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39화 (239/300)

239화

『천상의 신이 한숨을 쉽니다.』

『화과산의 미후왕이 팝콘을 뜯습니다.』

『올림포스의 군신은 두 눈을 좌우로 돌립니다.』

무수한 성좌들의 시선.

누군가는 한탄하며, 다른 이는 즐거워하고 있고, 또 어떤 존재는 눈치를 보고 있다.

그중 제일 기뻐하는 자는 당연히…….

『오염된 왕좌의 주인이 박장대소합니다.』

『오염된 왕좌의 주인은 당신의 무모함에 찬사를 보냅니다.』

바알이었다.

아주 신이 났구먼.

72마신의 대표이자 판데모니엄 차원의 지배자.

신왕급 성좌인 바알이 기뻐하니 다른 성좌들도 쉽게 불만을 드러내지 못했다.

난 성좌들의 시선을 묵묵히 넘기면서 얼음마녀에게 손을 뻗었다.

[얼음마녀에게 포식을 사용합니다.]

[포식한 정수: 100%]

[정수 등급: 전설]

[한 종의 정수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스킬 - 아발란체가 추가됩니다.]

[아발란체]

등급: ★★★★

분류: 액티브

니플헤임의 한기를 광범위하게 흩뿌린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한기를 응축시킬 수도 있다.

역시. 전생과 똑같은 스킬이 추가되었군.

마력으로 저승의 한기를 구현하는 강력한 마법.

솔라 익스플로전처럼 단발성이 아니지만, 환경을 바꾸며 지속적으로 피해와 디버프를 입힐 수 있는 유용한 스킬이다.

두 스킬은 용도가 다른 셈.

거기에 [이클립스]로 반발시키면 바르바토스의 철퇴보다 더 큰 효과를 볼 것이다.

-확실하게 죽을 수 있겠구나.

“음, 그렇겠지?”

나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는 마력 수치가 이렇게까지 높지 않았다.

회귀 전에는 용아병의 정수를 취하기까지 꽤 오래 걸렸거든.

진정한 용의 혈족은 탑 안에서도 보기 힘든 강적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마력 스텟은 회귀하기 직전보다 조금 낮은 수준.

“얼마나 높은지 짐작이 가려나.”

-흐응, 그래서 반발력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없었다는 말이로구나.

“뭐, 적응해 가야지.”

이번 생에는 [데모닉 파워]까지 있다.

끊임없이 스텟을 늘려 주는 [포식]의 효과를 감안하면 원사용자인 세르게이보다 더 강력한 마법도 사용할 수 있을 거다.

데모닉 파워를 사용하면 개복치 급 맷집으로 하락하지만.

내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이클립스]를 병행하면 화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짐작도 안 갔다.

“이왕 생긴 무기니까, 적절하게 활용해야지.”

-그대는 어디까지 강해질 셈이더냐?

“여신님이 그렇게 말하면 반칙 아닌가.”

프로토게노이, 태곳적부터 존재해온 개념신.

닉스가 데모닉 파워로 증폭시킨 극야와 동기화했을 때, 잠시나마 ‘전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회귀 전의 나조차도 닿지 못했던 영역.

-후후훗, 분발하여라. 필멸자가 여와 나란히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딱 기다려.”

닉스와 가볍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홀로 얼음마녀를 쓰러트리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최초의 기록입니다.

▶보상으로 오리하르콘 100kg이 주어집니다.

“통도 크군.”

난 혀를 내둘렀다.

신의 금속 오리하르콘.

2층에서는 1kg, 19층에서는 팀원 전부 합쳐서 15kg를 얻었었다.

40층 대 보상이니 아래 층계보다 보상이 높은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오리하르콘을 이렇게나 퍼줄 만큼은 아니다.

성좌들이 개입해서 난이도를 올려 준 덕분.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닉스의 시선이 오리하르콘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존재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광물.

오리하르콘이 태고의 혼돈인 카오스의 파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접속을 종료한다.”

성좌들이 더 지켜보는 것도 달갑지 않았다.

오늘 도전 가능한 횟수도 모두 사용했겠다, 망설임 없이 원래 세계로 귀환을 선택했다.

* * *

쾅! 100킬로그램나 되다 보니 묵직한 소리가 방을 울린다.

욕망의 주머니에서 꺼낸 초록색 광물.

신의 광물이라고 알려진 오리하르콘이다.

“오리하르콘 100킬로그램을 여신님께 진상하나이다.”

나는 과장된 자세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그대의 정성을 보아 받아 주도록 하겠다.

“이 진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납하셔도 되는데요.”

-진상품이 무엇인지가 중요하겠느냐. 그대의 갸륵한 마음 때문에 받아주는 것이니 그런 말 말거라.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면서 허세 부리기는.

애써 모르는 척, 닉스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녀는 호문쿨루스의 육체로 현신한 채로 오리하르콘을 어루만졌다.

“이만한 양이라니. 여의 존재력을 상당수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라.”

앙증맞은 손바닥이 초록빛을 띤 광물을 파고든다.

흐물흐물하게 변한 표면.

오러로도 흠집 낼 수 없고 1만도 이상의 화염으로도 녹여 낼 수 없는 신의 광물이 닉스의 손짓 앞에서 버텨 내지 못했다.

가공이 아닌, 본연의 성질로 흡수하는 것.

오리하르콘에 깃든 카오스의 힘을 받아들인 것이다.

닉스가 오리하르콘을 모두 흡수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태 거둔 오리하르콘보다 5배 이상 많은 양이니.

난 차분하게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오리하르콘이 대부분 사라질 무렵.

사아아악!

극야가 흘러넘치면서 드라이아이스처럼 지면을 자욱하게 물들인다.

이전보다 월등히 강해진 존재감.

무분별하게 흩뿌려진 극야가 의자나 책상, 침대 할 거 없이 방에 있는 가구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닉스의 의지에서 벗어난 극야.

[데모닉 파워]로 집중시킨 스텟보다 낮은 수치인데도, 제어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꿀꺽-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저 여신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한데요.”

“당황하지 말거라. 이는 잠깐뿐인 현상이니, 곧 진정될 것이다.”

닉스는 차분하게 중얼거리면서 양손을 휘저었다.

교향악단을 리드하는 지휘자처럼.

우아한 손동작에 맞춰 방을 자욱하게 채웠던 극야가 흡수된다.

“후욱.”

깊은 심호흡과 함께 눈을 뜨는 닉스.

그녀의 눈가에 아른거리는 어둠이 한층 더 깊어졌다.

“몸은 좀 어때?”

“훌륭하구나.”

“괜찮은 거 맞지?”

“그러하니라. 우려를 끼쳐서 미안하구나.”

닉스는 얼굴을 붉혔다.

오호, 여신님이 당황하는 것은 보기 드문데.

더 약을 올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닉스의 몸 상태가 중요했다.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호문쿨루스의 육체가 여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라.”

흠.

나는 짧게 신음을 흘렸다.

영혼을 담아 제2의 육체로 삼는 호문쿨루스의 몸뚱이.

튜토리얼 보상으로 얻은 [연습용 목각인형]의 진면목이자, 닉스가 현신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필멸자들의 재주로 밤을 담아 내는 건 불가능한 일. 피할 수 없었느니라.”

“다른 그릇을 찾아봐야겠군.”

영혼을 담을 만한 매개체는 호문쿨루스 말고도 여럿 있다.

모르스의 힘을 빌려야겠어.

상태 창으로 닉스의 현황을 확인했다.

[닉스]

나이: 측정 불가

레벨: 250

종족: 신(호문쿨루스)

등급: 골드 / 직업: 없음

능력: 극야

*능력치

근력: 10

민첩: 12

체력: 9

맷집: 6

마력: 없음

극야: 100 → 1,345 → 2,345

내력: 50 → 127

*스킬

어둠 지배[★★★★★★]

암영추혼검[★★★★]

*호문쿨루스의 한계로 대상의 힘을 모두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능력치가 최대치입니다. 극야 스텟을 더 늘릴 수 없습니다.

*본래 호문쿨루스가 지닌 신체 능력을 대부분 소모하여 대상의 영혼을 안착시켰습니다.

*대상의 등급은 사용자와 동일합니다.

극야에 편향된 능력치.

245레벨에 해당하는 보너스 스텟을 모조리 투자한 결과물이다.

거기서 1천이 더 늘어난 건 오리하르콘을 흡수하면서 생긴 여파일 것이고.

나는 혀를 내둘렀다.

“엄청나네.”

육체가 빈약하다손 쳐도, 닉스는 극야를 전신에 휘감는 것으로 떨어지는 스펙을 보충할 수 있다.

극야의 힘으로 온몸을 감싸면 일반적인 250레벨대 근접 계열 플레이어를 가볍게 상회할 만큼의 전투력을 얻으니까.

더군다나 어둠 지배로 극야의 힘을 넓게 펼칠 수 있으니.

길드원 중에서는 신준석이나 홍윤수 외에 닉스를 이길 수 있는 플레이어가 없을 거다.

랭커에 버금가는 전투력이라.

“아쉽구나. 이 육체로는 한계가 명확하도다.”

“거참, 욕심도 많으셔.”

“오리하르콘을 흡수하면서 여의 존재력이 상승하였거늘,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니 어찌 안 아쉽겠느냐!”

“전에는 영체도 제대로 유지 못 해 놓고.”

튜토리얼에서 [그림자 보주]로 처음 조우했을 때를 언급하자, 닉스의 얼굴이 노기로 일그러졌다.

“여의 불민한 모습을 지적하려는 게냐?”

“그때를 생각하면 훨씬 좋다는 말이야.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여는 그저 존재력을 되찾아서 그대를 도…… 으아앗!”

예?

뭐라굽쇼?

갑자기 튀어나온 괴성에 뒷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지금 뭐라고 한 건지.”

“아, 아무것도 아니니라!”

닉스는 다시 한번 얼굴이 붉어진 채로 손바닥을 휘둘렀다.

등을 타격한 손바닥.

짜아악! 찰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파.”

“캐물은 그대가 잘못한 것이니라.”

이어지는 등짝 스매시.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닉스에게 몇 대를 더 맞았다.

“극야를 두르고 때리기가 어디 있어!”

“여의 마음을 헤아려 보아라!”

“그러니까 말을 해야 알지!”

닉스가 진정될 때 즈음에는 등짝이 화끈해져 있었다.

아오, 억울한데 왠지 따질 수 없는 분위기라서 말도 못 하겠네.

* * *

오리하르콘을 보상으로 받고 1주일이 흘렀다.

48층 미션에서 리치의 정수를 포식해서 [고속 연산(★★★)] 스킬을 얻었고.

49층에서는 네임드 몬스터인 투사 라이온하트의 정수에서 [불굴의 투지(★★★)]를 획득했다.

마법의 연산 속도, 그리고 전투에서 상시 버프를 부여하는 패시브 스킬.

두 정수에서 얻은 스킬들은 시너지 효과도 좋아서 꼭 획득해야 했다.

“이제 누가 허접이지?”

“그렇다 한들, 아직 골드 등급이지 않느냐.”

“이제 곧 승급전이니까 기다려. 여신님.”

나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닉스를 노려보았다.

원흉(?)인 지영이는 그날 이후 입도 뻥끗 안 하는데 닉스가 그 단어를 수시로 언급하며 도발했다.

내가 승급전을 미루는 일은 이제 없을 거다.

몇 번이고 굳게 다짐하며 아침 10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바벨탑 접속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합니다.]

[현재 사용자가 머무는 공간은 안정되어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접속됩니다.]

[현재 플래티넘 승급전이 활성화되어있습니다.]

[50층에 도전하시겠습니까?]

[Y/N]

“당연하지.”

나는 분노 섞인 동작으로 격하게 Y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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