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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97화 (297/300)

297화

프랑스 전역이 세계에서 분리된 일.

일명 프랑스 대붕괴 사태가 벌어진 지도 1주일이 지나갔다.

대규모 연성진 [세계 단절]이 파훼되었지만, 그 후유증은 깊게 남았다.

“으무무무무!”

코끼리를 닮은 마수, 다크 마만트가 발을 구른다.

들썩거리는 대지.

괴수 퇴치 목적으로 파견된 플레이어들이 충격에 휘청거렸다.

“빌어먹을. 끝이 없잖아.”

“다크 마만트는 돌격을 저지하는 게 관건이다.”

“말이야 쉽지. 저걸 막으려고 하다가 쥐포가 되겠다.”

프랑스 곳곳에 출몰 중인 이면 세계의 괴수.

펠 비스트나 다크 마만트, 날개 달린 이계의 마수들이 쉴 새 없이 나타났다.

흐릿해진 차원의 경계.

세계 단절의 후유증은 프랑스 전역에 깊이 뿌리내렸다.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직접적으로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한 나라에서는 플레이어들을 적극적으로 파견했다.

국경 근처에 소환된 마수에게는 영토 같은 개념이 없었다.

EU 협정으로 국경선의 빗장을 모두 내려 둔 상황.

발길 닿는 대로 인접한 나라로 넘어간 마수들로 인해 피해가 속출했다.

혼란해진 유럽의 정세.

르네 데이비스가 일으킨 혼란을 진정시킨 건 극동의 나라, 한국에서 온 플레이어였다.

『유진호, 프랑스 국경을 가로막던 어둠을 베다.』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된 파리 시민들을 구한 역천 길드.』

『프랑스 대붕괴의 배후, 르네 데이비스를 쓰러트린 건 누구?』

『피에르 대통령. 한국의 플레이어 유진호에게 대통령 표창상을 수여하기로…….』

세계 단절을 무너트리고.

파리에 드리운 어둠을 걷어 낸 영웅!

진호의 행보는 르네 데이비스를 쓰러트리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이미 소환된 마수들은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아니, 더 수를 늘려 나가겠죠.”

이후의 사태를 예상이라도 한 듯 프랑스 각지에 나타난 마수들을 퇴치했다.

그 과정에서 보여 준 압도적인 무력.

진호와 르네 데이비스의 전투는 아공간에서 벌어졌기에 목격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알려진 건 르네 데이비스를 쓰러트렸다는 결과뿐.

그가 프랑스 곳곳을 누비며 본격적으로 실력 행사를 하자, 그 진면목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미스터 유? 나보다 강하죠. 플레이어 중에서는 세계 제일이지 않을까요?”

“흥, 난 그에게 은혜를 입었다. 강하면서 명예를 아는 자다.”

미국 최고 랭커 엘렌.

러시아 최고 랭커 세르게이.

전 세계의 플레이어 중 강하기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들이 진호를 인정했다.

랭커들의 인정.

마수 소탕 과정에서 보여 준 압도적인 무력까지.

‘향신료 제도의 영웅’으로 불릴 때만 해도 알음알음 퍼져 나가던 소문.

르네 데이비스를 쓰러트린 이후에는 진호의 명성이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았다.

“세르게이가 인정한 플레이어?”

“그 엘렌 테일러보다 강하단 말인가.”

“유진호를 이기면 내 능력도 인정받을 수 있겠어.”

명성을 노리는 각국 상위 랭커들도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프랑스를 위험에서 구한다는 명분도 있으니.

대붕괴 이후 급격하게 올라간 진호의 이름값.

그가 여유 자금을 모두 털어서 투자한 레이먼 사도 덩달아 주가가 뛰어올랐다.

“미스터 유는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신 건지.”

아멜리아 테슬라.

레이언사 대표는 여기저기에서 들어오는 투자 제의에 진땀을 흘렸다.

급격하게 변하는 플레이어 사회의 판도.

진호는 태풍의 핵이 되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 * *

“나는 인도의 랭커, 아미르다. 당신에게 도전하려고 왔다.”

“브라질 랭커, 안토니오다. 내 힘 앞에 무릎을 꿇을 준비가 되었느…… 꾸엑!”

갈색 피부의 사내가 지면을 나뒹굴었다.

마수들 정수 포식하기도 바쁜 데 별것들이 덤벼드네.

“스승님은 참 인기가 많네요. 부러워요.”

“나도 더 강해지면 사부처럼 도전을 받겠지? 더 분발하겠소.”

“두 사람은 전투 끝나고 추가 훈련이다.”

지영이와 핑 레이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분위기 파악 못 한 죄다.

-한데 도전자가 부쩍 늘었구나.

“누구누구가 괜히 떠들어 댄 덕분이지.”

엘렌과 세르게이의 공증.

르네 데이비스를 쓰러트린 직후에 터트린 것이라서 파급력이 더 컸다.

의도는 좋았다.

내 명성을 떨칠 겸, 프랑스에 닥친 재난을 지워 낼 파격적인 소식이니까.

후유증으로 날 쓰러트리고 세계 최강이 되겠다는 부나방들이 달려드는 게 문제일 뿐.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안토니오네?”

-아는 사람이더냐?

“전생에 여신님의 성유물을 취한 녀석이야.”

안토니오.

닉스의 성유물, [어둠의 보주]를 매개 삼아 하이 랭커가 된 녀석이다.

공방일체 타입인 그림자를 다루어서 상대를 농락하거나.

그림자 자체를 조종, 불특정 다수를 조종하는 등 강력한 전투능력을 지닌 녀석이다.

남미 대부분을 장악하고는 배후성인 로키를 따라 지구에서 떠났지.

“이 녀석이 끼친 해악이 얼마나 커다란지 몰라.”

-괘씸한 자로고, 여의 성유물로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바빴다니.

“너무 그러지 마. 그건 나도 마찬가지잖아.”

-그대에게는 대의가 있도다.

“날 너무 고평가하는데.”

진심이다.

내 행동 원리는 어디까지나 복수.

세계를 고신족의 수작질에서 구하는 건 부차적인 목표다.

-후훗, 솔직하지 못하구나.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나는 짧게 투덜거리면서 안토니오의 아이템을 모조리 회수한 후, 마수들에게 던져 주었다.

전생에 보여 준 행보를 생각하면 근본부터 틀려먹은 놈이다.

핑 레이나 엔리케처럼 갱생시키기에는 시간도 모자라고.

-저래도 되느냐?

“내가 죽인 것도 아니잖아.”

-흐으응, 위기에서 벗어나기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만.

“죽거나 뒈지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러니까 누가 앞뒤 안 보고 덤비라고 했나.

인도 출신 랭커는 기절시킨 후 안전한 곳으로 보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호승심이 강하지만 인성 자체는 괜찮은 녀석이라.

“그나저나 정수도 다 모았군.”

프랑스 곳곳을 바쁘게 돌아다닌 진짜 이유.

이면 세계에서 튀어나온 괴수의 정수들을 모조리 포식했다.

[연성진(★★★)]

*하랍 세라펠의 묘목의 정수

사용자가 보유한 스킬을 연성진으로 기록, 원하는 타이밍에 해방시킨다.

[고속이동(★★)]

*크아펠(비행형 괴물)의 정수

사용 시 이동속도가 40% 증가한다. 지속시간 60초.

[분노의 돌진(★★★)]

*연옥 돌격병의 정수

모든 경직 상태를 무시하고 지정한 대상에게 일직선으로 돌진한다. 근력의 200%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힌다.

[드래곤 스킨(★★★★)]

*레서 드레이크

용족의 비늘을 일으켜서 방어력을 상승시킨다.

클리포트 잔당을 쓰러트리면서 얻은 정수들.

특히 레서 드레이크는 이전의 싸움에서 전력 증강을 위해 본 드레이크 제작에 써먹은지라, 눈에 불을 켜고 포식했다.

[용의 인자의 완성도가 올라갑니다.]

[모든 스텟이 2% 증가합니다.]

쇠락했어도 용족 취급을 해 주는 건지, 내 몸을 구성하는 용의 인자가 한층 더 성장했다.

난 레서 드레이크의 정수를 기반 삼아 [메탈 반사 장갑]을 하위 개념으로 복속시켰다.

메탈 반사 장갑은 아이언 슬러그와 가시 멧돼지, 철갑 아르마딜로, 그리고 사이보그 좀비의 정수를 엮어 낸 스킬이다.

원래대로라면 레서 드레이크의 정수가 급이 높다고 해도, 여러 정수를 엮어 낸 스킬을 하위 개념으로 복속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융합 자체도 불가능에 가깝고 그 과정에서 오는 반동은 더더욱 끔찍할 것이다.

하지만.

[레서 드레이크의 정수가 메탈 반사 장갑을 하위 개념으로 복속시킵니다.]

[드래곤 스킨 → 진룡장갑]

고대 용족이라는 종의 특성을 앞세워서 여러 정수를 통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진룡장갑]

등급 : ★★★★★

분류 : 액티브

진룡의 비늘로 전신을 감싼다. 여러 정수를 엮어 낸 비늘은 유 · 무형의 공격에 노출되었을 때 흡수, 혹은 반사시킨다.

*20% 확률로 피해를 흡수.

*20% 확률로 피해를 반사.

흐흐흐.

설마.

무턱대고 여러 정수들을 레서 드레이크의 정수에 복속시켰겠어?

내 육신은 반쯤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드래곤 폼] 스킬을 전개할 수 있는 시점에서 용족에 가까워졌다는 말씀.

용족이라는 개념으로 나머지 정수들을 하위 개념으로 두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쿨럭.”

후유증이 전혀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피를 한 바가지 쏟아 낸 후, 재생 능력으로 내상을 다스렸다.

-무모한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구나.

“할 만했…… 웩.”

-말과 행동이 일관되었으면 아무 말도 안 하겠다만.

그러게요.

난 뒷말을 삼켰다.

시험 삼아 진룡장갑을 발동했다.

검은 비늘이 피부 위로 돋아난다.

전신을 감싼 비늘.

메탈 반사 장갑처럼 방어구를 입은 모습이다.

손가락에 폭마기를 휘감아서 툭, 건드리니 강한 반탄력과 함께 튕겨 났다.

“괜찮네.”

진룡장갑의 방어력은 5성급 스킬다웠다.

폭마기를 조금 더 끌어올리자 저적, 하고는 금이 새겨졌다.

-호오. 방어력이 꽤나 올라갔구나.

“마나를 소모하면 복원도 돼.”

금세 광택을 되찾은 비늘.

어지간한 공격은 진룡장갑만 둘러도 통하지 않으리라.

“슬슬 돌아가자.”

-이 지역은 아직도 혼란하다만?

“해결하려면 한세월이야.”

세계 단절의 후유증은 최소 몇 개월이다.

천사종의 정수를 포식했다면 프랑스 전역에 퍼진 클리포트의 힘을 소멸시키는 것도 가능했겠지.

“지금의 내 힘으로는 안 돼.”

클리포트.

그리고 고신족들의 수작질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르네 데이비스를 조기에 쓰러트림으로써 이득을 취했지만.

언제까지고 프랑스에서 시간을 뺏길 수는 없다.

“결국 더 강해져야 하니까.”

천사에게 배운 연성진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탑에서 정수를 더 포식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승급전이 곧이로구나.

“여기 머무르다가 1달 더 기다릴 필요는 없잖아.”

탑 미션 수행은 해당 나라의 승인을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승급전은 타국에서 치를 수 없다.

다이아몬드 승급전.

인류가 아닌, 다른 차원의 플레이어와 마주하는 첫 무대다.

“2년 차에 다이아몬드 승급전이라. 떨리네.”

-웃음기나 지우고 말하지 그러냐.

“티 나?”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구나.

나는 웃음을 삼켰다.

이제야 복수의 시작점에 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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