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화
[사이클롭스 킹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정수 등급 : 고대]
[포식한 정수 :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데스 빔이 추가됩니다.]
[데스 빔]
등급 : ★★★
분류 : 액티브
눈동자에 마나를 집중, 시야가 향하는 곳으로 광선을 발사한다.
데스 빔.
사이클롭스의 종족 특성인 그 광선이 맞다.
-호오, 그대도 눈에서 광선을 내뿜을 수 있는 게냐?
“가능이야 한데 효율이 안 좋아.”
데스 빔은 나름대로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눈이라는 부위가 얼마나 예민한 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
발동 직후 대상에게 날아가는 속도가 경이롭긴 해도 소모 마나와 집중력에 비해 위력이 떨어진다.
주력기로 펼치긴 애매한 스킬.
뜻밖의 상황에서 적의 의표를 찌르는 정도로는 괜찮겠지.
“이건 쓸 데가 따로 있어.”
지그시 눈을 감은 후, 내면을 관조했다.
사이클롭스 킹의 정수.
그리고 시너지 효과로 합쳐진 [천안(千眼)].
천 가지 마력의 패턴을 읽는 눈에 사이클롭스 킹의 정수를 붙여 놓았다.
‘눈’이라는 신체 부위를 공유하는 두 정수.
서로의 기질이 달라서 시너지 효과가 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난 이미 정수를 원하는 대로 재조립하고 붙이는 데 익숙했다.
회귀 전에 최적의 조합을 뽑아내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무지개의 휘광 석으로 초월의 경지에 한 발 딛기도 해서 같은 개념을 공유하는 두 정수를 어렵지 않게 엮었다.
천안을 베이스 삼아 사이클롭스 킹의 정수를 하위 개념으로 복속.
[천안이 데스 빔의 성질을 받아들입니다.]
[의념 부여 및 방출 개념이 천안에 스며듭니다.]
[천안 → 진리안(眞理眼)으로 변화합니다.]
[진리안]
등급 : ★★★★
분류 : 패시브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개입한다.
“흐흐흐, 바로 이거지.”
-꽤나 간결하구나. 그대가 바란 것 치고는.
“뭘 모르시네.”
진리안은 천안(千眼)에 부여된 마나를 읽어 내는 기능을 대폭 강화시킨 마안이다.
본질을 꿰뚫는다는 건 어떤 공격이라도 파훼가 가능하다는 뜻.
힘 대 힘으로 찍어 누르는 상쇄가 아니라.
공격을 흘려보내거나 에너지가 응집된 부분을 노려서 무효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는 능력이라면 사이클롭스 킹의 능력보다 퇴화한 것처럼 들린다만.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
엄지로 가슴팍을 쿡쿡 찔렀다.
공격 수단이야 데스 빔 말고도 넘쳐났다.
메모라이즈한 마법.
격렬한 움직임 중에도 펼칠 수 있는 선법.
용의 날개에 저장해 놓은 정수.
구태여 데스 빔을 쓰겠다고 집중력을 분산시키기에는 여태 익힌 스킬들이 아깝다.
-필멸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선택과 집중, 이라고 해야겠구나.
“여신님, 공부 좀 했나 봐?”
-후훗, 여의 혜안은 만물을 헤아리느니라.
“대단하십니다요.”
가루가 된 사이클롭스 킹의 몸뚱이.
[거인의 후예의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렸습니다.]
[게이트를 닫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거인의 왕관이 주어집니다.]
[거인 왕의 왕관]
등급 : 레전드
분류 : 투구
내구도 : 1,527/2,000
한 종족의 왕을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지휘 능력을 증폭시켜주며 군주의 위엄을 드높여 줍니다.
*카리스마 + 200
*지휘 계통 스킬 효과 100% 상승.
*결사의 돌진 스킬 내장.
[결사의 돌진]
등급 : ★★★
분류 : 액티브
지휘 중인 부대원들의 모든 능력치를 100% 증폭시키지만 방어 관련 스킬 및 방어력을 80% 하락시킨다.
“내장 스킬은 목숨 걸고 쓰라는 거네.”
올 스텟 100% 증가라는 파격적인 효과.
대신 방어구와 스텟, 그리고 방어 스킬의 효율까지 낮추는 극단적인 리스크가 붙었다.
여기서 말하는 방어 스킬이란 실드 같은 마법도 포함된다.
-불나방처럼 아군을 불태우는 기술이라.
“왜, 위험할 땐 해 볼 만하지 않아?”
-그대에게 파멸을 향한 카타르시스가 있다는 사실, 참고하마.
거 말씀이 심하시네.
-여가 그대를 지켜보고 있자면 가슴 철렁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니라.
“난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해.”
가볍게 대꾸하고는 영수 형님에게 왕관을 던졌다.
“이걸 왜 주시는 겁니까?”
“지휘에 특화된 아티팩트잖아요. 형님이 쓰세요.”
“레, 레전드 등급인데요?!”
“제가 써봐야 효과도 없는데 뭐하러 씁니까.”
“길드장님!”
영수 형님이 감격한 듯 콱 막힌 목소리로 대꾸했다.
* * *
드라이스트레가 길드에 합류한 지 1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독일에 생성된 고 위험군 게이트만 하나씩 공략했다.
A급 이상 게이트 중 난이도가 높은 곳은 주기적으로 괴물 숫자만 줄여 줄 뿐.
정식으로 공략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용케 현상 유지를 했네.”
“원래는 아르메 루즈에게 의뢰하려고 했습니다만.”
“거긴 프랑스 쪽만 활동한다면서요?”
“예, 갑자기.”
슈테판 길드장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유럽연합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 묶여 있는 여러 국가들.
각 국가의 유력 길드들은 서로의 국경을 넘나들며 고 위험군 게이트를 공략했다.
유럽 최강의 플레이어로 불리는 르네 데이비스.
휘하에 있는 아르메 루즈도 마찬가지였다.
“그쪽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죠.”
“어쨌든 유 길드장님 덕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슈테판.
르네 데이비스가 활동을 멈춘 내막을 아는 입장에서는 그저 웃었다.
사하라 혈투에서 날려 먹은 전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
오른팔인 나디아 카셀도 전사했으니 속이 꽤나 쓰릴 거다.
-한데 괜찮으냐?
“프랑스에 한해서 움직인다면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야.”
-알면서 방치한다는 건 계책이 있다는 말이로구나.
“놈이 벌일 수단은 뻔하니까.”
가아그셰블라.
혹은 하랍 세라펠 종파.
르네가 움직일 수 있는 클리포트 세력이다.
회귀 전과 달라져 가는 미래의 흐름.
그렇지만 바뀌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클리포트의 침공 수순이다.
이면 세계의 존재를 게이트 너머로 밀어 넣는 건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
게이트와 세계의 파장이 맞아 떨어지는 시기.
엄청난 마력.
마지막으로 제물까지.
“조건이 모두 맞아 떨어져야 추종자들을 보낼 수 있어.”
-그건 알겠다만 다른 종파가 스며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 않느냐?
“두 종파가 침공의 선봉이거든.”
인신 공양 효율이 가장 뛰어난 가아그셰블라.
지면에 연성진을 설치함으로써 이계화 현상을 만드는 하랍 세라펠.
두 종파는 언제나 클리포트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들었느냐?
“60층 너머에서.”
-하여간 철두철미하구나.
드라이스트레가에 들어온 공략 의뢰를 대부분 해결할 때 즈음.
오스트리아나 폴란드 등, 독일과 국경선을 맞댄 나라에서도 게이트 공략 의뢰가 들어왔다.
“저희 선에서 잘라 내도 됩니다만.”
“아니오, 괜찮습니다.”
나는 그 의뢰를 모두 받아들였다.
합법적으로 유럽에 남아 있을 핑곗거리를 제공해 주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나?
엘렌이 투덜거렸다.
“너무 많잖아, 돌아다니는 데만 며칠 걸릴걸.”
“공략팀을 나눠야지.”
옐로우 스톰, 무극, 골든 서클, 그리고 나머지 길드원들.
전 세계 어느 팀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강력한 전력이다.
오히려 이만한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게이트 공략을 한 게 비효율적이었지.
[역천 길드, 유럽에 퍼진 재앙의 싹을 뿌리 뽑다.]
[향신료 제도의 영웅 유진호는 누구인가?]
[압도적인 무력! 폴란드 랭커 로버트 라노비치가 인정한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
[전 세계 플레이어 랭킹에 이변을 몰고 올 신예의…….]
-그대의 이름을 칭송하는 자들이 늘어나는구나.
“좀 바쁘게 돌아다녔어야지.”
-여의 계약자라면 좀 더 분발하여라. 전 세계가 그대의 이름을 부르도록.
“예예, 명대로 합죠.”
간간히 시간을 내어 블랙 네트워크와 접촉했다.
연락 담당은 한국에서 보조했던 영이었다.
“아르메 루즈의 움직임은?”
“프랑스 외곽 지역에 열린 게이트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외곽이라.”
난 턱을 만지작거렸다.
전생의 기억을 되짚던 중.
어떤 사건의 전조가 아르메 루즈의 움직임과 흡사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무언가가 떠올랐느냐?
-프랑스 대붕락. 근데 그 사건은 2034년에나 벌어졌을 건데.
-이미 말하지 않았더냐. 그대가 겪은 세계의 흐름과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하기야, 시간을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겠어.
프랑스 전체를 이계화한 사건.
일명 프랑스 대붕락을 일으키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난 노트에 무언가를 적은 후 영에게 내밀었다.
“마담에게 전해 줘.”
“이건……?”
“잠깐만, 어디 보자.”
휴대전화로 지도 어플을 켰다.
프랑스 전역이 표기된 지도 곳곳에 X자를 표기.
“그 마법진을 이 위치에 그려 놓으라고 해.”
“이사님, 얼핏 봐도 100개는 되어 보입니다만. 모두입니까?”
“어, 최소한도로 잡아 놓은 거다. 그것보다 적으면 곤란해.”
“전달하겠습니다.”
“참, 마법진 중심에 마나 스톤도 배치해야 한다. 최소 중급으로.”
중급 마나 스톤이면 개당 억 단위.
마법진 개수가 100개를 넘어가니 최소 100억 이상이 소모되는 대작전이다.
그뿐이랴.
아르메 루즈의 눈을 피하면서 마법진을 그리려면 은신에 뛰어난 이들이 투입되어야 한다.
인적, 물적 자원을 대규모로 소모하는 계획.
골드 문이나 블랙 네트워크급 조직이 아니라면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다.
존 도랑 안면 터놓기를 잘했다니까.
-한데 그 마법진은 어디에 쓸 계획이더냐?
“만약을 대비한 보험.”
회귀 전의 기억을 쥐어짜 내서 그려 낸 대(對)클리포트 마법진.
100억 이상의 예산과 블랙 네트워크의 인력을 동원했지만 내심 쓸 상황이 안 나왔으면 했다.
“그나저나 한 달을 들쑤셨는데 조용하네.”
-르네란 작자 말이더냐?
“응, 사하라 혈투에 내가 개입한 걸 알고 있을 건데.”
-흐으응.
“그 반응은 뭐야.”
-언제부터 그대가 상대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느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여신님은 가끔씩 정곡을 찌른단 말이지.
“맞아, 상대에게 끌려다니는 건 나랑 안 맞아.”
르네가 프랑스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끄집어내 주마.
나는 여신님의 조언대로 르네를 무대 위로 끄집어낼 계획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