한다.
"4등급이지만 실질적인 잠재력은 2등급인 이능력자다. 2등급은 한국지부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를 가도 수가 많지 않아. 그런 친구가 관심을 둘 정도의 인물이 아니다?"
마치 멋잇감을 발견한 암사자와도 같은 모습의 지부장에게 윤민아가 다시 대꾸한다.
"서류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당장 각성시의 일을 알기만 해도 정신적으로 바로 무너질 겁니다."
지부장이 쇼파에 깊게 몸을 파묻는다. 찐하게 피어오른 미소가 더욱 위험한 빛을 띄운다.
"왜 그렇게 그의 가능성을 무시하지?"
지부장이 나른하게 묻는다. 내용은 질책이지만 표정은 전혀 다르다. 윤민아의 인상이 더욱 일그러진다.
"왜? 내가 또 망가트리기라도 할까봐?"
이제는 입술마저 파르르 떨어대는 윤민아다. 만약 형준이 지금의 모습을 봤다면 꽤나 놀랐으리라. 지금의 그녀는 형준이 평소에 얼음덩어리라고 놀려대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슬퍼 보이기까지 하니까.
"지부장님!"
그녀의 말투가 격해진다. 지부장을 부르는 그 음성에 담긴 감정이 복잡하다. 원망인 것도 같고 슬픔인 것도 같고 차라리 애증이랄까.
"어쨋건 2등급의 잠재성이라면 요주 관리 대상이니까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지부로 한번 더 불러드리도록. 나가봐."
그리고는 눈을 감는 지부장이다. 그 앞에 선 윤민아의 눈빛이 애처롭게 일렁인다.
품 안에서 꺼내어 든 손 바닥만한 꽃 장식 하나.
"피어오르는 그 꽃의 향기는 만리를 가리라."
나직하게 읊조린다. 꽃잎에 닿은 이능의 결정체 '피바라기'가 빨려들어간다. 손끝을 비롯하여 하나하나 해체되어가는 붉은 갑옷. 마침내 갑옷 한조각 남지 않았을 때 유물 '가시찔레 꽃'이 붉게 빛난다. 그리고 뻗어나가는 가느다란 선 하나.
막 정신을 차렸는지 우리들을 향해 다시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향해 뻗어나가는 붉은 선 끝이 갈라지고 분열된다. 한 가닥, 두 가닥, 다시 세 가닥, 그리고 수백가닥으로 갈라진 붉은 선이 몬스터 무리를 감싼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걸음을 멈춘 몬스터들이 자신들의 몸을 옭아맨 그 붉은 줄기를 보고 몸을 뒤튼다. 처음에는 헐겁게,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팽팽하게. 마침내는 움직일 수조차 없도록 조여 오는 붉은 줄기에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른다.
"피어라."
몸이 무거워진다.
"키에에에엑!"
몬스터들이 끔찍한 비명을 내지른다. 몸을 옭아매고 있던 붉은 줄기에 돋아난 가시들이 놈들의 몸을 사정없이 파고든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가시덤불의 숲에서 온몸이 꿰인 채 비명을 지른다. 서서히 몸을 파고드는 가시덤불 속에서 몬스터들은 비명을 지른다. 강인한 생명력 탓인지 죽음은 성큼 다가오지 않고 서서히 숨통만을 조여온다.
비명을 지르고 몸을 뒤튼다. 있는 힘을 다해 벗어나려고 울부짖고 몸부림친다. 여전한, 아니 더욱 커지는 고통에 다시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 친다.
열다섯명의 능력자들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몬스터들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
"....."
주변에 모여선 사람들이 입을 떡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나 역시 놀란 마음은 마찬가지지만 유물을 발동한 대가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더욱 크다.
유물 '찔레가시 꽃'의 권능 '가시덤불'이다. 마침내 몬스터들의 괴성이 마지막 하나마저 멎는다. 거짓말처럼 사라진 붉은 가시덤불 숲에 남은 것은 온몸의 체액이란 체액은 다 사라진 듯한 미라와도 같은 시체들.
그리고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힘이 다시금 돌아온다. 유물의 권능을 발현하기 전보다 오히려 더욱 거대한 생명력이 혈관을 타고 힘차게 흐른다. 나른하면서도 묘한, 차라리 쾌감과도 같은 그 흐름에 그저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나른한 쾌감의 여운마저 사라지고 나는 감았던 눈을 뜬다. 경악한 표정의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떡 벌어진 입에 침마저 흐를 기세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뭐합니까. 임무 끝났으니 복귀해야죠."
우쭐대는 내 말에도 그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충격을 크게 받은 듯 하다. 하긴 4등급 능력자로 알았던 내가 단번에 몬스터들을 쓸어버렸으니 그들이 경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고심해서 선택했던 유물의 힘에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지금은 손등에 스며들어 희미하게 남은 꽃 장식의 흔적. 이것이 유물 '찔레가시 꽃'이다. 사용자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권능을 발휘하고 희생자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안겨주는 능력. 내가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선택한 유물이다.
피, 아니 생명력의 원천을 대가로 발현되는 '피바라기'와 궁합이 꽤나 잘 맞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건 궁합 정도가 아니라 딱 나를 위한 유물이지 않은가.
아직도 움직일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이들을 다시 재촉한다. 음성 가득한 희열과 만족감이 꽤나 거들먹거리는 투다.
"자. 뭣들 해요. 갑시다."
============================ 작품 후기 ============================업뎃 못할 뻔 했는데 간신히 시간 마췄네요. ㅎㅎㅎㅎ오늘도 일용한 선추코쿠 감사히 먹겠습니다!! 냠냠냠!
그리고 리코멘트 너무 많다고 지적해주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오늘부터 리코멘트 무작위로 선택해서 하겠습니다. 첫코와 그 외에 열가지 코멘트정도만 무작위로 할게요.
다른 건 괜찮은데 분량 많은 줄 알고 좋았는데 후기라서 속은 느낌이라는 말에 이리 결정했으니 다들 양해해주세요.
늘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무한한 감사드리며, 코멘트 추천 쿠폰 모두 감사드립니다.
코멘트는 여전히 저의 힘이며 리코멘트에 없는 코멘트들도 항상 여러차례 읽고 있으니 다들 서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꼭봅시다잉 : ㅋㅋㅋ어찌된게 리코가점점늘어나네요?
ㅎ.
ㅎ 고생하셨구여 푹쉬시고내일다시연참러쉬ㄱㄱ싱ㅋㅋ-코멘트가 많으면 글쟁이는 씽바람 납니다! 연참은 산소 다녀오느라 못했고 이제 준비해볼게요. 연참준비 ㅋㅋㅋ붉은희망 : 피를 이용한 능력인데 매일 피를 빼두고 모와두면 안대나요?
-네. 피라기보다는 생명력이 이능 발현의 대가라서요.
;;; 갓 뽑아낸 신선한 피라면 모르겠네요;;흥한 : 작가의뜰 방명록? 같은게 있다면 그런걸 이용해 독자와 소통하는것도 좋겠네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뜰이지만 방명록은 있습죠. ㅎㅎㅎ 원하시면 이용하셔도 무방합니다. 무료입장가능.
천겁혈신천무존 : 핰핰핰핰민아민아민아민아민아~~~민아~~~`핰핰핰 여튼이제곧유물의힘이들어남과동시에 각성까지할것이다?.? -민아 편이시라닛!!!!! ㅎㅎㅎㅎ 각성은 아직;;; 좀 기다리시면;;; 처음부터 먼치킨이면 잼 없어질 거 같아용;;;
지리산의늑대 : 담번엔제가사는천안도좀털어주세요탈탈탈-제가 천안은 지리를 개뿔 몰라서 ㅜㅜ블랙템플러 : 후기가 넘 길다고함 욕먹을려나요. 메모라이즈 작가님 추천보고 관심갖고 쭉 보는데 무협소설광님 말대로 글에서 미처 풀지못한 설정같은 빈틈에 대한 태클이나 몇몇 응답하고픈 댓글만 골라서 남겨도 충분할듯 싶습니다. 용량 많다고 좋다고 보는데 훼이크에 당하는 기분도 느껴지네요.
ㅎㅎ-다른 어떤 말보다 속는 기분이시라는 말에 바로 바꿨습니다. 속일 생각은 1푼도 없었으니 오해 마시고 양해해주세요. ㅜㅜ잿빛나래 : 역시 D섹터가 아니여서인지 현대무기도 위력을 발휘하는군요. 그렇다면 미사일 공격도 통할꺼 같은데? 이미 생존자 없는도시에 미사일 한방떨구고 마는게 좋지 않을지?
-곧 전개가 되면 군도 움직이겠죠? 이쯤되면 아시겠지만 전 설명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 하나씩 보여드리는 걸 좋아합니다. ㅎㅎ 기대하세용!
무협소설광 : 코멘은 골라서 다시는게 ㅋㅋ ㅠㅠ 그러다가 독자들이 댓글안달경우가 ㅋㅋㅋㅋ 쿨럭 -그게 제일 걱정이네요 ㅜㅜ 코멘트 보는 재미가 제일 쏠쏠한데 말이죠 ㅜㅜ노루다람쥐 :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잼따 ㅎㅎ 근데 이게 끝이라니 ㅜㅜ 읽기 아깝네요-연재 시작한지 10일 좀 넘어서 거의 책 한권 분량이 나오고 있습니다. ㅜㅜ 더 열심히 연참 노력할게요;;;블루크리스탈 : 해파라 괴물 여의도로 안감? 가면 졸라 잼쓸것 같은데 여의도 버리고 퇴각?? ㅋㅋ-조만간 여의도도 한 번 털어얍죠. 높으신 냥반들 함 영혼까지 탈탈 털꺼임.
天上天下唯我獨尊 : 나이 30넘는 중대장은 적을텐데.... 소설에는 머리굳은 아저씨네-ㅋㅋㅋㅋ 가장 중요한 건 군복 입으면 나이를 떠나서 다 아저씨로 보인다는 거. ㅋㅋㅋㅋ天上天下唯我獨尊 : 나이 30넘는 중대장은 적을텐데.... 소설에는 머리굳은 아저씨네-ㅋㅋㅋㅋ 가장 중요한 건 군복 입으면 나이를 떠나서 다 아저씨로 보인다는 거.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