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피바라기-2화 (2/223)

< --  1. 이게 웬 날벼락인 줄 알았더니!  -- >

내 신상이 저 정도 공개가 됐다는 건 이미 내 개인 신상은 다 털렸다고 봐야 할 거다.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몸을 빼낼 생각에 걸음이 바쁘다.

그때 마침 핸드폰에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징조에 마른침을 삼키고 핸드폰의 액정을 확인했다.

'가게에 있을 것.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짤막한 문장 곁에 찍힌 글자에 눈을 질끈 감는다. 제길. 역시 예상대로 윗사람들이 뭔가 수작을 부린 듯 하다. 애초에 내 거부 따윈 염두에도 두지 않는 내용의 문자에 결국 걸음을 돌린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가게로 돌아가니 냉장고에서 막 시원한 맥주를 꺼내던 도연이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뜬다.

"너 기자들 올까봐 나간 거 아냐?"

상큼한 얼굴로 오프너도 없이 병뚜껑을 따낸 그녀가 물어온다.

"아. 맞아."

잠깐 사이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대답할 기력도 달려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녀가 맥주를 내게 내밀며 다시 입을 오물거린다.

"근데 왜 왔어?"

마침 속도 타는지라 그녀가 건네준 맥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식도를 타고 꾸역꾸역 밀려들어가는 차가운 맥주에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유니온에서 연락 왔어. 가게에 있으래."

내 대답에 눈에 띠게 혈색이 나빠지는 그녀다. 엉덩이에 불이라도 붙은 것 마냥 허둥지둥 대던 그녀가 재빠르게 가게를 빠져나간다.

"나 갈게. 유니온하고 얽히고 싶진 않거든."

역시 미친년이라 불리는 그녀라지만 복잡한 일은 질색인 듯 그 빠져나가는 걸음이 전광석화와 같다.

덩그러니 가게에 홀로 남은 나는 연달아 맥주를 꺼내 들이켰다. 제길. 이거라도 마시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단 말이지.

아 영업시간에 술 먹는 건 내 원칙이 아닌데.

잠시 현실 도피하듯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문득 머리에 떠오른 생각에 핸드폰을 들었다.

'오늘 영업 안함. 일당도 없으니 그렇게 알고 아무도 출근하지 말 것.'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늘 하루 공칠 걸로 생각하고 아직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고 보니 출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안 왔잖아. 도대체가 주인의식들이 없어.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며 유니온에서 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문이 열린다. 아. 이런 정신이 없어서 문도 안 잠궜잖아.

낭패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온 이를 바라본다.

검은 단발머리에 꽤나 이지적인 미녀가 가게로 들어서고 있다.

"손님. 죄송하지만 오늘은 영업 안합니다."

입맛을 다시며 그녀에게 정중히 축객령을 내린다.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꽤나 내 스타일의 아가씬데 아쉬울 뿐이다.

그녀가 도도한 표정으로 나를 한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한국지부 소속, 4급 능력자 김 형준. 맞나?"

급하게 마신 탓에 올라온 취기가 확 가신다.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켰다.

"맞는 것 같군. 공지가 갔을 텐데, 술이라니 한참 빠졌군."

잔뜩 비아냥거리는 그녀의 차가운 음성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속사포처럼 마구 쏘아댄다.

"유니온에서 오신 분?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갑작스럽게 일반에 공개라니요. 게다가 제 신상은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다소 시끄럽게 달려드는 내 음성에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참 혼란스러워 하던 차에 찾아온 그녀에게 들을 것이 많던 나는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게다가 마치 저희가 반사회적 테러리스트라도 된 듯한 그 여론은 뭡니까!"

인상을 찡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조용히 다가와 내 입을 막는다.

"조용. 설명은 차차 들을 테니. 질문은 나중에."

그녀의 말에 그제야 내가 너무 흥분했음을 깨닫고 마음을 다스린.... 그게 될 리가 없잖아! 나는 하루아침에 신상이 털리고 마치 테러리스트라도 된 것처럼 티비에 나오는 판에!

"아니 답답하니까 설명을 해달라니까. 뭔 유니온 사람들은 매번 이렇게 뜸을 들여!"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서늘해진다. 흥분을 못 이긴 나머지 나도 모르게 입을 잘못 놀려버렸다. 등가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나는 가만히 그녀의 눈치를 바라본다.

아무리 흥분했다고 하지만 유니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는 건데. 때 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나는 그녀의 눈치를 볼 뿐.

불편한 침묵이 잠시간 그녀와 나 사이에 내려앉는다. 가게에 들어온 순간부터 시종일관 차가운 얼굴인 그녀의 내심이 어떤지 불안하다.

"알았으니 조용히 좀 하도록. 이렇게 말이 많은 남자는 처음 본다."

그녀는 의외로 내 발언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몇 번인가 마주쳤던 유니온 관계자들의 자부심은 하나같았었는데 그녀는 좀 별종인 듯 보인다.

그러고 보니 아무리 이능력자들이지만 저 특이한 말투라니. 갑자기 긴장이 탁하고 풀린다. 김형준 오늘 정말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구나.

"그래. 조금은 얘기할 분위기가 만들어졌군."

그녀의 특이한 말투에 정신이 팔려있 다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할 듯 하자 자세를 고쳤다.

"이미 뉴스를 봤으니 알겠지만. 일반인들에게 우리 세계가 공개됐다."

담담한 어조로 설명을 하는 그녀의 말인즉슨 간단했다.

음지에서 싸워왔던 유니온이 양지로 올라가기로 결정했다는 것. 다만 처음부터 한 번에 뭉텅이로 이능력자들을 공개할 수가 없으니 그 첫타로 내가 결정됐다고 한다.

"왜 하필 납니까!"

진심 부르짖었다. 억울함이 절절한 심정으로 그녀에게 달려들 듯 외쳤다. 그녀는 시끄러운지 잠시 얼굴을 찡그렸다가 다시 입을 연다.

"이쪽 정부에서도 우리를 탐탁찮아 하는 이들이 제법 있어서, 뉴스에서 봤다시피 그렇게 긍정적으로 공개된 건 아니다."

뉴스에서는 연신 잠정적인 테러리스트, 내지는 인류의 적처럼 공개가 되었었지. 그리고 내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올라오고.

오. 어머니 불효자는 테러리스트로 찍혀버렸어요.

속으로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유니온의 계획이라는 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유니온에서 그런 같지도 않은 잔꾀를 부리기로 했단 말이에요?"

나도 모르게 또 망발을. 이번에는 냉담한 인상의 그녀조차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는 그녀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다.

"정말 경망스러운 남자구나. 자꾸 그렇게 입을 함부로 놀리면 좋지 않을텐데?"

질책이 다분한 음성이다. 오늘 정신이 없는지 벌써 두 번째 실수인지라 죽눅이 들었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아니. 제가 말을 좀 험하게 하긴 했지만, 솔직히 그쪽 같으면 기분 안 상하겠어요?

하루 아침에 신상이 탈탈 털려서 뉴스에는 테러리스트 비슷하게 나왔지. 하다못해 일하는 가게까지 노출되고. 평생 이능력 숨기고 살아온 게 우스울 지경이라고요!

"시작은 내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으로 했으나 말하다 보니 울컥하는 게 있어, 폭발해버렸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에 이제는 짜증까지 어리는 그녀였으나 이미 기호지세.

될 대로 되라지.

"그리고 그게 유니온의 계획 일부라니요! 아무리 유니온이라지만 이능력자간의 룰이 있을 텐데요?"

아 말하다 보니 정말 더 열 받네. 그 얼토당토않은 계획이라니!

유니온의 계획이라는 건 간단했다. 어차피 노출 될 저쪽 세계라면 충격을 최소한 완화하고, 좀 더 좋은 이미지로 양지에 올라서겠다는 거다. 뉴스에 나왔다시피 우리네를 별로 탐탁치 않아 하는 인사가 있는 듯 하다. 저리 부정적인 이미지로 뉴스에 나온 건 유니온의 의도와는 달라 보였거든. 가뜩이나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트라우마가 있는 이능력자들을 괴물이니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우다니.

아니 그래도 이제는 사람으로 쳐주니 좋아해야 하나. 퍽 대단한 발전이구나.

나도 모르게 속으로 냉소하는 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서릿발처럼 냉기가 뚝뚝 흐르는 음성인지라 찔끔했다.

"유니온에서는 당신 입장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꾸 입을 그렇게 밉살맞게 놀리면 계획의 주인공을 바꿀 수도 있으니 말음 좀 조심해라. 기왕지사 얼굴까지 노출된 마당에 그나마 유니온의 계획도 없다면 당신이야말로 곤란할 텐데?"

내용만 들으면 협박인지 회유인지 모르겠으나 조금 냉정해질 필요성을 느끼고 자세를 고쳤다.

"정말 경망스러운 남자구나. 자꾸 그렇게 입을 함부로 놀리면 좋지 않을텐데?"

질책이 다분한 음성이다. 오늘 정신이 없는지 벌써 두 번째 실수인지라 죽눅이 들었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아니. 제가 말을 좀 험하게 하긴 했지만, 솔직히 그쪽 같으면 기분 안 상하겠어요?

하루 아침에 신상이 탈탈 털려서 뉴스에는 테러리스트 비슷하게 나왔지. 하다못해 일하는 가게까지 노출되고. 평생 이능력 숨기고 살아온 게 우스울 지경이라고요!

"시작은 내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으로 했으나 말하다 보니 울컥하는 게 있어, 폭발해버렸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에 이제는 짜증까지 어리는 그녀였으나 이미 기호지세.

될 대로 되라지.

"그리고 그게 유니온의 계획 일부라니요! 아무리 유니온이라지만 이능력자간의 룰이 있을 텐데요?"

아 말하다 보니 정말 더 열 받네. 그 얼토당토않은 계획이라니!

유니온의 계획이라는 건 간단했다. 어차피 노출 될 저쪽 세계라면 충격을 최소한 완화하고, 좀 더 좋은 이미지로 양지에 올라서겠다는 거다. 뉴스에 나왔다시피 우리네를 별로 탐탁치 않아 하는 인사가 있는 듯 하다. 저리 부정적인 이미지로 뉴스에 나온 건 유니온의 의도와는 달라 보였거든. 가뜩이나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트라우마가 있는 이능력자들을 괴물이니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우다니.

아니 그래도 이제는 사람으로 쳐주니 좋아해야 하나. 퍽 대단한 발전이구나.

나도 모르게 속으로 냉소하는 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서릿발처럼 냉기가 뚝뚝 흐르는 음성인지라 찔끔했다.

"유니온에서는 당신 입장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꾸 입을 그렇게 밉살맞게 놀리면 계획의 주인공을 바꿀 수도 있으니 말음 좀 조심해라. 기왕지사 얼굴까지 노출된 마당에 그나마 유니온의 계획도 없다면 당신이야말로 곤란할 텐데?"

내용만 들으면 협박인지 회유인지 모르겠으나 조금 냉정해질 필요성을 느끼고 자세를 고쳤다.

"어차피 당신에게도 큰 손해가 나는 건 아닐 테니 잠자코 따라주길 바란다."

마음대로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그녀의 모습에 와락 얼굴이 구겨지지만, 어차피 유니온의 인간들이야 그 밥에 그 나물이니 하련다.

"먼저 당신이 선정된 이유부터 말해주지. 유니온 소속 이능력자 중에서 가장 단정한 외모이기도 하고, 이쪽에서도 제법 인정받는 사업가라지? 뭐 여러 가지 경우를 따져보니 당신이 가장 적합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음. 내가 좀 얼굴이 생기긴 했지. 유니온도 미의 기준이 참 엄격하군.

"게다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이능, 꼴사납지도 않고 적당히 화려하지 않나? 등급으로도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애매한 것이 사회에 공개되어도 큰 타격도 없을 거라 결론이 나왔다."

하긴 기껏 이능력자라고 공개했는데, 그 이능이라는 게 자기 팔을 쑥 뽑아 던진다던지, 괴물로 변한다던가 하면 그것도 나름 문제겠는데. 실제로 내가 아는 녀석들 중에는 입에서 빔을 쏜다든지 하는 꼴불견의 이능을 가진 녀석이 있었지. 그런 녀석이 일반에 공개된다면 그것도 나름 코미디겠는데? 그보다 애매한 이능이라서 미안합니다.

내가 내심 투덜거리고 있는데 그녀가 계속 설명을 이어간다.

"그런 고로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사항이니 가능하면 잡음이 일지 않게 따라줬으면 한다."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진다.

어차피 유니온의 결정은 났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고집을 피우고 감정을 앞세워봐야 좋은 꼴은 못 볼 테지. 그러면 문제는 이번 일로 내가 무엇을 잃게 되고 뭘 얻게 되느냐 정도인가?

좋아. 거래 시작.

"그래. 유니온 소속이니만큼 일단은 따르겠는데. 제가 감당해야 할 건?"

갑작스럽게 바뀐 태도에 그녀의 눈동자가 이채를 띤다.

"아까 말한 계획대로. 사생활이 노출 될 각오정도 하고, 정부와 언론의 요구에 어느 정도 협조를 구할 것. 그에 따른 보상안은 준비 되어 있으니 걱정 말고 따르도록."

어딜 그깟 걸로 나를 낚으려고.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코웃음을 치고는 바로 반론을 시작한다.

"아아. 곤란합니다. 그런 식으로 제 노고와 희생을 폄하하는 건. 계획대로라면 성공하건 못하건 저는 완전히 대중 앞에 노출됩니다. 그런 게 사소한 사생활의 노출일 리가 없잖아요. 이쪽에선 이 쪽 나름, 저쪽에서는 저 쪽 나름 반편이 될 각오는 해야 할 거 같은데요? 게다가 이능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자기 본신의 능력을 공개하라는 데 언제 어디서 뒤통수 맞을지 모른다고요."

내 말에 그녀가 침음성을 내뱉는다. 단지 유니온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만 맡고 왔던 것인지 생각지 못한 내 의견에 다소 당황하는 듯 하다.

말투나 그런 게 차가워서 그렇지, 의외로 어리숙하잖아? 유니온이라는 배경만 빼면 이 여자도 호구다!

대박조짐이 보여 슬며시 입가를 치켜 올리는데 그녀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아. 유니온에서 온 메시지가 하나 더 있다. 협상이고 뭐고 잔대가리 굴리지 말고 일단 따를 것. 보상은 추후에 이야기하고."

인상이 와락 구겨진다.

어쩐지 이런 어리숙한 여자를 보냈다 했더니 애초에 협상의 여지는 없었네. 괜히 나 혼자 거래니 뭐니 들떴었구만.

금세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그녀가 유니온의 계획을 마저 설명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개처럼 끌려다니는 신세가 됐구나. 속으로 신세 한탄을 하며 건성으로 그녀의 말을 듣는다.

"여튼 작전명 'Star' 오늘부로 시작되었으니 유니온의 향후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대기 할 것."

아아. 그런 진지한 얼굴로 손발 오그라드는 작전명이니 뭐니 말하지 말라고. 얼굴이 이쁘다 해도 못 견디는 건 못 견디겠으니.

저 이름도 찬란한 작전명 'Star'. 아 손발 오그라들어.

============================ 작품 후기 ============================

가볍게 시작한 이능물입니다.

하지만 연중은 없고 쭈욱 갈테니 주저마시고 선추코!

생존물은 아름다운세계.

판타지는 울부짖는 새벽.

이능물은 내가 이능력자다. 다들 많이 사랑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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