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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41화 (241/300)

241화

상호 간의 협약에 따라 군사 활동이 금지된 지역.

비무장지대의 사전적인 의미다.

전 세계에는 ‘비무장지대’로 정해진 곳이 몇 군데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남북한 사이의 경계선을 바로 떠올렸다.

“군대에 있을 땐 바라보기도 싫은 곳이었는데.”

나는 질색하면서 철장 너머를 흘겨봤다.

“미스터 유, 군인 출신이었어?”

“우리나라는 징병제거든, 유감스럽게도.”

회귀한 시점이 군 입대 전이었으면 엄청나게 좌절했을 거다.

그 생활은 두 번이나 경험하고 싶지 않다.

역천 길드 전원 그리고 골든 서클 팀.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이 비무장지대 앞에 모였다.

핑 레이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경계 중인 군인들을 천천히 흘겨봤다.

“사부, 비무장지대면 위험하지도 않은 거 아뇨? 저 군인들은 왜 저렇게 긴장하고 있는 건지.”

“철조망 너머는 말이 좋아서 비무장지대지, 전쟁터다.”

“비무장이라고 하지 않았소?”

“순진하게 그걸 믿냐.”

분단 그리고 휴전.

비무장지대에서는 대외비 사건들이 시시때때로 일어난다고 한다.

경계 중이던 군인에게 비무장지대의 분위기를 물어보니.

“총성이 들리긴 해도 저희 쪽은 잘 모릅니다.”

……라고만 대답해 줬다.

뭐, 그 이상은 군 기밀일테니 말해 주면 큰일나겠지.

군인의 대답을 들은 핑 레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사부, 위험한 곳 아니오?”

“플레이어가 되어 놓고 총이 무섭냐.”

“아무리 그래도 총이라니. 심리적인 거부감이라는 게 있잖소.”

핑 레이 녀석, 은근히 쫄보란 말이야.

“게이트가 생성되면서 그럴 일도 없어졌다고 한다.”

“휴,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지뢰는 남아 있다니까 발만 조심하면 돼.”

“아니, 그게 더…….”

“그러니까 브리핑 잘 들어라.”

핑 레이에게 말하듯, 실은 전 길드원에게 엄포하고는 DMZ 내부 상황을 들었다.

“기존 정보와 여태 파악한 게이트들의 위치를 기록한 지도입니다.”

지뢰가 매설되어 있지 않은 안전지대.

북한 군인들의 이동 경로.

그리고 게이트에서 나온 괴물들의 영역까지.

철조망에서 멀어질수록 정보의 정교함이 떨어졌지만, 수색대원 대부분이 비각성자라서 어쩔 수 없었다.

“정보 수집이 어려워서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만…….”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여서 수색대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비각성자인 군인들이 파악한 정보.

자세한 과정은 몰라도 이 정보를 수합하기 위해 대원들의 목숨을 걸었을 거다.

“그럼 어디부터 공략할 거야?”

엘렌이 내 지시를 기다린다.

골든 서클.

옐로우 스톰.

무극.

그리고 전생에 내 아군이었거나, 혹은 적으로 마주했던 강자들까지.

문득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니 한 줄기 웃음이 절로 피어났다.

“스승님, 그렇게 웃으니까 되게 수상해 보이거든요?”

“이번 이야기는 동감할 수밖에 없군. 사부가 저러면 늘 사달이 나니.”

“아저씨, 또 이상한 오더 내리려는 거 아니죠?”

신뢰(?)로 가득 찬 말.

좋아.

골든 서클도 합류했겠다. 팀워크를 맞춰야 하니 제대로 굴려주지.

* * *

반쯤 이계화된 비무장지대.

지뢰만 없다 뿐이지 어디든 위험했다.

철조망을 넘어 본격적으로 진입하자마자 괴물과 조우했다.

“쿠륵! 쿠르륵!”

특유의 콧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하이 오크 집단.

중무장을 갖춘 오크의 숫자만 백 단위였다.

“난 저 면상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올라.”

엘렌은 분노 섞인 투로 중얼거리면서 지면을 박찼다.

순식간에 2배 이상 부풀어 오른 육신.

그녀는 고유 능력, [인크레더블]을 발동하면서 오크 집단 한가운데로 돌진했다.

[강철의 보호]

[끓어오르는 힘]

골든 서클 서포터는 이런 일을 자주 겪어봤는지 당황하지 않고 버프 스킬을 걸어주었다.

포탄과도 같은 기세.

콰앙-! 핏방울과 짓이겨진 고깃덩어리가 흙먼지와 함께 비산한다.

“이 놈들은 이렇게나 쉬운데!”

“쿠륵! 미친 인간!”

“쿠르륵! 협공한다.”

푸른 피부의 괴물, 하이 오크가 엘렌을 포위했다.

“너희의 상대는 우리다.”

“리더 하나가 아니란 말이지.”

대상의 시선을 고정시키거나 본능적인 두려움을 자극, 강제적으로 어그로를 분산시켰다.

하이 오크 집단이 우왕좌왕 하고 있을 때.

“크흐흐. 너희들. 날 두고 한눈 팔 정신이 있나 봐?”

[레이지 해머]

깍지 낀 손으로 땅을 내리치는 엘렌.

백택군림각에 버금가는 충격이 지면을 뒤흔든다.

레이지 해머의 타격 범위에 들어간 하이 오크들은 형태도 못 알아볼 정도로 곤죽이 되었고.

엘렌에게서 거리를 두고 있던 괴물들도 사정이 좋지는 않았다.

[멀티 캐스팅]

[프로미넌스 x 5]

광역 마법이 연달아 발현되면서 자세가 흐트러진 하이 오크들을 뒤덮는다.

“쿠르르륵!”

하이 오크들의 목청에서 고통에 겨운 비명이 새어 나왔다.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승기를 잡은 골든 서클.

백 단위의 하이 오크들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게이트나 탑의 오크는 이렇게 나약한데.”

엘렌은 전투를 마치고도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하지.

바벨탑의 주민을 비추어서 만든 괴물은 원판보다 훨씬 약하거든.

“흠. 미국 최고의 팀이라는 명성은 괜한 게 아니군.”

“우리도 분발해야겠어. 저 돌파력도 대단하지만, 그걸 보조하고 어그로 관리까지 하는 솜씨가 대단해.”

“돌파력은 무극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다만?”

“큭, 우린 서포터나 원딜이 부족하지 않는가. 오히려 사정이 나은 건 옐로우 스톰이지.”

“우린 저런 식으로 싸웠다간 화력이 모자라서 당할 거야.”

두 랭커는 골든 서클의 전투 방식과 능력을 분석하며 경쟁심을 불태웠다.

“이봐요. 한국의 랭커들. 그렇게 떠들어도 아무 소용 없어요.”

“무슨 말입니까?”

“당신네 길드장이 우리 모두를 꺾었거든.”

“……진짜인가. 후배님?!”

신준석이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 사실을 말해도 되는 건가.”

“뭐야. 난 길드원들한테쯤은 자랑했을 줄 알았는데?”

“록펠러 길드장의 체면도 살려줘야지.”

“우리 체면은 아무것도 아닌가.”

엘렌이 장난스러운 투로 받아쳤다.

“글쎄…… 당장 본인부터 그렇게 생각하지 않잖아.”

“후배님은 정말이지.”

경악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 신준석이 한숨을 푹 쉬었다.

홍윤수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제 좀 등 뒤를 쫓아갈 힌트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목표가 멀리 있을수록 승부욕이 끓어오르는 법.”

“훗, 서로 힘내자고.”

저기요.

이 상황에서 두 사람이 왜 의기투합하는 겁니까?

전생에서는 소 닭 보듯 하던 양반들이 끈끈한 걸 보면 적응이 안 됐다.

-후훗, 그대는 진정으로 이유를 모르겠느냐?

“어떻게 알아.”

-여는 알 것 같다만.

“그 이유가 뭔데?”

-타인의 적의는 기가 막히게 읽으면서 꼭 이럴 때만 둔감하구나.

닉스는 얄미운 표정으로 후후- 하고 웃음을 흘렸다.

아오.

말을 말던지.

엘렌은 자랑스러운 표정과 함께 팔에 힘을 주었다.

우락부락한 팔뚝 위로 선명한 핏줄이 하나둘 솟아난다.

헤드락이라도 걸리면 사망할 것 같군.

“우리가 당신한테 지긴 했어도 쓸 만 하지?”

“미국 최고 팀을 쓸 만 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려나.”

“말이라도 고맙네. 하하!”

호탕하게 웃는 엘렌.

“시체는?”

“루팅 권한은 미스터 유한테 넘길게. 어쨌든 당분간은 우리 대장이잖아.”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지.”

난 미소와 함께 하이 오크의 사체에 손을 뻗었다.

[하이 오크에게 포식을 사용합니다.]

회색 가루로 변하면서 주저앉는 하이 오크의 사체.

“그, 그건 뭐야?!”

“내 고유 능력. 포식이다.”

“아니. 왜 그 비싼 하이 오크의 사체를 가루로 만드냐고!”

“…….”

그래.

잊고 있었다.

포식은 과거 ‘황금을 똥으로 만드는 능력’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는 사실을!

* * *

[하이 오크의 정수를 포식합니다.]

[정수 등급 : 고대]

[포식한 정수 : 100%]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우라즈 베르세르크가 추가됩니다.]

[우라즈 베르세르크]

등급 : ★★★

분류 : 액티브

분노로 육신을 채찍질하여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낸다.

지속 시간 동안 힘, 민첩, 맷집을 50% 상승되며 이동 불가 디버프에 강한 저항력을 부여한다.

스킬을 발동하면 이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지속 시간 - 300초.

북유럽 말로 ‘붉은 광전사’라는 의미의 스킬.

회귀 전에는 악귀의 분노를 얻지 못했기에 비장의 한 수로 즐겨 사용했다.

[분노 유인원의 정수가 하이 오크의 정수에 공명합니다.]

[우라즈 베르세르크의 지속 시간이 2배가 됩니다.]

튜토리얼에서 얻은 분노 유인원의 정수.

[버서크]와 성질이 흡사해서 시너지 효과를 제공했다.

비활성화했어도 시너지 자체가 무효화되지는 않아서 보는 소소한 이득이다.

“미스터 유. 다시 전진할까?”

“아니. 잠깐만.”

난 턱을 괸 채 고민에 빠졌다.

악귀의 분노와 우라즈 베르세르크.

둘 다 결전용이라고 부를 만큼 강력한 버프 스킬이다.

성질도 비슷한 편이고.

근본적인 정수의 성격이 달라서 시너지 효과가 부여되지는 않지만.

두 정수를 인위적으로 융합하면 어떻게 될까?

[융합기공을 사용합니다.]

[융합 대상을 선택해주십시오.]

“우라즈 베르세르크와 악귀의 분노를 융합한다.”

[신의 분노가 융합기공에 등록됩니다.]

[융합 스킬 - 3/5]

[168시간 후, 융합 스킬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스킬 목록이 차있으면 하나를 삭제해야 합니다. 이미 등록해둔 스킬을 삭제할 때도 동일한 대기시간이 필요합니다.]

[신의 분노]

등급 : ★★★★

분류 : 액티브

강렬한 분노를 힘으로 치환한다.

어떤 상처를 입어도 경직되지 않고, 정신공격에 완벽한 내성을 부여한다.

모든 능력치가 400% 증가한다.

*지속 시간 - 10초

경직 내성.

정신공격 내성.

그리고 능력치 400% 증가.

허, 너무 놀라서 말도 안 나올 만큼 엄청난 옵션이 튀어 나왔다.

“이러니까 그 놈이 군주를 해먹었지.”

르네 데이비스.

불완전한 융합기공도 이 정도인데, 놈은 이걸로 얼마나 많은 혜택을 보았을까.

“스승님. 무슨 일이라도?”

“아, 아니야.”

“다른 분들이 기다리고 계세요.”

지영이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옐로우 스톰, 무극, 그리고 골든 서클.

전 세계를 뒤져봐도 견주기가 어려운 팀 플레이어들이 나를 주목하고 있다.

기쁨은 잠시 내려두자.

“골든 서클의 기량을 확인했으니, 나머지 길드원들 실력도 보여드리죠.”

다가올 재앙을 막는 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마침 길드원들의 전투능력을 선보일 대상은 주변에 넘쳐났다.

“후배님.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지.”

“실망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두 랭커가 투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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