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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58화 (258/300)

258화

“에잇, 지구의 인간들은 모두 괴물인가!”

드워프 마론이 비명을 내질렀다.

큰 충격을 받고 주춤거리는 강철의 거신.

타이탄과 동기화된 마론에게도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클립스로 극대화시킨 반발력.

폭마기와 내공.

본래는 ‘개념’상 비슷하지만 구동 원리가 전혀 다른 힘이다.

충돌하면 섞이지 않고 기운이 소모되어야 정상이지만.

진호는 이클립스로 서로의 반발력을 극대화시켜서 각각의 위력을 합친 것보다 배 이상 끌어 올렸다.

타이탄의 검을 뒤덮었던 오러 블레이드가 눈에 띄게 연해졌다.

【대검 내구도 17.35% 감소】

【오러 블레이드의 출력 82.49% 감소】

【급격하게 떨어진 오러 블레이드의 출력을 강제로 부스트. 엔진에 과부하가 걸림】

【마력 운용 능력 3.71% 감소】

마론은 허벅지에 잔뜩 힘을 주었다.

조종사와 동기화된 타이탄은 근육의 움직임대로 엔진의 마나를 뿜어냈다.

지면에 새겨지는 기다란 고랑.

볼썽사납게 넘어지는 것을 겨우 면한 타이탄의 앞에.

“왜, 뭐가 잘 안 풀려?”

진호가 나타났다.

엉망진창이 된 팔.

두 기운의 반발력을 최대치로 끌어낸 결과물이다.

뼈가 드러나고 근육이 짓이겨진 흉측한 모습.

새빨간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그는 오히려 스산하게 웃었다.

부글거리는 상처. 트롤의 초재생능력이 발동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위험하다.’

마론은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들었다.

한 템포 늦게 반응하는 타이탄의 몸뚱이.

방금 전의 충격으로 마력 엔진의 출력이 떨어진 여파다.

응룡황권.

백수제왕무의 첫 초식이 들이닥치려는 순간.

「네 뜻대로는 안 된다.」

[오러 피스트]

격투형으로 설계된 타이탄이 옆으로 파고들면서 진호에게 공세를 퍼부었다.

오러 블레이드는 급으로만 놓고 보면 강기와 비슷한 수준.

초식의 정교함과 깨달음은 진호가 한 수 위였으나, 출력 차이와 힘의 격에서 밀렸다.

땅바닥에 처박히는 진호.

마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무 쉽게만 가면 재미가 없지.”

땅이 흔들린다.

진호는 추락하자마자 미리 준비해 둔 토룡출수를 발동.

막 오러 피스트를 방출했던 타이탄의 발밑을 어지럽혔다.

타이탄 두 기의 자세가 흐트러졌을 때.

[멀티 캐스팅]

[마법의 지배자]

진호는 고유 능력과 스킬 효과로 마나를 빠르게 재배열했다.

5초 만에 완성된 아발란체와 솔라 익스플로전.

공중으로 떠오른 두 구체가 부딪치는 순간, 세상이 일순 하얗게 물들었다.

이클립스의 효과로 극대화된 반발력.

근처에 있던 타이탄들이 오러 블레이드를 끌어 올려서 파괴의 섬광을 막아 냈다.

「타이탄의 대 마력을 상회하는 마법 공격이라니.」

「이대로 가면 하나씩 격파될 뿐이다.」

「다른 드워프들이 전투에 합류하면…….」

「웃기지 마라. 타이탄으로도 압도하지 못하는 적을 어떻게 당해 낸다는 거냐?」

「동족들에게는 요새 공략을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타이탄 조종사들끼리 의견이 충돌했다.

바벨탑에서 재앙으로 불리는 병기.

드워프를 탑 경쟁 종족 중 상위 티어로 올려 준 타이탄이지만, 진호 일행 앞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했다.

“한눈팔면 안 돼.”

서걱!

진호에게 신경이 팔려 있는 동안 거리를 좁힌 카를라가 낫을 휘둘렀다.

방어력 및 대 마력 무시.

타이탄의 갑주조차 손쉽게 찢어발기는 공간 간섭 능력이다.

핑 레이의 선법은 타이탄의 무게중심을 흔들어 놓았고.

지영이의 결계는 어지간한 공격을 모조리 무효화시켰다.

“야호! 타이탄의 팔이라고!”

가장 신이 난 건 엔리케였다.

초기에 얻은 타이탄의 몸뚱이를 자유자재로 소환 · 역소환하면서 공세를 퍼부었다.

마론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성벽 쪽도 전황이 안 좋은 건 마찬가지였다.

NPC로 추가된 엘프 군대.

원판 엘프보다는 못해도 정령술과 수준급의 궁술을 익혔다.

드워프 진형에서도 타이탄을 조종하지 않으면 상대하기 어려운 전력.

그렇지만.

『죽음으로써 나의 주인을 섬겨라.』

엘프의 숫자가 군대 단위라는 것이 역으로 작용했다.

헬 나이트 50기.

레벨이 하향 조정되면서 다룰 수 있는 상위 언데드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헬 나이트 집단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엘리멘탈 버스트]

[휘감는 뿌리]

[가시 덩쿨]

[그래스 믹서]

…….

정령력을 응축시킨 공세가 쏟아졌지만.

폭마기, 그리고 니플헤임의 냉기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피를 흩뿌리면서 쓰러지는 엘프들.

아크는 강력한 사령술로 언데드를 제작했다.

최대치로 제어 가능한 헬 나이트가 50기일 뿐, 다른 언데드들을 만드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듀라한, 밴시, 좀비 나이트 등.

엘프의 시체는 꽤 강한 축이라서 중급 언데드가 속속들이 몸을 일으켰다.

‘말도 안 돼. 분명 인간종은 최약체라고 했단 말이야!’

마론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 * *

52층에 진입하고 2시간이 지났다.

「괴물 놈들.」

「타이탄을 상대로 이렇게나 버티다니.」

두 발을 딛고 선 타이탄은 3기.

전투 초기에 하나를 쉽게 파괴했지만, 나머지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타이탄의 자가 수복 능력.

관절 부위를 완전히 잘라 내거나 마력 코어를 훼손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수리가 가능했다.

실제로 남은 타이탄들은 2시간 가까이 두들겨 맞았는데도 매끄러운 표면을 유지했다.

왠지 억울하군.

-저 고철 병기, 마치 드래곤 같구나.

“맞아, 거기서 모티브를 얻은 병기니까.”

드래곤이라고 해서 트롤 뺨치는 재생 능력을 가진 건 아니다.

타이탄의 자가 수복 능력은 어디까지나 연구의 부산물.

덕분에 전투 지속 능력도 크게 향상했다.

「재생이라고?」

「네놈이 재생을 운운하다니, 파렴치하다!」

「저자, 혹시 트롤 혼혈이 아닌가?」

누구를 트롤 취급하는 거냐.

하긴, 초재생능력을 마음껏 사용했으니 오해할 만도 했다.

“영수 형님.”

“네!”

“하나는 맡깁니다.”

나 혼자였으면 꽤 힘들었을 것이다.

타이탄은 그만큼 강력한 병기.

이번 미션에서 길드원들을 데려오길 잘했지.

공허의 마주침으로 원시종을 구현.

“잠시 실례 좀 하겠노라.”

현신한 닉스를 머리 위에 태우고는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다.

「드, 드래곤?!」

「당황하지 마라. 용족과 흡사하게 생겼을 뿐 다른 종이다.」

타이탄 하나가 주먹을 뻗었다.

오러 피스트.

마력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오러가 정면으로 쇄도한다.

난 입을 크게 벌렸다.

상대가 나보다 더 크다면.

티라노사우루스의 구조상 제일 강력한 공격을 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마침 폭마기도 생겼으니.

날카로운 이빨 하나하나마다 폭마기를 두른 채 오러 피스트를 물어뜯었다.

콰지지지직!

오러 블레이드와 폭마기가 상쇄된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육체로 변하면서 출력 면적 자체는 타이탄에 비견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남은 건 순수한 스텟 차이뿐.

[밤의 축복이 스며듭니다.]

[악귀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신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쿨타임이 다시 돌아온 악귀의 분노.

그리고 51층에서 아꼈던 스킬, [신의 분노]를 발동했다.

융합기공으로 빚어낸 최강의 전투 버프!

타이탄의 팔뚝이 치악력을 이기지 못하고 으스러졌다.

「말도 안 돼.」

“돼!”

고철 더미가 된 팔을 퉤, 뱉고는 타이탄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지면을 나뒹구는 타이탄.

위에 올라탄 후, 뒷발(?)을 세게 굴렀다.

[백수제왕무 - 10초식]

[백택군림각을 사용합니다.]

내공으로 땅 아래를 뒤흔드는 초식.

이번에는 사용 대상이 타이탄일 뿐이다.

발로 타이탄의 동체를 세게 누르는 순간, 엄청난 진동이 거신을 흔들어 놓았다.

“요란한 것에 비해 실속은 없구나.”

닉스의 혹평대로 타이탄의 외형은 멀쩡해 보였다.

크게 내려찍은 부위에 발자국이 남긴 했지만 여전히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안쪽은 다를걸?”

쿵- 타이탄의 팔이 축 처졌다.

진각의 원리는 내부를 흔드는 것.

발경(發勁)과 흡사하다.

이 몸뚱이로는 발경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오크의 정수를 결합해도 내공의 미세한 부분까지 컨트롤하긴 적합하지 않단 말이지.

놈을 제압한 후에 백택군림각을 사용한 이유다.

“꼭 그리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

“멀쩡한 상태로 줘야 엔리케한테 도움이 될 거다.”

타이탄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자가 복구 따위는 하지 못하게 완전히 산산조각 내 버리거나.

아니면 코어를 타격해서 멈추거나.

사람으로 치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셈이다.

7기는 이미 고철이 된 지 오래.

전투 초기에 파괴한 타이탄이 그나마 멀쩡하지만, 그래도 마력 코어가 박살 나서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

「인간종 따위가 우리 종족의 타이탄을 탐내는 거냐!」

“응, 너희 덕분에 좋은 거 얻었다.”

「감히! 용서할 수 없다!」

철퇴를 휘두르면서 달려오는 타이탄.

길게 늘어난 꼬리에 폭마기를 두르고는 훤히 비어 있는 하체를 후려쳤다.

퍼어엉!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기우는 타이탄의 동체.

“조종사의 기량이 모자라니 이 모양인 거다.”

한 기만 확보하려고 했는데.

운이 좋군.

넘어진 타이탄에게 다시 한번 백택군림각을 사용했다.

미동조차 보이지 않는 두 타이탄.

조종사들은 백택군림각의 여파로 사망했을 거다.

“한데 이 병기는 왜 그 자리에 남아 있느냐?”

“타이탄은 플레이어 귀속 장비로 취급을 못 받아.”

바벨탑에서는 아이템 강탈이 불가능하다.

무기나 방어구를 뺏어도 로그아웃하면 원주인에게 돌아간다.

사용자의 의지로 넘겨주는 거면 모를까.

하지만 타이탄은 조금 다르다.

아이템 취급을 받지 않기 때문에 파괴되면 현실에서도 복구가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강탈도 가능하지.”

정말이지.

운이 너무 좋았다.

기계 군주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타이탄을 원래 계획보다 훨씬 빠르게 손에 넣었다.

“흐응, 그뿐만은 아닐 터인데.”

“뭐, 다른 이유가 있을까.”

“그대의 입가에 벌써 침이 고인 것 같구나.”

그래.

워 골렘의 정수를 포식했듯.

이번에는 타이탄의 정수를 먹을 차례다.

회귀 전에는 흡수하지 못했던 결전 병기의 정수.

프레데터로 전직한 덕분에 51층에 이어 52층에서도 호강하게 생겼다.

“그럼 먹어 보실까.”

[타이탄에게 포식을 사용합니다.]

자, 너는 어떤 스킬을 줄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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