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이게 웬 날벼락인 줄 알았더니! -- >
여튼 어차피 공개될 이능력자라면 이미지 메이킹을 해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능력자들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라는 골자의 계획이다. 근데 그 계획이라는 게 마치 연예인의 매니지먼트와도 비슷하게 들렸다고 하면 내가 이상한거야?
어쨋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작전명 'Star'는 시작되었다.
그 뒤로는 일사 천리였다. 유니온에서 파견 나온 변호사가 지 멋대로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했으며, 그에 관련하여 신상의 유출이나 그런 부분에 관해 강경하게 대응을 하기로 했다.
가게로 찾아온 기자들 탓에 당분간 가게는 영업을 포기한 상태였으며, 주변 지인들에게 날라온 문자로 핸드폰은 수시로 알림음을 토해내고 있다.
'오빠. 오빠가 이능력자라도 난 감당할 수 있어. 다른 거지 이상한 건 아니잖아.'
이건 클럽에서 만난 미순이. 뭔 개소리야. 뭘 감당하고 말고 해.
'형. 쩌는데요? 담에 만나면 한번만 보여주세요.'
이건 동네 아는 동생 인철이. 미친놈.
그 외에도 온갖 잡다한 연락이 온다. 그간 연락이 뜸했던 중고등학교 동창들까지. 그간 왜 속여 왔냐 든지, 뉴스에 나온 게 너 맞냐, 뭐라 답하기에도 뭐한 문자가 한 가득이다.
쿨하게 씹으려고 하는데 벨소리가 울린다. 액정에 뜬 표시, 아버지다.
오. 제기랄. 잊고 있었어. 부모님도 보셨을 거라는 거 왜 생각 못했지. 순식간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린다. 받을까. 말까. 받을까. 말까.
"여보세요."
갈등하던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전화를 받는다.
"..... 니가 김모씨냐?"
대뜸 물어오는 아버지의 어조가 평소와 같다. 약간은 안심이 되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네. 아버지."
수화기의 건너편에서는 말이 없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어렵사리 말을 꺼낸 아버지의 음성은 여전하지만 그 충격이 적지 않은 듯 그 내심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듣는 나로서는 왠지 죄를 지은 기분이다.
"네가 내 자식이 맞긴 하냐?"
하긴 그 긴 시간을 품어온 자식이 알고 보니 이상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였다니. 충격이 크실만도 하다.
"저 김씨 가문의 68대손, 아버지의 아들 맞습니다."
시답잖게 가문의 이력을 지껄이지만 아버지는 여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음성이다.
"아냐. 아냐. 우리 집안에 그런 해괴망측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혹시 니 엄마가, 그래. 니 엄마가 예전에...."
혼란이 지나쳤는지 말도 안 돼는 소리를 하시는 아버지를 저지한다.
"아버지! 스탑! 저 아버지 자식 맞습니다! 그러니 엉뚱한 엄마 과거 들출 생각 마시고."
혼돈으로 치닫는 아버지의 혼잣말을 겨우 저지한 나는 일단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부모 된 입장에서 자식이 이능력자라는 걸 뉴스에서 보았던 그 심정이 오죽 하셨을까.
"일단 가족한테 말하지 않은 건 죄송합니다. 별 다를 거 없는 능력이고, 크게 신경 안 쓰고 살 능력이라 따로 말하지 않았어요. 괜히 놀래켜 드릴 필요도 없었고요. 어쨋건 죄송합니다!"
횡설수설하다가 결국 사과로 마무리 한다. 뭐라고 말하든 간에 불효인 건 매한가지니 드릴 말이 없다.
"그래. 언제부터 알았냐?"
다소 진정된 어투로 아버지의 말이다. 언제부터였던가? 처음 내가 이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대충 중학생 때였나?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능력 탓에 당황하고 있는데, 유니온에서 나온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었지.
그 뒤로 저쪽 세계의 룰을 배우고, 이능력자로 이쪽 세계에서 사는 법을 배웠지.
그리 말씀드리니 아버지가 다시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신다.
"...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겠구나."
아버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 하는게 있어 눈물이 핑 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고, 시간 될 때 들리거라. 난 니 엄마랑 이야기 좀 해야겠..."
"아버지!!!!"
아니, 왜 멀쩡한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시려고!
"아. 농담이다. 농담. 어쨋건 최대한 빨리 들리도록 해라. 끊는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나니 가슴이 먹먹하다. 워낙 순식간에 휩쓸리듯 일어난 일들이라 생각지도 못했던 가족과의 일이라든지. 머리가 지끈 지끈하다.
그때 다시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헤이. 형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음성, 김도연이다. 이 여자가 요즘 들어 자꾸 연락을 하네. 얽혀봐야 좋을 것 없는 여자라 수신도 차단했었건만 새로운 번호로 전화하는 그녀다.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성의 없게 대답한다.
"헤이. 도연. 끊어."
짤막하게 말 하고 정말 끊으려는데, 다급한 음성이 들려온다.
"야! 스탑! 정보! 정보가 있어!"
정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아. 정보? 정보 좋지. 근데 요즘 그 정보라는 것 때문에 너무 시달려서 말이지."
안 그래도 요 며칠간 유니온의 일에 얽혀들었는지라 쓸데없는 정보만 미친 듯이 주입받고 있다. 더 이상 엄한 일에 얽혀서야 생활이 곤란할 지경이다.
"노! 노! 너랑 관련 있는 이야기라니까!"
혹시 내가 다시 전화를 끊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다급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인다.
"나? me?"
어차피 시덥잖은 소문이나 그런 일일 게 뻔하지만 혹시 몰라 관심을 보였다.
"응. 너."
이제야 미끼를 물었다 생각했는지 조금은 득의양양한 음성이라 괜스레 심통이 난다.
"그래서 정보 교환의 조건은?"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그녀가 맨입으로 정보를 줄 리가 만무하니, 슬쩍 운을 띄웠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 전에 부탁하려고 갔는데, 마침 머리 아픈 일이 터져서 그냥 돌아온 거야."
바로 며칠 전에 가게에 들린 이유가 그거였나? 하는 짓은 미친년 널뛰듯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없는 여자지만 아예 실속이 없는 여자는 아니니. 그저 칵테일이나 먹으려고 날 찾아왔던 건 아니었으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아. 네 부탁이라면 듣기도 전에 머리가 아퍼. 정보 필요 없으니까. 끊어 이제."
단호하게 거절하니 그녀가 또다시 애원조로 징징댄다.
"아 진짜! 어려운 부탁 아니라고 약속한다니까! 맹세! 맹세!"
뭔 일이길래 이 사나운 여자가 이리도 저자세일까? 슬쩍 흥미가 동하려 하는데 흠칫하고 놀란다. 안 돼. 안 돼. 이런 식으로 얽혀서 좋은 꼴은 본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나? 없었지. 암 없었고 말고.
"아! 진짜 유니온 일로 귀찮은 일 투성인데 너까지 이럴래!"
단박에 거절할 생각으로 대뜸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운 고함에 그녀가 놀랐는지 순간 침묵이 감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숨소리가 점차 거칠어진다.
"이 새끼가! 부탁 좀 하려고 저자세로 나갔더니, 너 지금 어디야! 이 새끼 찾아가서 내 주리를 틀어버릴라!"
그러면 그렇지. 미친개 김도연이 놀라긴 개뿔. 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폭언에 잠시 전화기를 멀리 떨어트려 놓는다.
한참이나 시끄럽게 고함을 질러대던 소리가 잦아들고, 이내 조용해진다.
"다 했어?"
"어. 좀 풀리네. 어쨋건 부탁 들어주는 걸로 알고 말해줄 테니."
지 혼자 열 받아서 고함을 치다가 금세 사그라든 그녀의 모습이 숫제 미친년 같지만 이제는 익숙하지. 미친개 김도연이랑 어울리다보면 이런 히스테리는 다반사란 말이야.
"너에 대한 정보가 유니온을 통해서 퍼지고 있어. 나한테도 공지가 내려왔는데 잠시간 너를 제외한 어떤 이능력자도 활동을 금한다고 하더라. D섹터에 나가 있는 사람들 빼고는 전부 조용히 있으라던데?"
제기랄. 아주 작정을 했구만! 유니온에서 내려온 공지라는 거, 별 거 아니다. 저 낯부끄러운 작전 'Star'를 시행하는 데 앞서, 다른 능력자들이 노출 될까 꺼리는 거겠지.
"일단 하도 으름장을 놓는지라 다들 몸 사리고 있으니 그렇게 알아두라고. 그보다 유니온에서는 뭐라디?"
그녀가 흥미가 생기는지 은근히 떠보지만 나는 코웃음을 쳤다.
"헹. 알 거 없고, 여튼 정보 같지도 않은 정보 고마워. 칵테일 서비스 열잔 줄 테니 그걸로 퉁!"
알아둬서 나쁠 건 없는 정보지만, 시답잖은 정보로 그녀에게 휘둘릴 필요는 없겠지. 내 말에 전화기 건너에서 뭐라 또 폭언이 터져 나오지만, 나는 그대로 통화를 종료했다.
아무래도 유니온에서 정말 제대로 마음먹고 있나본데? 다른 능력자들을 통제 한다는 건 유사시를 제외하고는 생각지도 못했건만, 그 반발을 무시할 정도로 신경을 쓰는 작전이라는 건가?
부탁 들어주는 걸로 알겠다는 김도연의 문자를 확인 한 나는, 그녀의 새로운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바로 수신거부 목록에 등록했다.
그나저나 뭔가 일이 터질 것 같더니만, 의외로 잠잠하다. 유니온에서 통제를 하는건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기자들도 첫날 이후 찾아오지 않고 나는 무작정 대기만 하고 있다.
매스컴에 노출될까봐 나가지도 못하고 방구석에 쳐 박혀 있는지라 심심함이 극에 달한다.
아 제기랄! 이게 뭐야!
혼자서 방구석에서 발광을 하다간 이내 뻘줌해져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즐겨찾기에 추가돼 있는 'Beyond of the Beyond'라는 사이트에 접속하니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헐. 님들 뉴스 봤음? 나 진심 개 놀람.'
'야. 얼굴 노출된 놈은 아주 씽나겠다!'
'출장마사지! 20대 신체강화능력자! 100% 처녀!'
'유니온의 계획을 까발린다.'
저쪽 세계의 커뮤니티인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온통 뉴스에 관한 일들로 가득하다. 하나 하나 클릭하지만 별 다를 것도 없는 추측 글만이 난무했다.
이내 창을 닫고, 일반 포탈사이트의 뉴스들을 클릭한다.
이능력자들의 커뮤니티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난리법석이다. 모든 뉴스 글에는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고 그 영상들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들끓는다.
'아. 진심 지렸음. 저거 영화 아님?'
'저게 CG라는데 내 손목아지 건다.'
올. 넌 손목아지 날라 간 거고, 계속해서 댓글과 기사들을 확인한다.
'아. 무섭다. 저런 게 진짜 있다니 ㅎㄷㄷ'
'ㅋㅋㅋㅋㅋㅋ나보러 저걸 믿으라고? 믿는 놈이 ㅂㅅ이지비'
믿지 못하겠다는 댓글들과, 능력자를 괴물로 매도하는 글들 또한 한 가득이다. 대충 악플은 흘리고 댓글위주로 눈팅을 하다 보니 대략적인 반응은 불신이 대부분이고 기타의견은 소수다.
판타지의 세상이 왔다고 발광하는 잉여들과 인간을 초월한 테러리스트의 등장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 그리고 음모론에 도취된 자들의 정부인체개조설. 각양각색의 의견들을 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한참이나 더 눈팅을 하던 나는 댓글 하나를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저 오빠 내 스똴임! 연락처 아는 분!'
왠지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나는 서둘러 포털사이트에 로그인을 해서 수 많은 댓글의 홍수에 하나를 더 한다.
'나 저 사람 아는데 실물이 훨 나음 ㅎㅎㅎㅎ 간지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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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편하게 쓰는 글이라 그런지 쭉쭉 나오는군요!
그러니 독자분들도 편하게 선작부터 해주시고 천천히 느긋하게 읽어주심이 ㅎㅎㅎㅎ추천과 코멘트는 글쟁이가 연참을 하게 하는 좋은 에너지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