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69화 (269/300)

269화

▶메인 미션 - 불멸의 게임을 통과했습니다.

▶성좌들의 개입으로 미션 내용이 강화되었습니다.

▶탑이 난이도에 걸맞은 보상을 선정합니다.

[생존한 플레이어에게 영약이 주어집니다.]

[1. 공청석유 500ml]

[2. 드래곤 하트 1kg]

[3. 마신의 피 100ml]

“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53층 첫 공략 보상으로 영약이 나오는 건 맞지만.

잘 나와도 소림의 소환단(小還丹) 정도?

소환단도 엄청난 영약이지만 공청석유나 드래곤 하트에 비할 바는 아니다.

드래곤 하트는 섭취 시 보유 마나를 대량으로 늘려 주고 마력 반응속도와 효율까지도 개선시켜준다.

공청석유는 또 어떻고?

내공 심법의 속성을 따지지 않는 최고의 영약이다.

소림의 환단 계열은 정파 계열이 섭취해야 효과가 극대화되고.

전에 홍윤수가 선물로 준 천년설삼 같은 경우는 음기를 띄고 있어 심법의 속성이 안 맞으면 흡수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흐으응, 그럼 고민할 것이 없겠구나.

“글쎄.”

난 일반적인 플레이어와 다르다.

진(眞)여의주의 공능으로 마나를 내공으로 치환 가능했다.

단전 총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으니 공청석유도 마냥 나쁘지 않지만.

[혼원룡의 심장]을 내 육체와 동기화시켰기에 드래곤 하트도 궁합이 꽤 잘 맞을 것이다.

-후후훗.

“왜 웃는 거야?”

-그대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구나.

“…….”

나는 침묵함으로써 그녀의 말에 긍정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드래곤 하트 조각을 고르는 게 맞다.

하지만.

내 ‘감’은 세 번째 선택지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마신의 피라 함은, 그 72 마신을 일컫는 것이더냐?

“아니, 좀 달라.”

난 턱을 만지작거렸다.

“이 세상에 악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뿌린 성좌가 누군지 알아?”

-흐응, 올림포스에는 악의 개념이 없어서 모르겠구나.

“앙그라 마이뉴.”

조로아스터교에서 선과 대칭되는 악의 원리.

‘대립하는 영’이라는 의미를 지닌 강력한 마신이다.

“뭐, 최초로 악의 개념을 정립했다고 해서 바알보다 강한 건 아니야.”

앙그라 마이뉴는 신왕급에 근접한 성좌이긴 하나 엄밀히 말하면 S급으로 분류된다.

조로아스터교에서 창세신화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아후라 마즈다의 아들.

창세 신이 선과 악의 개념을 분리해서 낳은 쌍둥이가 앙그라 마이뉴다.

-호오, 신기하구나.

“여신님은 알 줄 알았다만.”

-여가 깨어있던 시절에도 모든 차원을 둘러본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것도 맞는 말이군.”

-어찌 되었든 그 마신의 피를 고민하는 이유가 무엇이더냐?

“시초룡의 힘을 일깨울 수 있을 것 같아.”

마룡의 분노.

바알과의 내기에서 이기고 얻은 ‘용의 총통’ 발라크의 성유물에서 포식한 능력이다.

마(魔)의 길에 선 드래곤.

‘악’이라는 개념을 만든 성좌, 앙그라 마이뉴의 피라면 발라크의 정수를 자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면 왜 고민하느냐.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야.”

마신의 피는 ‘악’ 계열에서 최고의 영약으로 손꼽힌다.

내 종족은 고대 용족.

마룡의 정수가 [시초룡]을 이루는 파츠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다.

“헛수고할 확률이 더 높아.”

판돈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도박.

나는 선택을 두고 망설였다.

-그대답지 않구나.

“뭔 말이야?”

-여가 지켜본 그대는 언제나 가능성을 뒤엎는 사내였도다.

“그거야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으니까…….”

-흐응, 무모한 짓만 골라서 하는 자가 할 말이 아니로구나.

반박할 수가 없는 말이군.

-하나 묻겠노라, 이번 일은 그대의 계산 안에 있었느냐?

“아니지.”

-회귀 후의 계획에 없는 일이라면 도전해 보아라.

“안 걸어 본 길이잖아.”

-그대가 상대해야 할 대적을 평범한 방법으로 이길 수 있겠느냐.

차분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닉스의 음성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말문이 막혔다.

그래.

회귀 전보다 빠르게 강해진다고 안이해져 있었다.

내 대적은 고신족들.

과거 뭇별 위에 이름을 기록했던 전(前) 성좌들이다.

바벨탑이 세계와 완벽하게 동조되면 놈들을 묶은 사슬도 풀린다.

“파멸의 미래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냥은 못 넘어가지.”

-후훗, 이제야 결심이 선 게냐?

“고마워, 여신님 덕분에 초심이 떠올랐어.”

나는 망설임을 모두 털어 내고는 [마신의 피]를 선택했다.

* * *

드래곤 하트 조각 4개.

공청석유 500ml.

그리고 마신의 피.

53층 공략을 끝내고 얻은 보상이다.

“알아서들 먹어라.”

“사부, 공청석유의 기운을 완벽하게 흡수하려면 고수의 도움이 필요하오.”

“그 부분은 선배님한테 부탁해.”

수라마령심공.

효율만 놓고 보면 초절정급 무공에 버금가는 심법이다.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수라마령심공으로 모은 내공은 폭포수처럼 거세다는 거지.

“조금이라도 기가 흔들리면 네 전신 세맥을 찢어발겨 버릴 거다.”

“후, 후후후. 그 정도는 두렵지 않소.”

새끼.

쫄았네, 쫄았어.

핑 레이는 말과 달리 나한테서 멀어지려고 뒷걸음질 쳤다.

“드래곤 하트 조각은 그냥 먹어도 될 거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근데 아저씨는 뭘 얻었어?”

“마신의 피.”

“와, 중2병이라도 걸린 거 같아.”

“네놈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되지.”

“으브브브브.”

엔리케의 볼을 쭉 잡아당기자 비명을 내질렀다.

방으로 돌아온 후, 욕망의 주머니에 넣어둔 마신의 피를 꺼냈다.

플라스크 안에서 찰랑거리는 붉은 액체.

앙그라 마이뉴의 힘을 액체화시킨 강력한 영적 매개체다.

-그러고 보니 피 말이다만. 포식으로 삼킬 수 있지 않느냐?

“응, 그러면 앙그라 마이뉴의 가호가 추가되겠지.”

-성좌의 가호를 하나 더 얻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로 보인다만.

“내가 감당할 수 없어.”

포식한 정수들로 육신을 개조.

아니, 재조립하다시피 하면서 인간종의 한계를 벗어났다.

무림인으로 치면 강제로 환골탈태를 두 번 이상 경험한 상태.

그럼에도.

담을 수 있는 ‘신성’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회귀를 한 직후에 아테네에서 가이아의 정수만 포식한 이유이기도 했다.

“신체 개변을 하면서 한둘 정도는 여유가 있지만…….”

-이미 생각해 둔 정수가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지.”

고신족들에게 닿을 칼날.

[미스틸테인]으로 첫 단추를 끼웠지만 부족하다.

성좌는 ‘초월’의 경지보다도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

“바알처럼 퍼주면 모를까. 포식으로 가호를 취하는 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해.”

내가 포식한 [신화]급 정수는 셋.

가이아.

제우스.

그리고 닉스의 정수다.

신왕 급과 개념 신의 영역에 이른 성좌들.

앙그라 마이뉴는 앞서 언급한 셋에 비해 격이 조금 떨어진다.

“과욕은 금물이다.”

-후훗, 그대한테 어울리는 말은 아니로구나.

“성좌들의 정수를 먹다가 몸이 터져 버릴 뻔했거든.”

황혼의 제단.

‘시간’과 연관이 있는 성좌들의 정수를 무턱대고 흡수한 때가 떠올랐다.

인류 최후의 결사대까지 몰살당한 마당에 다른 수가 없었다.

히페리온이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아니면 힘을 덜 실었다면 회귀를 성공시키지 못했겠지.

쓴웃음과 함께 마신의 피를 입에 털었다.

[마신의 피를 섭취했습니다.]

[사용자는 악마종이 아닙니다. 마신의 피에 스며든 격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알고 있다.

난 혼연일체가 된 [고대 용족]의 힘에서 일부를 분리했다.

용의 총통 발라크의 성유물.

사악한 뱀 신상에서 추출한 마룡의 인자다.

본래대로라면 이미 섞여버린 기원을 되돌리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오렌지 주스에서 오렌지와 물을 분리할 수 있겠는가?

시초룡이라는 기원으로 통합한 각 용족의 인자를 되돌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포식]이 탑 시스템 아래에 있는 한, 마냥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치조차 거스르는 시스템의 힘.

세계의 규칙조차 덧씌우는 게 바벨탑의 시스템이다.

내가 초월의 경지에 오르려는 이유가 시스템의 구속을 벗어나기 위함이지만.

“필요할 때는 써야지.”

고유 능력 포식.

[시너지]로 융합한 정수라도, 내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나누어 쓸 수 있다.

초월의 경지에 오르면서 비활성화한 것들도 마찬가지.

[탑 시스템 오류.]

[마신의 피가 악마종의 인자에 반응합니다.]

이 세상에 ‘죄’라는 개념을 최초로 정의 내린 성좌, 앙그라 마이뉴의 정수가 마룡의 인자에 스며든다.

마구 부풀어 오르는 힘.

시초룡의 인자에 얽매여 있던 발라크의 정수가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날뛰기 시작했다.

“웃기지 마라.”

마신의 피 좀 먹었다고 제멋대로 굴면 곤란하지.

강대해졌다고 한들 내가 포식한 정수.

의지력과 다른 용족의 정수를 동원해서 마룡의 인자를 짓눌렀다.

동시에 시초룡의 인자로 흡수.

그 순간.

[시초룡의 인자가 조금 더 완전해 집니다.]

[근력, 민첩, 맷집, 체력, 마력 스텟이 200 상승합니다.]

[스킬 - 용의 날개가 추가됩니다.]

[용의 날개]

등급 : ★★★★★

분류 : 액티브

모든 용종의 기원이 되는 존재, 시초룡의 날개를 구현한다.

사용자의 정수나 에너지를 날개에 부여해서 강화할 수 있다.

기초 스텟 200 추가.

전생에서는 얻지 못했던 새로운 힘까지 추가되었다.

회귀 전에 완성시켰던 시초룡의 인자.

아니지.

난 시초룡의 인자를 완성시켰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모르는 스킬이 나올 줄이야.”

-여의 뜻을 따르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느냐.

“그러게 말이야. 다음에도 그런 생각이 나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줘.”

-여를 섬기는 모습을 보고 결정하겠노라.

크크큭.

나는 웃음을 삼켰다.

전생에서 얻지 못한 뜻밖의 기연.

용의 날개라.

스킬의 진가를 확인하려면 역시 대련을 하는 게 좋겠지?

1층으로 내려가니 길드원 몇 명이 이미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후배님도 몸 풀려고 왔나 보군.”

헐렁한 무도복을 입은 사내.

신준석이 나를 반겼다.

“네, 새로운 스킬을 얻었는데 시험해 볼까 하고요.”

“마침 잘 되었군. 나도 대련을 막 끝낸 상황인데, 한 판 어울려 보는 건 어떤가?”

“괜찮으시다면.”

“후배님과 겨루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지.”

신준석은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안 그래도 새 스킬을 테스트하려면 단단한(?) 사람이 필요했는데.

지영이 말고도 튼튼한 분이 나서주니 감지덕지했다.

“선배님, 처음 써보는 거라 화력 조절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조심하십쇼.”

“훗, 원래 훈련은 실전처럼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신준석의 양손에 하얀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권강.

처음부터 진심으로 나오신다면 손속을 아낄 필요가 없겠어.

[용의 날개를 사용합니다.]

마신의 피를 흡수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가능성.

붉은 날개가 등 뒤에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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