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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으로 레벨업하는 군주님-224화 (224/300)

224화

후우우웅!

모래를 휘감은 노란 폭풍이 구룡방 무리에게 들이닥친다.

승천하는 용을 연상시키는 거센 바람.

폭풍의 중심에 선 홍윤수가 매서운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 허락 없인 지나갈 수 없다.”

대열 한가운데로 돌진하는 회오리바람.

구룡방에서 원거리 공격으로 저지하려고 했지만, 기세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해졌다.

“이래선 진형을 유지할 수 없다.”

“제길. 회오리 양옆으로 흩어져서 역천을 친다!”

무리지어 이동하던 플레이어들이 대열을 이탈,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

순간적으로 무너진 진형.

“그 판단, 후회하게 될 거다.”

홍윤수는 다리에 뭉쳐 놓았던 바람을 해방했다.

모래를 휘감은 회오리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시야를 어지럽힌다.

[크리티컬 어택]

푸우욱!

바람 사이에 숨어 있는 칼날이 구룡방 플레이어의 급소를 파고들었다.

“컥…….”

한 줄기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구룡방 플레이어.

옐로우 스톰 팀원이 홍윤수의 바람을 타고 빈틈을 노린 것이다.

[바람 은신 코트]

옐로우 스톰 팀원들이 공통적으로 착용한 장비.

홍윤수가 붙잡았던 바람을 해방시킬 때 몸을 은닉, 적을 각개 격파할 용도로 맞춘 아티팩트다.

전장의 환경을 극대화한 전투 방식.

반면 무극 팀은 정면 대결을 고집했다.

[폭호신권 - 12초식]

[호왕권]

금색 강기가 구룡방 소속 무인들 앞으로 쇄도한다.

제각각 기를 유형화시키지만, 호랑이 형태로 구현된 강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삼켜졌고.

금색 빛에 닿는 순간, 가루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다.

“강기다!”

“대형만이 다룰 수 있는 힘인데. 어째서 한국의 무인 따위가!”

구룡방 플레이어들의 눈동자 위로 두려움이 아른거렸다.

강기(罡氣).

무공은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습득해도, 깨달음이 동반되지 않으면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타국에서 무공 사용자들의 인기가 적은 이유.

하지만.

무공 사용자들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일반적인 플레이어를 상회하는 무력을 지니게 된다.

구룡방은 중국의 여러 길드 중에서도 정점에 선 길드.

드넓은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들이 속해 있지만, 그중에서 강기를 펼칠 수 있는 건 장 우페이 뿐이었다.

“무공은 중국이 원조라고 하더니. 별것 없군.”

신준석이 짧게 중얼거렸다.

감출 수 없는 실망감.

구룡방 플레이어들은 그 모습에 분노하면서 달려들었지만, 재차 뻗은 주먹에 나가떨어졌다.

「준석 님, 왼쪽을 커버해 주십시오.」

귀에 아른거리는 목소리.

성좌의 후원 메시지하고는 조금 다르다.

김영수가 지닌 고유 능력, [군단지휘]에 붙어 있는 지휘 능력이다.

“우리 지휘관은 쉴 틈을 주지 않네.”

신준석은 빙그레 웃으면서 경신법을 밟았다.

구룡방보다 수적으로 불리한 역천 길드.

김영수는 두 랭커를 양 날개의 유지력으로 삼아 효율적으로 인원을 배분했다.

‘숫자가 적어도 이길 방법은 있다.’

김영수에게만 보이는 지도.

반경 1킬로미터를 모두 표기한 3D 맵이다.

백인대장의 능력을 십분 살려 전장을 넓게 보는 김영수. 그의 눈동자가 급변하는 전장의 흐름을 빠르게 읽어 냈다.

‘난 그걸 길드장님께 배웠다.’

김영수는 진호의 곁에서 이기는 방법을 몇 번이고 봐 왔다.

생각해 보면, 진호의 곁에서 전투를 벌일 때마다 전력상으로 유리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승자는 늘 진호였다.

‘기세, 그리고 속도.’

김영수는 지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따로 전쟁의 역사를 공부까지 했다.

그중, 영수의 뇌리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나폴레옹의 말이었다.

-나는 적보다 부족한 숫자로 전쟁을 치른 적이 없다.

절대적인 숫자 차이가 나더라도, 한 전선에서 부딪치는 적의 숫자가 모자라면 우위에 있다는 표현.

병력의 기동력을 중요시한 나폴레옹의 생각을 그대로 옮긴 말이다.

‘이 전투도 마찬가지다.’

20 대 100의 싸움.

진호가 2/5에 해당하는 인원을 묶어두었지만, 여전히 수적으로 열세다.

압도적으로 불리했지만, 두 랭커와 길드원들의 특성을 살리면 속도전에서 기세를 가져올 수 있다.

「핑 레이, 거기서 우측으로 돌아서 분신으로 적의 공격을 유도해 주세요.」

「지영이는 결계를 대형으로 설치, 적 부대의 허리를 자르세요.」

「카를라 양과 엔리케 군은 정면으로 공격.」

「홍윤수 님, 바람을 다시 뭉쳐서 적의 진격 방향을 제한해 주십쇼.」

김영수는 진호가 모아 놓은 인재들의 능력을 100% 이상 발휘, 효과적으로 구룡방의 공세를 받아쳤다.

“꺅!”

“사부한테 두들겨 맞은 것보다는 안 아파!”

길드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으면서 전선이 조금씩 밀렸지만.

김영수는 그때마다 추가 인원을 투입, 구멍을 빠르게 메우면서 포션 마개를 열었다.

“어서 마시게. 한결 나을 거다.”

고유 능력을 완벽하게 살린 김영수의 활약.

진호가 창천검진을 무너트리면서 구룡방 본진 제압에 성공할 무렵, 공세를 나간 구룡방 플레이어들도 반 이상이 죽거나 다친 채 사막을 나뒹굴었다.

* * *

꿀꺽.

입 밖으로 나오려는 감탄을 삼켰다.

영수 형님, 엄청나잖아.

길드원들 중 사망자가 안 나온 건 모두 김영수의 탁월한 지휘 능력 덕분이다.

온갖 버프도 버프지만.

전투의 흐름을 읽어 내면서 제때에 명령을 내린 덕에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었다.

구룡방에서 차출한 인원들은 모두 플래티넘급.

그 위 등급인 다이아몬드급 플레이어들이야, 기밀 유지를 위해 동원하지 않은 듯하지만 얕볼 수 없는 전력이다.

밀리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압도했구나.

“그러게 말이야. 역시 형님이야, 대단하시네.”

-후훗, 그대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구나.

“내가 뭘?”

-다른 이들의 눈에는 그대가 더 대단하게 비쳐질 것이니라.

그거야 내가 회귀자라서 가능한 거고.

뒷말을 삼킨 채, 장 우페이한테 시선을 옮겼다.

“우리, 아직 하던 이야기가 있었지?”

하얗게 질린 채 장 우페이가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본다.

“여기에서 무사히 나가고 싶지 않나.”

“날 협박하는 거야?”

“협박이 아니라 거래를 하자는 말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목숨이 위험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 같은데.”

“구룡방의 저력은 이게 끝이 아니다. 이 자리를 벗어나도 제2, 제3파가 너를 노릴 것이다.”

“허세 부리기는. 여기에 데려온 게 전부잖아.”

난 입술을 비죽였다.

구룡방의 움직임이야, 이미 블랙 네트워크와 우리나라 국정원을 통해 확인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게이트 공략.

그리고 탑 등반.

구룡방의 활동량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여기 데려온 게 전부라는 거겠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우리 구룡방의 저력을 너무 얕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허세 부리는 건 안 말리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건 당신 아닌가?”

암흑 칼날에 당한 상처.

거기에 혈신과 혈폭을 연달아 사용하느라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하고 있다.

“3시간. 그 안에 수혈 못 받으면 뭘 해도 죽을걸?”

“이깟 상처쯤 포션으로…….”

“알잖아. 혈천수라공은 피를 엄청나게 소모하는 거. 상처를 막아도 모자란 피를 보충하지 못하면 죽어.”

“그걸 어떻게?!”

장 우페이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어떻게 알긴.

형이 다 상대해 봐서 아는 거지.

“유진호, 만약 우리를 놔주면 구룡방은 더 이상 역천을 적대하지 않겠다.”

“아직도 협박이라니. 기가 차는군.”

“더 들어 봐라. 우린 자본을 들여서 전 세계 각지에서 나온 비급과 영약을 모아 두었다.”

호오- 난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고 보면 무공이 인기가 없던 시절인데도 비급과 영약 가격이 꽤나 비쌌지.

중국 정부 차원에서 나선 줄 알았는데, 그 배후에 구룡방이 있었나보다.

“그중에 절반을 양도하마.”

“목숨값치고는 너무 싸지 않나?”

“……전부 주지.”

“큭, 그건 마음에 드는군.”

“그뿐만이 아니다. 본국에서 귀국하려면 많은 방해가 있을 터인데, 내가 무마해 주겠다.”

“손해 보는 느낌인걸. 기껏 타국까지 와서 고생만 했는데 말이야.”

“내 꽌시라면 한국 정부, 그리고 역천 길드에도 여러 혜택을 줄 수 있다.”

꽌시.

중국 특유의 인맥 문화다.

구룡방의 길드 마스터라면 정재계 쪽 인맥도 엄청나겠지.

이번에 둔황 사막의 인공 게이트 공략 건만 해도 장 우페이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네가 원한다면 중국 내 길드 공략권도 얻어다 주지.”

“중국 정부에서 그만한 특혜를 다른 나라 길드에 부여할까?”

“어떻게든 만들어 주마. 이번 둔황 공략 건도 있으니 명분은 충분하다.”

나는 팔짱을 꼈다.

엄청난 제안을 연달아서 꺼내는군.

중국이라는 나라는 폐쇄적이다.

사회의 이념부터 다르기 때문에 타국에 배타적일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정책도 오락가락한다.

가장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건 특유의 꽌시 문화겠지.

여기서 장 우페이에게 목줄을 채워 놓으면 향후 중국의 영토에서 생길 여러 기연들을 편하게 독점할 수 있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이군.”

장 우페이가 보장한 모든 것.

그리고 미래의 정보를 활용한다손 쳐도, 이 자리에서 놈의 숨통을 끊는 것보다 이득이 되지 않는다.

“뭐, 뭣이라?”

“나는 말이야. 이빨을 드러낸 놈을 용서하지 않거든.”

“날 죽이고도 본국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못 할 건 뭐야.”

둔황 사막 공략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향신료 제도와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의 게이트를 해결하면서 내 유명세가 널리 퍼진 상황.

인공 게이트, 혹은 둔황 사막이야 다른 이들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으니 괜찮겠지.

하지만 비행장으로 돌아오면 중국 정부에서도 더 손을 쓸 수 없다.

기껏해야 우리 일행이 비행기를 탔을 때 허공에서 격추시키는 정도가 있겠네.

장 우페이는 내 말을 듣고 사색이 된 채 고개를 저었다.

“너, 너는 본국이 두렵지도 않나!”

“암살자를 보내든 뭘 하든 해 보라고 해.”

둔황 사막에서 벗어나면 당분간 중국은 쳐다보지도 않을 거다.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왔었고.

장 우페이가 직접 나선 덕에 큰 이득을 봤다.

이미 바뀌기 시작한 미래.

구룡방의 대형을 쳐 내는 건 긍정적인 변화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 제시할 게 없으면 이만 이야기를 끝내자.”

“靠(염병)…….”

나지막한 욕지거리.

장 우페이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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