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바라기-23화 (23/223)

< --  2. 이게 뭔 난리야.  -- >

그때 멀리서 청아한 음성이 들려온다.

"달과 별을 물리치는 새벽의 아스라함. 구름을 꿰뚫는 밝음이여. 지금 이 자리에 현신하라."

마치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그 맑은 어조. 김도연의 진언이 사방에 메아리친다. 주변을 온통 가리고 있던 안개가 바람에 밀리는 연기처럼 휩쓸려나가고 간질거리는 불길함이 일거에 사라진다. 그리고 탁 트인 시야에 주변을 둘러보는데 바로 앞에 있다고 생각했던 김도연 그녀가 저 멀리서 이리 저리 손을 흔들며 이능의 여력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럼 바로 내 앞에 있던 그림자는?

김도연 그녀와 비슷한 체구의 여인이 보인다. 귓가까지 찢어진 입, 그 입 가득한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섬뜩하게 빛나는 사안. 그리고 등에 업은 무언가.

"이런 썅!"

6등급 몬스터 '과부'다! 아무런 조짐도 없었는데 몬스터가 어떻게?

그런 의문도 잠시, 과부가 입을 쩍 벌리며 내게 달려든다. 나는 황급하게 손을 내밀어 피의 방패를 형성해낸다. 과부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녹색 액체가 방패 건너편에 비산한다.

과부의 특수능력 부식액이다. 6등급 몬스터인데도 불구하고 근접형 이능력자들이 까다로워하는 그 지저분한 공격이 커다란 방패 건너편에서 끊임없이 밀려온다. 전신을 가리고도 남는 방패 덕에 낭패는 면했지만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방패로 시야가 차단 됐던 탓에 접근에 성공한 놈이 내게 그 누런 이를 들이댄다. 녹색 침이 뚝뚝 떨어지는 그 주둥이에 그대로 주먹을 틀어박는다.

콰직하며 강냉이 털리는 사운드가 들리고. 놈이 보기 흉하게 나자빠진다.

혹시 모를 상황에 재빠르게 몸을 물린다. 김도연 그녀는 근접전에 취약하다. 그녀의 헬퍼로 온 이상 그녀의 보호가 최우선이다.

서둘러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니 막 술식을 완성했는지 그녀의 주변에 붉으스름한 반구가 생겨난다.

"'과부'야. 어떻게 된 거지? 동기화나 이상한 조짐은 전혀 없었는데?"

그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듯 미간은 찌푸린다.

"어떤 낌새도 없었어. 정말 갑자기 나타난 거야."

그녀의 대꾸 역시 의문이 가득하다. 원래대로라면 드물게 받는 개인의뢰는 저쪽 세계에 반쯤 발을 디딘 애매한 놈들이 나타는 게 보통이다. 근데 지금 나타난 '과부'라는 몬스터는 엄연히 D섹터에 서식하는 등급도 당당한 6등급의 그것이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나와 그녀는 혼란에 빠져있다.

"저번 왜곡의 조각이 퍼진 건도 그렇고 감이 좋지 않아."

그녀가 쓰게 내뱉는다.

안 그래도 전에 없던 대규모 비틀림 탓에 흉흉한 분위기구만 뜬금없이 안전지역에 몬스터라니. 가뜩이나 복잡한 머리가 더욱 복잡해진다.

우리가 서로 말을 주고받는 사이 과부의 수가 하나 둘 늘어난다. 이상한 보자기 같은 것을 등에 업고 있는 몬스터들이 주변을 둘러싸는데 그 수가 스물은 되어 보인다.

"아. 제길. 너랑 얽혀서 끝이 좋은 적이 없다니까."

작게 궁시렁거리며 이능을 활성화시킨다. 방패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 해 내 키만한 활이 생겨난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소소하지 않냐? 6등급이잖아."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어느새 평소와 같은 표정이다.

"미친. 다른 근접계 이능력자였으면 초장부터 박살났다고. 내가 멀티 플레이어라 다행이지. 그보다 버틸 수 있지?"

말을 하는 사이에도 시위를 당겼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한다. 순식간에 쏘아진 피의 화살만 해도 벌써 여섯 대가 넘어간다. 빗나가거나 맞거나. 서너 놈이 상처를 입고 괴성을 질러댄다.

"아아아아아!"

마치 남편 시체라도 본 듯한 여자의 통곡과도 같은 그 소리. 몬스터의 이름이 '과부'인 이유다.

"아. 방어에만 집중하면 거뜬하지. 처리는 네가 다 할거야?"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태연하게 말하는 도연.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빨리 처리하자. 돈을 떠나서 지금 상황 뭔가 이상해. 심상치가 않고 자꾸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아닌 게 아니라, 왜곡사건도 그렇고 이번 건도 그렇고 뭔가 불길했다.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다니.

"얄미워도 이럴 때 의지할 건 유니온 밖에 없지."

그녀 역시 같은 생각인지 술법을 더 강화한다. 안에서 나가는 건 상관이 없어도 들어오는 건 절대적으로 막는 그녀의 술법. '하늘 가리개'의 색이 점차 더 짙어진다.

방어는 그녀에게 맡기고 나는 공격에 집중했다. 여기 저기서 부식액을 쏟아내며 난리통이지만 나는 술법을 믿고 활을 당기는 데만 전념한다.

겨누고 당긴다. 그리고 쏜다. 그 간단한 동작의 여파는 절대 간단하지 않다. 무려 6등급에 해당하는 몬스터지만 적중하는 즉시 온몸이 폭발한다. 가죽북 찢는 소리와 함께 놈들이 하나 둘 처리된다.

그간 '용아병'이니 '돗가비'니 고등급만 만나다가 오랜만에 만만한 놈들을 만났더니 신바람 날 지경이다. 그래. 이렇게 맞는 족족 죽어줘야지. 그래야 싸울 맛이 나지.

"아주 신났구나?"

도연이 옆에서 살짝 비아냥거린다.

"왜 아니겠어. 그동안 하도 쥐어터지고 다녔더니 스트레스가 쌓여서."

지금도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는 놈들이지만 나는 긴장감 없이 활을 쏠 뿐이다. 어차피 이 '하늘 가리개' 하나면 왠만한 공격은 닿지도 않을 테고. 지금도 붉은 반구에 쏟아지는 부식액들은 반구를 따라 흘러내리기만 할 뿐 전혀 위협이 되고 있지 않다.

늘어나는 속도보다 빠르게 놈들이 쓰러진다. 놈들이 뱉어낸 부식액과 내 이능에 당한 놈들의 살점들이 온 주변을 지저분하게 채우고 있다.

"웩. 좀 깨끗하게 처리 할 순 없어? 속이 안 좋아질 거 같아."

죽는 소리를 하는 그녀다.

"아.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닌데 엄살은."

그렇게 활 쏘기를 얼마나 했을까. 마침내 놈들의 처리가 끝난다. 대충 주변을 둘러보니 정리가 끝난 것도 같다.

"응. 더 이상 주변에 보이는 건 없고 느껴지는 기척도 없어."

팔각패를 꺼내든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가 의뢰자와 통화로 의뢰대금등을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 나 역시 전화기를 꺼내든다.

"여보세요."

'무슨 일인가.'

저편에서 들려오는 냉담한 음성. 민아년이다. 내가 뭐 유니온에 선이 있어야지.

"아. 잠깐 알바를 나왔는데 이상한 일이 있어서."

내 말에 그녀가 즉각적으로 반응해온다.

'이상한 일? 짐작 가는 일은 있지만 말해봐라.'

일단 자초지종을 설명해준다. 갑작스레 안전지대에 출몰한 몬스터와 그 조짐이 전혀 없었음을 설명하자 저쪽에서 한참 말이 없다.

"그래서 말이야. 유니온 쪽에는 뭐 정보 들어온 거 없어?"

말을 까기로 한 뒤로부터 부쩍 요구사항이 많아진 나지만 이 무덤덤한 년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약삭빠른 다른 유니온의 인물보다는 역시 이쪽이 말이 통한달까. 이 갈리는 여자지만 이런 면은 또 좋다.

'안 그래도 지금 전국에 퍼진 뒤틀림 탓에 정신이 없다. 다른 나라 역시 아직까지 수습이 안 된 듯 하고. 근데 이상한 정보가 들어왔다.'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일본과 영국에서도 당신이 말한 일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동기화도 없었고 어떤 낌새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몬스터가 출몰했다. 게다가 그쪽은 각각 4등급 '데스나이트'와 3등급 '텐구

'가 나타난 탓에 아직도 해결이 되고 있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신이 말한게 처음이다.'

제길. 역시 이곳 뿐만이 아니었다. 뭔가 벌어지려는 건가?

왜곡과 몬스터의 출몰. 절대 작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국지적인 일이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벌어지는 일이다.

'일단 우리 쪽에서도 분석은 하고 있지만 기존에 없던 일이라 지지부진이다. 추가 정보가 들어오면 알려주겠다.'

일단은 유니온에 사태를 알린 것으로 만족하고 통화를 마치려는데 그녀가 나를 잡는다.'그리고 당신의 보상에 대한 건이 결론이 지어졌다. 돈이나 4등급 미만의 '유물

'을 선택하는 데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제 좀 기분이 가라앉는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유니온의 결정에 머리가 멍해진다. 돈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유물'이라니? 게다가 4등급이면 꽤나 희귀한 놈이거늘.

"정말이야? 유물까지 보상으로 준다는 말이야?"

내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이야기 하자 저쪽에서 바로 핀잔을 준다.

'속고만 살았나. 돈이랑 유물 둘 중의 하나지만 일단 당신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이얏호!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유물'이라니!

'어쨋건 출현한 몬스터가 그나마 6등급이라서 다행이다. 아니지. 이번 경우에도 당신 덕이라고 해야 하나. 6등급 서른마리 이상이라면 어지간한 능력자로선 감당이 불가능했을 것을. 이번 건도 위에 상신해보마.'

오오. 이년이 뭘 잘못 먹었나. 뭐 이리 협조적이야.

"아. 고마워. 꼭 좀 잘 말해달라고. 그리고 이번 일은 나 혼자 처리 한 게 아니라 4등급 능력자 김도연이라는 여자도 공이 있으니까 보고에 빼놓지 말라고."

내 말에 알았노라 대답한 그녀가 웬일인지 전화를 끊지 않는다. 막 무시하고 통화를 끊으려는데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번 일은 유니온을 대신 해 사과하마. 절대로 당신의 수고로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유니온에서도 꽤 당신에 대해 좋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너무 반감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한 그녀가 냉큼 전화를 끊는다.

뭐야. 이 여자. 츠.. 츤데레?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통화를 종료한 나는 마침 다가오는 도연에게 상황을 설명해준다. 내 말을 다 들은 그녀가 심각한 얼굴을 해보인다.

"음. 이거 작은 일이 아니네. 그거 알어? 이건 확실치 않으니까 말하지 않았던 건데. 지금 예지관련 이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전부 불안해한다니까. 너도 알다시피 일단 나도 그런 쪽에 반쯤 걸쳐져 있으니 들은 건데 예지능력자들이 죄 불길한 예언을 하고 있나봐. 우리 쪽에만 퍼지는 이야기지만 조만간 퍼지겠지.

"그녀의 말에 다시금 두통이 일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이 그렇게 빨리 실체화 될 거라고는 당시의 나는 생각지도 못했었지. 그리고 그런 끔찍한 형태로 다가올 줄 누가 알았겠으랴.

============================ 작품 후기 ============================뚜둥.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다들 기대가 너무 되시죠? 그죠? 막 일이 손에 안잡히실거야. 암 그렇고 말고. ㅋㅋㅋㅋ선추코는 글쟁이 연참의 좋은 에너지입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말 없이 쿠폰 주고 가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처음으로 노블 수익이라는 게 생기고 있네요. 쿠... 쿠폰으로 가버렷!!!!!!

OLOF : 초반에는 스토리에 집중해야되는데 맥락없이 초입구에서 스토리가 끊기고 너무 사적인 얘기만 있으니 초반의 스토리와 연관성이 없네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사실 다 소소하지만 조금씩 연관점이 있는데 극중에 그게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듯 하네요 ㅜㅜ 글쟁이의 부족한 필력이 여기서 드러나는군요. 최대한 스토리의 개연성을 잃지 않도록 염두에 두고 생각하겠습니다.

메카스타 : 다시 왔다는게 무슨 뜻인가요? 전에 작가님 작품을 제가 봤었나요? 이전작품중에 혹시 코멘을 빼먹었나?

하고 찾아봤지만 코멘은 계속 달아놨는데 말이죠 ㅇㅅㅇ? 저의 시간을 이렇게 뺏으시다니 1편부터 추천순례를 뙇 했으니 추천에 압사나 당하세욧!

-전 화에 댓글 다시고 이번편에 또 왔다는 말이었는데 이런 고마운 일을 해주시다니. 추천에 압사라니!!! 복상사만큼이나 행복한.. 쿨럭!! 지성;; 긔염곰탱이 : 도플갱어? 귀신이라고 하니까 아닐꺼야.. 그럼 처음부터 능력자의 소행?? 은 개소리였습니다.

TBW를 원합니다. 으헝 -으하하핳. 거창하게 등장했지만 사실 분위기만 깔고 바로 순삭. 하지만 앞으로도 종종 나올 놈들입죠. TBW가 뭐에요?

이비앙 : 짹짹스! -ㅋㅋㅋ 사실 마오카이가 주캐입니다. 북미섭이라 AD마오라는 말도 안되는 뉴메타로 꿀 빨고 있지요 ㅎㅎㅎ dddfaaaf :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너무 흥분한 것 같네요. 너무 거부감이 드는 거라서 진짜 그건 ㅠㅠ -껙 죄송할 것 까지는 없죠;; 제가 도리어 죄송할 뿐입니다. 괜한 분란의 여지를 만들 뻔 했어요. 빠른 피드백 감사드립니다^^민영모 : 0ㅅ0/ -미녕모님이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답니다.

아이카이제 : 로리나 누님보다 소꿉친구가 갑이죠 -오오. 소꿉친구 잊고 있었네요. 조만간 주인공 이능물의 고정소재 동창회 함 가서 갑질도 좀 하고 여자 동창생들이랑도 ㅎㅎㅎㅎ 아시죠? 5ph2lia : 어이쿠 동지네요 저는 팔에 힘줄늘어났는데ㅋ -저는 오른손등 뼈 다 부러지고 금가서 쇠심 밖았다가 이제야 뺐네요. 지금은 물리 치료중입니다 ㅜㅜ 오른손으로 콜라 뚜껑도 못 따요 ㅜㅜ 꼭봅시다잉 : 리코멘이더많다능... -ㅎㅎㅎㅎ 기분탓입니다. 9키바면 많은거에요 ㅜㅜ 9키바로 한달이면 책한권이 나옵니다. 굽어 살펴주소서! 破天魔痕 : 건필하세요 -한자 아이디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중간에 천마만 알겠네요;;; 겨우니 : 콜사인 'handjob'으로 가죠 훗 먼지 모르시는 분들은 한글로 쳐서 검색해보세요 -껙. 그런 외로운 콜싸인이라뇨 ㅜㅜ 고독한 콜싸인이라 눙무리 ㅜㅜ Zernik : ㅋㅋㅋㅋ 힘내세요 -힘이 넘쳐서 탈입지요. 저닉님도 힘내서 추천 열심히 ㅋㅋㅋㅋ 코멘트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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