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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49화 (249/300)

249화

인천항에 있는 커다란 창고.

골드 문이 수배해 준 공룡 화석들이 텅 빈 공간을 차곡차곡 채워 나간다.

“얼마가 들었다고 했지?”

“3억 달러였나.”

한화로 치환하면 4천억에 가까운 엄청난 금액.

“내가 준 돈으로는 모자랐을 텐데.”

“부족한 건 마스터께서 채워 주셨으니 신경 안 써도 돼.”

“나를 돈으로 사려는 건가?”

“호호호, 아니면 1억 달러를 빚으로 달아 둘까?”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군. 고맙다고 전해 줘.”

자본주의 만만세!

모든 원시종의 정수를 포식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지 짐작도 안 갔다.

전생에서도 돈지랄 좀 했었지.

윌리엄 록펠러를 아군으로 끌어들여서 정말 다행이야.

근데 엘렌의 눈빛이 좀 미묘했다.

“왜, 할 말 있어?”

“정말로 세계 최고의 길드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내가 사람 부리는 거 좋아하는 것 같나.”

“못 하진 않던걸.”

“그래. 굳이 말하자면 안 하려는 거지.”

많은 사람 위에 군림하는 거?

내 취향은 아니다.

그리고 윌리엄 록펠러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려면 세계 최고라는 자리쯤은 얼마든지 내줄 수 있다.

“내가 미스터 유라면 우리 길드장님과 굳이 손을 잡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

“당신이 보기에, 록펠러 길드장이 호락호락한 사람 같나?”

“그건 아니지.”

엘렌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마스터를 경계하는 거야?”

“경계라기보다는 능력을 인정하는 거다. 동업자로서 훌륭한 사람이지.”

“마스터가 그 말을 들으면 기뻐할 거야.”

난 피식 웃었다.

-차라리 핑 레이나 엔리케처럼 그대의 수하로 거두는 것은 어떠하느냐?

닉스의 귓속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윌리엄 록펠러는 앞에 언급한 두 인물처럼 내 수하로 둘 수 없다.

-그 양반이 얼마나 욕심 많은 줄 몰라서 그래.

록펠러 가문의 장자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제왕학과 경영을 배운 놈이다.

품고 있는 야망이 원체 크다 보니 타협을 하는 게 전부.

-그대가 높이 평가하는 인물은 몇 없었지.

-가만둬도 적이 될 사람은 아니야.

멸망의 시대에는 아군으로 큰 활약을 했으니, 장 우페이처럼 제어할 이유도 없다.

수완 하나는 대단한 존재.

윌리엄 록펠러의 능력은 향후 멸망의 시대를 대비해서 꼭 필요했다.

“능력이 뛰어난 동업자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난 속마음을 감추고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그가 원하는 건 세계의 정상.

본인이 최고의 플레이어가 될 만한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것쯤은 이미 인지하고 있으니까.

세계 최고의 길드.

얼마든지 가지라고 해라.

어차피 멸망의 시대가 되면 힘을 합칠 운명이다.

“엘렌, 잠시 혼자 있게 해 줄래?”

“미스터 유가 능력을 활용하는 건 이미 봐왔다만.”

“그럴 이유가 있어서 그래.”

엘렌의 시선이 내 곁에 둥둥 떠 있는 닉스를 향했다.

-후훗, 여는 계약자와 일심동체이니라.

“……그렇단 말이군. 알겠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

묘한 눈빛으로 흘겨보면서 창고를 나서는 엘렌.

왜, 뭐요.

-후후후.

닉스의 웃음소리가 오늘따라 미묘했다.

“그럼 돈지랄을 해 볼까.”

후- 짧게 심호흡을 내뱉고는 화석을 하나하나 포식했다.

[트리케라톱스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 4.2%]

[모사사우루스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포식한 정수 : 2.7%]

…….

손에 닿은 화석이 하나하나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고고학적 가치를 품고 있는 옛 시대의 흔적이 먼지로 흩날리는 걸 보고 있자니 참 기분이 묘했다.

창고를 가득 채운 화석이 모두 가루로 변하기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결과.

[트리케라톱스의 정수 - 100%]

[모사사우루스의 정수 - 32%]

[프테라노돈의 정수 - 58%]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정수 - 74%]

100%를 모두 채운 건 트리케라톱스의 정수뿐.

-아쉽게 되었구나.

“됐어, 하나라도 다 모은 게 어디야.”

힘과 관련이 깊은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정수가 70%대인 걸 생각하면 꽤 위안이 되었다.

이어서 트리케라톱스의 정수의 효능을 확인했다.

[치명적인 돌진]

등급 : ★★★★

분류 : 액티브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돌진으로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사용자의 근력 수치 + 400%의 피해를 입힌다.

치명적인 돌진을 펼치는 동안에는 움직임에 관여하는 디버프에 완전 면역을 얻는다.

*피격 대상의 방어력 50% 무시.

맹렬한 돌진보다 200% 높은 파괴력.

거기에 방어력 무시 옵션과 이동 관련 디버프에 완전 면역.

스킬 중 ‘완전 면역’이라는 옵션은 잘 붙지 않는다.

뭐, 가호급 스킬이면 저 면역도 어느 정도 뚫어 낼 수 있지만 그게 흔해야지.

“맹렬한 돌진도 이제 안녕인가.”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정수에서 추출한 기술.

타격 시 경직 효과를 유발해서 꽤 유용하게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쓰지 않았다.

탑 위층으로 갈수록 경직처럼 강력한 상태 이상에 대비를 해 두거든.

경직 저항이 높은 상대한테는 확정적으로 먹히지 않은 데다, 위력만 놓고 보면 더 강한 스킬들도 생겼으니 뒷전으로 밀려났다.

[맹렬한 돌진을 비활성화합니다.]

[치명적인 돌진의 파괴력이 30% 상승합니다.]

[치명적인 돌진에 경직 유발 효과가 추가됩니다.]

오호.

분노한 아울비스트의 정수를 트리케라톱스의 정수의 하위 개념으로 넣었더니 경직까지 생겼다.

회귀 전에는 얻지 못했던 정수라서 이런 추가 효과가 있는지 몰랐네.

“에피타이저로 딱 좋아.”

-이번에도 그걸 할 생각이더냐.

“드래곤 블러드도 얻었겠다, 원시종의 정수도 추가되었잖아.”

-가끔 그대에게 가학적인 취미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가 있도다.

여신님이 무서운 소리 하네.

“잘 지켜 주기나 하십쇼.”

-후훗, 여에게 맡기어라.

현신한 닉스에게 뒤를 맡기고는 가부좌를 틀었다.

* * *

시초룡의 인자.

내 육신을 구성하고 있는 정수다.

본래 시초룡이란 원시 용족으로 모든용들의 처음 된 존재를 가리키는 것이다.

시초룡은 자신의 육신을 분리해서 여러 용족을 창시했다.

그중 하나가 육체의 힘을 극대화한 고대 용족, 지구식 표현으로는 공룡이다.

나는 ‘용의 총통’ 발라크의 성유물인 [사악한 뱀신상]을 포식, 원시종의 정수와 결합하면서 태곳적 시초룡의 힘을 일부 구현해 냈다.

“하지만 온전해지려면 갈 길이 멀지.”

작게 중얼거리며 최근에 포식한 정수의 힘을 끌어냈다.

드래곤 블러드.

엘드리치 드래곤의 정수다.

용의 영혼석에 수많은 영혼을 엮어서 만든 반쪽짜리 용족.

클리포트는 대칭된 세계라는 개념을 살려서 언데드에 불과한 존재를 실존하는 드래곤으로 만들어 냈다.

시초룡의 인자하고 궁합이 좋을 거란 말이지.

나는 엘드리치 드래곤의 정수를 혈액과 일체화시켰다.

딥 슬라임의 정수보다 훨씬 강대한 힘.

이전에 동기화시킨 ‘피’ 관련 정수들이 드래곤 블러드 앞에 복속되었다.

피를 이루는 기질이 달라지자, [혼원룡의 심장]이 곧장 반응했다.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뛰는 심장.

폭주 기관차처럼 뛰는 심장이 피를 더 빠르게 흘려보낸다.

“윽.”

가슴을 움켜쥐었다.

피가 순환하는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

시초룡의 인자로 육체를 개변했지만, 용혈을 받아들이기에는 몸의 내구도가 모자랐다.

쩌억! 쩍!

피부가 갈라졌다가 재생되기를 반복한다.

마치 용암처럼 쩍 갈라진 틈 사이로 아른거리는 피.

시초룡의 인자가 드래곤 블러드의 기세를 낮추는 게 아닌, 도리어 등을 떠밀 듯이 육체 개변을 가속화시켰다.

이대로 가면 펑 터지겠군.

내가 이럴 줄 알고 원시종의 정수를 하나 더 포식해 놨지.

트리케라톱스의 정수를 몸에 동기화시키는 순간.

한계 이상의 힘을 받아서 거듭 팽창하던 혈관이 튼튼해졌다.

굴하지 않고 앞을 향해 달려가는 트리케라톱스.

그 개념이 더해지자 전신을 순환하던 드래곤 블러드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나는 오감을 극대화했다.

사람은 오장육부나 심장의 움직임을 임의로 제어할 수 없다.

인지 자체가 안 된다고 봐야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수와 동기화된 내부를 관조하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신진대사에도 관여가 가능했다.

난 온몸에 퍼져 있는 모세혈관에 드래곤 블러드의 힘을 천천히 스며들게 했다.

우득- 우드득-

시초룡의 힘을 처음 일깨웠을 때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시작하는 육체.

무공을 익힌 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환골탈태’를 다시 한번 시작한 것이다.

더 강한 힘을 펼치기 위해.

그리고 받아들이기 위해 변화하는 육체.

[시초룡의 인자가 조금 더 완성되었습니다.]

[용종 관련 스킬 효과가 40% 증가합니다.]

[종족이 용인 → 고대 용족으로 변화합니다.]

[고유 능력 - 마법의 지배자가 추가됩니다.]

[능력 - 마법의 지배자]

원소 마법 사용 시 재배열 속도가 100% 빨라집니다.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습니다.

천재에 이어 3번째로 추가된 고유 능력.

마법 관련 사용자들은 주 속성이 2개에서 3개, 많으면 4개를 보유한다.

마법의 지배자는 그런 재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엄청난 고유 능력이지만…….

나한테는 필요가 없지.

어차피 속성 마법과 관련된 정수를 포식하면 그만이니까.

이미 불, 냉기, 바람, 번개, 암흑 등 여러 속성을 다루고 있는 입장이다.

그래도 재배열 속도가 100% 빨라지는 건 엄청난 혜택이지.

육체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원시종한테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이다.

그뿐이랴.

이전에 시초룡의 인자를 처음 각성시켰을 때는 그 힘이 미약해서 육체를 개변하지는 못했다.

엘드리치 드래곤의 정수가 더해지니, 시초룡의 인자를 기반 삼아 다시 한번 신체 개변이 가능해졌다.

심장 박동이 2배로 빨라지는 경험을 했지만.

으으으.

두 번 다시 겪어 보고 싶지 않은 고통이군.

“그대여, 괜찮으냐?”

“뭘, 언제는 안 괜찮았나.”

“이제는 적응할 만도 하건만, 그대가 이럴 때마다 마음이 철렁거리는구나.”

“여신님을 믿으니까 이렇게 등을 맡길 수 있는 거지.”

“흥! 그런 말은 위안이 되지 않으니 여를 걱정시키지나 말거라.”

진심인데.

난 가볍게 웃었다.

온몸에서 끓어오르는 힘.

시초룡의 인자를 강화시키면서 얼마나 강해졌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럴 땐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최고다.

“상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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