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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52화 (252/300)

252화

마담에게 약조한 시간은 일주일.

갈라테아의 도면은 51~59층, 그러니까 플래티넘 등급에서 얻을 수 있다.

“일주일이면 너무 촉박하지 않겠어요?”

플래티넘 층계에서 갈라테아의 도면을 얻을 수 있다는 정보.

내 발언에 담긴 뜻을 읽어 낸 마담이 은근슬쩍 물어봤다.

“떠보는 건 관두지. 나름 호의를 받았으니 돌려주는 것뿐이니.”

들불의 화로 사태.

‘거래’라는 형태이지만, 블랙 네트워크 한국 지부라는 형식적인 직함도 얻었다.

블랙 네트워크가 건재해야 내가 오랫동안 부려 먹지.

회귀의 나비효과로 내홍을 겪고 있으면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마담은 입을 가리면서 은근하게 웃었다.

“이 또한 거래가 되겠네요.”

“그렇겠죠.”

가볍게 악수를 나눈 후, 그녀는 전령인 영을 대동한 채 밖으로 나섰다.

“배웅하지는 않겠습니다.”

“이해해요, 앞으로 바빠지실 테니.”

갈렌테아의 도면을 빨리 달라는 말을 잘도 돌려서 하는군.

고요해진 카페.

툭, 툭, 검지로 탁자를 두드렸다.

-무얼 하는 게냐?

“생각을 좀 정리하려고.”

클리포트의 준동.

블랙 네트워크에게는 악재이지만.

나한테는 호재다.

이번 기회에 블랙 네트워크에 드리운 클리포트의 흔적을 걷어 내면…….

“내 수족처럼 부릴 수 있겠지.”

-상대가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더구나.

“여신님이 보기에도 그래?”

-테미스, 그 아이가 재미있는 계약자를 두었어.

티탄 신 계보인 테미스를 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짬밥.

올림포스 계열 한정으로는 닉스를 항렬에서 앞선 성좌가 없을 거다.

“뭐, 정보는 내가 앞서니까.”

바뀌어 가는 미래.

그럼에도 회귀 전의 지식은 여전히 유용했다.

전 세계의 암흑가를 엮어 냈다는 블랙 네트워크조차 알아내지 못한 클리포트의 상세 정보.

덕분에 마담에게 빚을 지워 두었다.

-해야 할 일은 정해졌구나.

“그러게.”

한 달 동안 멈추었던 탑 등반.

이제는 다시 오를 때가 되었다.

* * *

[배틀 콜로세움]

[미션 - 강적과의 전투(3)]

배틀 콜로세움에 등장하는 강적과 맞서 싸워라.

콜로세움의 보스 몬스터는 단독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난적이다.

팀원들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서 강적을 공략해야 한다.

▶ 지역 : 레첸 평야

▶ 목표 : 아크 리치 레이드

[성좌들의 개입으로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이번 미션은 홀로 진행해야 합니다.]

[아크 리치가 죽음의 군세를 다룹니다.]

오래간만에 나온 보스 레이드 미션.

레이드 장소는 검게 물들어서 죽어 버린 땅, 레첸이다.

평원 여기저기에 꽂혀 있는 칼.

바벨탑이 재현한 ‘전장’은 죽음의 냄새로 가득했다.

닉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삶이라는 불꽃이 마구 짓밟힌 장소로구나.

“진짜도 아닌걸.”

바벨탑이 구현한 전장.

과거, 어느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하는데 크게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신경을 써야 할 건 저 녀석이지.

「겁도 없이 죽은 자의 땅에 발을 디뎠구나, 산 자여!」

황금으로 제작한 왕관을 쓴 해골.

강력한 마법 무구가 앙상한 뼈를 빼곡하게 뒤덮는다.

아크 리치의 주위에 아른거리는 검은 기운.

유형화된 죽음의 기운이 땅을 한층 더 시커멓게 물들였다.

-법칙을 벗어난 존재로구나.

닉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죽다 만 녀석이 허세 부리기는.”

「난 위대하신 존재의 가호를 받아 진리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어럽쇼. 51층의 아크 리치가 저런 대사를 내뱉었던가?

묘한 위화감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

[저승을 덮는 자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저승을 덮는 자가 당신의 마나에 깃든 니플헤임의 기운에 관심을 가집니다.]

[저승을 덮는 자가 미션에 추가로 개입합니다.]

[둠 나이트 → 헬 나이트로 변화합니다.]

[아크 리치 → 아크 리치 군주로 변화합니다.]

공중에서 쏟아지는 저승의 냉기.

하얀 서리가 죽음의 군대를 휘감는다.

『목도하라, 죽음 너머에 있는 진리가 어떤 것인지를!』

아크 리치, 아니 군주의 목소리에 실린 힘이 한층 더 강해졌다.

그뿐이랴. 저승의 냉기를 부여받은 둠 나이트 집단.

니플헤임에만 존재하는 죽음의 병사, 헬 나이트가 되었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기세로구나. 그대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겠다만.

“웃으면서 그런 말 해 봐야 설득력이 없거든?”

-하나 그대의 적수가 될 것 같지 않은 것을 어찌하느냐.

[애니메이트 데드]

[언홀리 필드]

[데스 오라]

평야에 드리우는 죽음의 기운.

망자들이 땅을 비집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좀비, 스켈레톤, 구울 등.

땅바닥에 꽂혀 있던 녹슨 무기를 들고는 전진했다.

-본래 언데드란 사체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이 장소, 그러니까 레첸 평야는 시체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장소다.”

다른 차원에서 벌어진 사건을 재현한 장소.

병사들의 사체가 층층이 쌓여서 수십 겹을 이룬 지옥 같은 곳이다.

-과연, 죽음의 냄새가 너무 진하다 했더니 그런 비밀을 지니고 있었구나.

하나둘 몸을 일으키는 언데드.

그 숫자는 무려 10만에 달했다.

아크 리치보다 열 배에 달하는 숫자를 부리는 걸 보면 괜히 ‘군주’라고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산 자에게 죽음을!』

『우리의 사냥감이다. 빼앗기지 않게 주의해라.』

정예 헬 나이트 집단은 유령 말을 소환해서 언데드 군대를 크게 우회했다.

-호위가 필요하느냐?

“아니. 데모닉 파워는 좀 위험해.”

아크 리치 군주와 헬 나이트.

마법 대결이야 데모닉 파워를 사용하면 안 밀리겠지만.

우회 중인 헬 나이트 집단이 문제다.

둠 나이트의 강화판이라. 회귀 전에도 상대해 본 적 없는 괴물인데…….

“저놈들, 돌파력이 엄청날 테니 신중해야지.”

-그대한테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구나.

허 참.

신중하면 유진호라는 걸 모르는구먼.

난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하는 사람이다.

[아발란체를 사용합니다.]

[솔라 익스플로전을 사용합니다.]

[이클립스를 사용합니다.]

고유 능력 [마법의 지배자] 덕에 훨씬 빨라진 마력 재배열 속도.

두 마법을 연달아 완성시키고는 이클립스로 반발력을 최대까지 끌어올렸다.

평원을 뒤흔드는 폭발.

하얀빛은 닿은 것들을 모두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느리게 걸어오던 언데드 군대가 지우개를 쓴 것처럼 모두 지워졌다.

“한 번에 2만인가.”

『어리석은 자여, 반항을 멈추고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여라.』

[애니메이트 데드]

해치운 만큼 다시 나타난 언데드 군대.

레첼 평야에 깔려 있는 시체가 수십만이었나 수백만이었나.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떤 팀이 아크 리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보려고 애니메이트 데드를 계속 쓰게 하니 백만 단위까지 나왔다고 한 거 같다.

-소모전으로는 이길 수 없겠구나.

“해치우는 것보다 만드는 속도가 빠르니까.”

-그럼 머리를 치지 그러느냐.

“정석적인 아크 리치 공략법이 그거야.”

나는 가볍게 박수를 쳤다.

일취월장하는 닉스의 판단력.

이 정도면 전선 관리를 여신님에게 맡겨도 되겠다.

“렉시를 붙여 줄게.”

-조무래기를 상대하라는 것이더냐?

“돌파력은 내가 더 좋잖아.”

-흐응, 이번에는 그대의 장단에 어울려 주마.

공허의 마주침으로 렉시를 소환.

현신한 닉스가 원시종의 목덜미에 올라탔다.

“이번에도 잘 부탁하마.”

“캬오!”

렉시가 신나게 대답했다.

티라노사우루스하고 교감을 할 줄은 몰랐군.

언데드 군대 앞으로 나선 닉스.

난 우회 중인 헬 나이트 100기 쪽으로 향했다.

거리를 두면서 빈틈이 나올 때를 노릴 생각이겠지만…….

한 발을 내딛자, 헬 나이트 집단과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발동 원리를 완벽하게 깨친 축지.

『공간 왜곡 현상은 감지되지 않았는데!』

『상관없다. 제 발로 죽음을 향해 찾아왔으니, 우리는 순리대로 인도해 주면 그만일 뿐.』

『죽어라, 산 자여!』

헬 나이트 집단은 발로 유령 말의 배를 툭 찼다.

두두두두-!

100기에 달하는 이들의 돌진.

창에 실린 암흑 투기가 피부를 에이게 한다.

신체 개변을 마친 나조차도 경시하기 어려운 파괴력.

헬 나이트 100기가 한 몸이 된 것처럼 서로의 기운을 엮어 내서 일점으로 통일했다.

일종의 진법인 셈.

나는 단전에 깃든 진여의주의 공능을 사용했다.

보유한 내공을 선기로 치환해 주는 능력.

치환시킨 힘을 전신에 순환시키면서 선법을 준비, 발을 가볍게 구르면서 준비를 마친 선기를 지면으로 흘려보냈다.

[토둔 - 황천소를 사용합니다.]

『살기조차 느껴지지 않는 공격에 우리가 멈출 것 같으냐?』

『기분 나쁜 기운이다. 마치 신성력 같구나.』

『저자를 빨리 쓰러트리자.』

헬 나이트 집단은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촤라라락!

반경 수백 미터를 잠식한 선기가 죽음의 기운을 걷어 내고는 다른 성질을 부여했다.

순식간에 늪으로 변하는 땅.

『유령 말에게 물리력이 통할 거라 생각…… 컥!』

기세 좋게 달려오던 헬 나이트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유령 말의 앞다리를 붙든 늪.

늪지의 마왕에게서 얻어 낸 정수, [머드 트랩]으로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지 못했겠지.

근데 이 선법은 무려 제천대성이 알려 준 비장의 기술이다.

황천소를 비웃으면서 돌진하던 헬 나이트 집단이 하나둘 낙마했다.

새하얀 갑주가 오물로 뒤덮인다.

일반적인 상황이면 이렇게 극적인 효과가 나지 않았겠지만, 헬 나이트 집단이 돌진 중이라는 게 문제였다.

모종의 진법으로 암흑 투기를 일점으로 모아서 더 커진 피해.

낙마해 버린 헬 나이트가 반 이상이 되자, 응축시킨 암흑 투기가 흩어져 버렸다.

[토둔 - 토룡출수를 사용합니다.]

늪을 가르면서 나아가는 토룡.

선기로 가득 채운 지역이다 보니 토룡의 위력도 더 올라갔다.

헬 나이트를 물어뜯는 토룡.

콰지직! 강화된 풀 플레이트 메일이 종이처럼 찢겨 졌다.

토룡으로 바닥을 나뒹구는 헬 나이트 집단을 휘젓자, 진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우라즈 베르세르크를 사용합니다.]

“자, 이제 사냥감이 누구지?”

회귀 전에는 마주친 적 없는 헬 나이트.

너희는 어떤 정수를 뱉을 거냐.

기대감을 꾹 누른 채 삼삼오오 흩어진 헬 나이트 집단의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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