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화
[플레이어 - 유진호]
나이 : 24
능력 : 포식, 천재, 마법의 지배자
레벨 : 253
종족 : 고대 용족
등급 : 플래티넘
직업 : 프레데터
*능력치
근력 : 2,570
민첩 : 2,354
체력 : 2,300
맷집 : 2,483
마력 : 3,102
내력 : 536
신력 : 23
극야 : 1,505
엄청나군.
기본 스텟은 모두 2천 이상.
마력은 3천대다.
올리기가 까다로운 내력이야, 다른 스텟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플레이어로 활동한 지 1년 남짓한 걸 생각하면 엄청 높았고.
“내공은 여의주의 공능 덕에 해결된 것 아니더냐?”
“진여의주로 치환한다 해도 단전에 담을 수 있는 최대치 이상으로는 못 바꿔.”
내공이라는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 그러니까 단전의 용량은 내력 스텟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
상승 무공을 연거푸 펼치면 진여의주의 치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
백수제왕무 후반부 12초식은 전반부보다 내공 소모가 훨씬 크다.
“영약을 먹으면 되겠구나.”
“거 무슨 영약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답니까?”
화석 사는 것도 벅차구먼.
성좌들한테 영약 후원이라도 요구해 볼까.
“배후성 계약도 안 맺었으면서 참으로 후안무치한 작자로고.”
“그게 내 매력이지.”
닉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혐오 섞인 여신님의 눈빛은……. 으음, 언제까지 그렇게 볼 건데?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미안합니다.”
“그대는 여신에 대한 존경심을 더 길러야겠구나.”
허 참.
영약 운운한 게 누구인데!
억울했지만 더 따지지는 않았다.
닉스가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잘했던가.
괜히 분한 마음에 쳇, 하고 혀를 찼다.
“궁금한 것이 있구나.”
“뭐가?”
“그대의 능력치가 증대된 것은 알겠도다. 한데, 정확히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서는 감이 오지 않구나.”
“일반적인 플래티넘급이라면 스텟 총합이 2천 좀 안 될 거야.”
“그대는 스텟 하나가 2천이 넘어가지 않느냐?”
“시초룡의 인자 덕이지.”
드래곤 블러드로 시초룡의 인자를 더 완성한 덕에 스텟이 뻥튀기되었다.
“계속 포식을 하기도 했고.”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얻은 용아병의 정수.
유부(幽府)의 열쇠 덕에 탑 지하의 괴물들의 정수를 획득하면서 다른 스텟들도 무럭무럭 올라갔다.
“회귀 전, 동 시기의 그대와 비교하면?”
“무의미한 이야기다.”
빈말이 아니다.
회귀 전, 그러니까 탑의 초대를 받고 1년이 조금 안 되었을 때의 난 브론즈 등급에서 허덕였다.
포식으로 스텟을 늘릴 수 있는 건 정수를 모을 때뿐.
이미 100%까지 채운 정수는 포식해 봐야 체력만 회복시켜 줄 뿐이다.
그뿐이랴.
“포식을 하면 시체가 사라지잖아. 파티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다고.”
“아, 그 황금을 똥으로 만드는 능력 말이로구나.”
“다시 상기시켜 주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별말을, 여의 자비로움에 반하면 곤란하니라.”
회귀 전과 같은 시기를 비교하면 곤란하고…… 전성기 시절에 비하는 게 낫겠다.
닉스는 내 말에 반색했다.
“호오, 그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로구나.”
“전성기 때 내 스텟이 평균 7천대 정도 됐어.”
“1/3 정도로구나.”
“근데 회귀 전에는 극야의 힘이 없었으니까. 그 이상이라고 봐야지.”
또 한 가지.
회귀 전보다 더 좋은 점은 마력이 모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초반부터 용아병의 정수를 얻었으니 마나가 모자랄 일이 없지만.
1회차 때는 만성적인 마나 부족으로 꽤나 고생했다.
탑 저층에서는 마력 스텟을 제공하는 정수가 많이 없으니까.
여러 능력을 가지면 뭐 하나?
발동시킬 마나가 모자라면 하등 쓸데가 없는데.
그때를 생각해 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네.
“1년 만에 1/3이나 되는 힘을 되찾았으면 금방이겠구나.”
“운이 좋은 거야.”
난 회귀 전의 지식을 발판 삼아 바벨탑에 숨겨진 요소들을 독차지했다.
탐험가 로렌트를 비롯하여 랭커들의 경험담을 참고했지.
성좌들의 개입처럼 예상외의 상황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시초룡의 인자.
-무공.
-극야의 힘.
-데모닉 파워.
-융합기공(불완전판).
-아르스 게티아.
-선법.
-체술.
이야, 다루는 힘을 분류해 보니 이렇게나 많구나.
파괴 군주 세르게이의 비술인 데모닉 파워 덕에 원거리에서 엄청난 화력을 쏟아 낼 수도 있고.
융합기공으로 강력한 스킬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뿐이랴.
선법은 마법과 다르게 격렬한 전투 중에도 전개가 가능하다.
익힌 선법이 적어서 다방면에 활용하진 못하지만.
전투에서 변수를 창출해 낼 유용한 수단이다.
“이 정도면 슬슬 백수제왕무 후반부 초식도 펼쳐 볼 만하고.”
큰일이네, 큰일이야.
포식한 능력 말고도 여러 기연이 겹치면서 여러 기예를 습득했다.
하나같이 버리기에는 아까운 뛰어난 기술들.
정수를 포식하면서 틈틈이 다른 기예들도 갈고닦아야지.
쓸 수 있는 기술은 많을수록 좋다.
“만족스럽군.”
회귀 전과 비교해 보면 시간은 많았다.
구룡방의 장 우페이를 처단한데다, 중국 암흑가를 장악할 운명이었던 핑 레이도 아군으로 회유했다.
인류의 배반자이자 기계 군주로 악명을 떨쳤던 엔리케는 어떻고.
공간 도약 기술을 개발한 레이던 사의 연구 속도도 전생 때보다 훨씬 빨라졌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차근차근 미래를 바꿔 나가는 중이다.
변화가 꼭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실보다 득이 더 크니까.
“힘이 들면 여의 어깨에 기대어라.”
“안 힘들어, 얼마나 보람찬데?”
“무리하다 그대가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하는 말이거늘.”
“그럼 언제든지 기댈게.”
평소였으면 하지 않았을 말.
회귀 전을 떠올려서 그럴까, 괜히 감상적으로 되었다.
* * *
비무장지대에서 클리포트의 실체를 까발린 후.
난 탑을 오르는 것보다 게이트 폐쇄에 전념했다.
“진호 님,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특무대 담당인 한수창 팀장이 걱정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
“새로 생긴 힘에 익숙해지려면 이게 제일 좋아요.”
“예?”
“제가 기연을 좀 얻어서.”
기연.
원래는 무협 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표현이지만 탑이 생겨나면서 일반인에게도 널리 퍼진 표현이다.
“추, 축하드립니다!”
한수창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기연이라는 게 흔한 건 아니니.
또한, 한수창은 내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으로 아는 인물이다.
내 입에서 ‘기연’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으면 보통이 아니라고 여긴 모양이다.
“그러니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진호 님이 기연이라고 하실 정도면 얼마나 강해지셨을지 짐작이 안 가는군요.”
나는 빙그레 웃었다.
강해진 육체에 적응하기에는 게이트 공략이 최고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게이트에서 출몰하는 괴물들이 모두 100% 포식 완료한 종이라는 정도?
손오공한테 선법을 전수받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계약은 내가 손해 보는 기분이군.」
「재미있는 구경 좀 하려다가 코가 꿰인 것 같아.」
「하지만 계약은 계약이니 이행해야지.」
손오공은 투덜거리면서도 다음 선법을 전수해 주었다.
[토둔 - 황혼소(黃昏沼)]
지정한 영역을 늪으로 만드는 선법.
튜토리얼에서 늪의 마왕을 쓰러트리고 얻은 [머드 트랩]과 흡사한 기술이다.
「이봐, 선계의 기술을 고작 마법 따위와 비교하지 말라고.」
「황혼소에 발을 들이민 녀석들은 옴짝달싹 못 한다니까.」
「내 말 못 믿겠으면 시험해 보던가.」
「너한테는 광역 디버프 기술이 없는 것 같아서 특별히 전수해 준 건데 [email protected]&%^&…….」
내 말에 발끈한 손오공이 빈 페이지를 가득 채울 정도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믿어 보는 척하지.”
「아오, 내가 책에 할당량을 정해 놔서 더 말할 수 없는 게 한스럽다.」
‘원숭이도 배울 수 있는 선법의 기초’ 책이 자동으로 닫혔다.
한 번에 말할 수 있는 정보량이 한정된 책자.
스마트폰으로 치면 인터넷 요금을 다 써 버려서 폰이 끊긴 상황이다.
『화과산의 미후왕이 당신을 보며 한탄합니다.』
『화과산의 미후왕은 계약을 신중하게 했어야 한다며 후회합니다.』
…….
탑 바깥에서도 나를 유일하게 관찰할 수 있는 성좌.
손오공은 답답한 기색을 담아 마구 후원 메시지를 보냈다.
이 양반이 시끄럽긴.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천리안 계약 때문에 꾹 참았다.
“그러고 보니 유일한 성좌는 아니네.”
-혹, 여를 가리키는 것이더냐?
“아니, 이 녀석.”
난 손등을 가볍게 흔들었다.
손등에 박혀 있는 보라색 광물.
외우주의 성좌 요그 소토스의 성유물인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다.
러시아 영토에 생성된 10대 마경, 드림랜드에서 달고 나온 커다란 혹이지.
성유물답게 요그 소토스의 정수를 품고 있는 보석.
나는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를 포식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현명한 선택이니라.
닉스는 내 판단을 긍정했다.
저 보석에 담긴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내샨 대공이나 기어 다니는 존재의 정수하고는 격이 다른 강력한 정수.
요그 소토스는 만신전에서 ‘신왕’으로 불리는 이들과 동등한 격을 갖춘 존재다.
아니지. 그 이상일 수도?
제우스가 미션 보상으로 내려 준 [번개의 돌]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실린 힘은 훨씬 컸다.
“이것도 언젠가 처리해야지.”
안개 너머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존재감.
외우주의 성좌는 어떤 의사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나를 지켜봤다.
다른 성좌라면 몰라도 외우주 쪽은 좀 꺼림칙하잖아.
정신을 오염시키고 끝내 그들과 동화시키는 ‘타락’이 주특기인 동네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말거라.
“그래야지.”
한동안 빛나는 부등변다면체와 관련된 문제는 완전히 잊고 살 생각이다.
약 한 달 동안 한국 및 동아시아 부근에 열린 게이트들을 폐쇄하는 데 집중했다.
고대 용족으로 변모한 육체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선법과의 연계도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
길드원들과 틈틈이 대련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마스터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훈련 성과가 확연하게 올랐습니다.”
환한 미소를 짓는 토마스.
반면에 길드원들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바닥에 엎어졌다.
“아, 악마야.”
“허억, 헉.”
대련에 푹 빠져 있는 카를라마저 학을 뗄 정도의 일정.
“미스터 유, 난 좀 빠지고 싶은데?”
“굴려 달라고 할 땐 언제고.”
응, 못 벗어나.
골든 서클 팀도 죽기 직전까지 굴렸다.
한 세트만 더 하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데, 그걸 못 참으면 안 되지!
내실을 다지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마담께서 지부장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
어느 날, 블랙 네트워크에서 초대장이 날아왔다.
그쪽에서 나를 먼저 찾을 줄이야.
냄새가 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