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바라기-17화 (17/223)

< --  2. 이게 뭔 난리야.  -- >

능력자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한다. 게시판을 보니 역시나 예상대로 난리도 아니다. 이번 참사에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고 음모론이 넘쳐댄다.

게다가 시위를 본 이능력자들의 감정이 들끓고 있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간 음지에서 피터지게 싸웠더니 이제 와서 몬스터와 도매급으로 엮어버리다니 화가 나지 않는 다면 그게 더 이상할 지경이다.

나 역시 동조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던 터라 게시글을 하나, 하나 읽어봤다.

글 중에는 제법 과격한 의견도 있어 저들이 무릎이라도 꿇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저들을 위해 싸우지 않겠다는 글이나, 다른 조건 좋은 나라로 이민 간다는 말도 제법 있었다.

D섹터에서의 전투 중에 한쪽 눈을 잃었다는 어느 이능력자는 당장 미국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다는 사실을 인증해보이고는 당장 내일이라도 한국을 뜬단다.

댓글 역시 그 심정을 이해한다는 어조가 대부분이다.'나도 이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네요. 근데 8등급 능력자라 아무도 부르지 않는

다는 게 함정.

ㅎㅎㅎㅎ''다른 나라에서는 대우가 훨씬 좋다더라고요. 우리나라만 이게 군대도 아니고 약점 하나 잡아서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음 -,.

-''올~ 근데 님 영어 잘함? 못하면 ㅈㅈ

'대충 이렇다. 그 뒤로도 한참을 더 게시글들을 둘러보던 나는 시간이 어느새 늦었음을 확인하고 창을 닫는다.

막 컴퓨터를 종료시키려던 찰나 나이트온 메신져에서 누군가 대화를 신청한다.'

야!!! 야!!!!

'김도연이다. 마침 그녀도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지 내게 말을 걸어온다.'

아. 또 왜.

'그녀의 이름을 보자마자 갑자기 피곤해지는 것을 느끼고 불퉁하게 답문을 했다.'

또 왜는 무슨. 우리사이에

'시답잖은 소리를 지껄여대는 그녀에게 작별을 고한다.'

즐. ㅂㅇㅂㅇ

'그리고 주저 없이 컴퓨터를 종료했다. 그랬더니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한다. 역시나 예상대로 발신자는 김도연 그녀다.'

이 새키야! 사람이 말하는데 듣지도 않고 나가냐!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들리는 격한 폭언에 나는 전화기에서 귀를 잠시 떼었다가 다시 가까이한다.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나 지금 피곤해 병원에서 쉬다가 개꼬라지 나서 지금 집에 왔다고."

피곤함을 강조하며 죽는 소리를 하는데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알어. 병원에서 또 사건이 터져서 탈탈 털렸다면서?

'걱정하기는커녕 도리어 놀려대는 그녀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부러진다더니 너구나 딱.

'쓸데없는 소리를 주절대는 그녀에게 본론만 말하라고 핀잔을 주니,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한다.'

저번에 말했던 내 부탁 들어줘.

'역시나 가뜩이나 피곤한 나를 더욱 피곤하게 하는 그녀의 말이다.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싫어. 지금 피곤해. 너도 알지? 내 이능이 피드백이 좀 쎄다는 거? 나 지금 회복 중이야."

그래도 전에 정보를 대가로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던 사실이 있어 간단하게나마 내 상황을 설명한다.'

누가 지금이래. 내일이나 모레쯤 어때? 어려운 건 아니야. 응? 좀 들어줘. 응? 그냥 어디 가는데 같이 가주기만 하면 돼. 시간도 많이 안 뺏을게. 응?

'답지 않게 콧소리를 내는 그녀의 목소리에 몸을 부르르 떤다. 이게 어디서 되먹잖은 수작질이야.

"아. 몰라. 피곤하니까 나중에 이야기 해. 끊어."

그리 말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이 아줌마는 또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리 사람을 보채. 보채기를. 괜히 쓸데없는 일에 엮이는 건 절대 사양이다. 안 그래도 유니온하고 얽힌 것만 해도 죽도록 고생한 마당에 미친개 김도연이라니,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몸이 피곤하다. 이능의 피드백인지 아니면 요 며칠 너무 많은 일이 생겨서 지친건지. 좀 쉬어줄 필요가 있다 싶어서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힌다.

그렇게 잠이 든 나는 반나절을 꼬박 죽은 듯이 잠만 잤다. 일어나보니 어느새 밥 때가 되었는지 배가 요동을 친다.

피자라도 배달시킬 생각으로 전단지를 뒤적이고 있는데 마침 전화가 온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라서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통화버튼을 누른다.

"김형준입니다."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하니 저쪽에서 왠지 낯이 익은 음성이 들린다.'

형준씨. 안녕하세요!

'초장부터 유쾌한 이 음성은 희선씨다.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전화에 일순 당황했다. 아니 그보다 이 아가씨는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지?

"아. 희선씨..."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호들갑을 떨어댄다.'

어? 한 번에 누군지 알았네요? 헤헤. 장난 좀 치려고 했더니만.'안 그래도 마지막에 인사도 못 하고 나온 차라 조금 아쉬웠는데 반가운 전화가 아닐 수 없다.

"번호는 어떻게 알고..."

'번호는 환자 기록부 뒤져서 찾아냈죠. 그보다 반갑지도 않은가 봐요?

'내 말에 그녀가 짐짓 섭섭하다는 투로 대꾸해온다. 안 반갑기는! 지금도 그 간호사 코스프레가 눈에 선한데. 나도 모르게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흐흐흐. 당연히 반갑죠. 안 그래도 인사도 못하고 나왔던 터라 저도 아쉽던데요."

내 능글맞은 말투에 그녀가 또다시 까르르 웃고는 본론을 꺼낸다.'

형준씨. 밥 먹었어요? 저 아직인데 같이 점심이나 먹어요!'나도 밥 때인지라 바로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마침 근처에 있었던지 약속 장소는 바로 집 근처다.

흐흐흐. 이 아가씨가 날 잡아듭쇼. 해주는구나.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격한 굴곡의 몸매에 절로 입가에 침이 고인다.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3박자가 제대로 갖춰진 아가씨다. 게다가 간호사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훌륭한 아가씨이기도 하고.

비록 이능력자라는 점이 마이너스긴 하지만 그녀는 흔한 여성능력자들과는 다르게 피해의식도 콤플렉스도 없다. 비 전투계열 능력 소지자라 그런지 그늘도 없고 세파에 찌들리지도 않아서 모난 구석도 없고.

그녀라면 충분히 내 수비범위 안이다.

입맛을 다시다가 외출 준비를 한다. 워낙에 훌륭한 비쥬얼이라 뭘 입어도 잘 어울리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썼다. 일단 미녀와의 데이트지 않은가.

빈티지하게 멋을 부리고는 모자를 들고 고민했다. 언론에 노출될 만큼 노출된 얼굴이라 이대로 나가도 좋을지 잠시간 갈등한다. 이능력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도 형성되는 상황이라 결국 모자를 눌러쓴다.

사회 분위기 탓에 기분이 입맛이 쓰지만 억지로 털어낸다. 미녀가 기다리고 있는데 왠 청승!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나선다. 어차피 먼 거리도 아니라 걷다보니 금방 약속장소에 도착한다. 커피숍에 들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희선씨가 보인다.

스키니한 청바지에 슬림한 무지 티셔츠. 깊게 패인 가슴부분이 절로 시선을 끄는 모양새다. 전에 봤을 때와는 다르게 길게 풀어 헤친 머리의 그녀. 진정 베이글녀다.

잠시 멀리서 그녀를 감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그녀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든다. 멀찍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발견한 그녀가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을 흔든다.

주변이 환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시원한 미소다. 그녀를 힐끗거리던 남자들이 일순 얼이 빠진다.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으로 으쓱대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내내 그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가 반가운 기색을 가득 담아 인사한다.

"Hi. 형준씨."

아. 상큼한 그녀 탓에 눈이... 눈이 정화되버렷!!!

속으로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마주 인사했다.

"아. 바로 일어나죠? 빈속에 커피를 먹었더니 배가 난리네요."

그녀가 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대담하게도 바로 팔짱을 껴온다. 뭉클한 감촉에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 후... 훌륭해!

남자들의 시샘과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즐기며 커피숍을 나선다.

"이 근처에 한식 잘하는데 있어요? 저 한식 먹고 싶어요."

애교를 부리듯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일전에도 관심을 표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나왔는지 엄청 적극적이다.

결국 근방의 한정식집으로 도착할 때까지 그녀의 애정공세를 즐기던 나는, 막상 자리에 앉을 때가 되어 그녀가 떨어져나가자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다. 도.. 돌려줘 그 가슴!

하지만 마주 보고 앉아 그녀의 시원한 미소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던지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쳐진다.

대충 정식 풀코스를 주문하고 그녀와의 대화를 즐긴다.

"아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연락을 줬데요?"

웃으며 그녀에게 농을 건네자 그녀가 짙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알죠? 유니온의 지시. 당분간 대기잖아요? 할 것도 없어서 혼자 커피나 먹다가 형준씨가 보고 싶지 뭐에요. 그래서 바로 연락했죠. 왜요? 싫어요?"

싫을 리가 있나. 그녀와의 만남을 꺼릴 남자는 대한민국에 없을 거다.

"이야. 그럼 이거 데이튼가요? 가슴이 벌렁거려서 밥이나 제대로 먹을지 모르겠네요."

기분 좋게 대꾸하자 그녀의 눈매가 격하게 휘어 올라간다.

"데이트죠. 전에도 말했잖아요. 관심 있다고."

============================ 작품 후기 ============================으아아아. 염려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실 평점 중요한 것도 아니니 신경 쓸 일도 아니지만 세개의 글에 동시에 같은 시간대에 매번 1점이 투척대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많은 분들의 조언대로 평점은 닫아두겠습니다.

그리고 설정이나 그런 부분이 아직 노출되지 않은 건 차차 이야기하면서 풀어가겠습니다.

초반부터 설정 늘어놓거나 그럴 경우 지루해질 우려가 있어서요.

잠깐 주인공과 유니온의 이야기. 그리고 갈등이 있었지만 이 글은 애초 컨셉이 가벼움이라 앞으로도 쭉 가볍게 읽을만한 글을 지향합니다.

우려와 걱정 감사드립니다.

^^

으아아아. 염려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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