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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54화 (254/300)

254화

『오염된 왕좌의 주인이 박장대소를 합니다.』

『올림포스의 군신이 당신의 활약에 경악합니다.』

『지혜의 탐구자가 묵묵히 지켜봅니다.』

헬 나이트 집단을 쓰러트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성좌들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시끄럽구먼.

귀를 한 번 후비고는 아크 리치 군주가 서 있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언데드 군대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아크 리치 군주.

놈을 쓰러트리려면 10만에 달하는 시체들을 밀쳐 내면서 나아가야 한다.

뭐, 10만이 일렬로 서 있는 건 아니니까 실제로는 만 명만 제치면 되겠군.

바람길로 공기를 밟으면서 전진.

전장이 한눈에 보일 정도까지 올라간 후에 축지를 펼쳤다.

목적지는 아크 리치 군주의 지척.

[축지를 사용합니다.]

[그래비티 바인드의 효과에 노출됩니다. 축지의 궤도가 비틀립니다.]

[레벨 제한 B구역의 효과로 이동에 제한이 걸립니다.]

몸을 흔드는 기분 나쁜 진동.

미증유의 힘이 목 뒤를 잡아당기면서 원래의 목적지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장소로 이동했다.

아크 리치 군주의 푸른 귀화가 마구 흔들렸다.

『헬 나이트들은 어찌했느냐?』

“가루로 만들어 주었지.”

반 가까이는 브레스에 소멸.

멀쩡한(?) 사체들은 포식으로 갈아 버렸다.

『허세 부리기는, 무슨 수로 헬 나이트들을 떨쳐 내고 온지 모르겠으나, 내가 직접 죽음으로 인도해 주마.』

진실을 말해 줘도 안 믿네.

아크 리치 군주의 공간 장악 능력 때문에 단번에 접근하는 건 불가능했다.

언데드 군대 한가운데에 떨어진 상황.

“반 정도 줄였나.”

『무엇을 줄였다는 말이냐?』

“네놈과의 거리.”

『사지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주제에 말이 많구나!』

좀비, 구울, 스켈레톤 할 것 없이 수많은 언데드들이 몰려든다.

귀찮게 하기는.

발밑에서 솟구친 극야가 언데드들을 볏단처럼 썰어 넘긴다.

『네놈도 그 기이한 힘을 사용하는구나. 하나 저 여자보다는 능숙하지 못하다.』

“으어어어.”

“그겔겔, 싱싱한 피다.”

막 허리를 두 동강 낸 좀비가 다시 일어났다.

시간을 역행하듯 다시 붙어 버린 허리.

산산조각 내지 않는 한, 언데드 군대는 언홀리 필드의 효과 덕에 50% 확률로 부활했다.

기껏 언데드를 쓰러트려도 애니메이트 데드가 금세 언데드들을 추가로 제작했다.

평야에 쌓인 시체는 적게 잡아도 수십만.

놈은 데스 오라로 흘러넘치는 죽음의 기운을 흡수, 마력으로 치환했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과 사체.

가만있다간 일방적인 소모전에 체력만 뺏길 뿐이다.

여기에서 발목을 잡힐 순 없지.

자잘한 공격은 무시한다.

메탈 반사 장갑으로 전신을 감싸고는 발을 크게 내려찍었다.

토룡출수.

큰 동작 없이도 발현된 선법이 꽉 차 있는 언데드들 사이에 길을 만들었다.

『망자들이여, 나를 지켜라!』

토룡에 깃든 선기도 무한하지는 않았다.

천 단위의 언데드가 달려들자 토룡의 질주도 멈췄다.

바로 선법을 펼치자니, 토룡출수의 사용 난이도가 높아서 시간이 필요했다.

아발란체나 솔라 익스플로전도 재배열 시간이 필요하고.

아크 리치 군주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으니 대단위 마법을 준비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면.

[백수제왕무 - 1초식]

[응룡황권을 사용합니다.]

[폭마기를 사용합니다.]

오른손에는 권기를, 왼손에는 폭마기를 끌어올리고는 순차적으로 방출했다.

암흑 마나와 내공.

사용자는 같지만 성질이 다르기에, 충돌하는 순간 서로의 힘을 소진시키는 게 정상이다.

충돌 지점을 이클립스로 증폭.

반발력이 극대화되면서 빚어진 파괴의 에너지를 정면에 쏟아부었다.

드래곤 폼 상태로 발사한 브레스보다는 한 수 아래.

하지만.

단순 파괴력만 놓고 보면 솔라 익스플로전과 아발란체의 합동기보다도 강한 기운이 언데드들을 찢어발겼다.

언데드 군대 사이에 생긴 길.

“으으, 더럽게 아프네.”

난 미간을 찌푸렸다.

반발력을 극대화시킨 부위는 내 손.

당연하게도, 그 엄청난 힘을 감당했던 팔이 너덜너덜해졌다.

훤히 드러난 뼈. 메탈 반사 장갑은 날아간 지 오래고 피가 폭포수처럼 땅바닥에 쏟아졌다.

[초재생능력을 사용합니다.]

트롤의 능력을 얻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시도조차 안 했을 극단적인 방법이다.

내 예상을 뛰어넘는 파괴력인걸.

폭마기와 내공의 동시 운용. 또 연구할 게 하나가 더 늘었다.

뼈가 드러났던 오른팔이 몇 초 만에 흉터 하나 남기지 않고 회복되었다.

신체를 복구하면서도 암암리에 끌어 올린 선기를 해방했다.

다시 한번 나타난 토룡이 길을 만들고.

폭마기와 권기를 충돌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사우전드 본 랜스]

[다크 썬더]

[블랙 메일스트럼]

날카로운 뼈 창이 사방에서 날아들고.

머리 위에서는 시커먼 번개가 내리꽂혔다.

평야를 충만하게 채운 죽음의 기운은 블랙홀처럼 산 자를 무겁게 빨아들이기까지.

메탈 반사 장갑만 믿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한 위력이다.

[악귀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두 배로 강해진 힘.

산군파랑조로 번개를 잘라 내고.

궤적에 닿지 않는 곳을 노리는 뼈 창은 폭마기로 분쇄했다.

메탈 반사 장갑에 암흑 투기를 두르는 운영법이야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

폭마기는 그보다 훨씬 다루기가 어렵지만 가까스로 방출시키지 않고 갑주 위를 휘감았다.

순수한 파괴력만 놓고 보면 아직 기를 발현시키는 수준인 무공보다 한 수 위였으니.

뼈 창을 막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발을 빨아들이는 죽음의 기류는 백택군림각으로 붕괴시켰다.

『저 여자도 그렇고, 둘 다 괴물이로구나!』

“멀쩡한 사람 괴물 취급하면 곤란하지.”

아, 그러고 보니 종족도 인간에서 벗어났겠다.

온갖 종족의 정수를 몸에 동기화시켰으니 괴물이라는 표현도 어느 정도 맞구나.

갑자기 떠오른 잡념에 실실 웃으면서도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망령의 원한]

[절규 섞인 비명]

[종언의 탄식]

귀곡성이 귓가에 아른거리고.

온갖 저주가 몸을 잠식해 들어갔지만 멈추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정신 계열 쪽은 면역에 가깝거든.

육체를 좀먹는 저주도 [악귀의 분노]의 경직 무효 옵션 덕에 거의 영향을 안 받았다.

『그렇다면 네가 따돌린 이들을 다시 상대해 보아라. 콜 슬레이브!』

종속된 수하들을 불러오는 소환 마법.

아마, 대상은 헬 나이트겠지.

그러나 아크 리치 군주의 마법은 불발로 끝났다.

“사람 말을 안 믿네.”

『정말로 헬 나이트 100기를 쓰러트렸단 말이더냐!』

“안 믿어 준 덕에 쉽게 끝내겠어.”

『나는 위대한 저승의 신께 축복을 받은 몸이다!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죽을 수…….』

“응, 이미 죽은 시체야.”

콰직!

응룡황권으로 아크 리치 군주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우수수 부서진 갈비뼈.

그 안에 보관되어 있던 리치의 근원이 담긴 라이프 포스 베슬이 산산조각 났다.

[막대한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플래티넘 이후로는 레벨 올리기가 더럽게 어려운데.

성좌들 덕분에 호강하는군.

아크 리치 군주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파괴하자, 평야를 검게 물들인 언데드들도 우수수 쓰러졌다.

▶메인 미션 - 강적과의 전투(3)를 통과했습니다.

20명 이상이 팀을 맺어야 진행이 가능한 보스 레이드 미션.

원본보다 훨씬 강화된 보스 몬스터를 홀로 사냥했다.

* * *

▶클리어 시간 : 01:25:32

▶ 한국 팀(5)이 51층 보스(강화된)를 최초 및 최단 시간으로 공략했습니다.

▶공헌도

1. 유진호 - 100%

[강화된 보상으로 리치 군주의 서리검이 주어집니다.]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진 검.

칼자루에는 악마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고.

기다란 칼날 위에는 강력한 마법의 힘을 담은 룬어가 빼곡하게 적혔다.

미스틸테인에 버금가는 칼날의 예기.

보통 검이 아닌데.

[리치 군주의 서리검]

등급 : 초월

분류 : 검

내구도 : 15,000/15,000

니플헤임의 지배자, 헬 여신과 계약을 맺었던 리치 군주의 검입니다.

헬 여신이 하사한 성유물을 마법으로 개조해서 영혼을 담아 두는 마검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영혼마저 얼리는 한기를 다룹니다.

*근력 + 370

*마력 + 400

*마나 소모 스킬의 위력을 50% 증폭.

*[서리 폭풍] 스킬 내장.

*[영혼 강탈] 스킬 내장.

…….

엄청난 옵션.

스텟 증가야 그렇다 쳐도 아래에 덕지덕지 붙은 휘황찬란한 옵션이 눈을 어지럽게 한다.

오러와 마법의 위력도 증대시켜줘서 마검사 계열이 쓰면 꽤 유용한 무기다.

『저승을 덮는 자가 미소 짓습니다.』

서리검의 유래에서 어느 정도 짐작했다.

니플헤임을 다스리는 헬 여신.

S급 성좌이기도 한 그녀도 나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 모양이다.

“인기가 많은 계약자를 두니 참으로 피곤하구나.”

닉스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양동작전, 아주 훌륭했어.”

“후훗, 필멸자들의 사고방식도 나쁘지 않은 것 같으니라.”

계략을 짜고 모자라는 부분은 힘을 합쳐 충족시킨다.

올림포스의 탄생 이전부터 존재했던 여신님 입장에서는 꽤 신선한 모양이다.

모든 성좌가 저렇지는 않다.

올림포스 소속 성좌들만 해도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협력했다가 분쟁을 일으키기를 반복하니.

“그 검은 어찌할 생각이더냐?”

“둬야지.”

리치 군주의 서리검.

뜻밖의 득템(?)으로 잊고 있던 미래의 사건이 하나 떠올랐다.

마침 클리포트도 준동하고 있으니 쓸 만하겠어.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검의 냉기가 너무 강해서 욕망의 주머니에 넣어 둘 수 없는 것이다.

“제길, 또 이 짓거리를 해야 하다니.”

[늘어나는 내장]을 사용.

리치 군주의 서리검이 목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이제 메인디시인가.”

바닥에 널브러진 아크 리치 군주의 사체.

나는 망설임 없이 포식을 사용했다.

[아크 리치 군주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정수 등급 : 전설]

[포식한 정수 :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멀티 스펠 추가됩니다.]

[멀티 스펠]

등급 : ★★★★

분류 : 패시브

동시에 여러 마법을 시전한다.

준비하는 마법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재배열 속도가 15% 감소하고 마력 소모가 20% 늘어난다.

“와.”

더블 스펠이나 트리플 스펠을 넘어선 미친 효과.

마력이 추가로 소모된다는 디메리트가 있지만, 최근에 얻은 고유 능력인 [마법의 지배자] 덕에 부담되지 않았다.

이젠 탐욕의 가호로 굳이 마법을 붙들어놓을 이유가 없어졌군.

“흐흐흐, 아주 좋아.”

“또 음흉하게 웃는구나.”

이제는 익숙해진 닉스의 한탄이 귓가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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