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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02. 팽성 전투 (4) (10/40)



〈 10화 〉02. 팽성 전투 (4)

슬슬 해가 떨어질 무렵이 되어서야 유비가 돌아왔다.
소패는 예주의 땅.
그곳에서 서주목이 사살당할 일이 없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돌아오는 길에 문제는 없던 것처럼도 보였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제갈근 선생이 잔뜩 화났다는 건데.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군주의 멱살을 잡아요? 회담 깨졌으면 다예요?”
“멱살?”


내 질문에 그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공께서 거기서 당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열이 뻗치네요. 조홍 그 여자, 그렇게 안 봤는데 그렇게 예의가 없는 사람이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괜찮아요. 따지고 보면 제가 민감한 질문을  거니까요.”
“그러면 말로 풀었으면 될 걸, 다짜고짜 멱살이라뇨!”

아무래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던 것 같은데.
유비의 표정은 평소와 같아 딱히 특이점을 찾을  없었다. 아무래도 조홍이라는 여자가 멱살을 잡았다는 거 같은데, 그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가?
조조군은 서주를 포섭하려 했을 텐데.

아니면 혹시.


“이번에 조조군이랑은 아예 돌아선 거요?”
“그쪽의 제의를 거절했으니까 사실상 그렇게 되겠네요.”

너무 태연하게 답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조조군이라면 당장 최대 10만에 달하는 병력을 운용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게다가 연주와 예주를 동시에 장악하고 황제까지 낀 중원 최강자.
그런 이와 적대하게 생겼는데 너무 태평하지 않나?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었나?”
“그쪽에서 좌장군의 자리를 제시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관직인지는 모르겠지만, 장군 이름이 달렸으니까 분명 높은관직이겠지? 적어도 서주목을 회유하려면  관직 정도는 안겨줘야 성립될 테니까.

“그런데 그게 왜?”
“우습지 않나요?”


유비는 내 질문에 오히려되물었다.

“황제 폐하도 아닌 조조가 관직을 부여하고 있어요. 매관매직? 이것 그것보다 더 지독하죠. 이건 아예 신하라는 이가 황제 폐하의 권위와 권한을 찬탈한 셈이니까요.”
“생각해보면그렇긴 한데.”
“처음에는조조에게 협력해  내부에서 바꿀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지금 조조군의 행보는 아예 조정의 권위를 짓밟고 있어요.”

유비 또한 황족이니만큼 그 부분은 용납할 수 없는 걸까.
물론 신하가 황제보다 권력이 강해 제대로 돌아가는 꼴이 없다고들 하지만, 당장 서주 단독으로 조조에게 저항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라면조금 근거가 빈약하다.
차라리 숙이는 척하면서 시간을 기다리는  낫지 않을까. 당장 곤란하더라도 시간을 두어 전쟁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게 더 옳지 않은가 싶었다.


“게다가 서주 백성들도 찬동할 리가 없고요.”


이어지는 유비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면 과거 조조의 부친 사후 서주에서 전쟁이 벌어졌다고 했던가.  과정에서 서주는 참패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다고 들었다.
그러면 내부에서의 반발도 고려해야 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게 최고겠으나, 정작 이렇게 말을 듣고 보니 정치적으로 엮여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전쟁 나면 곤란한 거 아닌가?”
“당장은 없음.”


그 질문에는 줄곧 내 옆자리를 지켰던 제갈량이 대신 답했다.

“현 조조는 형주 경계와 사예주의 진압에 전력을 다하고 있음. 만약 서주를 공략하고자 해도 당장은 여유가 없을 것.”
“그럼 이쪽에도 시간은 있다는 건데.”

그래도 다소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리 뜯어봐도 서주 단독으로 조조에게저항하는  불가능. 그렇다면 누군가와 힘을 합쳐야 하는데, 가장 적합한 상대로는 우선 원소가 있다.

하지만 원소의 세력권은 하북으로 서주와는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그들 또한 아군을 조조와 맞붙여 싸움을 열려 할 터. 어떻게 생각해도 전쟁을 피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골치 아픈 일이네.”
“우선 돌아가서 생각하죠. 추운데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
그, 미안하지만 도중부터는 제갈량 꼬맹이 따라 바닥에 그림이나 그리고 있어서 고생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생각보다 재밌더라고.
가끔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다는 걸….

“……잠깐.”

그런 잡생각을이어가던 중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호세 씨?”
“무슨 소리가 들렸어.”


어디서 들었던 소리였더라.
조금 먼 거리에서 들려오는 듯했지만, 분명 철을 때리는 듯한 높은 음색이 귓가에 울렸었다. 분명 한  정도 들어본 소리인데.
우선 주변을 살피며 곰곰이 생각했다.


철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짤랑거리며 들렸다.
그건 분명….

“종소리였던 거 같은데.”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이어졌다.
이 소리는 예전부터 이골나게 들어 알고 있었고, 머리로 판단하기 전에 몸부터 움직여 주변에 놓인 방패를 들어 머리로 치켜들었다.


“습격이다!!”

외치기가 무섭게 화살 세례가 퍼붓는다.
다행인지 이쪽으로는 몇 발 날아들지 않았지만, 아군 전체를 노리는듯 골고루 쏘아진 화살에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이야, 감 좋은 양반도 있었네.”

저 멀리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그럴 때마다 종이 딸랑이며 울렸고, 그와 동시에 가도 위쪽으로 솟은 산등성이에서 고함이 들리며 적병의 출현을 알렸다.
하지만 이 근방으로 적의 움직임이 없었는데.

설마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계속 저 장소에서  매복하고 있던 걸까. 유비가 이곳을 떠난 와중에도 계속 우리를 지켜보면서?
이게 대체 무슨.


“그쪽이 서주목 나으리지?”

저 멀리서 종소리 울리며 다가오는 여인이 보였다.
갈색 피부가 유독 돋보이는 여인은 양손에 곡도를 쥐고 있었는데,  자세가 너무 태평해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조조군인가요.”
“그건 말할 수 없고.”

그녀는 유비의 질문에도 씩 웃으며 곡도를 치켜들었다.

“우리는 단지 산적이지. 근본을 따지면 조금 복잡하니까 그냥 산적이라고만 해두자고. 원래는 수적이었는데, 어쩌다 이제는 산적 일까지 하게 생겼네.”

우선 검을 뽑아 치켜들며 그녀를 가로막았다.

“뭐 사실 우리의 정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 여인은 그대로 한 발짝 다가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이들은 다 죽인다. 그게 중요한 거겠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전장을 돌면 가끔느껴지기도 하는 감각이었는데, 대체로 이런 느낌이 들게 하는 상대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던  떠올렸다.
게다가 저 태연자약한 태도 하며 그 분위기까지.

“장패 아재요. 나 좀 도와야겠어.”
“……이쪽도 눈이 있소.”


이런 부분에서 감이 좋았기에 알  있었다.
저 여자는 분명 나보다 강하다.


[ 감녕 흥패 ]

통솔력 - 93
무력 – 95
지력 - 76
정치력 - 39
매력 – 64



염병, 이런 거 안 띄워도 안다.
안 그래도 기습당한 상황에서, 나보다 강한 무장이 하나. 게다가 이쪽에는 유비를 포함해지켜야  인원까지 딸린 상황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불리한 건 이쪽이다.

“오, 덤비는 거야? 그럼 기쁘게 상대해야지.”

그녀는  곡도를 휘두르며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대로 상대의 기세에 휘둘려선 안 됐다. 아직 이쪽으로 호위병이 다수 남았으니  병력이 다가온다고 해도 시간은 벌 수 있다.
하지만  여자가 접근하는 건 막아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선수를 잡자.

호흡을 살짝 가다듬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수 없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의 방식대로 적을 몰아쳐, 뒤에 있는 이들에게서 시선을 빼앗는 것.

그렇게 땅을 박차듯 달려들어 단숨에 검을 휘둘렀다.


“뭐야, 뭐야. 좀 하잖아.”

분명 전력을 다했지만, 그녀는 그 곡도를 교차하듯 들어 너무나도 쉽게 그것을 막아냈다. 옆으로 달려드는 장패의 모습도 보였지만, 그녀는 자세 하나 바꾸지 않고 다리만 뻗어 그의 배를 걷어찬다.
힘을 찍어누르려 했으나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진짜 어이가 없네.”
“좀 하는  같은데, 조금 부족해.”

눈을 떼기도 전에 순식간에 몸이 뒤로 밀려났다.
장패를 걷어차고서도 한 발로 내 검을 막아 세우는가 싶더니, 그 다리 그대로 살짝 틀어 이쪽까지 걷어찼나.

머뭇거릴 시간도 없었다.
배를 걷어차인 탓인지 호흡이 틀어졌고, 내부에서부터 숨이 빠져나간 느낌도 들었다만 지금은 상대를 붙잡고 늘어져야 할 때다.
멀리서 보았다지만 적의 병력도 크게 많은 게 아니었다. 아무리 기습당했다고 해도 이쪽 또한 서주의 정예. 숫자가 엇비슷하다면 밀리지는 않겠지.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이 여자였다.
그 개인의 무력.
병력끼리의 싸움에서 이겨도 유비의 목이 베인다면 그것은 이쪽의 패배다. 그걸 알고 있기에 재차 땅을 박차고는 앞으로 내달렸다.


 뒤로는 검을 휘두르고,  휘두르는 교차의 연속.


연거푸 철끼리부딪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분명 먼저 달려들어 선공을 잡은 건 이쪽인데 검을 섞으며 교전을 이어갈수록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쌍곡도를 휘둘러 빠르게 공격하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여자의 검은 내가 대처하기 힘든 방향으로 연이어 날아들었다.


“오오! 뭐야, 뭐야. 관우나 장비 말고 이런 무장이 더 있었다고?”

그녀는 이를 드러내며 환호하듯 외쳤다.

전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
인체의 힘을 쓰는 모든 행위는 그 호흡과도 연관이 있었고, 그게 한 흐트러지면 가다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지 연이어 검을 휘둘러대며 말을 걸어온다. 그건 강자이기에 따르는 여유인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크읏!”


왼쪽, 왼쪽, 여기서 오른쪽.
그러는가 싶으면 하단으로 이어붙이는 공격에, 아래에서 위로 올려 긋는다. 쌍수로 곡도를 쥐어 그대로 휘두르는데, 그 속도도 속도지만 변화가 너무 빠르다.


잔 상처만 벌써 몇인가.

“이쪽도 있다아아아아!!”


불행 중 다행으로 장패가 달려들어 옆에서 손을 분산시켜주었지만, 웃긴  이 여자는 나와 장패를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움직임에 끊김 하나 없었다.
인간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움직임.
마치 춤추는 듯한 몸놀림이었다.

그렇게 또 몇 번을.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맞붙었는데, 슬슬 손아귀에서 힘이 풀릴 때쯤이 되어 겨우 뒤로 물러날  있었다.
상대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이렇게 싸우는 것도 좋은데, 내 목표는  뒤에 있는 아가씨거든.”

유비는 유비대로 호위병과 함께 다가오는 병력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쪽으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투 탓에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이 유일한 안도일까. 하지만 쌍검으로 직접 전투에 나선 유비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듯했다.

평범한 공격으로는 전부 가로막혔다.
빠르게. 그저 더 빠르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몰아지경으로 검을 휘둘러도 닿지 않았다. 회심이었노라 생각한 것도 너무 자연스럽게 막혀버렸다.


나보다 훨씬 윗줄의 실력자일 관우가 말했었지.
강자와 싸울  한 발짝 더 나아가라고.


“와, 진짜 미치겠네.”


혀를 내두르며 장패를 쳐다봤다.
그는 나보다 조금 더 심각했는데, 아예 왼쪽 어깻죽지를 제대로 베여서인지 그쪽으로의 움직임이 계속 버벅거리는 게 내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


이대로면 필패.


한 발짝 나아가라던 관우의 말을 떠올리며 재차 검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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