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이게 웬 날벼락인 줄 알았더니! -- >
나도 모르게 이를 악다문다. 숨이 거칠어진다.
이제껏 해왔던 일들이 가치 없어진다. 허무함, 슬픔, 억울함, 분노, 보상심리.
복합적으로 뒤엉키는 온갖 상념들과 감정들이 내 안에서 휘몰아친다. 잠깐 사이에도 수십번 수백번 생각이 바뀐다.
감사도 모르는 저 대중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저 배은망덕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우리가 음지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저런 짓거리를 벌이는 걸까.
때마침 유니온의 연락이 왔다. 윤민아 그녀의 음성이 피로에 가득하다.
'몸은 좀 추슬렀나.'
여전히 단도직입적인 그녀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사춘기 어린아이 같은 반항심이 고개를 쳐든다.
"네. 네. 뭐 뼈가 부서져라 고생해서 돌아오는 것은 없지만. 몸뚱이 하나는 튼튼하니까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다문한 내 대답에 잠시 동안 침묵이 감돈다.
'일단 잘 있다는 걸로 알아듣겠다.'
그녀답지 않게 당혹스러워 하는 투다.
"네.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잘 있기라도 해야지요."
스스로의 행동이 꼴불견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한번 격해진 감정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유니온의 추가 지시가 있다.'
지긋지긋한 유니온의 지시. 이제는 다 필요 없다. 어차피 신상도 털릴 만큼 털렸고 더 이상 유니온의 계획에 개처럼 끌려다닐 생각 따위 전혀 없다.
"잠깐. 스탑. 민아씨. 저 이제 유니온의 계획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내 생각을 밝혔다.
'......'
전화기 너머에서는 대답이 없다. 나는 기왕 내 생각을 말한 김에 속에 있던 감정들을 모조리 쏟아 부었다.
"솔직히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뭐 유니온의 계획대로 광대짓 좀 할 때는 나름 재미도 있었지만. 이제 와서 새삼 그럴 필요도 없잖아요? 내가 유니온에 뭐 빛진것도 아니고 이정도 해줬으면 유니온도 이제 슬슬 보상을 내줄 때도 되지 않았나요?"
내 말에 그녀가 의외로 순순히 대답한다.
'그런가. 잘 알겠다. 시기가 좋지 않지만 당신의 생각은 잘 알았다. 그동안 고생했다.'
생각과는 다르게 바로 수긍하는 투라 일순 당황해버렸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분노가 치민다.
"수고했다고요? 그걸로 끝입니까? 유니온하고 얽히고 난 뒤에 죽을 뻔한 것만 해도 벌써 두 번이라고요! 병신처럼 광대 놀음하다가 죽을 뻔하고 병원에 누워 있다가 또 한번. 사람 목숨이 장난입니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로 끝이냐고요!"
끝에 가서는 숫제 소리라도 지르듯 사납게 말했다. 말하다보니 점점 더 열이 오른다.
"아니. 상황이 이렇게 됐으면 미안하다 내지는 어떻다. 뭐 말이 있어야 할거 아닙니까. 맨날 전화나 성의 없이 해대고 말이야.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민아씨. 당신 몇 살이야! 몇 살인데 말 자꾸 까냐고!"
말하다보니 너무 멀리 가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식지 않은 열기에 정신이 돌아올 생각을 안한다.
"처음 봤을 때부터 대뜸 반말을 하지를 않나. 뭐 잘났다고 지시질이야! 내가 그렇게 우스워! 나 어느 나라를 가도 대우받는 4등급 능력자라고! 피바라기 몰라? 나 스페인어도 할 줄 알어! 스페인으로 떠버려도 된다고! 조 아블로 에스빠뇰! 올라. 꼬모 에스따스 아미고! 봤어? 지금 당장이라도 좋은 조건으로 이민 가도 환영 받을 사람인데 으아아아! 열 받어!"
정신없이 쏟아 부어버리고 나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지경이다. 한참을 씩씩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민아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은 통화할만한 사정이 아닌 것 같군. 다시 전화하겠다.'
그리고는 바로 통화가 종료되어 버린다.
이런 오랏줄로 묶어서 뭉칫돌로 쳐 죽일 년! 또! 또! 지 멋대로 전화를 끊어버렸어!
혼자 오만 욕을 다 하며 궁시렁 거리고 있다 보니 문득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애도 아니고 이게 왠 망발이냐.
아까 뭐라고 했지? 되도 않을 소리도 지껄인 거 같은데.
뒤늦게 찾아온 뻘줌함에 가만히 휴대폰을 집어넣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가만 있자. 내가 왜 갑자기 열이 받았지. 아 사람들 피켓 보고.
한바탕 쏟아 부었더니 들끓던 분노가 가라앉는다. 마침 침대 맡에 있던 캔 음료를 따서 마셨다. 시원한 음료가 식도를 타고 온 몸으로 퍼진다.
잠이나 자련다.
그 뒤로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민아년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일단 아직까지 분이 안 가신 척 반말로 지껄여보는데 의외로 이년이 기분 나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분간은 대기 하고 있으라고?"
혼자 말을 놓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진작부터 말 깔걸.
'일단 시민들의 반감이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누군가 뒤에서 충동질을 한 것 같은데, 아마 유니온과 대립하는 정치권의 정신 나간 인사정신없이 쏟아 부어버리고 나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지경이다. 한참을 씩씩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민아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은 통화할만한 사정이 아닌 것 같군. 다시 전화하겠다.
'그리고는 바로 통화가 종료되어 버린다.
이런 오랏줄로 묶어서 뭉칫돌로 쳐 죽일 년! 또! 또! 지 멋대로 전화를 끊어버렸어!
혼자 오만 욕을 다 하며 궁시렁 거리고 있다 보니 문득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애도 아니고 이게 왠 망발이냐.
아까 뭐라고 했지? 되도 않을 소리도 지껄인 거 같은데.
뒤늦게 찾아온 뻘줌함에 가만히 휴대폰을 집어넣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가만 있자. 내가 왜 갑자기 열이 받았지. 아 사람들 피켓 보고.
한바탕 쏟아 부었더니 들끓던 분노가 가라앉는다. 마침 침대 맡에 있던 캔 음료를 따서 마셨다. 시원한 음료가 식도를 타고 온 몸으로 퍼진다.
잠이나 자련다.
그 뒤로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민아년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일단 아직까지 분이 안 가신 척 반말로 지껄여보는데 의외로 이년이 기분 나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분간은 대기 하고 있으라고?"
혼자 말을 놓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진작부터 말 깔걸.'
일단 시민들의 반감이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누군가 뒤에서 충동질을 한 것 같은데, 아마 유니온과 대립하는 정치권의 정신 나간 인사의 짓거리겠지. 일단 그 배후가 밝혀질 때까지는 무기한 대기다.
'어차피 유니온의 계획은 이쯤에서 그만 두기로 했으니 별로 유니온의 지시를 들을 이유는 없다. 유니온에서도 별 다른 이견은 없는 듯 하고. 하지만 유니온에서 이능력자들의 변이를 늦출 비전을 쥐고 있는 한 척을 질 순 없겠지.
"근데. 그렇게 하다가 피해가 더 커지면? 지금도 동기화된 지역들이 제법 많다면서?"
시민들의 몰지각한 시위에 분노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무고한 인명 피해는 바라는 일이 아니었던지라 물었다. 괜스레 감정에 휩쓸려서 행동했다가는 꿈자리가 사나워질 판이다.'
일단 오염지역에는 유니온의 능력자들만으로 이뤄진 탐색대가 민간인들을 찾아 대피시키고 있다. 이 일만 끝나면 별다르게 피해를 입을 일도 없으니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음. 과연 유니온답다고 할까. 꽤나 단호한 조치다. 누가 충동질해서 시위를 조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치의 결말은 꽤나 비참할 테지.
"그래도. 나중에 언론에서 빌미를 잡을 건수가 될 텐데?"
어찌 보면 윗사람들의 밀당질에 애꿎은 시민과 능력자들만 피 보는 수가 있다. 그 점을 집어주자 그녀가 바로 대답해온다.'
언론에는 이미 손을 써뒀다. 조만간 지난 사건 때 이능력자들의 대부분이 거동이 불가능 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는 뉴스가 나갈 테니 나중에 큰 탈은 없을 거다.'이미 뒷일까지 조치해둔 유니온의 행사가 신속하다. 그만큼 작정했다는 뜻이리라.
대충 그런 뒷사정을 설명해준 민아년과의 통화를 마쳤다. 이번에도 과연 유니온의 계획대로 흘러갈지 어떨지 모르겠다. 이미 전 지역에서 일어난 참사만 해도 유니온의 예측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시나리온데 이번 일도 불안 불안하다.
다만 생목숨이 헛되이 스러지지 않기를.... 통화를 마치고 나는 옷을 챙겼다. 애초에 부상 때문에 입원한 것도 아니었던지라 병원을 나서는 몸이 가뿐하기만 하다.
희선씨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고 했더니. 어렵겠구만.
다소 아쉬운 감정을 뒤로 하고 병원을 나섰다. 부모님 댁으로 갈까도 했지만 아서라. 지금 갔다가는 도리어 엄마 등쌀에 쉬지도 못할 거다.
결국 오피스텔로 향한다. 그리 오랜 시간도 아니었는데 왠지 오랜만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다. 점점 걸음이 빨라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낯 익은 음성이 나를 붙잡는다.
"형준이 오빠!"
고개를 돌려보니 얼마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내 팬이다. 이름이 지영이었나. 워낙에 매스컴에서 흉흉하게 기사를 때려댔던지라 그녀를 보는 내 얼굴이 시큰둥하다.
"아..."
인사도 뭣도 아닌 애매한 소리로 그녀를 맞이 하니 그녀가 울먹이는 음성으로 말했다.
"오빠!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팬 까페 회원들도 엄청 걱정한다고요!"
조금 오바스러운 반응이긴 하지만 의외로 긍정적인 모습이라 얼떨떨했다. 저 기지배는 전에 테러리스트로 소개 됐을 때도 그러더니 한결 같네.
"아. 좀 요란스러웠지. 요 며칠?"
어색하게 인사하자 그녀는 고개가 떨어질 듯 고개짓을 한다.
"뉴스에서 다 봤어요. 오빠 싸우는 것도 봤고요. 오빠 쩔어요! 간지 장난 아녔어요!"
서른 명이 넘게 죽어나간 참사를 얘기하는 태도치고는 너무 경망스러운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별 다른 악의는 없는 듯 해 웃으며 대꾸한다.
"뭘 새삼스럽게. 그게 우리 일인데."
어느새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나란히 올라 잠시간의 담소를 즐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위에 나선 이들은 사실 이능력자에 대한 별다른 반감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단다.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추모행사라 나갔더니 피켓하고 그런 거 나눠주더라고요."
그녀 역시 광화문 추모 행렬의 인파 중 하나였다고 하니 더 말 할 필요도 없겠지. 역시 유니온의 생각대로 뒤에서 충동질 하는 인물이 있는 듯 하다.
조잘조잘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그녀를 통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여론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매스컴의 충동질에 넘어가서 이능력자들을 몰아내자는 여론도 아예 없진 않은 듯 하다.
잠깐 사이에 꽤 많은 정보를 얻은 나는 그녀에게 살갑게 인사하고는 헤어진다.
방에 들어서니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리운 느낌이다.
============================ 작품 후기 ============================먼저 평점 1점 주시는 분들 그만 해주시면 안될까요 헤헤. 섬세한 글쟁이 상처 받아요. 연재중인 모든 글에 1점 투척이 너무 많아서 속상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1점 그만 주세요. ㅡㅜ연참 연참! 주인공 곧 성장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직 초반인데 초반부터 무한 갑질 하면 쓰는 저는 무슨 재미로 씁니까 ㅜㅜ 키우는 맛이라도 있어야죵.
엣헴. 노블 글들 잠깐 추천 찌끄려도 될까요? 니깟게 무슨 추천 이러시면 할 말 없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정액제 아깝게 묵혀두는 상황이라서 함 찌끄려 봅니다.
먼저 좀비 생존물 좋아하시는 분들께.
제 글이지만 아름다운세계. 몰입감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ㅎㅎㅎ두번째 쟈베트님의 짐승. 대놓고 야하고 잔인한 글이지만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sf지만 판타지 세계관이 잘 녹아있는 퍼스트인카운트다운 재밌습니다.
유쾌하면서도 재미있는 글입니다.
이미 너무도 유명하지만 네임드, 메모라이즈도 추천하고요!
음. 또 뭐가 있더라. 생각해보다가 재미있으면 그때 다시 추천하겠습니다.
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