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08. 서주 공방전 (1) (29/40)



〈 29화 〉08. 서주 공방전 (1)

소패현에서 팽성 일대로 넘어오는 조조군.
 숫자만 3만에 달했는데, 하비와 팽성 일대로 하여 서주 서부를 관리하던 관우는 7천의 병력을 이끌고 팽성 일대에 진을 치고 주둔하였다.
그녀는 저 멀리 보이는 조조군의 진영을 보고 한숨을 내쉰다.


“확실히 많네.”


게다가 연주 태산 방면을 통해 서주 북부로 돌아오는 군까지.
그 방면으로는 청주로 떠났던 유비의 본대가 돌아와 상대하겠지만, 당장 서주 서부로 침공해오기 시작한 조조군의 본대는 관우 본인이 틀어막아야만 했다.
이미 서주 일대로 병력을 계속 차출하여 움직이고 있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수적 열세를 견뎌 7천의 병력으로 저 전부를 상대해야만 했다.


적의 총사령관으로는 조인.
조조군 내에서도 군권에 있어 부동의 명장으로 이름을 날리는인물이자, 최근에는 북형주 완의 전투도 성공리에 수행하여 그 주가를 높이고 있어 명백하니 거슬리는 인물이었다.

“장군, 이러면 저희는.”
“원칙을 지켜라. 팽성은 전초기지의 역할로는 부적합. 최대한 버티되, 곤란하면 바로 하비 일대로 퇴각한다.”

무엇보다 수적 열세가 너무 심각했다.
기습적인 출격에 대응하지 못한 것도 뼈아픈 사안이었지만, 반대로 말해 조조군이 너무 급하게 움직인 것도 있었다.

봄이 시작되기 직전.
이 시기에 전쟁을 일으킬 이유가 있던가.

“상대의 조급함이 보인다. 이대로 사수하여 서주목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버틴다. 아군의 목적은오직 수비에 있음을 상기하도록.”
“예, 장군.”

그녀는 말을 그렇게 꺼냈지만, 본인 스스로 어디까지 버틸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7천과 3만.
병력의 수적 차이도 심각했지만, 질적으로도 조조군과 서주군으로는 그 차이가 제법 있었다. 숫자에서도 밀리는데, 질적으로도 이기지 못할 전투.


어디까지 가능할까.
관우는 제 청룡언월도를 쥐고 전방을 주시했다.


전쟁은 곧 도래한다.
이곳이 아마 유비의 명운을 건 일생일대의 전투이리라. 이곳에서의 승자는 앞으로도 나아갈 미래를 얻을 것이고, 패자는 그 미래마저 송두리째 빼앗길 숙명의 결전.

조조.
분명 그녀는 대단한 영웅이었다.
고작 수년 만에 기반도 없던 이가 순식간에 연주를 장악하고, 더 나아가 예주까지 장악했다.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황제를 포섭하여 이제는 명실상부 대륙에서 가장 강한 세력으로 발돋움까지.
그것이 단지 운으로 이뤄진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라면 유비도 만만치는 않다.
조조에게는 그래도 자금력이 있었다. 환관의 가문이라 하여 천시당하는 면은 있었지만, 그걸 찍어누를 정도의 자금을 바탕으로 군을 모을 수 있었다.

반면 유비는?
그녀에게는 이름뿐인 황족의 성씨가 있었을 따름이지, 그것을 제외하고 본다면 그녀에게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 병력을일으켰을 때도 고작 수백 언저리였을 뿐.
그녀 또한 일궈낸 것으로는 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의형제로 연을 맺은 자신이 증명해야  때.

“유비라는이름을 내걸었다.”


이 전쟁에서 패배란 용납할 수 없는 것.

관우는 직접 대장기를 들어 성벽 위에 올랐다.
조인이라면 적으로 두어 부족함이 없다.
그러니 이젠 자신이 유비의 위대함을, 그녀가 이끄는 이들의 강력함을 천하에증명해야 한다. 그 이름을 다시는 업신여기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 손에는 청룡언월도.
다른 손에는 대장기를 높게 내걸었다.

그녀의 강함은 천하를 손꼽아 수준급일 것.
강함을 증명하여, 그 누구도 유비의 이름을 경시할 수 없게 만들어라. 그것은 예전부터 관우가 생각해오던 미래였으며, 그 증명의 장이 드디어 펼쳐진다.

* * *



조조군의 진로는 총 세 곳으로 나뉘었다.
병력의 우위를 쥐고 있다면 적은 적 병력을 교란하여 흩어지게 한다.  수적 우위를 살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우선 연주와 서주 북부로 경계처럼 높게 선 태산을 우회하여 두 갈래.
 경로로는 청주에서 회군할 유비의 원정군을 틀어막음과 동시에 적 주력 방위군이 서주 서부에서 연주, 예주의 병력을 틀어막을 때 그 위를 기점으로 서주 전역을 휘젓고자 파견된 부대였다.

그리고 팽성 일대로 하여 주공.
이것은 팽성을 뚫어내면  두 갈래로 나뉘어 한 부대는 그대로 하비성을 공략하고, 다른 한 부대는 북상하여 서주 중심부에 자리한 서주성을 공략할 예정이었다.


병력을 쪼개고 나눈다 하여도 그 하나하나가 전부 서주군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한다. 그중 어디라도 뚫어낼 수만 있다면그대로 서주를 휘젓고 다니게 되는 셈.


태산 북부로 하여 군을 맡은 것은 하후돈.
그리고 그의 참모로는 사마의가 직접 지원하여 참군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흐음, 어린 군사 양반. 이곳은 어떻게 보는가?”
“문제  것은 없겠네요.”

사마의가 보기에 어차피 원소군은 이번 서주 공방전에 참가하지 않는다.
한창 북방에서 준동하기 시작한 공손찬을 막는 것도 버거운 처지에, 청주 또한 완벽하게 수복하지 못한 지금의 원소에게는 병력을 돌릴 여유가 없다.
설령 서주를 지원한다고 해도 그것은 한참 이후의 일.


“하후연 장군이 낭야 북부로 진군하여 유비의 본대를 틀어막으실 테니까, 아군은 이대로 낭야국 일대를 초토화하면 될 것 같네요.”
“말처럼 쉽겠나?”
“상대의 움직임이 둔해요. 물론 아군이 기습적으로 진군한 것도 있겠지만, 서주는 애당초 저번 전쟁의 여파로 군비 확장이 더뎠으니까요.”


과거 조조의 부친 조숭의 사망 이후 서주와 연주의 전투가 있었다.
 과정에서 조조는 비록 서주 정벌에는 실패했지만, 그 기반을 전부 초토화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각 지역으로의 관청을 부수고 밭에는 불을 지핀다.
 결과 서주는 그 이후로도 한동안 지배체계를 잃고 기아와 가난에 시달려 제대로 군비에 전념할  없는 결과를 낳았다.

그게 지금에 이르러 재차 화근으로 돌아온 셈.
조조군에게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구태여 민생을 건드릴 필요가 있는가?”
“서주민들은 연주와 예주에 반감이 심해요. 게다가 조공의 이름이라면 치를 떨죠. 이대로 서주를 점거한다고 해도 통치까지로는 쉬이 이어지지 않을 터. 그렇다면 공포를 바탕으로 지배하는 것을 염두에 둬야  것 같은데요.”


하후돈은 그녀의 말에한숨을 푹 내쉬었다.
군인이 되어 민간인을 건드리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전쟁을 통해 조조의 지배권인 연주, 예주와 서주는 지역감정으로 발전하여 서로 기피한다는 것은  또한 알고 있었다.

선택지가 없는가.
떨떠름한 감각에 애써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필요한 사상자를 내고 싶지는 않네만.”
“조공의 명령이었으니까요. 방해되는 자는 짓밟아라. 거역하는 자에게는 용서를 베풀지 말고, 저항하는 이에게는 자비를 하사하지 마라.”


그는 사마의에 말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조금씩 어긋났다.
과거의 조조와 지금의 조조는 다르다.
군주가 되어 사람들의 목숨을 짊어진 이상 효율적인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다소 돌아가도 되는 것을 구태여 피해를 늘이며까지 빠른 길을 찾으려 하는 것은 어떤가.


적어도 그이가 살아있을 적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조조군 내에서도 유일하게 조조와 반목하던, 그렇지만조조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남자. 한의 중랑장까지 달며 조조와 대립한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조조는 전호라는 남자에게 깊은 마음을 주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가 곧 조조의 억제기였다.


조조의 행보를 억제한다.
군에서 보기에는 썩 달갑지 않을 수 있겠으나, 하후돈이 보기에는 그것이 조조의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지켜주는  같았기에 그가 마음에 들었었다.


“……어쩔 수 없군.”
“이대로 진군하면 곧 낭야국의 중심부에 접어들 거에요. 낭야 북부 동완현은 하후연 장군이 점거하여 유비의 귀환을 저지할 거고, 저희는 이대로….”
“알고 있소. 이대로 서주성까지 가는 길을 뚫으란 말이지?”
“예.”

하후돈이 이끄는 병력이 오천.
 병력으로는 공성전까지 벌일 수 없었지만, 서주성에 압박을 주어 팽성과 하비 일대의 병력을 압박할 수준은 되었다.
이대로 진군하여 서주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조조의 명령을 상기한 하후돈은 창을 들었다.


“전군에 진격 명령을. 낭야 일대를 함락시킨다.”
“예, 장군.”


사마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드디어 유비를 토벌한다.
그러면 이제 중원 일대로 조조군에 저항할 세력은 그 누구도 남지 않을 것이고, 다음 목표로는 사마의가 꿈에도 그리던 원소의 목만이 남는다.


원소.
그의 죽음에 가장 깊게 관여된 인물.

그놈만은 절대 쉬이 죽이지 않는다.
그 살가죽을 전부 벗겨 깃발로  것이고, 그 눈알은 살아있는 동안 다시는 빛을 볼 수 없게 뽑아내어  먹이로 주리라. 죽일 때는  창자를전부 뽑아 그의 식솔을 엮는 포승줄로 쓸 생각이었다.

원소의 죽음.
그것을 이룬다면 이 뒤숭숭한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까.


사마의는 작은 한숨과 함께 재차 말에 올랐다.
과거 어려서 말에  수 없을 때는 전호가 항상 제 앞에 자신을 태웠던 것을 떠올렸다. 이렇게 조금만 등을 기대어도 그의 체온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던 그 날.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옛 추억.

그녀는 말에 오르는 것을 싫어했다.
자꾸만 옛 추억이 아른거리며 떠올랐으니까.




* * *

전쟁의 불씨는 이어 크게 번져간다.
오는길마다 약탈당해 불길에 번진 촌락을 보았다. 조조군은 정말 서주를 사람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 작정인지 이곳저곳으로 파괴의 흔적이 보였다.

“서주 북부로 조조군이 점거하고 있습니다. 바깥으로 주둔한 것이 오천 정도에, 그들을 이끄는 장수는 하후연으로 보입니다.”
“내부로는?”
“태산을 우회한 병력이 약 일만. 그중 오천이 저희를 가로막고, 나머지가 서주 내부로 침공하여 그대로 서주성까지 진격할 속셈이 아닐까요.”


제갈근의 정리에 유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곳에 자리한 것이 오천.
북해에서 항복한 방위군까지 우선 끌고야 왔지만, 그들은 항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제대로 부릴 수 없는 이들이었다.


당장 전예라는 장수 또한 유비에게 항복.  휘하에 들겠노라고 말해 이 자리에는 꼈지만,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전예 장군.”
“예, 주군.”
“……휘하의 병력이  전쟁에 참전할  같나요?”

그녀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전예와 같이 항복한 북해 방위군이 삼천. 그들이라도 이 전쟁에 동참해준다면야 천군만마와 같았지만, 그들은 기본 청주의 백성이었기에 이 전쟁에 의욕적으로 참전할 이유가 없었다.
그 질문에 전예는 살짝 턱을 쓰다듬었다.

“억지로는 움직일 수 있겠으나, 확실히 그들에게는 참전할 이유가 없지요. 그 부분에서는 제가 따로 사비를 풀어 의욕을 증진하고는 있습니다.”
“사비를요?”
“군의 장수 된 자, 비록 항장 출신이나 충성을 맹세했는데 그깟 재물이 무에 아쉽겠습니까. 하지만 그 부분에서 전쟁 참전까지 이끌고자 하신다면, 서주 쪽에서도 전쟁 이후 다소의 재물을 풀어주신다면  좋겠지요.”

그의 말은 분명 감사한 말이었지만, 전예라는 인물을 아직 오래 보았던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신용할 수 없다는 게 유일한 흠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의 손이라도 필요할 때.


“재물이라면 전쟁에 승리한 이후 원하시는 대로 지급하죠. 그러면 전예 장군과 그 휘하는 제 밑에서 일하게  것인데, 괜찮을까요.”
“명하신다면 충성할 따름입니다.”


불안한 부분도 많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전예라는인물의 됨됨이는 믿음직한 부분이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손 하나가  아쉬운 상황.


유비에게는 애당초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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